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02
웰컴 투 NBA 102화
#102. 히어로와 빌런 (2)
[조엘 엠비드, 로우 포스트에서 유서프 너키치와 1대1로 대치합니다.]벤 시몬스가 신인왕 레이스에서 앞서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지만, 식서스의 에이스는 조엘 엠비드.
엠비드는 올드스쿨 센터에게 요구되는 툴과 현대적인 센터에게 요구되는 툴.
양쪽 모두를 하이 레벨로 갖추고 있는 완성형 빅맨이다.
파워와 운동능력, 페이스업과 포스트업, 스크린과 패스, 리바운드와 림 프로텍팅까지.
그냥 다 되는 선수지.
‘역사상 최고의 빅맨 중 하나인 요키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이 유일한 오점인 선수.’
– 왜 하늘은 나를 낳고 요키치를 낳았는가!
영원한 콩라인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의 농구 팬들에게는 제갈량 앞의 주유, 임요황 앞의 황진호 같은 2인자 이미지로 유명한 선수지만.
바꿔 말하면 그 요키치와 경쟁할 수 있는 특급 선수라는 의미도 된다.
코트 내에서의 영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순수 득점력은 요키치 이상이었다.
“흐읍!”
“이 자식이······!”
[엠비드, 너키치를 상대로 스핀 후 레이업. 아슬아슬하게 빗나갑니다.]그 엠비드를 막는 것이 오늘 우리 빅맨들의 임무.
마크 가솔에 이어 엠비드를 상대하게 된 너키치는 죽을힘을 다해 골밑을 사수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어떠냐!”
“쳇.”
아쉬움에 혀를 차고 백코트하는 엠비드.
“나이스 수비였어요.”
“그래. 저 카메룬 자식. 파워가 장난이 아니네.”
이번에는 간신히 막아 냈지만, 엠비드는 너키치보다 명백히 한두 단계는 레벨이 높은 선수.
오늘 너키치는 아마 엠비드를 막아서는 데에만 전력을 기울여야 할 거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대신 분담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 일단은 맥컬럼 위주로 간다.
맥컬럼에겐 식서스의 수비 구멍, JJ 레딕을 공략하라는 특명이 주어졌다.
JJ 레딕은 전형적인 캐치 앤 슛 원툴인 백인 슈터.
그 캐치 앤 슛이 리그 최고 레벨인 덕분에 NBA에서 살아남고 있지만.
사이즈와 운동 능력 모두 평균 이하인 레딕은 무슨 짓을 해도 평균 레벨의 수비수조차 될 수 없었다.
‘수비를 열심히는 하는데, 더럽게 못하는 타입이지.’
[맥컬럼! 가볍게 레딕을 벗겨 내고 3점 라인 안으로 진입합니다!]가볍게 돌파에 성공하는 맥컬럼.
하지만······.
‘함정!’
맥컬럼의 앞에 나타난 216cm의 카메룬산 거인.
페인트존에 진입한 맥컬럼은 적극적으로 공간을 잡아먹으러 나온 엠비드를 마주하게 되었다.
“우웃······!”
엠비드는 사이즈 대비 최상급의 민첩성을 지닌 빅맨.
맥컬럼이 엠비드를 의식해 주춤한 사이.
탁!
스틸왕 코빙턴의 나쁜 손이 맥컬럼의 공을 강탈했다.
“어엇!?”
[스틸 by 코빙턴!]식서스는 수비가 뛰어난 4명의 선수와 수비 구멍 하나로 구성된 팀.
상대는 레딕이라는 수비 구멍을 함정으로 삼아 상대의 돌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하고, 발이 빠른 빅맨과 윙 포워드의 연계로 턴오버를 유발하는 수비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이번 시즌 블레이저스를 보는 것 같군요.] [예. 지금 코빙턴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시온 킴의 역할이죠. 왕성한 활동량과 뛰어난 수비력, 수비 BQ를 겸비한 선수여야 수행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코빙턴의 패스를 받은 시몬스가 역습의 선봉에 서고.
콰앙!
운동능력을 살린 깔끔한 덩크로 2점을 추가한다.
“예아!”
“바로 그거지!”
“나대더니 꼴좋다, 원숭아! 하하하하!”
필리건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를 터트렸다.
“훗.”
시몬스도 승리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지나쳤다.
설마 이걸로 아까 새깅 디펜스의 앙갚음을 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벌써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한데.’
아까 그건 에피타이저에 불과하거든.
오늘 나는 시몬스를 위한 풀코스 정찬 요리를 준비해 놓았다.
먹다가 배가 터져 죽어 버릴 정도로.
뭐······ 그래도.
‘좋네. 역시 승부는 이래야지.’
확실한 1옵션인 엠비드와 2옵션 시몬스.
