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66
웰컴 투 NBA 66화
#066. 릴맥 사용설명서 (2)
◎ 2쿼터 6:05
[Trail Blazers 43 : 40 Kings]2쿼터 중반.
시합은 의외로 비등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킹스는 젊은 주전 멤버들에게 최대한 긴 출전 시간을 주는 반면, 블레이저스는 당장의 승리보단 벤치 라인업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위치! 스위치!”
“cover me!”
활발히 의사소통을 나누며 수비 진형을 유지하는 선수들.
이제는 조금씩 수비 시스템에 모양새가 잡히는 모습에, 테리 스토츠 감독과 윌리 그린 보조 감독은 흐뭇한 얼굴로 눈빛을 교환했다.
“겨우 기본은 갖췄구만. 완성도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로스터의 상당수가 올해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니까요. 손발을 맞추다 보면 정규 시즌에는 더 좋아질 겁니다.”
“다 자네 덕분일세. 확실히 전문가는 다르구만.”
블레이저스의 수비는 전통적인 드랍백 시스템.
스토츠 감독의 구상에 윌리 그린이 디테일을 덧붙이며, 블레이저스의 신입생들은 빠른 속도로 수비 스케마(Schema. 방법론)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킴의 수비 이해도는 어떤 것 같나?”
두 사람은 김시온의 NBA 적응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주전 멤버들이야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합을 맞춘 선수들이니 걱정할 게 없었지만.
아직 19세에 불과한 김시온에게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중임을 맡긴 것은 아닌지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김시온이 실전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은 대인 수비는 그렇다 쳐도, 팀 수비에서는 높은 확률로 판단 미스를 저지르기 마련.
때문에 시범 경기에서의 활약을 보고도 아직까지 확신을 갖지 못한 스토츠였지만.
“과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걸 좀 보시죠.”
윌리 그린은 김시온에게 슬슬 확신을 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디애런 팍스! 번개 같은 돌파로 블레이저스의 수비 진형을 찢어 놓습니다. 바깥으로 킥아웃! 다시 돌파! 연이은 캐치&드라이브로 수비를 흔들고 있습니다!] [역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답네요. 에너지 레벨이 엄청납니다.]정신없는 돌파와 패스로 수비진을 뒤흔드는 킹스.
몇 번의 공격 전개 끝에, 블레이저스는 위크사이드에서 1:2로 수비해야 하는 겟투 (get two)상황을 맞이했다.
수비자는 김시온.
혼자서 윙과 코너의 공격수를 동시에 수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킴, 절묘한 포지셔닝으로 스칼 라비시에르의 골밑 침투를 저지합니다. 매서운 손질의 위협에 볼을 밖으로 빼내는 라비시에르! 보그다노비치, 그대로 올라가나요?]라비시에르를 견제하다가, 패스가 향하는 순간 보그다노비치에게 달려가 힘껏 도약하는 김시온.
번개 같은 클로즈아웃 수비였다.
“우웃······!”
순간 당황한 보그다노비치는 영점이 흔들리고 말았고.
나쁜 리듬으로 쏘아낸 코너 3점은 형편없는 에어 볼이 되고 말았다.
[방금은 킴의 환상적인 1대 2 수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블락이나 스틸로 기록되지 않겠지만, 저게 바로 좋은 수비죠.] [위크사이드에서 저렇게 능숙하게 겟투 수비를 해 주는 윙맨이 있으면 팀에서 수비전술을 짜기 굉장히 편해지거든요. 킴이 코트 위에 있을 때 수비에 안정감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입니다.]어떤 의미로는 대인수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팀 디펜스.
김시온의 수비 기여도는 다른 선수들의 수비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데미안 릴라드, 스크린에 걸리고도 끈질기게 상대를 따라붙습니다. 앞뒤로 포위당한 디애런 팍스. 패스를 줄 곳을 찾아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나타난 시온 킴. 소매치기하듯 볼을 긁어냅니다! 스틸! 역습입니다!]스틸에 성공한 김시온이 랍패스를 띄워 올리고.
