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23
웰컴 투 NBA 123화
#123. 늑대와 함께 춤을 (3)
◎ 2쿼터 3:34
[블레이저스 34 : 32 팀버울브즈]“Go! 울브즈! Go!”
“Go! 울브즈! Go!”
경기 초반.
1쿼터에 만들어 낸 10-0 RUN의 기세를 살려 상대를 압도하던 블레이저스였지만.
울브즈는 2쿼터에 들어 야금야금 점수 차를 좁혀 오고 있었다.
“허억. 허억.”
벌써부터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는 선수들.
원정 4연전. 심지어 백투백까지 한 경기 끼어 있는 가혹한 스케줄을 소화한 선수들의 체력은 너무도 빠르게 밑천을 드러내고 있었다.
– 에너지 레벨을 높여라.
톰 티보듀 감독은 그런 블레이저스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팀버울브스의 강점은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력.
공격에서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다소 의존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수비 조련이 특기인 티보듀 감독은 단 2시즌 만에 팀의 수비력을 완전히 환골탈태시켜 놓는 데 성공했다.
[스펜서 딘위디, 찬스를 만들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풀업 점퍼 시도, 빗나갑니다.]블루워커인 타지 깁슨과 에이스 스토퍼이자 수비 사령관인 지미 버틀러의 활약.
그리고 이번 시즌에 들어 수비력이 크게 발전한 앤드류 위긴스까지.
울브즈의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코트를 왕복하며 지친 상대에게 보디블로를 누적하고 있었다.
어느덧 점수는 2점 차까지 좁혀진 상황.
스토츠 감독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울화를 억눌렀다.
‘답답하군. 흐름을 바꾸고 싶어도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없으니…….’
상대의 의도를 뻔히 알아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지략 싸움을 벌이기엔 손에 쥐어진 패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지미 버틀러! 골밑까지 드라이브! 펌프페이크! 앤드원까지 얻어냅니다!]삑!
휘슬 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는 딘위디.
자유투까지 들어가며, 블레이저스는 또 한 번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선수들이 너무 지쳤어요. 발이 움직이질 않고 있습니다.] [시온 킴의 활동량이 줄어든 게 눈에 띄는군요. 평소에는 수비 상황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선수인데…… 역시 체력의 한계가 온 걸까요?] [그럴 만도 하죠. 이번 원정 3연전에서 데미안 릴라드는 평균 37분, 킴은 35분을 소화했습니다. 너키치는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특히 공수 밸런스를 잡는 역할인 시온 킴은 코트 양면에서 어마어마한 체력을 소진하죠. 당연히 스태미너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테리 스토츠 감독의 용병술이 다소 아쉽네요. 릴라드는 워낙에 내구력이 좋은 선수니 그렇다 치더라도, 신인인 킴에게 수비에서 너무 과한 부담을 안겨 주고 있어요. 계속 이렇게 선수를 혹사시키다간 분명 어딘가에 탈이 날 겁니다.]선수 혹사 문제를 지적하는 해설자들.
스토츠 감독도 내심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김시온의 유무에 따라 블레이저스의 수비력은 최소 두세 단계는 차이가 난다.
심지어 그렇게 갈려 나가도 매번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으니.
당장의 승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감독으로서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무리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선수를 갈아 넣는 감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군.’
그나마 천만다행인 점이 있다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투입한 크리스 부쉐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앤드류 위긴스의 스쿱 샷!]골밑으로 진입해 국자로 푸는 듯한 레이업을 올려놓는 위긴스.
그러나 지금 블레이저스에는 너키치 외에도 또 하나의 블락 머신이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투쾅!
[Denied by Chris Boucher! 마치 배구 경기를 보는 듯한 강력한 스파이크였습니다!] [멋진 블락입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에 이어서 위긴스까지. 이 친구, 오리건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군요!]“으아아아!”
저 멀리 공을 날려 버리고 포효하는 부쉐.
토니 앨런과 김시온이 그런 부쉐의 등을 강하게 두들겼다.
“좋아! 애송이. 이대로만 해라!”
“아주 팔팔 날아다니는데요, 주장? 오늘이 데뷔전 맞아요?”
“그래! 빌어먹을. NBA 리거고 뭐고, 다 덤비라 이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앤드류 위긴스, 칼 앤서니 타운스를 상대로 데뷔전에서 떡블락을 찍었다.
기세등등해진 부쉐는 그렇게 선언했지만.
[크리스 부쉐, 초보적인 패스 미스를 범하고 마는군요!] [아아아아! 인 유어 페이스 덩크 by 지미 버틀러! 뒤늦게 헬핑 블락을 시도한 크리스 부쉐,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고작 1분도 지나지 않아 신인다운 실수를 범한 것으로 모자라.
얇은 프레임과 파워 부족이라는 한계점을 드러내며 버틀러의 하이라이트 필름의 일부가 되는 굴욕을 경험하고 말았다.
“타임아웃! 타임아웃!”
삐이이!
김시온을 벤치로 불러들일 겸, 타임아웃을 사용하는 블레이저스.
