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25
웰컴 투 NBA 25화
#025. 더 높은 곳으로
컨퍼런스 어워드.
NBA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성적을 기반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수상 목록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신인(Freshman)상, 올해의 수비수상, 올해의 기량 발전상, 올해의 코치상까지 총 5가지.
여기에 NBA처럼 퍼스트 팀, 세컨드 팀, 신인 팀, 디펜시브 팀을 따로 선정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컨퍼런스 감독들의 기명 투표에 의해 선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상인 올해의 선수상은 지역 미디어에게도 투표권이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했다.
– 오리건이 우승한 건 알겠는데, 솔직히 올해 MVP는 론조 볼 아닌가?
– 론조 볼을 올해의 선수로!
론조 볼을 올해의 선수로 밀어주려는 움직임.
어딘가 조직적인 느낌마저 드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오리건엔 딱히 에이스가 없잖아? 식스맨으로 뛰던 킴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다고? 차라리 타일러 도르시나 조던 벨이 받는 게 순리에 맞지 않음?
– 걔네가 올해의 선수상을? 기껏해야 3점 원툴, 수비 원툴인 놈들인데?
– 그런가? 그러면 역시 론조가 수상하는 게 맞네.
– 그래. 약체팀인 UCLA를 3위까지 끌어올린 공은 인정해 줘야지.
– 인정인정.
물론 세상에 UCLA 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 LA 놈들 미쳤냐?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쇼를 하네.
– 15승 3패 한 것들은 양심이 있으면 입 다물고 있자.
– 3위 팀에서 POY를? LOL.
– 근데 UCLA 애들 왜 갑자기 날뛰는 거임? 어차피 감독이랑 기자들이 투표하는 거 아냐?
– 어떻게든 여론을 바꿔 보려는 거지. 이대로 가면 무관이잖아.
전문가들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김시온과 론조 볼, 둘 다 1학년이라는 점.
때문에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선수는 자연스레 올해의 신인상까지 가져가게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킴의 경우는 올해의 수비수상의 유력 후보.
어쩌면 NCAA 역사상 최초로 식스맨 출신이 어워드 3관왕을 달성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랜드슬램 어워드는 대학 농구 역사상 가장 도미넌트한 선수였다는 앤서니 데이비스만이 달성한 대기록.
객관적으로 봐서 킴의 성적과 활약이 절대 그 정도는 아니었다.
Sion Kim
14.8PT 5.8REB 2.9AST 3.1STL 1.7BLK
FG 4.8/9.1 (52.7%), 3PT 2.1/4.9 (42.9%), FT 3.1/3.4 (91.1%)
Lonzo Ball
15.7PT 6.5REB 7.4AST 2.3STL 0.7BLK
FG 5.8/10.2 (56.8%), 3PT 2.3/5.4 (41.8%), FT 1.9/2.8 (66.7%)
단순 성적은 론조 볼의 우위.
김시온이 하반기에 무서운 득점 행진을 이어 가며 평균 스탯을 대폭 끌어올리긴 했지만.
시즌 내내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론조에 비하면 아무래도 손색이 있었다.
‘그렇다고 우승팀에서 올해의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황당한 일이고.’
이는 아예 불가능한 일까진 아니었다.
2위 팀의 에이스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면, 가끔 우승팀의 에이스를 밀어내고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사례가 있기는 했으니까.
문제는 론조가 3위 팀의 에이스라는 것.
그리고 김시온이 론조 볼과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보기 좋게 완승을 거뒀다는 점.
이러한 점이 전문가들에게 두통을 안겨 주고 있었다.
‘차라리 딜런 브룩스가 다치지 않았다면 교통정리가 쉬웠겠지만.’
만약 딜런 브룩스가 오리건의 에이스였다면?
스텟이 좀 부족하더라도 3학년인 브룩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론조가 올해의 신인상을 받는 것으로 깔끔한 교통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원칙상으론 각자 소신껏 투표하는 게 올바른 일이지만.
