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49
웰컴 투 NBA 49화
#049. 그 구단의 사정
July 1, 2017.
Blazers front office, 포틀랜드, 오리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어시스턴트 GM, 새뮤얼 홉킨스는 2주 전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한번 읽고 있었다.
…
…..
…….
Post Draft Interview – Sion Kim.
by Jennifer Moretz
제니퍼 : 먼저 이 말부터 해야겠다. Welcome to the NBA.
김시온 : 감사하다.
제니퍼 : 방금 막 모자를 새것으로 바꿔 썼는데, 지금 심경이 어떤가?
김시온 : 솔직히 답하자면?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
제니퍼 : 당신은 12-15픽 전후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지만, 드래프트 당일엔 15-20픽까지 예상 순위가 떨어졌고, 결국엔 10픽으로 지명되어 포틀랜드로 오게 되었다. 이번 드래프트의 가장 큰 이변이자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는가?
김시온 : 떨리긴 하지만 부담감은 없다. 높은 순위에 지명된 것은 그만큼 구단이 날 좋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제니퍼 : 홈타운(hometown)인 포틀랜드에 온 심경은?
김시온 : 사실 포틀랜드가 날 지명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를 노리고 있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돌았으니까. 오리건은 내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고, 홈타운인 포틀랜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제니퍼 : 마지막으로 TV 앞에서 환호하고 있을 블레이저스 팬들에게 포부 한 마디만 남겨 달라.
김시온 : 포부라… 그러고 보니,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도 오리건 대학처럼 우승 경력이 1회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제니퍼 : 맞다. 1977년. 블레이저스가 창단된 것이 1970년이었으니, 불과 7시즌만의 일이었다.
김시온 : 그거 참 재미있는 일이다. 마치 운명 같지 않나?
[Jennifer’s opinion]19세의 신인, 김시온은 그렇게 말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때는 바야흐로 1977년.
평범한 신생팀에 불과하던 포틀랜드는 1974년 1라운드 1픽으로 UCLA의 명 센터, 빌 월튼을 지명하며 강팀으로 거듭났고, 창단한지 불과 7시즌 만에 기적 같은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의 상대는 MVP, 카림 압둘자바가 이끌던 LA 레이커스.
파이널의 상대는 ‘닥터 J’ 줄리어스 어빙의 필라델피아 76ers.
시대를 지배하던 두 선수를 꺾고 달성한 감격적인 첫 우승.
그러나 이후 포틀랜드는 에이스인 빌 월튼이 의료진과의 마찰로 팀을 떠나며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 후로도 클라이드 드렉슬러의 시대인 1990년, 1992년에 두 차례 파이널에 진출하긴 했지만, 배드 보이즈와 마이클 조던의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을 경험했다.
제니퍼 : 운명이라니. 어떤 의미로 말하는 건가?
김시온 : 오리건과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은가. NCAA 초대 챔피언이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팀. NBA 우승 경력이 있고 꾸준하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강호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에게 저평가를 받고 있는 팀. 마치 대학에 다시 돌아온 기분인데.
제니퍼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김시온 : 포부를 말하라면 이렇게 답하겠다. 나는 우승에 익숙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꼭 그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고교에서도, NCAA에서도 난 매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런 선수를 우리나라에선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제니퍼 : 뭐라고 하는가?
김시온 : ‘유관력’이 충만한 선수라고 한다.
제니퍼 & 김시온 : (일동 폭소)
제니퍼 : 그것 참 재밌는 표현이다. 당신이 포틀랜드에 유관력을 더해줄 생각이라고 이해하면 되는가?
김시온 : 그렇다. 왼손에 낄 반지는 이미 있으니, 이번에는 오른손에 낄 반지를 따내러 가겠다.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로.
…
…..
…….
탁!
홉킨스는 태블릿을 손에서 내려놓고 눈가를 매만졌다.
“후우.”
