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무림맹 무인들은 굉장히 어려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뒤통수로 몽둥이가 날아왔다.
장용과 쾌도가 미꾸라지처럼 돌아다니면서 뒤에서 기습을 해 댔다.
무림맹 이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리 싸움이래도 정도가 있지!”
막 다른 데로 달려가던 장용이 바로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
“귀하의 존성대명이?”
“뭐……!”
빠악!
기회를 놓치지 않고 쾌도가 당황한 무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큭큭큭.”
그 광경을 본 이들은 치가 떨려서 이를 갈았다.
이 정도로 야비한 자들은 살아생전 본 적이 없었다.
어찌나 제대로 비겁한지, 이름난 고수들도 아차 하는 순간에 여지없이 뒤통수가 터져서 쓰러졌다.
“그만한 실력이 있으면서도 어찌 정정당당하게 싸우질 않느냐!”
장용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조그만 소리로 대답했다.
“문상이 시켰어.”
무림맹 무인들이 멀리에서 지켜보는 제갈예를 노려보았다.
“문상!”
다수의 살기를 받은 제갈예는 장용의 말을 듣지 못한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찝찝해졌다.
하나 이미 장용과 쾌도에 대해 들은 이도 있었다.
“거짓말 마시오! 백룡각주와 수호각주, 당신들의 특기가 비열하게 뒤에서 공격하는 거라는 걸 모를 것 같소? 화산파 문주도 당했다는 걸 알고 있소이다!”
한데 도리어 그 말 때문에 역효과가 났다.
아…… 화산파 문주 자미사는 엄청난 고수인데, 하물며 그런 사람도 저놈들에게 뒤통수가 깨졌구나.
그러고 보니 백룡장 놈들, 소림사 속가도 죄다 뒤통수를…… 그랬었지.
그 때문에 다들 뒤통수를 조심하느라 싸움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장용과 쾌도는 어찌어찌 조심이라도 하면 되는데, 도귀는 마치 자연재해와도 같아서 조심해도 소용이 없었다.
펑! 퍼엉!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바닥에 나자빠졌다.
안소방도 멀쩡하게 싸우다가 갑자기 한 번씩 눈을 희번덕이며 무지막지한 검법을 사용하고 튀어서, 제대로 된 상대가 불가능했다.
“청성파의 검법은 천하제일!”
꼭 청성파의 검법이 아닌 것 같은 무공을 사용할 때마다 그 말을 덧붙이는 것도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
서덕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백란이의 복수다. 이 새끼들.”
등에 업힌 초우인이 외쳤다.
“누나의 빈자리를 채우됴!”
무림맹 무인들이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백란이가 누구야?”
“어디 누나가 있어?”
“장강용왕이랑 마도 놈이 형제였어?”
그러나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과는 별개로, 앙연의 고수라 실력이 무시무시했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무당파의 도사들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받는 건 대홍랍강이나 소지광, 번산, 약왕, 황금안 등이었다.
일류급 이하의 무인들이 그나마 제일 무난해 보이는 그들에게로 죄다 몰렸다.
“아니, 이거 너무하잖아!”
“왜 우리한테만 다 와?”
“우리가 만만하다는 거냐!”
그 와중에 주악정이 장풍을 날리며 호천을 공격했다.
“호천! 멍청하구나. 무상이 문상의 흉계로 비명에 갔거늘, 그래도 좋다고 거기 붙어 있느냐?”
호천이 흠칫했으나, 곧 장풍을 피한 뒤 금나수로 주악정의 소매를 붙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팽그르르 돌리곤 미종대파선으로 주악정의 팔을 함께 꼬았다.
주악정이 천근추로 발을 박고 버티면서 호천과 힘겨루기에 나섰다.
이내 이를 드러낸 주악정이 호천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도단 맹주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대항을 해? 설사 백룡회주가 그런다고 해도 네가 말렸어야지.”
호천도 어금니를 꾹 깨물고 힘을 주며 말했다.
“나는 무림맹이 마도 멸살의 기치로 움직이는 줄 알았소. 하지만 그게 아니었지. 무림맹주는 무림맹의 존재 자체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오. 그걸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건 그저 폭거(暴擧)였던 거요.”
