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42
웰컴 투 NBA 42화
#042. 도미 같은 가자미
May 4. 2016.
Klay Thompson, Golden State.
“헤이, 클레이. 이거 봤어?”
아침 훈련이 끝나고.
잠시 낮잠을 청하려던 클레이 탐슨은 자신을 부르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매니저가 건넨 스마트폰엔 뉴스 기사가 떠올라 있었다.
“네 고등학교 후배가 요즘 꽤 유명세를 타고 있던데.”
“후배?”
프로필 사진에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킴? 한국인이네?”
레전드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인가?
그러고 보니 구단에서 최근 LOL 프렌차이즈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아냐. 농구 선수라고. 그것도 무려 5성 유망주.”
“진짜로?”
산타 마가리타 고등학교에서 그 정도 유망주가 나온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 특이하게도 오리건에 진학한다던데.”
“오리건이라… 기왕이면 워싱턴 주립대로 오면 좋았을 텐데.”
바다 건너에서 온 특이한 후배.
탐슨은 기억의 한쪽 구석에 시온 킴이라는 이름을 담아두었다.
***
Dec 29. 2016.
Klay Thompson, Golden State.
화제의 UCLA전이 끝나고.
탐슨은 휴게실 라운지에 앉아 TV로 어제 경기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뭐야. 어디 경기야?”
하품을 하며 복도를 지나가던 드레이먼드 그린이 발걸음을 멈췄다.
“아. NCAA. 내 고등학교 후배 경기야.”
“누가? 이 아시안이?”
“그래. 등번호 11번.”
“잠깐만, 상대가 론조 볼이잖아? 헤이 스테프! 이리 좀 와봐!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어!”
“응? 뭔데?”
“라바 볼 아들놈 경기야!”
론조 볼은 NBA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대형 유망주.
당연히 론조 볼은 이미 스테판 커리보다 나은 선수라는 라바 볼의 망언(?)도 워리어스 선수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이거 재밌겠네. 어디 팝콘 없나?”
소파에 드러누우며 호들갑을 떠는 드레이먼드.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하던 세 사람.
그러나 세 선수들의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진지해져 갔다.
“생각보다 훨씬 잘 하는데?”
“그러게.”
“키가 상당히 크던데. 정확한 신장이 몇이지? 6-6? 6-7?”
커리의 말에 탐슨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프로필은 착화 6-8이네.”
“와우. 그럼 드레이보다 큰 녀석이 1번 수비를 보고 있다는 소리잖아.”
“슈팅도 좋아. 메커니즘도 깔끔하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디그린은 수비 장면을 보며 무언가를 빠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지. 거기선 왼쪽을 열어주고… 옆에서 백업 수비를 오면… 그렇지. 거기서 패스 루트만 차단해줘도… 그래. 바로 그거지.”
“드레이?”
고개를 갸웃하는 커리.
디그린은 잠시 침묵하더니, 턱을 긁적이며 감상을 내놓았다.
“이 꼬맹이, 내년에는 NBA에서 보겠네.”
“뭐?”
“수비력이나 활동량도 대단하지만, 이 녀석의 진짜 강점은 BQ야. 나라면 여기서 이런 식으로 수비하겠다고 생각한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네 생각대로?”
“그래. 그런데 난 지금 TV로 보면서 판단하는 거지만, 이 녀석은 코트 위에서 노 딜레이로 나와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단 말이지. 그것도 18살짜리가.”
“……”
디그린은 수비 BQ로는 현 NBA에서 세 손가락 안에 너끈히 들어가는 선수.
그렇기에 두 사람은 디그린의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인 스탭백 블락 장면이 재생된 뒤.
“와-우.”
잠시 여운에 빠져 있던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커리가 물었다.
“저 킴이란 친구, 워리어스에 데려올 방법은 없겠지?”
“절대 없을걸.”
“우리 올해 픽도 없지 않나?”
스마트폰을 꺼내 SNS 어플을 실행하는 탐슨.
“뭐 하려고?”
“글쎄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칭찬(Shout out)이랄까?”
인X타에 축하 게시물을 남기는 탐슨.
두 선수도 저마다의 폰으로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혼자 휴게실에 남아 무언가를 고민하던 탐슨이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To: Steve Kerr]– 헤이, 스티브.
– 시간 괜찮을 때 잠깐 이 영상 좀 볼 수 있겠어요?
– (link)
***
Jan 20. 2017.
Bob Myers & Steve Kerr, Golden State.
