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30
웰컴 투 NBA 130화
#130. 메리 크리스마스 (3)
◎ 4쿼터 0:00
[블레이저스 92 : 71 호크스]4쿼터 개막과 동시에 감독님은 주전 멤버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자, 가 보자!”
“오늘은 우리 차례다!”
기합을 다지고 코트로 나서는 선수들.
그간 정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어 출전 시간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블레이저스가 4쿼터 시작과 함께 멤버들을 교체합니다. 샤바즈 네이피어, 제이크 레이먼, 시온 킴, 노아 본레, 마이어스 레너드. 킴을 제외하면 대부분 출전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들이군요.] [지난 시즌의 블레이저스는 가비지 타임을 잘 만들고, 잘 당하는 팀이었죠. 릴라드, 맥컬럼의 화력이 불을 뿜으면 가비지 승리. 반대로 둘 다 부진하면 가비지 패배. 도무지 중간이라고는 없는 도깨비 팀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시즌은 클러치 상황이 잘 나오질 않네요.] [그만큼 공수 양면에서 막강한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소리겠죠. 이번 시즌에 릴라드의 데임 타임 세레머니를 보기 힘들어진 이유가 클러치 상황이 나올 일이 없어서라는 농담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그거 말이 되는군요.]이 멤버들이랑 합을 맞추는 건 또 오랜만이네.
상대가 동부 최하위권에서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호크스라서 그런가.
스토츠 감독님은 오늘 경기에서 벤치 차원을 고르게 기용했고, 나와 릴라드, 맥컬럼을 비롯한 주전 멤버들의 출전 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했다.
그 결과는 뭐…….
점수 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썩 나쁘지 않았다.
에반 터너가 오랜만에 주전 라인업과 합을 맞춘 덕에, 나도 3쿼터에 꽤나 오랫동안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이보게, 킴.”
“예?”
코트로 나서려는데, 스토츠 감독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냈다.
“이번 쿼터에는 동료들 위주로 경기를 풀어 보지 않겠나?”
“동료들 위주라면…… 아, 제가 리딩을 맡으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다들 좀이 쑤셔서 참을 수 없어하는 모양인데, 이럴 때일수록 자네가 경기의 흐름을 조절해 주었으면 하네.”
“예. 알겠습니다.”
“모처럼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 아닌가. 모두에게 기회가 있어야지.”
“……?”
툭! 내 엉덩이를 치고 벤치로 향하는 감독님.
기회?
솔직히 크리스마스와 출전 기회가 무슨 상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이렇게 자꾸 리딩 기회를 주는 건 꽤나 긍정적인 신호였다.
‘감독들이 신인을 주전 포인트가드로 쓰길 꺼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거든.’
메인 핸들러는 코트 위의 사령관.
당연히 팀 전술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은 물론, 코트 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읽고 대응하는 넓은 시야와 판단력, 냉정함을 겸비해야 한다.
물론 론조 볼, 벤 시몬스 같은 코어급 유망주라면 팀 차원에서 경험치를 팍팍 먹이려고 할 테지만.
그건 걔들이 1, 2픽이고 소속팀이 리빌딩 중이니까 가능한 일이고, 우리 같은 컨텐딩 팀에선 쉽지 않거든.
[시온 킴, 탑에서 샤바즈 네이피어에게 공을 건네받습니다.]네이피어가 공을 넘기며 말을 건넨다.
“킴, 어떻게 할 거야?”
“으음…… 일단 2:2 위주로 풀어가 볼게요.”
“좋아. 나도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시즌 초반에는 나를 비롯한 신규 멤버들을 꽤 견제했던 네이피어지만.
대세가 기울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일까.
최근에는 팀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결 나아진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 친구는 사실 가비지 멤버로 머무를 기량은 아닌데.’
샤바즈 네이피어.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형 포인트가드.
지금은 딘위디에게 밀려났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블레이저스의 핵심 식스맨으로 활약했을 정도로 준수한 벤치 자원이다.
‘마이애미 히트 시절에는 마리오 찰머스, 노리스 콜과 묶여 개노답 찰콜네 트리오라는 멸칭을 얻기도 했지만…… 그건 루키 시즌 이야기고.’
4년 차인 지금은 로테이션 한 자리쯤은 충분히 얻어 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노아 본레도 마찬가지.’
이 친구도 네이피어 와 마찬가지로 올해가 4년 차인 선수.