“네가 그 희생자다?”
“난 그걸 여기 와서야 알게 됐소.”
이마에 땀이 맺힌 주악정이 비웃었다.
“내가 봤을 때 백룡장엔 제정신인 놈이 하나도 없는데?”
호천이 씨익 웃었다.
“맞소. 우당탕퉁탕 시끌벅적하지. 마누라가 살아 있을 때처럼.”
팟.
주악정과 호천이 거의 동시에 손을 놓고 떨어졌다.
주악정이 코웃음을 쳤다.
“호천, 너도 다른 놈들처럼 머리가 돌아 버린 모양이로구나. 아무래도 백룡장은 터가 안 좋은 모양이야.”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했으나, 사실 주악정은 곁눈질로 주변을 훑고 있었다.
펑! 빠악! 빡!
창칼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라 청명한 타격음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그리고 저 소리가 날 때마다 한 명씩 당하고 있었다.
벌써 반수가 줄었다.
다수의 절정 고수가 동원됐음에도, 전황은 시종일관 불리했다.
워낙 난장판인 싸움이라 집단전에서 유리한 합격진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아니, 합격진을 한다고 모여도 두풍에 박살이 날 터이니 애초에 그마저 불가능한 일일지도.
능축은 자기가 도귀를 막아야 피해가 줄어들 거라 생각하고 그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하나 그런 능축의 앞을 가로막은 건 자그마한 소녀였다.
능축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찌…….”
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작은 백룡장에 어떻게 이만한 고수들이 다 모여 있단 말인가!”
무림맹 인원 중에 여태 서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능축까지 낙락에게 당해 쓰러지는 걸 본 주악정은 그제야 생각 외로 백룡장의 전력이 막강하다는 걸 깨달았다.
무림맹은 태반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가고 있는데, 백룡장은 중상을 입은 자가 한 명도 없었다.
‘안 되겠군. 무당파까지 있는데도 이 정도로 당할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없었다.
주악정은 특히나 허윤과 사이가 안 좋으니 잡히면 험한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 공세연을 방패막이로 세우기도 해서 아마 살아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달아나야겠어.’
주악정은 급히 몸을 빼냈다.
한데 그때.
순간 그의 앞을 어마어마한 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콰아아아아아!
바람이 스친 자리에 쇠로 만든 수레라도 지나간 듯 바닥이 푹푹 패었다. 그쪽에 있던 나무나 돌 같은 건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한 걸음만 더 갔어도 주악정은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두, 두풍……!”
주악정이 경악하여 돌아보았다.
멀리에서 허윤이 주악정을 정확히 쏘아보고 있었다.
주악정은 노하여 소리쳤다.
“강호의 모든 문파는 크고 작은 연으로 얽혀 있다. 너희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허윤이 물었다.
“만일 내가 당신들을 살려 보낸다면, 원한이 생기지 않겠소?”
“흥. 꿈 깨라. 우릴 속이고 풍림단의 뒤통수를 쳤을 때 이미 네놈의 기회는 날아간 거다. 전 정파의 공적이 될 준비나 하시지.”
“그럼 원한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래도 내가 당신들을 살려 보낸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요.”
주악정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그가 이를 갈며 말했다.
“몇 번이고 찾아와 주마. 네 주변의 모든 이들이 죽고 마지막으로 네놈이 숨질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럴 줄 알았소.”
허윤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 나는 아무도 살려 보내지 않겠소. 단 한 명도 이곳에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외다.”
* * *
강호가 경악했다.
그야말로 온통 이곳저곳에서 백룡장에 대한 얘기가 넘쳐났다.
백룡장으로 떠났던 무림맹의 무력조 중 반이 권모술수에 의해 이탈했고, 그나마 백룡장에 도착한 나머지 반은 소식이 끊겼다.
“어떻게 된 거야. 백 명이 넘는다면서 한 명도 돌아온 사람이 없어? 무당파까지 다 당했다고?”
“무당파 장문인은 도중에 일이 있어서 돌아갔다는데, 나머지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대.”