1월 6일. 오라클 아레나.
강적인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상대한 홈경기.
4쿼터 중반. 111-109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듀란트는 탑에 선 커리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볼을 요구했다.
커리는 명백히 짜증이 섞인 동작으로 공을 건넸고,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시합을 하다보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타임아웃이 불린 이후가 문제였다.
– 방금 그 지랄은 뭐였어? (What the fuck was that?)
다혈질인 디그린이 듀란트에게 화를 내며 설전을 벌인 것이다.
듀란트 역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맞받아쳤고, 영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오라클 아레나의 팬들은 벤치를 바라보며 수근거렸다.
단순한 의견 불일치라고 보기엔 어려울 정도의 말다툼.
가십거리에 목마른 언론이 이때다 하고 추측성 보도를 쏟아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팀에 불화 따위는 없습니다. 선수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스티브 커 감독은 딱 잘라 그렇게 부인했다.
물론 본인도 믿지 않는 대답이었다.
– 우린 네가 필요 없어. 네가 없을 때도 우린 이미 챔피언이었어. 꺼져버려.
디그린이 듀란트에게 그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은 약 1년 뒤의 일이지만.
황금전사들이 행복 농구를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라커룸의 분위기엔 벌써 균열의 징조가 보이고 있었다.
‘큰일이군. 첫 해부터 벌써 이런 식이면…’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은 현 상황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듀란트가 커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정작 듀란트 본인은 커리를 밀어낼 의사가 없었고, 팀에 융화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게 더 문제야.’
듀란트 본인이 원치 않아도, 선수의 존재감이 너무 큰 탓에 자연스레 에이스의 위치를 침범하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사실 철저히 1옵션을 중심으로 전술을 짜는 농구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상황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번에 굴러온 돌은 사이즈가 커도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공동 1옵션…이라.”
벌써부터 팬덤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논쟁거리였다.
이번 시즌 워리어스의 에이스는 누구인가?
커리와 듀란트. 두 선수 모두 논란을 의식하고 있는지 경기 당 포제션을 기계적으로 비슷하게 가져가며 서로를 배려하고 있었다.
스티브 커는 생각했다.
‘정규시즌은 아마 커리겠지. 우리 팀 공격 전술의 핵심도 커리야. 하지만…’
플레이오프 상위 라운드.
특히 파이널에서 팀의 1옵션은 필연적으로 듀란트가 될 것이다.
이건 커리와 듀란트 중 누가 더 나은 선수냐의 문제를 떠나서, 농구라는 팀 스포츠의 구조상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수비가 빡빡해지고 온갖 맞춤 전략이 등장하는 플레이오프에선, 상대의 수비 전술을 혼자서 파괴할 수 있는 엘리트 스윙맨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는 천하무적처럼 보이는 올해의 워리어스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불안 요소였다.
아무리 시즌 MVP가 원칙적으로는 더 중요한 상이라고 해도.
세간의 인식은 점점 파이널 MVP가 올해 최고의 선수라는 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정규 시즌을 아무리 잘 치러봤자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시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테판 커리의 최대 역린인 2015년 파이널 MVP 수상 실패.
아무리 커리가 좋은 의미로 슈퍼스타답지 않은 선수라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듀란트에게 파이널 MVP를 내어주면 어떻게 될까.
“골치 아프군. 설마 전력이 너무 강해도 문제가 될 줄이야.”
최소한 그가 있던 시절의 시카고 불스는 이런 문제에선 자유로웠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독보적인 에이스와, 조던을 보좌하는 완벽한 2인자 스카티 피펜.
그리고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데니스 로드맨까지.
세 선수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환상적인 시너지를 뿜어내는 조합이었고.
‘농구 황제’의 폭력적인 카리스마는 라커룸에서 쓸데없는 파워게임이 발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클레이 탐슨과 드레이먼드 그린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
두 사람은 제2의 피펜과 로드맨이란 위치까진 받아들이겠지만.
제2의 쿠코치가 되는 것까진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이 불안한 동거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듀란트의 계약은 1+1 플레이어 옵션.
일단 1년 뛰어보고, 선수가 원하면 플레이어 옵션으로 1년을 연장하는 식의 단기 계약이다.
3년이 지나 버드 권한을 획득하면 장기계약을 안겨줄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듀란트는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팀을 떠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불만을 억누르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실패를 겪는 순간 이 팀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자명했다.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군.’
