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28
웰컴 투 NBA 128화
#128. 메리 크리스마스 (1)
Dec 22. 2017.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Office. New York.
뉴욕에 위치한 NBA 사무국.
전 세계의 농구 팬들에게는 더 많은 중계권료에 영혼을 판 자본주의 돼지들의 총본산으로 여겨지는 장소가 바로 사무국이었지만.
평범한 화이트칼라 월급쟁이에 불과한 평직원들은 어제부터 집계를 시작한 올스타 득표수를 체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헤이, 알렉스. 이거 보셨어요?”
“뭔데?”
부하 직원이 내민 차트를 받아 든 알렉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6위? 킴의 첫날 득표수가 6위라고?”
“서부 컨퍼런스. 프런트코트 선수 한정이긴 하지만요.”
1위 케빈 듀란트.
2위 드레이먼드 그린.
3위 앤서니 데이비스.
4위 드마커스 커즌스.
5위 폴 조지.
선수의 기량이나 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인 다섯 선수를 제외하면, 놀랍게도 서부 프런트코트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선수는 바로 김시온이었다.
“7위는 카와이 레너드예요. 8위는 카멜로 앤서니.”
“이야~ 확실히 킴이 요즘 잘나가기는 하네. 그 레너드와 멜로보다도 위에 있다고?”
“카와이는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멜로는 기량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
올스타 투표는 기본적으로 인기투표의 성향이 짙다.
빅마켓 팀에 소속된 선수라면 실력에 비해 과분한 표를 얻는 것도 당연한 현상.
실제로 LA 레이커스의 론조 볼도 첫날 백코트 득표에서 6위를 기록했고, 워리어스에서 가끔 벤치 멤버로 출전하는 조던 벨은 스몰마켓 팀의 에이스인 마크 가솔, 니콜라 요키치보다도 많은 득표를 얻고 있었다.
“꼬우면 빅마켓으로 이적하라 이거죠.”
“쓰읍.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입에 담는 거 아니야. 가뜩이나 요즘 템퍼링 논란 때문에 시끄러운데.”
올스타 브레이크는 물밑에서 대형 트레이드 논의가 바쁘게 오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2월이 다가오기에 앞서, 30개 구단의 프런트진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 시간적 여유가 생겨나는 시기이기 때문.
시기가 시기인 만큼 스포츠 채널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루머가 양산되고 있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제이 크라우더 등 주요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로스터를 완전히 갈아엎으려 하고 있고, LA 레이커스는 몇몇 유망주를 정리할 계획이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노아 본레를 적당한 대가를 받고 트레이드할 의향이 있다…… 이 루머의 절반 정도는 진짜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요?”
“나머지 절반이 터무니없는 땔감이니까 그렇지. 지금 이 루머도 봐라.”
“오, 이것도 블레이저스 소식이네요.”
[블레이저스의 신임 GM 몬테 맥네어는 CJ 맥컬럼이 아닌 김시온을 팀의 장기적인 2옵션으로 여기고 있으며, 릴라드, 김시온, 제럿 앨런을 제외한 모든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을 들어 볼 생각이다. 이는 CJ 맥컬럼을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지정한 전임 GM, 닐 올쉐이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후략)]“에이. 블레이저스가 맥컬럼을? 그럴 리가 있나.”
“의외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아니에요? 맥컬럼 정도 선수라면 무게감 있는 선수로 바꿔올 만도 한데.”
“설령 트레이드를 시도한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겠지. 서부 컨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선수를 팔아 치운다고? 맥네어가 머리에 총이라도 맞지 않는 한 그럴 리가 있나. 이 소식은 100% 다른 구단에서 흘린 거야.”
“아니.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요?”
“그야 배가 아프니까 그러지.”
알렉스의 대답에 부하 직원의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아니. 진짜로요?”
“그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 일이고, 잘 풀리면 블레이저스의 팀 케미를 흔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그게 정말로 누군가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고. 고작 찌라시 하나 내놓은 걸로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네가 서부 컨퍼런스 팀의 GM이라면 안 그러겠어?”
“어우…… 왜들 그렇게 더럽게들 굴지?”
“가볍게 견제구를 날리기에 좋은 상황이잖냐. 만약에 킴이 첫 시즌부터 올스타에 선정됐는데 맥컬럼은 그렇지 못하다면? 킴이 더 많은 포제션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맥컬럼은 과연 3인자 자리를 순순히 받아들일까? 뭐 이런 상상들. 나 같은 놈도 그 정도 시나리오쯤은 충분히 써 볼 수 있겠다.”