꿀꺽.
말을 하던 이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몰살된 거야. 두풍에 당했구만.”
“난리 났네. 다른 것도 아니고 두풍에 당했으면 시신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거 아냐.”
“백룡회주가 남다른 데가 있다곤 해도,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무림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제 백룡장과 무림맹 간에 큰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무림맹주를 성토했다.
“그런데, 애초에 녹림 총표파자가 거기에 없다는 데도 굳이 철수를 안 시킨 맹주도 문제 아니야? 내가 백룡회주 같아도 그럼 빡이 돌지.”
“그건 그래. 아무리 패도를 주창했어도 그렇게까지 하는 건 정파의 도리에 어긋난 일이야.”
그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다 쳐도 백룡회주도 너무했어. 무리 중엔 무당파와 남궁가도 있는데, 그들을 다 죽인 건 너무한 처사지. 선을 넘어도 보통 넘은 게 아냐.”
양쪽 모두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무림맹주의 패도도 너무하다 싶은데, 그에 맞서는 백룡장까지 막 나가고. 서쪽에서는 전대의 마두까지 밀고 온다 하니…… 앞으로 강호가 어찌 될꼬…….”
백룡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무인들의 소속 문파와 그에 관련된 문파들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였다.
“싸움에도 정도가 있지! 무림맹주의 패도에 문제가 있을지언정 한때 부처라고까지 불렸던 자가…… 어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간단 말인가!”
“크흑.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당연한 일. 무림맹주에게 탄언하여 즉시 백룡장을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날려 버려야 한다!”
하여 많은 문파가 무림맹주에게 백룡장을 공격하자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남궁가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다.
“말도 안 돼요. 백룡회주가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습니다.”
남궁란이 가주를 설득했다.
하나 방계인 대연장 쪽에서는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분노를 토해 냈다.
“그가 우리 가문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왜 여태 소식이 없겠습니까! 하다못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전해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궁철기도 허윤의 편을 들고 싶었으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어 뭐라 말하기가 애매했다.
“내가 백룡장으로 가 보겠네.”
“가서 뭘 어쩌시게요? 가면 순순히 참회라도 한답니까? 그가 사죄한다고 핏값이 사라집니까?”
“싸울 때 싸우더라도, 확인은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이게 만일 오해라면…….”
“늦었습니다. 이미 무림맹주에게 탄원이 쏟아지고 있다 합니다. 조만간 이차 공격대가 준비될 거고, 그러면 거기에 무림맹주도 함께하게 될 겁니다. 망설이다가 늦으면 우리는 우리 손으로 복수도 못 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 전령이 급하게 대청으로 뛰어 들어왔다.
“급보입니다! 원정에 참여했던 다수의 문파가 공격당했다 합니다!”
“뭐라고?”
회의 중이던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죽전장과 십이검문, 장사검회 등입니다.”
누가 봐도 백룡장이 보복 공격을 한 것이 아닌가!
“무림맹이 공격해 올까 봐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선제공격을 했어?”
모두가 놀랐다. 허윤이 독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몇 되지도 않는 인원으로 천하의 무림맹을 먼저 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궁민이 허윤의 편을 들었다.
“아니, 백룡장이 아닐 수 있어요! 기회를 노린 사파나 마도일 수도 있죠.”
가주가 전령에게 물었다.
“그래, 어떻게 됐지? 피해 상황은?”
“피해가 알려진 건 아직 태청장과 소청장뿐입니다.”
“소상히 말해 보거라.”
만약 백룡장의 짓이 아니라고 해도 그 둘이 멸문지화를 당했다면, 그 공분은 백룡장이 사게 될 것이다.
남궁란과 남궁민은 긴장해서 서로 손을 잡고 침을 꿀꺽 삼켰다.
“무엇하느냐! 어서 말해 보라니까.”
하나 전령은 갑자기 대답을 망설였다.
“그게…….”
전령이 조금 말하기 어려운 투로 고했다.
“저도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누군가 밤새 장원에 어마어마한 양의 분뇨를 투척해서…….”
움찔.
남궁란과 남궁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백룡장이네.
백룡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