투쾅! 아미누가 시원한 투 핸드 덩크를 찍고 내려왔다.
[방금은 릴라드가 상대를 동료들 쪽으로 잘 몰았네요. 릴라드는 항상 수비가 약점으로 지목받던 선수지만, 이번 시즌에는 수비에서도 꽤나 개선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 시즌만에 이렇게 수비가 나아지다니, 신기하네요. 윌리 그린 코치가 부린 마법일까요?]감탄하는 해설자들.
하지만 스토츠 감독과 그린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내 생각에 이건 릴라드의 수비력이 좋아진 결과물이 아닐세.”
“예. 도움수비가 압도적으로 좋아진 겁니다.”
2대2 수비에서 릴라드의 역할은 상대 핸들러가 3점슛을 쏘지 못하게 막고, 원하는 방향으로 돌파하도록 몰이사냥을 하는 것.
수비력이 좋은 선수라면 핸들러를 끝까지 압박하며 블락이나 스틸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릴라드에겐 딱 여기까지가 능력의 한계였다.
‘그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윙과 빅맨의 수비 반경이 넓어진 거다.’
김시온의 세계선에서 너키치는 훗날 끔찍한 다리 부상을 입어 기동력에 약점을 지닌 선수로 전락하고 말지만.
지금의 너키치는 아직 싱싱한 젊은 시절.
이 시절에는 의외로 수비 범위와 민첩성이 썩 나쁘지 않은 선수였다.
‘킴의 수비 반경과 활동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너키치와 아미누도 골밑 수비 부담을 덜어 내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 수비를 갈 수 있게 되지.’
거기서 생겨나는 한 발짝의 여유가 릴라드, 맥컬럼의 수비 약점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엘리트 수비수가 낳는 연쇄적인 상승효과.
윌리 그린은 김시온의 수비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의 그림자를 엿보고 있었다.
“선수 교체입니다.”
삐이익!
이번에는 릴라드와 아미누, 너키치가 벤치로 향하고.
맥컬럼과 김시온은 코트에 남는다.
새로 투입되는 선수는 스펜서 딘위디, 팻 코너튼, 재럿 앨런.
[이건······ 시온 킴을 4번으로 쓰는 라인업인가요?] [스몰볼(small ball)······ 까진 아니겠군요. 센터인 재럿 앨런이 있으니까요.] [재럿 앨런은 빅맨치고는 살짝 작은 대신, 기동력이 굉장히 뛰어난 센터죠. 이건 달릴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라인업입니다. 지금까지의 블레이저스와는 달라요!]블레이저스는 느린 페이스의 지공(遲攻)을 펼치는 팀.
멤피스 그리즐리스처럼 극단적으로 느린 운영을 하는 팀은 아니지만.
유서프 너키치와 에드 데이비스, 두 센터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투맨 게임 위주의 하프코트 오펜스를 펼치는 팀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
“예. 이번 시즌에는 킴과 앨런이 있으니까요.”
런 앤 건(run and gun).
김시온을 4번으로 활용하는 속공 라인업.
스토츠 감독이 고심 끝에 도달한 벤치 라인업 문제의 해결책이었다.
***
“Go! Go! Go!”
“공을 잡았으면 곧바로 달려!”
런 앤 건.
달리고 쏜다는 의미로, 계속해서 속공을 시도해 경기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운영을 의미한다.
5인 모두가 기동력과 스테미너가 뛰어나야 하고, 속공 상황에서 선두에 설 선수가 있어야만 구현할 수 있는 전술.
‘뭐, 사실 속공은 어느 팀이나 다 하는 거지만.’
속공을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04-05시즌, 피닉스 선즈는 ‘승상’ 스티브 내시와 숀 매리언,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중심으로 화려한 닥공 농구 열풍을 일으켰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정확한 A패스를 배급할 수 있고, 본인도 엘리트 슈터인 스티브 내시.
