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레벨라와 다곤은 밤새 추적을 뿌리치고 겨우 피난처로 숨었다.
마을 지하에 은밀히 만들어진 공간에 들어온 레벨라의 머리에서 다곤을 향한 의구심이 작은 불씨가 되어 피어올랐다.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집요하네. 그리 알고 싶어?”
“범죄자라는 건 알겠습니다. 신비를 쓰고 독을 쓴다는 것도.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괜히 데려왔나.”
다곤의 피난처는 그가 독과 산을 만드는, 마법사의 공방에 가까운 장소였다.
피난처에 있는 도구들은 베이올라를 따라 여러 학자들의 방에 방문했던 레벨라가 보기에도 고급품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여기 있는 물건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할까. 제국 금화 10개나 20개로는 어림도 없다. 천장에는 빛을 내는 유물까지 있었다.
다곤이 한숨을 푹 쉬었다. 하여간, 마르할의 지인 중에는 평범한 사람이 없다.
“그놈 지인이니 말해도 되겠지… 용병들이 불법 의뢰를 받는다는 건 알지?”
“압니다.”
“그걸 알선하는 게 나야. 서부 전역에서.”
“거물이었군요.”
“거물은 무슨. 마르할이 콧바람 불면 날아가는 자린데. 이제 됐지?”
“이해했습니다.”
불법 의뢰 알선, 불법이니 정식 의뢰보다 잔인하고 힘든 임무가 많고, 단가도 높다.
불법이지만, 엄연한 사업이다. 그걸 서부 전역에서 벌이고 있다면, 이 시설도 이해된다.
레벨라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졸부가 많은 서부에서도 상당히 위쪽에 있는 자산가다.
“하루에서 이틀은 버틸 거야. 최대한 버티면서 위에 있는 추격자들이 흩어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도망가야지.”
“여긴 괜찮은 겁니까?”
“이틀은 버틴다는 건, 그 이상 끌면 들킬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사실상 여기를 버리는 짓 아닙니까?”
추적자를 따돌려도 두 사람이 여기서 한 번 사라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곤은 거물이다. 다곤을 쫓는 사람도 있을 터. 그들이 작정하고 조사하면, 이 피난처는 못 쓰게 된다.
“돈 받아낼 사람은 따로 있어.”
다곤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듣는 레벨라는 아니었다.
다곤이 돈을 받아낼 사람은 뻔하다. 마르할이다.
마르할의 성격이라면 다곤에게 돈을 내어줄 것이다.
자신의 실수 탓에 마르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생겼다.
돈은 베이올라가 가지고 있는 보석을 팔아 메우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둘 사이에 생긴 채무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레벨라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다곤은 선반에 있던 병을 몇 개 꺼내 유리병에 담고 섞기 시작했다.
매캐한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뭘 하는 거죠?”
“소모한 물건의 보충. 냄새가 싫으면 잠이나 자.”
레벨라가 구석에 등을 기댔다. 침대가 있지만, 주인을 두고 침대를 쓸 정도로 그녀는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에 모래의 감촉이 전해진다. 까끌까끌하고, 약간은 부드럽다. 그리고 그녀 안에서 고동치는 검은 안개는 점점 커지며 그녀의 정신을 물들이고 있다.
목패의 시간은 10년은 더 지났다. 금이 간 끄트머리가 부서지고 있다. 나무 장식의 수명이 몇 년이더라?
레벨라가 눈을 감았다. 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어둬야 한다.
도주에 필요한 체력도 체력이지만, 전투를 시작하고 마족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극심해진다.
도망가려면 마족의 힘이 필요하다.
현상금을 노리는 사람 중에는 신비를 가진 용병이나 기사도 있었다.
한 사람까지는 버티지만, 둘 이상이 되면 마족의 힘 없이는 안 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베이올라를 만나기만 하면 된다. 그게 그녀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 * *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피난처에서 이틀이 지났다.
밤낮을 구분하는 일은 다곤이 가진 시계에 의존했다.
레벨라는 다곤이 시계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다곤이 만드는 건 독과 산이다.
잘못 다루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액체들이다.
실수 없이 물건을 완성하려면 시계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벽에 손을 댄 채 눈을 감고 있던 다곤이 말했다.
“바깥도 조용해진 것 같고. 슬슬 나갈까. 그쪽은 어때?”
“괜찮습니다.”