크리스 부쉐는 다 죽어 가는 얼굴이 되어 벤치로 향했다.
“역시 난 안 될 놈이야…….”
“아니, 주장! 그깟 덩크 한 방 먹었다고 이러면 어떡해요!”
“지금쯤 가족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있을 텐데…… 난 분명 다음 플레이에 교체당할 거야. 이젠 두 번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겠지…….”
“와, 이거 미치겠네. 무슨 개복치예요!? 툭 치면 억 하고 죽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시온…….”
좌절하는 부쉐를 다독거리는 김시온.
그 모습에 스토츠 감독과 윌리 그린 코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뭐, 보통 루키의 데뷔전은 저런 느낌이기 마련이지.”
“그렇죠? 킴과 앨런이 너무 순탄히 적응한 탓에 저도 착각할 뻔했습니다.”
“그래도 첫 경기치곤 나쁘지 않군. 일단 세로 수비가 된다는 게 마음에 들어. 여기에 기동력과 외곽 수비력까지 갖춘 3&B 선수는 찾기 드물지.”
“예. 조금 더 기회를 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쉐의 생각과는 달리, 감독/코치진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부쉐에게 기대한 건 어디까지나 아미누가 없을 때 프런트 코트에 에너지 레벨을 더해 주는 정도였기 때문.
지금 정도의 활약을 해 준다면 충분히 15인 로스터의 마지막 자리를 내어 줄 만했다.
“빌어먹을. 주장! 멘탈 똑바로 안 잡아요!?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겁니까? 자. 복창합시다. 나는 좁밥이다.”
“뭐?”
“복창!”
“나, 나는 좁밥이다?”
동공이 풀린 부쉐를 다그치는 김시온.
그 모습은 마치 신병을 굴리는 숙련된 조교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NBA 선수들에게 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NBA 선수들에게…….”
“목소리 더 크게!”
“내, 내가 NBA 선수들에게 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아! 바로 그 마인드입니다. 가늘고 길게 갑시다, 우리. 오케이?”
“오, 오케이!”
툭!
부쉐의 엉덩이를 두들기고 백코트하는 김시온.
시합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 * *
“와하하하!”
“저 녀석들, 방금 뭐였어?”
나와 부쉐의 대화를 듣고 폭소를 터트리는 코트사이드의 홈 관중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온 음료로 입술을 적시며 호흡을 다스리는 데 전념했다.
내가 주어진 휴식시간은 길어야 3~4분.
그 후엔 2쿼터의 클로징 라인업에 다시 투입될 예정이었다.
‘컨디션은……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인가.’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크리스 주장도 이제야 좀 긴장이 풀린 느낌이고.
‘게다가…… 울브스 선수들의 컨디션도 딱히 정상은 아닌 모양인데.’
언론사들은 내가 평균 33분을 출전하는 것을 두고 혹사라며 걱정하지만.
사실 팀버울브즈의 선수단에 비하면 나 정도는 약과였다.
버틀러, 타운스, 위긴스.
코어 3인의 이번 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무려 39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40+분 경기만 벌써 10번이 넘었네. 티보듀 감독, 미친 거 아닌가?’
우리 감독님의 선수기용이 순한 맛이라면.
티보듀 감독의 선수 혹사는 핵불닭볶음면도 울고 갈 백만 스코빌짜리 매운맛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나 꺼내 들 8인 로테이션을 정규 시즌 내내 돌린다니.’
댄토니 감독 같은 인간이 또 있었을 줄이야.
확실히 이 정도는 되어야 NBA를 대표하는 혹사의 아이콘이라 할 만했다.
“……이상하네. 쟤들은 홈경기인 주제에 왜 저렇게 빌빌대냐?”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선수들 역시 위화감을 느낀 모양.
특히 7풋의 거체로 코트를 왕복하고 있는 타운스의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유서프 너키치! 포스트업 상황에서 훅 슛! 들어갑니다!] [에드 데이비스, 공격 리바운드! 완전히 울브즈의 골밑을 놀이터로 만들고 있습니다!]“그렇지!”
“That’s right, baby!”
너키치와 데이비스의 트윈 타워는 다른 건 몰라도 골밑 장악력 하나는 확실한 조합.
두 빅맨은 타운스의 헐거운 골밑 수비를 집중 공략하고 있었다.
‘에드 데이비스가 리바운드 원툴이라는 조롱을 받는 선수긴 하지만…….’
바꿔 말하면 리바운드 하나만으로 NBA에서 백업 센터로 살아남을 정도로, 리바운드 단속 능력만큼은 특급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데이비스의 15-16 시즌 평균 리바운드는 7.4개.
작년에는 조금 하락하긴 했지만, 평균 출전 시간이 20분에 불과한 선수가 리바운드를 7.4개나 잡아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심지어 그중 공격 리바운드는 2.8개지.’
이는 리바운드를 통한 2차 득점 생산성이 확실하다는 소리였다.
툭! 가볍게 공을 다시 밀어 넣는 데이비스.