1라운드 9순위로 지명되었을 정도로 한때 큰 기대를 받았던 원석인 만큼, 아직까지는 충분히 긁어 볼 만한 복권이었다.
‘아마 이 친구들 중 누군가는 트레이드되겠지.’
백코트 공격력, 빅맨 뎁스가 부족한 팀에서는 충분히 탐낼 만한 매물이니까.
어차피 둘 다 올해가 루키 스케일의 마지막 시즌이라 FA로 풀리니, 데려가는 팀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을 테고.
“……어?”
설마 기회라는 게 트레이드 이야기인가?
네이피어와 본레는 최근 트레이드 루머가 돌고 있으니까.
17-18 시즌의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2월 8일이니, 이제 고작 40일밖에 남지 않았다.
‘아하. 그러면 이건 선수들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한 쇼케이스인가.’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기 전, 최대한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속셈이겠지.
라는 식으로.
‘마이어스 레너드도 마찬가지겠네.’
마이어스 레너드 역시 무릎 부상이 호전된 뒤로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 가고 있었다.
셋 다 전력 외로 분류되지만 다른 팀에서는 나름대로 활용 가치가 있는 선수들.
전부는 아니어도, 아마 한두 명 정도는 트레이드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역할은 당분간 이 선수들을 최대한 돋보이게 만들어서, 어떻게든 몬테 맥네어 GM이 사기(?)를 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마이어스 레너드부터.’
샷클락을 절반 이상 흘려보낸 상황.
나는 레너드를 호출해 스크린을 요구한 뒤, 하이 포스트로 진입해 상대 선수들을 내 쪽으로 끌어들였다.
[시온 킴! 안으로 진입! 그대로 풀업 점퍼…… 가 아닙니다! 환상적인 노룩 패스!]“오오오우!”
뭘 또 그렇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킥아웃 패스일 뿐인데.
쐐액! 탁!
마이어스 레너드는 특유의 무성의한 스크린을 펼친 뒤, 3점 라인 밖으로 빠져나와 내 패스를 넘겨받았고.
“……!”
“……!”
날 2대1로 집중 견제하던 호크스의 선수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되어 멍하니 레너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
깊은숨을 한번 들이쉬고 세트 슛을 올라가는 레너드.
철썩!
이게 들어가며 우리는 4쿼터를 산뜻하게 출발하게 되었다.
[픽 앤 팝! 마이어스 레너드의 장기가 나오는군요. 현대 농구에서 코트를 넓혀 줄 수 있는 스트레치형 빅맨은 언제나 가치가 있죠.]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레너드의 3점 슛 성공률은 40.3%. 출전 시간이 짧아 표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지난 시즌의 슈팅 슬럼프에선 확실히 벗어난 모습입니다.] [레너드 본인도 새로운 의료진의 도움 덕분에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며, 몸 상태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죠. 계속 이대로만 하면 하반기엔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쎄요. 지금은 너키치와 앨런, 데이비스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파워포워드 포지션에도 아미누와 킴, 최근엔 크리스 부쉐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레너드에게 얼마나 기회가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레너드는 통산 39.2%의 3점 슛과 7풋(213cm)의 훌륭한 사이즈를 가졌지만.
파워포워드로 쓰기엔 느리고, 센터로 쓰기엔 골밑 단속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중용받지 못했다.
‘한때는 노비츠키의 뒤를 잇는 현대적인 빅맨으로 성장하리라 기대받았지만…….’
BQ가 심각하게 낮다는 점이 문제였다.
BQ가 나쁘기로 용호상박을 다투는 서조던 동맥기급은 아니어도, 판단 속도와 공간 지각력이 떨어져 아주 간단한 몇 가지 플레이 외에는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가 마이어스 레너드였다.
‘뭐…… 이런 타입은 이런 타입대로 활용할 길이 있는 법이지.’
나는 유럽에서 이런 유형의 빅맨들과 합을 맞춘 경험이 많았다.
유럽산 빅맨이라고 해서 다들 BQ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굉장한 착각이다.
그건 유럽에서도 상위 10%의 선수들 이야기고.
러시아, 세르비아에는 머리 나쁘고 운동능력도 구린, 내세울 거라고는 오직 똥파워와 정확한 슈팅밖에 없는 동유럽산 빅맨이 수두룩하거든.
이런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코트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최소한으로 제한시키고, 딱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도록 판을 깔아 주는 거지.
‘그게 포인트가드의 진짜 실력이지.’