얼굴을 찌푸리는 부하 직원.
하지만 알렉스에게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이 정도는 일상이야.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거나 오프 시즌이 되면 빅마켓 언론의 스몰마켓 선수 흔들기가 얼마나 심해지는데. 특히 지금의 블레이저스처럼 매력적인 매물이 많은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때마다 팀을 리셋해야 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올 거다.”
그런 블레이저스의 매력적인 매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너무 트레이드 가치가 높아서 역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선수가 바로 김시온이었다.
“킴의 유니폼 판매량 차트 보셨어요? 비트코인보다도 더 급격히 우상향하는 것 같던데?”
“너 얼마 전에 이상한 잡코인에 넣었다가 제대로 물렸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니까요. 역시 타려면 대장 코인을 탔어야 했는데…… 아무튼 높으신 분들께선 지금쯤 입이 찢어질 지경이겠네요. 동아시아 시장이 활짝 열렸으니.”
지금껏 메이저 구기 종목에서 이 정도로 압도적인 동양인 유망주가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일본 야구의 전설인 노모 히데오, 스즈키 이치로 등의 선수들이 데뷔 첫 해에 메이저리그를 파괴하며 신인왕을 수상하긴 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일본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선수들.
김시온처럼 역대 최연소 기록을 밥 먹듯 갈아치우며, 신인왕 레이스의 선두를 달리는 동양인 유망주의 출현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 왔다. 왔어. 제2의 야오밍 특수가 왔다고!
유일한 비교 대상이라곤 02-03시즌에 데뷔한 야오밍 뿐.
그러나 최근 김시온이 보이고 있는 퍼포먼스는 루키 시즌 13.5득점, 8.2리바운드, 1.8블록을 기록한 야오밍의 그것조차 한참 뛰어넘는 것이었다.
“야오밍처럼 중국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일단 킴은 야오밍에 비해 ‘이게’ 받쳐 주거든.”
“이거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는 직원.
“얼굴. 정확히 말하면 외모와 이미지라고 해야겠지.”
“예?”
“야오밍은 거인이었던지라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았거든. 반면 킴의 신장은 6-8(203cm). 빅맨 축에 들기는 해도, 거인이라는 이미지는 아니지.”
“6-8면 2미터가 넘죠? 아시아 기준으로 그 정도면 충분히 거인 축에 들지 않습니까?”
“그 정도는 카메라로 보면 평범해 보이니까.”
“……아!”
스테판 커리는 작고 왜소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선수.
하지만 그런 커리가 실제로는 착화 191cm의 장신이라는 사실을 들으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것도 비슷한 이치였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은 실제보다 작아 보이기 때문.
함께 비치는 선수들도 대부분 2미터 전후의 거한들이니 착시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프로 무대에서 얼굴과 신체 비율 같은 외형적인 매력은 굉장히 중요하지. 그래야만 시청자가 선수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거든. 샤킬 오닐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냐. 자신 같은 거인들은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엔터테인먼트에서 인기를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 양반은 좀 과하게 예능인이 되어 버려서 문제긴 합니다만.”
같은 2미터 대의 선수라고 해도 소위 말하는 ‘거인형’ 두상과 체형을 타고난 사람과, 모델처럼 훤칠한 미남이 갖는 이미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닌 김시온은 아시아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었다.
“첫날 6위라…… 알렉스.”
“응?”
“킴의 순위. 여기서 더 올라가지는 않겠죠?”
“…….”
어라?
알렉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동아시아와 미국은 12~14시간가량의 시차가 있었다.
사무국이 투표를 개시한 것은 현지 시각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으니, 아무래도 아시아에서는 투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거나, 투표를 다음날로 미룬 사람들이 미국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야오밍이 데뷔 시즌에 올스타 선발로 뽑혔을 때 말이야. 서부 컨퍼런스를 통틀어서 득표수 2위를 기록했지?
“예. 그래서 여러모로 비판이 심했죠. 득표수로는 코비 다음이었고, 전 시즌 파이널 MVP를 수상한 샤킬 오닐을 후보 센터로 밀어냈으니까요.”
“그래. 그런데 말이야. 그 시절은 공산당이 중국 역사상 가장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을 폈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그랬죠? 그게 아니었으면 서부 1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으니까요.”
“반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인들이 자유로워진 시대잖냐. 한국인들의 인터넷 화력은 말할 것도 없고.”
“…….”
“…….”
“……어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두 직원.