메신저를 통해 서로 은밀하게 의견을 교환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일단 올해의 선수 후보는 크게 여섯 명 정도입니다. 시온 킴, 타일러 도르시, 조던 벨, 론조 볼, 라우리 마카넨, 마켈 펄츠.”
“펄츠는 빼도록 하죠. 아무리 득점 1위라도 2승 16패 팀에서 올해의 선수가 나왔다고 하면 우리 집 개가 웃을 겁니다.”
“마카넨도 제외해야죠. 2위 팀의 에이스인 걸 감안해도 존재감이 너무 떨어집니다.”
“도르시와 벨도 포함하면 안 되죠. 솔직히 말해서 오리건의 하반기 에이스는 킴이었습니다. 킴이 받지 못하면 오리건의 누구도 받아선 안 된다고 봅니다.”
“······결국은 킴과 론조 중 하나로군요.”
하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시온과 개인 기록 면에서 유의미하게 앞서는 론조 볼.
문제는 어느 쪽을 골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득점과 어시스트의 차이를 보면 론조 볼이 더 나은 생산성을 보였다는 건 명백합니다.”
“공격에서 말이겠죠. 수비 생산성은 킴의 압승입니다.”
“론조의 수비 기여도도 충분히 뛰어난 편······ 이지만 킴에게는 안 되겠군요. 이건 인정합니다.”
“두 선수의 포지션 차이도 감안해야죠. 론조의 스탯은 메인 볼 핸들러로서 공을 독점하며 낸 성적입니다. 반면 킴은 전반기에 식스맨으로 출장했고, 팀 전술의 중심에 서지 않고도 저 성적을 기록한 겁니다. 순도가 달라요.”
“그게 바로 론조가 수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느 누가 2옵션에게 MVP를 주나요?”
“이게 MVP상이었습니까? 올해의 선수상 아니었나요? 그러면 올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수상하는 게 당연하죠.”
“제 말은 그게 론조라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론조입니까? 론조가 팀을 무패우승으로 이끌었나요?”
“프리시즌에 1패가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무패는 아니죠. 그리고 오리건의 우승은 팀원 모두가 활약해서 이룬 것 아닙니까?”
“아, UCLA는 론조 외에는 전부 느려터진 백인들이다?”
“이봐요. 여기서 왜 그런 말이 나옵니까? 내가 흑인이라서 론조 편을 든다는 거요?”
“자자.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현재로선 두 선수에게 반반씩 표가 갈린 상황.
사실상 이 채팅방에 모인 관계자들의 여론이 수상자를 결정할 것이다.
쭉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 감독이 말을 이어 갔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2픽과 1라운드 중반~중후반대라는 잠정 순위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두 선수 중에 누가 더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었는지만 생각해 보자고요.”
“······.”
“······.”
“누구도 론조가 킴보다 포텐셜이 높은 선수고, 이번 드래프트에서 훨씬 높은 순번에 뽑힐 거라는 점에 반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수상 기준은 공정해야죠. 우승한 팀의 에이스가 누구죠?”
“······킴이죠.”
“두 팀의 상대 전적은 어떻고요?”
“2전 2승. 오리건의 전승입니다.”
“그래요. 1차전은 킴의 버저비터 블락으로, 2차전은 킴의 버저비터 3점으로 승리했죠. 이 이야긴 더 논의할 것도 없습니다. 상대 전적이 전승인 후보를 놔두고 전패인 후보에게 MVP를 주는 경우도 있나요?”
“하지만 킴이 그랜드슬램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는······!”
“그 점은 나도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어떻습니까?”