안경 도수를 새로 맞춰야겠군. 홉킨스는 생각했다.
지난 2주는 블레이저스의 모든 직원들에게 폭풍처럼 흘러간 시간이었을 테지만.
그에겐 2주가 아닌 지난 6개월이 그러했다.
홉킨스는 눈가를 쓸어 내리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
Jan 11. 2017.
Blazers Front office, 포틀랜드 오리건.
포틀랜드의 단장실.
닐 올쉐이 단장과 새뮤얼 홉킨스 부단장은 호출한 직원이 단장실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 개발 코치, 조나단 임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단장님. 부르셨…”
“모리스 하클리스가 슈팅 메커니즘을 바꾸고 싶다고 한 것. 자네 생각인가?”
“아, 아닙니다.”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한 조나단 임 코치가 재빨리 대답했다.
“하클리스 본인이 최근 슈팅 슬럼프를 겪고 있다며 먼저 요청해온 겁니다. 지금 당장은 시행착오가 따르겠지만, 가이드 핸드에 힘이 실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교정할 수만 있다면 3점슛 성공률이 상당히 개선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접어.”
대뜸 말을 끊는 올쉐이 단장.
“예?”
“접게 하라고.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해.”
“하, 하지만 하클리스의 슛 폼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건 슈팅 코치도 동의한 의견입니다!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없더라도, 교정에 들어가면 확실히…”
“확실히?”
“…..”
“확실히 뭐? 재밌군. 계속 말해보게.”
싸늘한 눈빛으로 조나단을 노려보는 올쉐이.
조나단 코치는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슈팅 성공률이 오르지 않으면 자네가 책임질 건가? 어설프게 고쳐보려다 역으로 슈팅이 맛이 가버리면? 수천만 달러짜리 선수의 몸값이 반토막이 날 텐데, 자네가 대신 벌충이라도 할 건가? 그 쥐꼬리만한 연봉으로?”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올쉐이 단장.
이렇게 된 올쉐이에겐 어떤 대화나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개 같은…!!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네가 뭔데…!!”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는 욕설의 수위.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처럼 본인에게 치명타가 될 발언은 철저히 피하는 것이 올쉐이 단장의 무서운 점이었다.
‘또 시작이군.’
새뮤얼 홉킨스 부단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의 촌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쯤은 일주일에 한번은 겪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친 뒤.
부단장은 늘 그렇듯 조곤조곤하게 올쉐이 단장을 달랬다.
“자자. 진정하시고. 일단은 오프시즌 동안만 기회를 줘 보죠. 선수 본인이 원한다는데, 저희가 의지를 꺾는 것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가?”
“예. 하클리스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신인인 것도 아니고요. 이게 아니다 싶으면 금방 포기할 겁니다.”
새뮤얼 홉킨스 부단장은 세이버매트릭스로 대표되는 2차 스텟 분석을 높게 평가받아 전력분석 팀에서 근무했던 인물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의 별명은 교수님(Professor).
차분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중요할 때 소극적이란 의미기도 했다.
올쉐이가 찬물을 들이키며 씩씩거리는 동안, 홉킨스는 조나단 임 코치에게 몰래 손짓했다.
“자넨 그만 나가보게. 수고했네.”
“예, 옙.”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조나단 임 코치.
홉킨스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만이 남은 단장실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올쉐이 단장이 입을 열었다.
“부단장.”
“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든 거야?”
“바람이라뇨?”
“요즘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양이던데. 갑자기 열심히 일할 의욕이 든 모양이야?”
크리스마스 주간에 김시온이 터트린 하프코트 샷과, 그 후 진행된 기부 이벤트.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공교로운 일이다.
올쉐이 단장은 당시의 일을 기획한 배후로 홉킨스 부단장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아, 그건 제가 기획한 일이 맞습니다.”
“뭐라고?”
