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50
웰컴 투 NBA 50화
#050. 트레이드
“새뮤어어얼!!”
포틀랜드 프런트 오피스.
부단장실로 향하는 4층 복도에 한 남자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새뮤얼은 어디 있나?!”
“부, 부단장님이라면 회의실에 계십니다.”
쾅!
올쉐이는 회의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 올쉐이에게 그런 건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새뮤얼! 너 이 새끼, 네가 감히 날 엿 먹여! 네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기세.
그러나 홉킨스 부단장은 무감정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진정하시죠. 회의 중입니다.”
“지금 그깟 게 중요······.”
“중요하죠. 누가 계신 자린데.”
“······뭐?”
화상 회의가 진행 중인 자리.
스크린 너머에는 모기업 벌컨의 CEO, 빌 힐프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대, 대표님!”
“이거 놀랍군요.”
싸늘한 눈빛으로 올쉐이를 바라보는 빌 힐프 대표.
“사실 좀 충격입니다. 평소에도 이런 난폭한 언행을 공공연히 일삼고 다닌 겁니까? 21세기에 이런 행태가 용인된다고요?”
블레이저스 내에서는 닐 올쉐이가 왕처럼 군림할지 몰라도.
폴 앨런의 대리인으로서 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빌 힐프에게, 올쉐이는 언제든지 갈아 낄 수 있는 부품에 불과했다.
“대, 대표님, 이건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라······.”
“아뇨. 더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본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빌 힐프는 올쉐이의 말을 끊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더는 듣기도 싫다는 어조였다.
“제게 해명할 기회를······.”
“회장님께서 진노하셨습니다. 더 설명이 필요합니까?”
“······.”
올쉐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폴 앨런은 한 번 믿은 사람에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만, 그 신뢰가 배신당하면 한없이 냉정해질 수 있는 인물.
그런 폴 앨런의 분노를 샀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회장님께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두 번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원하십니다. Mr. 올쉐이, 당신은 현 시간부로 대기발령 조치입니다. 조만간 내사에 들어갈 테니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처분을 기다리십시오.”
올쉐이는 홉킨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도,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물러갔다.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
권좌에서 쫓겨난 폭군의 퇴장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회의 도중에 실례했습니다. 계속 진행하시죠.”
10년 넘게 모신 직속 상사를 제 손으로 숙청했음에도, 홉킨스의 태도는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빌 힐프는 휘파람을 불었다.
“냉혹하군요. 스포츠 프랜차이즈는 원래 이런 식으로 굴러갑니까?”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했을 뿐입니다.”
“뭐······ 알겠습니다.”
빌 힐프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먼저, 당신을 단장으로 승진시킬 계획은 없습니다. 설령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해도, 앨런 회장님께선 이런 방식으로 단장을 교체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아 하십니다.”
“예.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재야의 인사 중에 갑작스레 단장직을 맡길 만한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죠······ 내부 승진을 하려고 해도 적절한 인재가 없고요. Mr. 홉킨스, 당신은 임시(interim) 단장 자격으로 오프 시즌 동안 팀을 운영한 뒤,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홉킨스 부단장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조직 개편 논의를 시작하죠.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새야 할 것 같군요.”
“예. 우선 메디컬 팀은 총체적인 개편이······.”
그날 블레이저스의 부단장실은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
드래프트 당일.
“With the 10th pick, 새크라맨토 킹스 select Sion Kim. From South Korea, and Oregon University!”
김시온의 지명으로 인해,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져 있었다.
“What?!”
“오 마이 갓.”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군 복무 이슈로 인해 순위가 하락할 것이라 여겨졌기에 더더욱 충격적인 이변이었다.
“X발. 우린 망했군.”
“이러면 누가 미끄러진 거지?”
“잭 콜린스입니다.”
“콜린스를 샬럿이나 디트로이트가 데려갈까?”
“다들 뭐 하고 있어. 정신들 차리고 빨리 움직여!”
“예, 옙!”
30개 구단의 드래프트 룸이 한바탕 뒤집힌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나 13번 픽으로 김시온을 지명하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덴버 너기츠의 프런트는 일종의 뇌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게 무슨······.”
아투라스 카니쇼바스 단장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막판에 터진 징집 이슈에도 불구하고, 김시온을 13픽으로 지명한다는 너기츠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미 군 복무 이슈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상태이기도 했고.
설령 리스크가 있다고 해도 김시온을 지명할 정도로, 개별 워크아웃을 통해 김시온이 덴버에 완벽한 핏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앞 순번에서 선수를 가로챌 위험이 줄어들었으니 호재라고 생각했건만.’