레딕, 코빙턴, 샤리치라는 탄탄한 롤플레이어로 구성된 짜임새 있는 팀.
올해의 식서스는 정말로 만만치 않은 팀이다.
‘지금까지 상대한 팀을 깔보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랩터스 정도를 제외하면 짜임새 있는 강팀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거든.
OKC는 비싼 재료를 마구잡이로 때려넣은 잡탕찌개 느낌이었고.
벅스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직 성장 중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식서스는 최종적으로 올해 동부 3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강팀.’
우리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적이었다.
내 얼굴을 본 릴라드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너 왜 웃고 있냐?”
“짜릿하잖아요. 이런 상황.”
좋네.
강팀을 상대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꺾는 맛이 있으니까.
원래 승부는 아슬아슬해야 재밌는 법이거든.
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슬아슬한 승부 끝에 마지막에는 내가 이겨야 재밌는 거다.
[데미안 릴라드, 너키치의 스크린을 타고 풀업 쓰리. 들어갑니다.]“자자! 일단은 수비부터다!”
“오케이! 하나만 막자!”
승부의 세계에서.
나보다 확실히 우세한 점이 있는 상대를 잡아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더 나은 분야로 승부를 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우세인 분야를 내 레벨까지 끌어내리는 것.
지금 내가 시도하려는 것은 후자였다.
[킴, 시몬스와 대치합니다. 방금 전 상황의 재판이로군요.]나는 오늘 경기에서 벤 시몬스의 약점을 조금 일찍 세간에 공개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팀의 3옵션인 난 메인 핸들러인 시몬스와 정직하게 스탯 볼륨으로 경쟁해서는 이길 방법이 없거든.
‘사실 나 정도의 야투 시도 횟수로 계속 평득 20점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지금까지 그게 가능했던 비결은 릴라드, 맥컬럼의 낙수효과를 한껏 누렸고, 그동안 3점 슛이 신기할 정도로 잘 들어가 줬기 때문이었다.
‘42득점 게임 덕분에 평균이 뻥튀기된 영향도 있었고.’
하지만 82경기 내내 슛감이 좋을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이야 내가 경계 대상에서 3~4순위니까 쉬운 찬스가 오는 거지, 다른 팀에 분석당하기 시작하면 나 역시 스탯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거다.
‘메인 핸들러인 시몬스와 스탯 볼륨 경쟁은 불가능.’
그렇다면 시몬스의 스탯을 원 역사보다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오, 이번에는 쏠 거지? 천천히 쏴, 안 막을게.”
“······.”
다음 포제션에서도 나는 노골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새깅에 나섰다.
항복을 표시하듯 두 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 올린 것은 덤이었고.
“우우우우!”
노골적인 도발.
필라델피아 관중들의 살인적인 야유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벤 시몬스는 기나긴 암흑기 끝에 식서스를 다시 영광으로 인도할 슈퍼히어로였고.
벌써부터 필라델피아의 어린 소년들은 시몬스의 10번 유니폼을 방에 걸어 놓고 있었으니까.
“벤! 빗나가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쏴!”
“그래! 보란 듯이 쏴 버려!”
“Go on, shoot!”
영웅에게 열띤 응원을 보내는 필라델피아 관중들.
그러나.
“······.”
이번에도 망가진 자동인형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는 시몬스.
흔들리는 눈빛으로 패스할 선수를 찾던 시몬스는 상대가 패스 루트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는 것을 확인.
망설임 끝에 결국 돌파를 선택했다.
[시몬스, 새깅 디펜스를 펼치는 킴을 상대로 드라이브를 선택합니다!] [아니, 대체 왜죠? 저기에 왜 들이박아요?]‘그럴 줄 알았지.’
시몬스의 드라이브는 분명 강력한 옵션이다.
착화 6-11의 신장에 3/4쿼터 스프린트 3.05초. 레인 어질리티 10.6초.
이것만 보면 게임에나 나올 법한 치트 캐릭터나, 만화 속의 슈퍼 히어로처럼 보이지.
‘하지만 현실은 절대 게임처럼 흘러가지 않거든.’
[시몬스! 돌파합니다! 막아서는 시온 킴!]시몬스의 돌파가 무섭다고는 하지만.
난 그 야니스의 돌파도 막아 본 사람이다.
시몬스의 돌파가 무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매치업되는 상대가 보통 180~190cm대의 포인트가드이기 때문.
하지만 난 체격 조건과 운동 능력에서 시몬스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고, 녀석의 돌파 속도를 죽일 정도의 파워를 겸비했다.
쿵!
여기서 시몬스의 약점.
‘드라이버 주제에 피지컬한 컨택을 꺼린다.’
르브론, 쿤보, 자이언처럼 우당당탕 어거지 돌파가 안 된다는 것.
저 역대급 운동 능력이 실제 시합에선 100% 발휘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거 봐라.