[데이비스의 풋백! 다시 5점 차를 만드는 블레이저스!]삐이이익!
이번에는 울브스 쪽에서 타임아웃이 나온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마의 땀을 훔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시온 킴이 다시 투입됩니다. 만약 후반에도 지금 로테이션대로 출전한다면 오늘은 36분에서 38분가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참 대견한 루키입니다. 수비에서는 활동량이 크게 떨어졌지만, 대신 오늘은 팀의 2옵션으로서 본인의 득점에 주력하고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 팀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겁니다.]“헤이, 루키. 무리하지 말고 벤치에서 쉬지 그래. 그러다가 하반기에 드러눕는다?”
“하핫. 지금 절 걱정해 주는 거예요?”
타지 깁슨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농담을 걸어온다.
뭐…… 녹초가 된 건 사실이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 정도는 일상이지.’
단순히 지쳤을 뿐, 몸이 망가진 채로 뛰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최소한 스무 살의 나는 아직 무릎 반월판을 찢어 먹은 적도 없고, 지긋지긋한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린 적도 없는 싱싱한 몸을 지녔으니까.
[킴, 릴라드와의 픽앤롤. 슬립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옵니다!]이제는 완전히 내 주력 옵션으로 정착한 픽앤팝.
릴라드의 풀업 점퍼가 워낙에 위력적이다 보니, 상대 입장에선 내 3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픽앤팝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퉁!
공을 한번 튕긴 뒤, 천천히 세트 슛을 올라간다.
아무리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이라도.
일단 슛 모션에 들어간 이상, 태엽 인형처럼 평소와 똑같은 리듬을 유지하는 것.
우리 같은 슈터들에겐 그거면 충분했다.
철썩!
높은 호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물을 가르는 농구공.
[Bang! 이번에도 들어갑니다!] [오늘 3점 슛을 4번 시도해 3번 성공! 절정의 슛감을 보여 주는 시온 킴입니다!] [대단하네요. 마치 기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후우우우.”
역시 오늘 내 슛감은 나쁘지 않다.
분명 몸은 천근처럼 무겁고, 조금 진정되었나 싶던 호흡은 다시 가빠져 오지만.
면도날처럼 연마된 오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이거 옛날 생각나서 좋네.’
쓸데없는 체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냉정히 구분한다.
마른 수건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다 보면.
어떻게든 다음 플레이를 이어 갈 정도의 체력은 솟아나는 법이니까.
“헤이, 타지. 그거 알아요?”
“응?”
울브즈의 공격.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타지 깁슨.
“원래 팀에서 노장에게 바라는 건 별거 없어요. 어린놈들 정신 차리게 때때로 머리를 한 번씩 쥐어박아 주고, 가끔 결정적인 큰 거 하나만 해 주면 그걸로 연봉값은 다한 거죠.”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 하하. 눈이 핑핑 돌아서 그런가?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멀쩡하다.
아무튼 멀쩡하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일단 침대에 드러누워야지.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신시아와 넷플릭스를 정주행하는 거다.
“마실 건 뭐가 좋을까요? 아이스 라떼? 오렌지 주스? 코카콜라?”
“이봐, 루키.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괜찮다는데 자꾸 왜 그러실까.”
[지미 버틀러! 스크린을 타고 안쪽으로 드라이브! 대번에 수비를 벗겨냅니다!]번개 같이 골밑으로 파고드는 버틀러.
나는 코너의 깁슨을 버려 둔 채, 타이밍에 맞춰 버틀러에게 달려들었다.
– 네가 날 막겠다고? 그 상태로?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버틀러.
그런데 말이지.
다들 착각하고 있나 본데.
아무리 체력이 바닥났다곤 해도, 그게 정말로 손끝 하나 옴짝달싹 못 할 지경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정도면 벤치로 물러나는 게 맞지.
‘그런데도 수비에서 에너지 레벨을 낮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토니 앨런, 에드 데이비스, 크리스 부쉐 등 공격력은 떨어져도 수비에서 내 부담을 덜어 줄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 이유는…….
‘온존한 체력을 결정적인 순간에 써먹기 위해서지.’
그래.
바로 이럴 때를 위해서.
퉁! 어깨로 컨택을 일으켜 날 밀쳐 내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레이업을 시도하는 버틀러.
하지만 난 이미 통나무처럼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흐읍!”
버틀러가 공을 던지는 타이밍에 맞춰, 힘차게 수직으로 뛰어올라 공을 건드렸다.
덥썩!
손에 쏙 들어온 공을 그대로 낚아채기까지.
[블락 & 캐치 by Kim! 공중에서 낚아챈 공을 그대로 품으로 가져갑니다! 버틀러의 노림수를 완벽히 읽고 있었군요!]“이 자식이……!”
재밌다는 듯이 눈빛을 이글거리는 버틀러.
나 역시 버틀러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농구공을 릴라드에게 넘겼다.
이걸로 주장의 원수는 갚은 셈인가?
‘아, 그러네.’
음료수는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가 좋겠다.
기왕이면 짜릿한 승리의 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