코치의 말에 채팅방의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
[속보! 김시온, 론조 볼. PAC-12 올해의 선수상 공동 수상!] [PAC-12에서 Co-Player of the Year이 나온 것은 94-95시즌의 데이먼 스타더마이어와 에드 오베넌이 마지막. 22년 만에 나온 공동수상의 배경은?] [PAC-12 올해의 신인상은 론조 볼.] [PAC-12 올해의 수비수상은 김시온. 사실상 두 선수의 나눠 먹기?] [전문가들,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고 밝혀. ‘전체적인 기여도는 거의 대등. 수비수로서의 활약은 킴이, 신인으로서 팀에 끼친 영향력은 론조가 우월.’] [투표에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었어. 딱 세간의 평가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올해의 선수상을 공동 수상하는 일도 드문 일이지만, 그 두 선수가 모두 신입생인 것은 아예 전례가 없었던 일.
한 선수가 신인상을, 다른 선수가 수비수상을 나눠간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PAC-12 2016-17 Regular Season Award
올해의 선수 : Sion Kim, Oregon & Lonzo Ball, UCLA.
올해의 신입생 : Lonzo Ball, UCLA.
올해의 수비수 : Sion Kim, Oregon.
올해의 기량발전 : Chimezie Metu, USC.
올해의 감독 : Dana Altman, Oregon * 4회 수상, 3년 연속 수상.
All PAC-12 Team
First Team (총 10인 선정)
– 론조 볼, UCLA
– 브라이스 알포드, UCLA
– T.J. 리프, UCLA.
– 마켈 펄츠, 워싱턴
– 데릭 화이트, 콜로라도
– 김시온, 오리건
– 조던 벨, 오리건
– 라우리 마카넨, 애리조나
– 아이반 랍, 캘리포니아
– 카일 쿠즈마, 유타
Second Team (총 5인 선정)
– 치메지 매튜스, USC
– 카딤 앨런, 애리조나
– 알론조 트리어, 애리조나
– 타일러 도르시, 오리건
– 크리스 부쉐, 오리건
All-Freshman Team
– 마켈 펄츠, 워싱턴
– 론조 볼, UCLA
– 김시온, 오리건
– 라우리 마카넨, 애리조나
– TJ 리프, UCLA
All-Defensive Team
– 카딤 앨런, 애리조나
– 데릭 화이트, 콜로라도
– 김시온, 오리건
– 조던 벨, 오리건
– 크리스 부쉐, 오리건
***
“시온! POY, DPOY 수상 축하해!”
펑! 짝짝짝짝!
신디가 터트린 폭죽에 맞춰 핑키 더 덕스 친구들이 요란히 손뼉을 친다.
“축하해, 시온. 이대로 토너먼트 우승까지 가자고!”
“고마워요, 더스틴.”
핑키 더 덕스의 메인 보컬이자 리더, 더스틴 헤이거가 맥주병을 내밀었다.
일명 더스틴 ‘핑키’ 헤이거.
긴 장발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은 얼굴.
외모만 놓고 보면 90년대 락스타가 따로 없는 친구였다.
‘그런데 게이란 말이지?’
온 세상 여자들이 통곡할 일이네.
베이시스트는 모히칸 머리가 눈에 띄는 라틴계 친구, 클리프 스탁스.
드러머는 얼굴은 험상궂지만 실제 성격은 순둥이인 흑인, 디안드레 월튼.
여기에 동양계 혼혈인 신디까지.
가지각색인 사람들이 모인 4인조 밴드가 핑키 더 덕스였다.
‘어쩌다 보니 나까지 객원 멤버가 된 느낌이고.’
괴짜들이긴 해도, 대학교에서 보낸 1년 동안 가장 친해진 녀석들이다.
수지타산만 앞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살다가, 모처럼 순수한 애들 사이에 부대껴보니······.
이것도 썩 나쁘진 않더라고.
– Hey, man. 너도 경험했겠지만, 우리 같은 운동선수들은 대학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쌓기가 힘들어. 접근하는 사람의 90% 이상은 돈이나 명성을 노리는 녀석들이니까.
시즌 초, 조던 벨이 내게 해 준 조언이었다.
조던은 오리건 덕스에서 나 외에도 1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선수.