“벌컨(Vulcan)의 빌 힐프 CEO께서 지시하신 사안입니다. 앨런 회장님께서 관심을 두고 계신 선수니, 가까이에서 면밀히 지켜보라고요.”
“회장님께서?”
몸을 움찔하는 닐 올쉐이 단장.
올쉐이 단장의 모든 권력의 근원은 폴 앨런 구단주와, 그 대행자인 빌 힐프 CEO의 신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비록 폴 앨런 본인은 림프 질환으로 자택에 칩거하고 있었지만, 그가 설립한 비상장회사 벌컨은 사주의 의지를 대행해 스포츠, 암 센터, 재개발 사업, 우주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예. 오리건 대학의 최대 후원자가 나이키의 필 나이츠 회장이잖습니까. 사적인 인맥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는지도 모르죠.”
“그깟 어린놈 하나 가지고 무슨… 알았네, 알았어.”
올쉐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2017년 1월인 현 시점에서, 올쉐이 단장에게 김시온이란 선수는 적당히 아시아 마케팅용으로 지명을 고려해볼 1라운드 하위권 3&D 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뭐, 회장님께서 좋게 보신다면야… 20번대 픽이라면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올쉐이에게 김시온의 영입은 딱 그 정도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어차피 코어인 데미안 릴라드와 CJ 맥컬럼.
정확히 말하면 릴라드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올쉐이에겐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부품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식이면 되는 겁니까?”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홉킨스는 이번에도 본심을 속으로 삭혀야만 했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지금의 블레이저스는 릴라드, 맥컬럼이라는 확실한 코어를 얻고도 매년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팀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전력 보강에 급급해 장기적인 미래를 포기하는 운영.’
분명 포틀랜드는 릴라드라는 수퍼스타를 보유함으로서 매년 어마어마한 수익을 누릴 테지만.
이런 방식의 팀 운영에 홉킨스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분명 올쉐이 GM이 유능한 인물이기는 하지.’
당장 릴라드, 맥컬럼을 지명한 것도 올쉐이였으니까.
문제는 그 유능함을 구단의 성공을 위해 발휘하기보다는, 주로 자기보신과 구단 내의 권력다툼에 활용한다는 것.
홉킨스의 생각에 이 구단의 가장 큰 문제는 폭군이 만드는 뒤틀린 문화였다.
‘모두가 상층부의 눈치를 보기 급급하고,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책임 소재를 지길 두려워 현상유지에 머무르려 하지.’
이런 유독한(toxic) 환경에선 제대로 된 팀 문화가 피어날 수 없다.
뜻이 있는 인재는 단장에게 맞서다 해임되거나 제 발로 회사를 떠나고, 결국에는 자기 보신에 급급한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마치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처럼.
올쉐이라는 맹독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 프랜차이즈를 잠식해 나아가고 있었다.
“…..”
프랜차이즈의 부선장으로서.
그는 블레이저스라는 선박이 완전히 좌초되기 전에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구단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선장을 교체할 것인가.
안경알 너머로, 홉킨스는 서늘한 눈빛을 빛냈다.
***
June 12. 2017.
2017년 NBA 드래프트가 열리기까지 10일 전.
“네깟 게…!! 버러지…!! 주제넘게…!!”
“…..”
“썩 꺼져!”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단장실의 문이 닫히고.
죽은 생선 같은 눈빛이 되어 걸어나온 수석 스카우터, 론 필립스는 생각했다.
‘다 끝났군.’
포틀랜드는 김시온을 놓치게 될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김시온은 포틀랜드의 클레이 탐슨이자 드레이먼드 그린이 되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어쩌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될지도 모르고.’
그러나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
에반 터너, 앨런 크랩, 마이어스 레너드는 대표적인 올쉐이의 실패작.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서라도, 올쉐이는 악성 계약을 처분하는데 구단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귀중한 픽 3장을 낭비할 것이다.
‘나는 제 손으로 사표를 제출할 때까지 괴롭힘에 시달리게 될 테지.’