짐승 같은 운동능력을 지닌 파워포워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전천후 수비수이자 오프볼 무브에 뛰어났던 숀 매리언.
‘지금 우리의 라인업은 그 정도의 스타플레이어들로 구성되어 있진 않지만.’
어차피 이건 주전-벤치를 혼용한 세컨 라인업.
지금 코트에 있는 선수들로도 얼마든지 속공을 구현할 수 있었다.
“리바운드!”
“속공!”
리바운드를 잡은 동시에 팀원들에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맥컬럼, 딘위디, 코너튼.
재럿 앨런 역시 뒤따라 달려 나가며 충실한 트레일러(trailer) 역할을 소화했다.
[엄청난 에너지 레벨이에요. 속공, 속공, 속공. 이 라인업은 도무지 쉬질 않습니다!] [지금 대체 코트를 몇 번째 왕복하는 거죠? 젊은 선수들 위주인 킹스의 벤치 라인업이 오히려 힘에 겨워하고 있어요!] [같은 페이스의 속공이라도, 본인들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과 상대 팀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것에는 체감상 엄청난 차이가 있죠. 지금 킹스의 선수들은 아마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와아아아아!”
“경기 미쳤다!”
속공의 장점은 일단 보는 맛이 있다는 것.
급격히 올라간 경기 페이스에, 다소 김이 빠져 있던 관중들이 벌떡 일어나며 환호를 보낸다.
······그런데 저 양반들. 킹스 팬 아닌가?
자기 팀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환호해도 돼?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이 라인업의 강점은 앨런을 제외한 모두가 평균 이상의 3점 슈터라는 것.
그리고 다섯 명 모두 운동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스펜서!”
안쪽으로 침투하며 수비수들의 주의를 끄는 스펜서 딘위디.
코너튼은 왼쪽 코너로 빠지며 앞선 수비수 한 명을 자신에게 끌어들였고.
그 틈으로 CJ 맥컬럼이 파고들었다.
“킴! 여기야!”
맥컬럼이 나를 향해 손을 들며 외쳤다.
릴라드와 맥컬럼은 비슷한 유형의 단신 듀얼가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격 전개 방식에서 차이점이 많은 편이었다.
릴라드가 훨씬 뛰어난 패서라면 맥컬럼은 오프볼 무브먼트가 훨씬 좋은 편.
‘엄청난 활동량으로 수비를 벗겨내고, 캐치 앤 샷이나 돌파로 마무리하는 유형이지.’
이런 속공 상황에서도 좋은 마무리 옵션이 되어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거다.
내가 직접 슛을 올라갈 것처럼 3점 라인 앞에서 멈춰 서자, 허둥지둥 백코트하던 잭 콜린스가 이를 악물며 방향을 전환.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손을 들며 컨테스트를 시도한다.
“젠장!”
“Sorry, bro.”
노력이 가상하긴 한데.
난 처음부터 직접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탕! 두 손을 가슴 부근에 모아 밀어내는 체스트 패스.
[킴! 안쪽으로 찔러 주는 바운드 패스! 정확히 CJ 맥컬럼의 손에 안착합니다!]철썩!
가볍게 레이업을 올려놓는 맥컬럼.
계속해서 실점을 허용하고 있는 킹스의 선수들은 곧바로 역습을 시도했지만.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선 패싱 레인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드는 법이지.’
누구에게로 향할지 뻔한 롱 패스.
그러면 뭐다?
스틸하기가 너무 쉬워진다.
탁!
[Steal by Kim!]하프라인도 넘지 못하고 다시 공격권을 빼앗기는 새크라맨토 선수들.
이래서 속공이 무섭지.
이론상으론 분명 똑같은 횟수의 공격을 가져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모멘텀을 주도하는 팀이 일방적으로 몰아칠 때가 많거든.