스티브 커의 생각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팀의 스몰포워드는 듀란트 같은 선수보다는 3옵션 역할에 만족하는 가자미 유형의 선수가 훨씬 적합했다.
‘그러면서도 모션 오펜스가 막힐 때 공격의 활로를 뚫어줄 수준급의 공격력을 지녀야 하고, 에이스 스토퍼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올스타급 선수여야 하지. 하지만 그 정도 선수가 3옵션 자리에 만족할 리가 있나. 심지어 팀 내의 정치적 입지는 디그린에게도 밀리는 4인자일 텐데.’
결국 도미 같은 가자미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선수를 찾기란 듀란트를 영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이야기였다.
“…..”
포워드 자리에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이궈달라와 언제 팀을 이탈할지 모르는 듀란트.
그리고 끝없이 코트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만, 팀 전술의 핵심이라 대체할 선수를 찾을 수 없던 디그린까지.
셋 중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띠링!
고심하던 스티브 커는 밥 마이어스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접니다. 그때 말씀드렸던 오리건의 선수. 영입할 방법을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
April 5. 2017.
Daryl Morey. Houston Rockets.
“워리어스가 움직였다고?”
“예. 보아하니 진심으로 킴을 영입하려는 생각 같습니다.”
“끄응…”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대릴 모리는 부하직원의 말에 골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무리 워리어스가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해도, 로키츠는 워리어스가 킴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작년부터 뻔히 알고 있었던 구단.
어떤 식으로든 접촉을 시도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군. 그래봐야 결국 15위권 신인 아닌가?”
작년의 벤 시몬스나 올해의 마켈 펄츠를 놓고도 이렇게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사실 그런 선수들은 하늘이 1픽을 점지해주지 않는 이상 아예 영입할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김시온이란 이 친구. 중국 시장에서도 영입 효과가 있을까?”
“같은 동북아권 선수이니 인기는 있겠지만, 리스크도 생각하셔야 할 걸요? 중국 팬들 극성 맞은 건 단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정치적으로 무슨 일만 터지면 불매운동부터 벌이고 보는 거.”
“왜? 어차피 비슷한 문화권 아닌가?”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아니면 미국과 멕시코라던가요.”
“…아하.”
그러면 사이가 좋을 수가 없지. 대릴 모리는 즉시 납득했다.
휴스턴은 야오밍이 활약한 구단.
그만큼 중국 팬들의 여론을 강하게 의식하는 구단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군. 이 친구한테 내가 보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
빠른 발과 정확한 3점 슛.
분명 자신의 모리볼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이긴 하다.
‘3월의 광란에서의 활약을 보면 새가슴이 아닌 건 확실한 모양이고.’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대부분의 득점은 팀플레이를 통한 오프볼 슈팅이나 컷인이었고, 개인 공격력은 아직까진 발전 가능성만 보이고 있는 수준.
게다가 아시아계 포워드는 역사적으로 성공사례가 전무하지 않은가.
마케팅 용도로 중국인 선수를 여럿 영입했고, 그때마다 실패를 경험한 대릴 모리는 누구보다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젠장. 댄토니 그 양반은 그렇게 로테이션 안 돌리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 왜 갑자기 신인한테 꽂혀서…”
“밖에서도 다 들립니다.”
“마이크?”
덜컹!
대뜸 단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마이크 댄토니.
“아직도 방법만 고민하는 중입니까?”
“인내심을 좀 가지세요. 어차피 드래프트까진 아직 시간이…”
“꼭 데려와 주십시오. 킴은 내 전술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선수입니다.”
마이크 댄토니.
우승반지가 없는 감독 중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는 평을 받는 남자.
작년에 휴스턴에 부임한 댄토니가 팀에 이식하려는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는 3점슛과 기동력을 중시한 스몰라인업과 2대2 픽앤롤.
수비에서는 미스매치가 없는 무한 스위칭 수비.
올 시즌 완전히 MVP급으로 성장한 제임스 하든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골든스테이트의 모션 오펜스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여기에 이번 여름에 FA가 되는 크리스 폴을 영입하기만 하면…’
진지하게 골든스테이트를 잡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수퍼팀이 탄생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이 돌아가기 위해선 트레버 아리자, 음바 아 무테 등 6-8 전후의 3&D 윙 자원이 다수 필요했다.
‘원래는 토론토 랩터스의 PJ 터커를 영입하는 것으로 보강을 끝마칠 생각이었지만.’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본 신인에 꽂힌 댄토니 감독은 무조건 그 선수를 영입해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 킴의 프로필이 갱신된 걸 보셨습니까? 이 친구, 무려 착화 6-9에 윙스팬이 7-2입니다! 파워포워드를 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요!”