푹 쉬고 푹 잤다.
몸 상태는 최상이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고 마족의 힘을 쓰게 되면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
보수적으로 잡아 두 번의 전투는 버틸 수 있다.
다곤이 벽을 툭 두드리자 벽 한쪽이 무너지며 위로 올라가는 길이 생겼다.
레벨라와 다곤은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틀 만에 보는 태양이 눈을 찔렀다. 레벨라가 태양에 적응하는 동안 다곤의 발은 움직였다.
“그쪽은 마구간이 아닙니다.”
“용병 길드로 가는 거야.”
“미쳤습니까?”
레벨라의 목에는 거금이 걸려 있다. 근방 용병들은 모두 그녀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망토라도 뒤집어써. 굳이 망토를 들추려는 놈은 없으니까.”
다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레벨라는 망토에 달린 천을 깊이 눌러썼다.
다곤은 진짜로 용병 길드 지부에 들어갔다.
지부는 한산했다. 술을 마시는 일행이 하나. 남자 둘에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다곤이 지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레벨라의 수배서를 꺼냈다.
책상에 한쪽 손을 올린 그가 삐딱하게 물었다.
“이 수배서, 지금은 얼마야?”
“새벽에 들어온 정보로는 공국 금화 20개에 성황국 금화 20개였습니다.”
“그리고?”
다곤이 은화 하나를 내밀었다. 직원은 뒤를 한 번 확인하고 은화를 품에 챙겼다.
직원이 목소리를 낮췄다.
“어디까지나 소문입니다.”
“말해.”
“수배범의 지인이 나타났다는 모양입니다. 수배범의 무력이 대단한 것 같으니, 인질이라도 잡으려는 사람들이 그쪽을 노린다고 합니다.”
“좆같이 세긴 했지. 그 예비 인질들의 위치는?”
“그건….”
“여기서 지부장 불러? 뇌물 꿍친다고?”
용병 길드는 청렴함을 강조하는 조직이 아니다. 도시에 있는 대형 길드 지부에서도 달에 한 번꼴로 횡령이 터지는데 그 아래가 청렴할 리가 있나.
다곤이 지부장을 부르면 지부장은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화는 빼앗기고 대신 전직 용병의 매콤한 구타가 기다린다.
“서쪽 어딘가. 그 이상은 모릅니다.”
“서쪽이란 말이지….”
직원은 다곤이 다시 무얼 요구할지 몰라 불안한 눈치였다.
여기서 더 들쑤시면 다곤에게도 좋지 않다.
“잘 써라.”
다곤은 짧게 한 마디 하고는 용병 길드 지부를 나섰다.
“아무 말도 안 하네?”
“질질 짤 줄 알았습니까?”
“그래도 한 마디는 할 줄 알았지.”
“그 사람이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안전합니다. 제 부담을 줄여주려고 소문을 퍼뜨린 걸 겁니다.”
“그냥 실수라면?”
“그대로 전해 주겠습니다.”
베이올라가 혼자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베이올라 단독 행동이라도 서부 끝자락에서 여기까지 소문이 퍼지기 전에 마르할이 행동하지 못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마르할이 관련되어 있다.
레벨라도 다곤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농담이 안 통해요. 농담이.”
다곤은 재미없다는 얼굴로 마구간으로 향했다.
최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제값을 치르고 말을 샀는데, 돈은 레벨라가 냈다. 두 사람은 다시 황야로 나갔다.
* * *
스트레킬은 우물에서 물을 퍼냈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바가지에 남은 물을 한 모금 마신 스트레킬의 눈썹이 내려갔다.
“뭔가 있어요?”
옆에서 바가지를 우물 아래로 내리던 마르할이 물었다.
“독.”
“이야. 마을 우물에 독을 타요? 누군지 몰라도 걸리면 마을 사람들한테 맞아 죽겠네요.”
북쪽으로 더 가면 강줄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근방에는 맨땅에서 물을 구할 수단이 거의 없다.
마을 우물에 독을 타는 건 마을을 말려 죽이는 짓이다.
“강한 독은 아니다. 싸구려 마비독 같군.”
“초보자가 독의 양을 잘못 조절했을지도 모르죠. 베이, 독은 괜찮아요?”
“조금은. 본가에서도 독 내성은 꾸준히 길렀어.”
초인의 신체에 스트레킬의 유파를 계승하고, 황족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독을 먹었다.