나는 백코트하려다 멈춰선 코너튼을 발견하고 패스를 전달.
코너튼은 아무도 없는 골밑으로 달려가 화려한 180도 덩크를 꽂아 넣고 내려왔다.
“와아아아!”
“탄력 좀 봐! 누구야 저거? 진짜 백인 맞아?”
코너튼은 어지간한 흑인도 씹어 먹는 운동능력을 보유한 선수.
탄력과 힘, 스피드 모두 뛰어나고, 특히 러닝 점프는 컴바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탈인간 수준이었다.
“크으······ 덩크 죽이네요. 마이클 조던도 울고 갈 듯?”
“하하. 극찬 고마워.”
JJ 레딕이 잘생긴 외모로 대학 시절에 침대 조던이라고 불렸던가?
코너튼은 그 정도 미남은 아니지만, 일단 금발 백인이니까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게 있다.
시원시원한 덩크와 준수한 3점 슛을 지녀서 보는 맛이 있기도 하고.
[이 라인업, 파괴력이 대단하네요.] [예. 일단 어지간해선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맥컬럼은 슈팅가드로는 언더사이즈지만 포인트가드로는 충분한 사이즈고, 딘위디도 6-5나 되죠. 코너튼도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오갈 수 있는 선수고요. 게다가 킴과 앨런은 미스매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빅맨입니다.] [속공 상황에서 매치업이 꼬여도 대처할 수 있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킴의 역할이 돋보이는군요. 혼전 상황에서의 스틸, 직접 리바운드를 잡고 역습을 전개하는 능력, 준수한 A패스까지. 이 라인업은 킴이 있기에 실현 가능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툭! 내 엉덩이를 두드리는 CJ 맥컬럼.
“Hey Kid. 아까부터 어시스트가 몇 개야? 포인트가드로 전업해도 되겠는데?”
“엄밀히 말하면 포인트가드였죠. 예전에는.”
“맞네. 어려서는 가드를 봤다고 했지?”
사실 서른여덟까지 봤습니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
‘이 라인업. 나쁘지 않네.’
어쩌면 개인 공격력이 부족한 지금의 내게는 3번보단 4번이 베스트 포지션인지도 모르겠다.
맥컬럼은 득점력은 뛰어나지만 경기 운영엔 큰 강점이 없으니까.
‘이 팀은 릴라드와 맥컬럼의 팀이지.’
그러면 루키 나부랭이인 나는 어떻게 해야 이 팀에서 내 지분을 확대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두 선수와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걸 어필하면 된다.
릴라드와 뛸 때는 릴라드의 어시스트를 받아 마무리를 하는 오프볼 피니셔(finisher) 역할에 충실하면 되고.
맥컬럼과 뛸 때는 볼을 쥐는 시간을 늘려, 맥컬럼에게 찬스를 열어 주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 비중을 높이면 된다.
축구로 비유하면 릴라드와 뛸 때는 정통 스트라이커처럼 내 득점에만 신경 쓰면 되고.
맥컬럼과 뛸 때는 펄스 나인처럼 살짝 후방에서 공격 연계에 집중하면 되는 식이다.
둘 다 막히면 내가 수비진에게 1대1을 걸어서 득점을 짜내는 수밖에 없지만······.
‘그런 아이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니까.’
그런데, 이 라인업에서 꼭 내가 아이솔레이션을 해야 하나?
리그 최고 수준의 아이솔레이션이 가능한 엘리트 가드가 둘이나 있는데?
커리가 3점을 쏴야 하고.
샤킬 오닐이 골밑에서 놀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선수에겐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플레이스타일이 있는 법이다.
‘공격에서 내 최대 장점은 어떤 선수와 합을 맞춰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함.’
팀의 원투펀치인 릴라드와 맥컬럼.
두 선수와 어떻게 합을 맞추면 될지, 이제야 좀 감이 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