“예. 알고 있습니다.”
“킴은 지금 당장에도 PJ 터커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사이즈와 민첩성은 터커보다 낫고, 작년에 3점슛 성공률 40%를 기록했죠. NBA에서도 오픈 찬스 정도는 확실히 넣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필요하다면 스몰라인업 센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체중과 파워는 좀 더 보완해야 하겠지만요.”
댄토니는 열변을 이어갔다.
“이 친구는 하든의 킥아웃 패스를 높은 확률로 3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온-볼 스킬은 아직 부족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공은 하든이 쥘 테니까요. 리바운드를 잡고서 곧바로 역습을 전개할 수도 있고, 링커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겠죠. 수비 범용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예. 벌써 수십 번은 들은 이야기군요.”
“그래서, 구체적인 영입 계획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모리 단장.
“우린 포틀랜드의 15번, 20번, 26번 픽 중 하나를 구매할 생각입니다.”
“포틀랜드의 픽을요?”
2017년 드래프트에서 블레이저스는 무려 3개의 픽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중하위권이라 큰 가치는 없지만, 그렇기에 다른 팀 입장에서는 적당한 미래 픽을 주고 교환할 수 있는 매물이기도 했다.
댄토니 감독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하지만 포틀랜드가 킴을 포기하겠습니까?”
킴은 오리건을 78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당연히 포틀랜드 현지에서는 무조건 킴을 뽑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이 킴을 15번으로 예상하고 있는 이유도 포틀랜드가 15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릴 모리는 자신만만하게 단언했다.
“포틀랜드는 15번 픽으로 킴을 지명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15번 픽을 판매해서 악성 계약을 처분할 생각이에요.”
“확실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내부에서 얻은 정보니까요.”
내부에서 얻은 정보.
이는 포틀랜드 구단 내부에 정보를 흘리는 쥐새끼가 있다는 소리였다.
2017년 포틀랜드의 최대 문제는 에반 터너, 앨런 크랩, 마이어스 레너드, 페스터스 에질리로 대표되는 끔찍한 악성 계약이었다.
그나마 에반 터너와 앨런 크랩은 꽤 준수한 선발~로테이션 자원이었지만.
문제는 연봉을 17mil, 19mil이나 받는다는 점이었다.
“지금 포틀랜드의 3번 포지션은 과포화 상태입니다. 선수를 덜어내면 덜어냈지, 새로운 3번을 보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포틀랜드는 에반 터너나 앨런 크랩에 15픽을 더해 준척급의 롤플레이어를 대거 보강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악성 계약을 떠안을 여유가 없는 건 마찬가지잖습니까?”
“우린 클리퍼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아!”
올 시즌 FA가 되는 크리스 폴을 데려오기 위한 사인 & 트레이드.
크리스 폴이 다음 시즌에 휴스턴으로 이적하는 것은 공식 발표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내부적으로는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다.
남은 것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할지 협상하는 것 뿐.
‘본래 계획은 유망주와 롤플레이어 5~6명을 넘기는 것이었지만…’
이들 중 일부와 미래 1라운드픽을 터너/크랩+15픽과 교환하고, 그 선수를 삼각 트레이드에 껴서 클리퍼스로 보내면 되지 않겠는가.
“클리퍼스가 달가워 할리 없을 텐데요.”
“사인 앤 트레이드인데 뭘 어쩌겠습니까. 정 불만이라면 2라운드 픽 몇 장과 현금을 얹어주면 그만입니다. 1라운드 픽도 남아있고요.”
NBA의 사인 앤 트레이드는 FA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선수가 구단에 무언가를 남겨주기 위해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도 샐러리캡 한도가 넘는 팀으로 이적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니 이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이전 팀과의 의리 때문에 맺는 것이니, 통상적인 트레이드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대가를 받기 어려웠다.
“포틀랜드의 15픽이라…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예. 아마 워리어스가 노리는 픽도 그 언저리일 겁니다.”
문제의 15픽.
심지어 동부의 몇몇 팀도 15픽을 구하려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만족한 댄토니 감독을 돌려보내고.
대릴 모리 단장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뉘이며 투덜거렸다.
“나 참. 고작 신인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소란인지.”
NBA의 화려한 무대 뒤편에 도사리는 그림자.
그곳에서는 올해도 치열한 권모술수가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