그러나 필립스는 혼자서만 회사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덜컹!
단장실에서 지척에 있는 부단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뮤얼 홉킨스 부단장이 그를 맞이했다.
“잘 처리했나?”
“예. 녹음 품질도 좋고, 원하던 말도 이끌어 냈습니다. 이거면 충분할 겁니다.”
녹음기에 담긴 올쉐이의 발언.
이는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내뱉은 증거이기도 하지만.
홈타운 보이인 김시온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가능하면 영입하라는 모기업 벌컨의, 정확히는 폴 앨런 구단주의 지시를 노골적으로 어겼다는 증거였다.
“잘 해줬네. 이거면 충분하겠지.”
올쉐이 본인의 실수인 악성 계약을 처분하기 위해 김시온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상부에 은폐하고, 스카우터진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해왔다는 증거.
이는 올쉐이의 신임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도왔지만, 앞으로 벌어질 개싸움엔 절 엮지 말아 주십시오. 전 구단의 권력 놀음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필립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부단장은 단장의 눈과 귀가 되는 직책.
그렇기에 부단장의 배신은 단장의 등을 찌르는 치명적인 비수로 작용하기 마련이고, 하극상이 벌어지는 일도 잦았다.
이번에도 그런 암중모략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말이지?”
“예?”
“내가 언제 GM 자리를 노린다고 했나?”
부단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할 뿐이었다.
“이 구단은 GM 하나 바뀐다고 변하지 않아. 설령 올쉐이가 해임된다고 한들, 지금의 뒤틀린 문화에 익숙해진 내부 인사가 승진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걸세. 나처럼 숫자놀음이나 할 줄 아는 사람이 단장이 되었다간 더더욱 그렇겠지.”
실제로 홉킨스 부단장의 예측은 정확했다.
김시온이 살다 온 세계선에서는 올쉐이의 악행이 2021년에 가서야 폭로되지만.
그 시점에서는 이미 구단주인 폴 앨런이 타계한 뒤였다.
구단주직을 승계한 폴 앨런의 여동생, 조디 앨런과 벌칸의 CEO는 뚜렷한 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프런트에서 16년간 근무한 조 크로닌을 차기 GM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사태는 어영부영 마무리된다.
조 크로닌은 분명 나름대로 유능한 인물이지만, 조디 앨런의 구단주직 승계 이후 뇌사 상태에 빠진 구단을 극적으로 개혁할 정도의 추진력을 지닌 인물은 아니었고.
릴라드와 포틀랜드의 동행은 결국에는 파국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 팀은 절실하게 외부 수혈이 필요해.”
“수혈이라면…?”
“단지 GM만을 말하는 게 아닐세. 선수단에도, 프런트에도, 메디컬 팀에도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불어야만 하지.”
홉킨스 부단장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무척이나 공교로운 일이었다.
김시온에게 홀딱 반한 눈앞의 사내와 달리, 정작 이 쿠데타를 기획한 자신은 김시온에게 그 정도의 확신까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저 올쉐이를 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김시온을 선택한 것 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선수 하나 때문에 구단의 운명이 바뀌게 된 셈이로군.’
김시온이 아니었다면 론 필립스는 녹취라는 극단적인 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고.
올쉐이 단장에게 치명상을 가할 결정적인 수단(silver bullet)을 얻지 못한 자신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까.
“론. 그거 아나? 옛 전설에 따르면 불사조는 몸이 늙으면 스스로를 불길에 태워, 알의 형태로 돌아간다고 하네.”
“우리 구단도 그래야만 한다… 이 말씀입니까?”
“그래. 파괴가 없으면 재생도 없는 법이니까.”
구단이 다시 태어나기 위한 대숙청.
모든 소임을 마치고 나면, 그 역시도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구단을 떠날 것이다.
운명의 갈림길.
포틀랜드가 기존의 진로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