설마 10번 픽을 구해 올 줄이야.
업계에선 포틀랜드가 15번 픽을 판매한다던 소문이 파다했던 상황.
포틀랜드를 경쟁자 목록에서 제외했던 덴버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다들 당황하지 말고! 진정하게!”
카니쇼바스 단장은 서둘러 드래프트 룸의 혼란을 수습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
플랜 A가 날아갔다면 플랜 B, 플랜 C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단장님, 이렇게 된 이상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플랜 B인 OG 아누노비를 지명하는 방안으로 가시죠.”
“으음.”
카니쇼바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의 하나라도 김시온을 놓칠 경우, 덴버의 플랜 B는 유타 재즈가 제시한 픽다운 트레이드였다.
‘유타 재즈의 24번으로 OG 아누노비를 지명하고, 즉시 전력감 파워포워드인 트레이 라일스를 받아오는 것.’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은 되는 수였다.
물론 13번 픽을 행사해도 되지만, 아쉽게도 남은 선수 중에는 너기츠가 찾는 유형의 선수가 없는 상황.
‘지금으로선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야.’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카니쇼바스는 마음속 어딘가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2014년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모 영화처럼, 시공간 너머의 누군가가 STAY!!를 외치고 있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에이. 기분 탓이겠지.”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플랜 B로 가도록 하지. 유타 재즈 측에서 원하는 유망주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예. 도노반 미첼입니다.”
이 시점에서 카니쇼바스 단장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이 훗날 ALL-NBA급 선수로 성장할 도노반 미첼을 뽑고도 다른 구단에 건네주었고, 픽다운으로 노리던 OG 아누노비 또한 순번 하나 차이로 놓치게 된다는 것을.
이것만으로도 덴버 너기츠 역사상 최악의 트레이드로 회자될 만한 실책이지만.
자신이 고작 세 단계 픽업을 하지 못해 NBA 역사상 최고의 팀을 구축할 기회를 날려 버린 단장으로 역사에 기록되리란 사실은, 지금의 그로서는 아직 상상할 길이 없었다.
***
시계를 약간 전으로 돌려서.
김시온의 지명까지 약 10분 전.
블레이저스와 킹스는 문제의 10픽을 두고서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킹스의 블라디 디박 단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이전에 제시한 대로 15, 20픽을 주지 않으면 어렵다고 하지 않소.”
“20픽은 안 됩니다. 26픽으로 만족하시죠.”
“하지만 전임자인 올쉐이 단장은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소만.”
“그때와는 협상자가 바뀌었으니,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홉킨스의 단호한 태도에 디박은 얼굴을 찌푸렸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아직 외부에 공표하진 않은 모양이지만, 닐 올쉐이가 실각했다는 사실은 지금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건만······.’
10픽으로 15픽과 20픽을 구하는 건 명백히 새크라맨토 킹스가 이득을 보는 트레이드.
26픽을 내민 대신에 홉킨스는 다른 협상안을 제시했다.
“대신 모 하클리스를 내어드리죠.”
“하클리스를?”
“예. 마침 지금 킹스에는 주전 3번이 없는 상황이죠. 루디 게이의 공백을 대체할 선수로는 최선일 겁니다.”
새로운 협상안에 디박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모리스 하클리스는 활동량과 수비력이 강점인 3&D.
연봉을 10mil이나 받으면서도 로테이션과 주전을 오가는 애매한 입지의 선수였지만, 지난 시즌엔 한 단계 스탭업하며 에반 터너를 밀어내고 주전으로 올라선 상태였다.
“그건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포틀랜드는 징벌적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 샐러리를 덜어 내야 하고, 새크라맨토는 아직 샐러리 캡에 막대한 여유가 있는 상황.
20위권 아래의 유망주가 견실한 로테이션급의 선수로만 성장해도 다행이라는 걸 생각하면, 하클리스를 덤으로 얻는 건 충분히 이득이었다.
계속 주전으로 써도 되고, 다년 계약으로 묶여 있으니 1년 정도 써먹다가 다른 구단에 다시 팔아먹을 수도 있었다.
“좋소. 그렇게 합······.”
“대신에 2라운드 34픽을 주십시오.”
“끄응. 어쩐지 하클리스까지 제 발로 내주더라니······.”
약간의 기 싸움이 오간 끝에, 두 단장은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디박이 화상회의를 종료하며 투덜거렸다.
“장사 잘하는구려. 계속 단장직을 맡아도 될 것 같은데?”
“설마요.”