그 역시도 평가가 1라운더 감으로 높아지자, 다가오는 사람들이 달라졌다고 했다.
– 믿어져? 어제까지 이름만 알던 같은 과 동기들이 갑자기 자신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부탁해 오고, 여자들은 어떻게든 하룻밤을 보내 학교에서 유명세를 얻으려고 하지. 난 어제와 마찬가지로 땡전 한 푼 없는 대학생인데 말이야! 날 무슨 맡겨 놓은 저금통 취급한다고!
– 그러니까요.
– 최악은 호미(homie)들이야. 넌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걸 감사히 여겨야 해.
호미(homie) 문화.
흑인 중에 성공한 사람이 하나 나오면 너도나도 달라붙어 기생하려 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흑인들의 부끄러운 단상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인종과 국적을 떠나 세상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
한국도 누가 로또에 당첨되면 사돈에 팔촌까지 연락이 오지 않던가.
– 1라운드 하위권이라 쪽박을 찰 가능성이 있는 우리들도 이 정도인데, 화려한 미래가 보장된 로터리권 녀석들은 어떻겠어. 어딜 가나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들뿐일 텐데. 거의 신이라도 된 기분일걸?
실제로 흔한 일이었다.
고교, 대학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통제불능으로 자라나고, 프로 무대에 와서도 말도 안 되는 에고(ego)를 부리는 경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고등학교에 있을 자 모란트고.’
유복한 흑인 가정에서 성장한 자 모란트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물이 들어 갱스터 흉내를 내기 시작하더니, 몇 년 뒤에는 무려 SNS 생방송에서 권총을 꺼내 드는 대형 사고를 터트린다.
‘쓴소리를 해 줄 사람들을 멀리한 결과지.’
그저 자신을 맹목적으로 떠받들기만 하는 하수인들로 주변을 가득 채우니, 현실 감각이 점점 사라질 수밖에.
종목은 다르지만, 마데이라 섬의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한 어떤 친구가 말년에 그렇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거다.
– 그러니 JB도 지금의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도록 해요. 아마 NBA에 진출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한 상황이 펼쳐질 테니까.
– 맞는 말이야. 뭐······ 선배랍시고 이런 말을 꺼내긴 했지만, 사실 주변 앞가림은 나보다 네가 훨씬 잘할 것 같고. 노파심에 괜한 이야기를 한 걸지도 모르겠네.
– 아뇨. 이런 말을 해 줘서 고마워요, JB.
핑키 더 덕스와 마찬가지로.
오리건 덕스의 동료들은 내가 이번 삶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딜런 브룩스도 뭐······.
가끔 정신병자 같긴 해도, 나름대로 정이 들었고.
– 그 녀석이 개새끼이긴 하지. 하지만 그 개새끼는 우리 개새끼야.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명언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사실 난 선배들에게 내심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올해 내가 없었다면 DPOY 수상은 조던 벨이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었으니까.
딜런 브룩스도 마찬가지.
‘내가 알기로 브룩스가 NBA에서 에이스 기질을 끝까지 버리지 못한 건, NCAA 시절의 맹활약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으니까.’
– 딜런 브룩스는 더 이상 자신이 에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논조의 비판 기사를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는 건 브룩스가 내가 살던 세계선에선 오리건의 에이스로 활약했다는 이야기겠지.
최소한 지금보다는 평가가 높았을 게 확실하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에고(ego)를 내려놓게 되어 NBA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당장의 평가와는 별개의 이야기.
어쩌면 내 존재로 인해 선배들의 드래프트 순위가 내려가, 내가 살던 세계선과는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걷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선배들에게 보답할 방법은, 3월의 광란에서 오리건을 더 높은 위치까지 데려가는 길밖에 없겠지.
‘그것도 가능하면 최정상까지.’
NCAA 챔피언 팀의 핵심 멤버라는 타이틀이라면.
충분히 만회가 되고도 남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