두 사람은 사태가 심상찮음을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 우리형 올스타 선발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 영
– 차
– 영
– 차
– 국민 여러분 부디 서명 하나만 남겨 주세요! 백만 명이 서명하면 김시온 선수가 올스타전에 선발로 출전할 수 있답니다!
└ 또 그놈의 국민청원 ㅡㅡ;;
└ 아 ㅋㅋㅋ 이번엔 예외라고 ㅋㅋㅋ
– 그런데 이게 의미가 있냐? 팬 투표는 50%만 적용된다던데?
└ 그러면 두 번을 투표하면 되지 않을까?
└ 헉
└ 님 천재임? ㄷㄷ
– 야 ㅅㅂ 작년 득표 1위인 릅신이 180만 표밖에 안 된다고? NBA 인기가 이거밖에 안 됨?
└ 180만이 뉘집 개 이름임?
└ 개 이름 맞지. 100만 표만 얻으면 서부 프론트코트 3위 안에는 너끈히 든다는 소린데.
└ 진짜 백만 명 서명하면 선발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왜 진짜임 ㅋㅋㅋ
–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 조건이 20만 아니었냐? 한국에서도 그 정도 화력쯤은 쉽게 나오는데, 다른 나라의 팬덤까지 지원사격 해 주면……
└ 어라? 이거……
└ 진짜로……?
– 아 ㅋㅋㅋ 그딴 거 논의할 시간에 빨리 일가친척 아이디나 빌려 오라고 ㅋㅋㅋ
– 아그들아 뭣들 하냐~!!! @&^$!!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
– 영
– 차
– 영
– 차
└ 아니 ㅈㄴ 무섭네 ㅋㅋㅋㅋㅋ
└ 아재들 집단 광기임 광기 ㅋㅋㅋㅋㅋㅋ
* * *
Dec 23. 2017.
Philips Arena, Atlanta. Georgia.
오늘 우리는 애틀란타 호크스와의 원정 경기를 갖는다.
어제 덴버 너기츠에 이은 백투백 원정 경기인 탓에, 다른 동료 선수들은 영 상태가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아. 참고로 덴버에게는 8점 차로 완패했다.
덴버 홈 구장의 고산병이 그렇게 악명이 높다더니, 진짜 명불허전이더라고.
“헤이, 킴. 그 소식 들었어?”
“예? 뭐가요?”
툭!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딘위디.
“들리는 바로는 1차 투표 집계의 추세가 심상치가 않다던데. 이러다 진짜 대형사고 치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요.”
올스타 투표는 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물론 나도 최근 인터넷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는 들긴 했지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올스타 선정이 대단한 영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야오밍의 데뷔 시즌처럼 나보다 자격 있는 선수의 자리를 빼앗고서 선발로 출전하는 건 내 쪽에서 사양하고 싶었다.
사실 야오밍은 당시의 투표 결과 때문에 미국에서 상당한 안티를 만들고 말았거든.
‘이후 외국인 팬덤의 몰표를 막기 위해 사무국이 여러 제동 장치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
올해도 팬 투표의 비중을 50%로 제한했다고 하니, 내가 선발로 뽑히는 일은 아마 없을 거다.
……여기서 라는 전제를 둬야 한다는 게 무서운 부분이지만.
“꼭 선발로 뽑히진 않더라도, 득표 순위가 높게 나와서 손해 볼일은 없을 거야. 팬 투표는 선수들의 상업적 가치를 말해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거든. 나중에 후원 계약을 협상할 때도 영향을 끼치지.”
“그런가요?”
“그래. 사실 리저브 멤버를 선정하는 데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줘. 감독들도 결국 사람이니까 세간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거든. 우리 선수가 팬 투표에서 X위나 했는데, 니들이 뭐라고 감히 우리 선수를 탈락시키냐! 뭐, 이런 식이지.”
“하하…….”
선발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듣자하니 나 덕분에 릴라드와 맥컬럼, 심지어 너키치까지 득표 수가 상당히 올랐다고 하던데.
이건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들 실제 실력보다 저평가된 경향이 있는 선수들이니까.’
내가 올스타에 선정되면 블레이저스 선수들의 전국적 인지도가 그만큼 오를 테고.
그게 내년에는 다른 동료들의 올스타 수상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게 바로 선순환이라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투표 기간 동안 꾸준히 활약해서 올스타 자리를 확실히 확보하는 게 제 일이겠죠.”
“그래. 마침 오늘이 크리스마스 휴가 전 마지막 경기니까. 깔끔하게 이기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관중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호크스의 선수들.
뚜둑! 뚝!
나는 손목 관절을 가볍게 꺾으며 코트를 밟았다.
시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