달칵.
회의를 끝마친 홉킨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포틀랜드가 이뤄 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악성 계약자인 에반 터너, 앨런 크랩, 모리스 하클리스, 마이어스 레너드 중 가능한 많은 선수를 처리한다.
2. 주전 3번으로 육성할 로터리권 유망주(김시온)를 영입한다.
3. 주전 센터인 유서프 너키치의 이적에 대비해, 백업 센터 유망주를 영입한다.
원래는 10픽으로 잭 콜린스를 지명하는 것도 플랜 중 하나였지만.
김시온을 10픽으로 지명한 지금, 홉킨스 임시 단장은 남겨진 20픽으로 리스트에 있던 센터를 지명했다.
[With the 20th pick,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select, 재럿 앨런. from the University of Texas!]“됐어!”
“성공입니다, 부단장님!”
쾅! 테이블을 두드리며 환호하는 직원들.
재럿 앨런은 많은 전문가들이 mock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가 15픽으로 지명하리라 예상하던 선수.
운 좋게 20픽까지 미끄러진 덕분에 포틀랜드가 지명할 수 있었다.
김시온에 이어 재럿 앨런까지.
이번 드래프트에서 노리던 선수를 둘 다 영입하는 데 성공한 임시 단장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은 벌써부터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2라운드 34픽으로는 누굴 지명하실 생각입니까?”
“아. 그 픽은 앨런 크랩과 함께 브루클린 넷츠로 갈 예정입니다.”
브루클린 네츠는 2017 오프 시즌에 26mil 이상의 막대한 캡 스페이스를 확보한 팀.
NBA의 모든 구단은 일정 규모의 연봉(salary)을 반드시 소진해야 하며, 이 샐러리 캡을 넘긴 팀은 예외 규정을 제외하면 더 이상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다.
만약 팀이 샐러리 캡의 한도를 넘어 사치세(luxury tax) 구간에 도달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징계성 사치세를 물게 되는 방식.
때문에 블레이저스는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앨런 크랩과 브루클린 네츠였지.’
준수한 슈팅가드인 앨런 크랩.
문제는 샐러리 캡에 여유가 넘치는 브루클린 네츠가 2016년 제한적 FA가 된 앨런 크랩에게 4년 75mil의 막대한 계약을 제시했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봐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던진 제안.
그러나 닐 올쉐이 단장은 그 제안에 매칭해 앨런 크랩을 붙잡는 악수를 범했고.
결국 블레이저스는 막대한 사치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1년 만에 앨런 크랩을 네츠에 무상으로 넘겨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홉킨스는 이왕 앨런 크랩을 넘겨주는 김에, 2라운드 34픽과 2년차 가드 웨이드 발드윈을 덧붙여 팀에 부족한 백업 핸들러를 보강할 예정이었다.
“브루클린의 선수를 말씀입니까?”
“예.”
여기에 브루클린 네츠는 팀의 에이스인 브룩 로페즈를 LA 레이커스로 보내는 대가로 2픽 유망주인 디안젤로 러셀과 악성 계약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협상하고 있었다.
“원래는 1라운드 27픽을 레이커스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저희와 맺은 트레이드로 인해 협상 조건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이 34픽은 네츠를 거쳐 레이커스로 가게 될 겁니다. 27픽은 브루클린이 행사하게 될 거고요.”
“27픽을 지킬 수 있다면 브루클린 입장에서 나쁜 장사는 아니로군요.”
지금 브루클린 네츠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제레미 린.
여기에 디안젤로 러셀과 앨런 크랩이 더해지면, 다소 입지가 애매해지는 백업 가드가 있다.
연봉이 고작 1.5mil에 불과한 미니멈급 선수.
‘작년에 보여 준 활약은 딱 준수한 백업 포인트가드 수준이지만······ 앨런 크랩을 내어주는 대가로 아무것도 받아 오지 못하는 것보단 낫겠지.’
홉킨스는 쓰라린 마음을 애써 추슬렀다.
“그래서, 그 선수가 누굽니까?”
“아, 그 친구 말인가요. 스펜서 딘위디(Spencer Dinwiddie)란 선수입니다.”
홉킨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재럿 앨런과 스펜서 딘위디는 포틀랜드로.
해리 자일스와 카일 쿠즈마는 브루클린으로.
이로 인해 구단들의 운명은 또 한 번 크게 틀어지게 되지만.
이 시점에서 고작 20번대의 지명권과 백업 선수 몇 명의 트레이드가 그 정도의 파급력을 낳을 거라고 짐작하는 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