개떡 같은 선수도 찰떡같이 써먹는 것.
그런 의미에서, 수준이 좀 거시기한 유럽 리그에서 뛰었던 나는 이런 반쪽짜리 선수를 활용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마이어스.”
“응?”
“다음 플레이는 이렇게 가 보죠. 제가 여기로 빠지면…….”
“아, 이해했어.”
……진짜 이해한 거 맞지?
그래. 잘하자.
당신도 블레이저스에서 응원단장, 마누라 원툴이라며 조롱당하는 것보단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서 활동하는 게 더 나을 거 아냐.
겸사겸사 내 11번 등번호도 좀 돌려주고.
그건 내 꺼라고.
[이번에는 네이피어가 탑에서 공을 쥡니다. 킴과 레너드의 스태거 스크린.]스태거 스크린이란 두 명의 빅맨이 순차적으로 스크린을 거는 것.
주로 코너에 있는 3점 슈터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사용하는 부분 전술이다.
쿵!
레너드가 일차적으로 제이크 레이먼의 마크맨, 켄트 베이즈모어를 막아서고.
“이익! 비켜!”
레너드를 뚫고 지나가는 베이즈모어를 내가 2차 스크린으로 막아선다.
쿵!
두 번의 스크린에 가로막힌 베이즈모어는 완전히 레이먼을 놓치고 말았고.
대신 날 견제하던 타우린 프린스가 레이먼을 뒤쫓을 수밖에 없었다.
[샤바즈 네이피어, 제이크 레이먼에게! 하지만 프린스의 시기적절한 백업!]여기서 레이먼에게 오픈 3점 찬스가 나면 베스트.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마이어스!”
“OK!”
쿵! 이번에는 내게 붙은 베이즈모어에게 재차 스크린을 거는 레너드.
나는 레너드의 스크린을 받고 왼쪽 코너로 달려 나갔다.
[레이먼, 슛을 쏘는 대신 킴에게 연결!]턱! 시기적절하게 내 손에 들어오는 농구공.
그러나 처음부터 가장 위협적인 옵션인 날 집중 경계하고 있었던 탓일까.
이번에는 레너드의 수비수인 빅맨, 마이크 무스칼라가 대신 날 견제하고자 달려 나왔다.
“어림없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무스칼라.
그런데 말이지…….
‘그러면 레너드는 누가 막을 건데?’
저기 3점 라인 밖으로 끌려 나온 타우린 프린스?
아니면 레너드보다 8인치 (20cm) 작은 켄트 베이즈모어?
“마이어스!”
나는 슛을 시도하는 대신 하늘 높이 랍 패스를 띄워 올렸고.
마이어스 레너드는 옆에서 귀찮게 알짱대는 난쟁이-베이즈모어-를 한번 응시해 준 뒤, 힘차게 뛰어올라 호쾌한 투핸드 덩크를 꽂아 넣었다.
투쾅!
삐걱! 삐걱!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삐걱거리는 골대.
마이어스 레너드는 감격이라도 북받쳐 올랐는지, 두 눈을 감고 무언가를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게 내 농구라고.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마이어스! 빨리 백코트 안 하고 뭐해요?!”
“그, 그래! 미안해 킴.”
허둥지둥하며 백코트하는 레너드.
나는 벤치로 고개를 돌려 스토츠 감독님의 눈치를 살폈다.
‘이대로만 하라 이거죠?’
만족스럽다는 듯 내게 엄지를 세워 보이는 감독님.
다행히 감독님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지.
보통 1년 차 루키한테 이런 역할을 맡기나?
‘상식적으로 내가 케어를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니야? 고참 선수를 케어하는 게 아니라?’
이게 맞냐? 라며 고개를 내젓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건네고 지나갔다.
“헤이, 킴. 다음엔 날 좀 활용해 보라고.”
“이번엔 내가 가겠어.”
“킴. 나는?”
엄마 새에게 먹이를 요구하는 아기 새처럼 몰려드는 선수들.
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개노답 삼형제의 둘째…… 아니, 노아 본레를 바라보았다.
“에휴.”
그래. 다음에는 너로 하자.
이 산타 할애비는 몸이 하나밖에 없어요.
◎ 경기 결과
[Portland Trailblazers 113 : 92 Atlanta Hawks] [Sion Kim – 31min] [15PT 7AST 6REB 1STL 2BLK] [FG 6/13 (46.2%) 3PT 1/4 (25%) FT 2/2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