베이올라의 독 내성은 스트레킬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물 보충을 못 하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네요. 저기요!”
마르할이 지나가던 마을 사람을 불렀다.
최근 외지인의 방문이 많아져 경계심이 잔뜩 높아진 남자는 마르할의 부름에 조심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누가 우물에 독을 탔어요. 그걸 알려주려고요.”
“독?”
남자의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누가 물을 마시면 바로 확인될 일인데 거짓말할 이유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도….”
외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다.
남자가 고민하던 차에 마을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중독, 독, 쓰러졌다 등의 단어가 띄엄띄엄 들린다.
“맞죠? 아, 저희는 아니에요. 목책에 있던 경비병 있죠.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알 거예요. 방금 마을에 들어와서 물을 보충하던 참이거든요.”
“아, 알았다.”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려는 남자를 마르할이 붙잡았다. 남자의 얼굴에 서리가 내린다.
“놔.”
“독을 푼 사람을 잡는 법, 알고 싶지 않아요? 돌이키기는 늦었어요. 피해자는 이미 생겼고, 우물에 독은 들어갔죠. 무작정 방법을 찾는 것보다 범인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범인은 해독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듣고 보니 확실히 맞는 말이라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할이 웃으며 말했다.
“우물을 막을 수 있나요? 흙으로 메우는 게 아니고, 그냥 뚜껑만 덮는 거예요.”
“나는 못 해. 대신 지금 마을에 지주 대리인이 와 있어.”
“안내해줄 수 있나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지주 대리인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기꾼 출신 남자였다.
어떻게 사기꾼인 걸 알아봤냐고 하면, 그의 왼손은 손가락 몇 개가 없었다.
손가락을 자르는 건 동서 불문하고 사기꾼이나 도둑에게 가장 많이 내려지는 형벌이다.
전직 사기꾼답게 지주 대리인은 마르할을 만나자마자 분위기부터 잡았다.
볕이 잘 안 드는 방에서 촛불을 켜두고,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고 얼굴 앞에서 깍지를 꼈다.
큼직한 흉터가 남은 얼굴에 그림자가 지며 제법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마르할은 스트레킬에게 눈치를 한 번 주었다. 스트레킬이 망토를 젖히자 망토 아래 있던 전신 갑옷이 드러났다.
“선생님, 뭘 원하십니까?”
지주 대리인이 실없이 웃으며 손을 탁자에 가지런히 모았다.
지주 대리인? 험악한 인상? 전신 갑옷 앞에서는 재롱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마을 우물에 독을 탔어요.”
“방금 들었습니다. 이래서 사람 죽여 먹고 사는 놈들은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 하나 잡자고 백 명이 넘는 사람을 굶겨 죽이는 미친 새끼들.”
“남 말 할 입장은 아니지 않나요?”
마르할의 시선이 남자의 손을 향했다. 오른손 아래 숨겨진 왼손으로.
“저는 옛날에 손 뗐습니다. 반대로 사기꾼들만 보면 치가 떨립니다요.”
“우물에 독을 탄 사람을 잡을 방법이 있어요. 협력해줄 수 있나요?”
“그… 선생님께서 왜?”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 남자가 사기꾼으로 활동하던 시절 깨친 인생의 지혜다.
우물에 독이 있으면, 조용히 다음 마을로 가서 우물을 쓰면 된다. 그동안은 소변이라도 마시면 된다.
“저희가 외부인들이 잡으려는 사람이거든요.”
“선생님… 그러니까.”
“저희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살인마가 아니에요.”
“평생 입 다물고 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적당한 사람한테 팔아먹으세요. 사기꾼 출신이면 알잖아요?”
모른다. 남자가 수준 높은 사기꾼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남자는 자잘한 사기나 치다 잡힌 잡범이었다.
남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알고말고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우물을 잠시 막고 물에 세금을 매기세요. 집마다 사람을 보내 가지고 있는 물의 양도 확인하고요. 지주 대리인이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선생님, 그러면 제가 죽습니다.”
세금을 매기는 것도 정도가 있다.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로 쥐어짜야지. 세금을 내도 죽고 안 내도 죽는다면 사람은 무기를 든다.
초인도 용병도 아닌, 일개 사기꾼인 남자는 무기를 든 아이한테도 죽을 수 있다.
“여기 안 보여요?”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마르할이 스트레킬을 한 번 가리키자 남자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