지금도 미묘하게 골밑에서 멀어지는 진로로 돌파하고 있지.
‘하늘이 내린 몸뚱이를 타고난 주제에 그걸 써먹길 싫어한다니······ 아까워 죽겠네.’
차라리 염라 영감님한테 이 자식의 몸뚱이를 달라고 했다면······.
아니. 그래서야 도전하는 의미가 없겠지.
약간의 심통과 분노를 담아.
나는 일부러 시몬스가 돌파할 수 있도록 진로를 살짝 열어 준 뒤.
‘죽어라!’
투쾅!
뒤에서 대놓고 파울성 블락을 찍어 버렸다.
[오우우우! Monster Block by Kim!]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군요. 파울이 선언됩니다!]우당탕탕!
코트에 나동그라지는 시몬스.
호루라기를 입에 문 심판이 서둘러 내게 다가온다.
뭐······ 물론 진짜 다치게 만들 심산으로 찍은 건 아니다.
적당히 겁을 준 정도지.
‘그래도 이제 섣불리 림어택을 시도했다간 큰코다친다는 것쯤은 깨달았을걸?’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시몬스를 내려다본 뒤, 관객석으로 고개를 돌리자.
“우우우우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야유가 내게 쏟아졌다.
“개자식아! 이게 무슨 짓거리야!”
“죽여 버려! 저 눈 찢어진 동양인 새끼를 죽여 버리라고!”
“죽여! 죽여! 죽여! 죽여!”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 된 관중석.
지금까지 나온 야유가 심하긴 해도 통상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나올 법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쏟아지는 분노는 차원이 달랐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피부가 저릿저릿해질 정도의 강렬한 적의(敵意).
‘유럽 시절 생각나고 좋네.’
역시 원정 경기의 분위기는 이래야지.
어그로를 좀 더 끌어 볼까.
나는 옆구리에 손을 얹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관객석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놓고 싸우자고 시비를 거는 셈.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흐른 경기장은.
“우우우우우!!!!”
아까의 10배 정도는 거센 야유를 쏟아 냈다.
“오오, 화력이 대단하네.”
마이애미에서 BIG-3를 결성한 르브론이 처음 캐벌리어스와 붙었을 때 쏟아진 야유가 이랬을까?
이런 야유를 감수하고도 우승 반지를 찾아 떠나다니.
새삼 릅신의 결단력이 대단하네요······.
“이봐! 이게 무슨 짓인가!”
“오, 실수였습니다. 절대 고의가 아니에요.”
나는 심판에게 손사래를 치며 태연하게 시치미를 뗐다.
심판들이 리플레이 영상을 리뷰한 끝에 내려진 최종 판정은.
“블레이저스 2번. 커먼 파울. 세븐티식서스 10번, 슈팅 투 프리스로.”
“What!? 커먼 파울? 지금 장난해!?”
심판의 판정에 납득하지 못한 식서스의 브렛 브라운 감독은 얼굴을 붉히며 거세게 항의했다.
“플레그런트 1도 아니고, 커먼 파울이라고?”
“하드 파울처럼 보이긴 했지만, 블락 자체는 정상적인 플레이의 범주 내였습니다. 그냥 슈팅 파울입니다.”
부상을 입히려는 고의성은 없었다는 게 리플레이를 돌려 본 심판들의 판단이었다.
이렇게 되면 시몬스에게 자유투 2구가 주어지는 것으로 끝.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동료들을 안심시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시몬스.
짝짝짝짝!
그런 시몬스에게 관객들이 박수를 보낸다.
“멋지다, 시몬스!”
“저 밉상인 개자식을 응징해 줘!”
그야말로 선역과 악역.
슈퍼히어로와 빌런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구도였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10번, 투 프리스로!”
자유투를 쏘기 위해 프리스로 라인으로 이동하는 시몬스를 향해.
나는 심판에게는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다.
“두 번 다 넣으면 1만 달러.”
“······뭐?”
“자유투 두 개 다 넣으면 1만 달러를 주겠다고. 어때, 내기할래?”
“이봐. 거기 루키. 적당히 좀 하지 그래.”
대신 발끈하는 샤리치.
하지만 시몬스는 아직도 여유가 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콜. 그런데 괜찮겠어? 고작 10순위에 지명된 녀석에게 1만 달러는 엄청난 큰돈일 텐데.”
“괜찮아. 어차피 저어어어얼대 못 넣을 테니까.”
내 도발에 발끈했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시몬스가 공을 넘겨받는다.
“좋아. 보여 주지.”
시몬스는 자신감 있게 첫 구를 집어 던졌고.
팅!
녀석의 슛은 첫 구부터 림에 맞고 튕겨 나가고 말았다.
“······.”
“······.”
“······.”
그리고 시몬스는 1쿼터가 끝날 때까지 내게 대꾸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