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마린은 여전히 자고 있다. 독은 해독되었어도, 몸의 피로는 남아 있을 것이다.
방은 숨 막히게 조용했다. 약초와 술 냄새가 섞인 기묘한 냄새가 감돌았다. 한쪽에 뚫린 커다란 유리 창문으로 대낮의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쓰레기장 알죠?”
다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래예요. 땅굴로 흩어져 도망가고 있어요. 다음도 제가 설명해야 하나요?”
마르할이 술병을 다 비웠다. 고개를 위로 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마신 마르할이 말했다.
“전 대화를 하고 싶어요. 알았죠?”
다곤이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마르할은 술병을 땅에 내려두고 눈을 감았다.
막 각성한 신비는 불완전하다. 시간이 지나면 토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특정 구역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하는 게 한계다.
‘이것만 해도 어디야.’
지주로서 땅을 관리하는 것에는 이미 충분한 능력이다.
카반이 제대로 해준 모양이다. 쓰레기장 아래가 요란스럽다.
땅 아래에서의 싸움이라면 암살자라도 다곤을 이기기 힘들다. 지하에 살며 단련된 그의 신비는 진짜 암살자도 쉽게 볼 수 없다.
마르할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카반과 다곤이 있지만, 놈들을 다 잡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검은 손가락은 진짜 암살자며, 대량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 그런 놈들이 은거지를 한 곳만 만들어뒀을 리가 없다.
전력을 조금만 깎아 먹으면 된다. 깎고 깎으면 몸통이 드러나고, 머리가 드러난다. 뼈와 살을 바르는 건 몸과 머리가 드러나고 해도 늦지 않다.
마르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력시장에 가볼 생각이었다.
* * *
다곤은 쓰레기장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걸 실패하면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권력이 내일의 권력이 되라는 법은 없다.
오늘의 그는 권력이라 부를 수 있는 걸 가지고 있지만, 그건 한 사람의 뜻에 따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권력이다.
오늘의 권력이 내일의 권력이 되려면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
달리던 다곤이 멈췄다.
아프란체가 멀쩡하던 시절, 그는 아프란체의 땅속에서 살았다. 하수도만이 아니라 지하라면 어디든 파고들었다.
다곤은 지상에서의 싸움보다 지하에서의 싸움에 더 자신 있다.
지하의 싸움은 빛이 부족하다. 그래서 다른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다곤은 특히 진동을 감지하는 것에 자신 있다. 그게 땅을 울리는 진동이라면 발로도 감지한다.
다곤이 땅에 손을 댔다. 땅에 구멍이 생기며 그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다곤은 지하에 만들어진 통로에 착지했다.
“무서워서 자리를 비우겠나, 이거.”
말은 편하게 해도, 다곤은 속으로 욕을 눌러 담고 있었다.
마르할이 준 일을 처리한다고 제대로 도시를 감시할 여력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땅굴이라니.
감히, 누구의 구역에서 땅굴이라니.
저 앞에 등불이 있다. 등불의 주인은 다곤이 나타나자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검은색 천으로 된 가벼운 옷을 입고 있다. 간단한 암기는 숨길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기는 힘든 복장이다.
얼굴도 내놓고 있다.
급하게 도망가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암살자가 행동에 나서면 다곤에게는 승산이 없다. 다곤이 가진 신비는 대단하지만, 본인의 전투 능력은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패배하리란 생각은 안 한다.
다곤의 능력은 어지간한 암살 조직의 기술보다 훨씬 더 암살자스럽다.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다 보니 자연히 그런 기술이 늘어났다.
암살자가 반응하는 것보다 다곤의 신비가 먼저 발동했다.
암살자의 발밑이 푹 꺼졌고, 암살자가 토굴 아래로 사라졌다.
다곤은 품에서 작은 통을 꺼내 암살자가 떨어진 구멍에 내용물을 부었다.
숙련된 암살자의 비명이 들렸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암살자니 다소 독한 것도 버티겠지.
다곤은 대충 죽지 않을 정도로만 흙을 덮고, 땅에 귀를 가져갔다.
땅에 묻힌 암살자가 시끄러웠지만, 아프란체 하수도는 더 시끄러웠다.
농사가 발달한 아프란체 하수도는 가뭄만 아니면 늘 물이 흘렀다. 흐르는 물소리와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구분해 표적을 낚아채려면 정교한 소리 구분이 필요하다.
사람 하나가 난동을 부리는 건 그에게 소음도 못 된다.
땅을 울리는 진동 하나가 그의 귀에 잡혔다.
‘찾았다.’
일어난 다곤이 토굴의 벽에 손을 댔다. 그의 신비는 땅을 파는 것에 특화되어 있지만, 장소가 지하라면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다.
벽이 무너지며 길이 생겼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위험한 길이지만, 길이 무너지면 다시 파면 그만이다.
* * *
인력시장에 들어선 마르할은 여기가 전쟁터인가 잠시 착각했다.
전쟁이 오래되면 거리에 나앉는 사람이 늘어난다.
먹을 걸 찾아 나왔다가 허기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사람도 있고, 부상이나 피로 등의 이유로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다.
인력시장의 꼴이 딱 그랬다.
인력시장에도 노숙자나 거지는 많았다. 여관에서 묵는 것도 돈이다. 그 푼돈이나마 아끼려고 길에서 자는 사람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멀쩡히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거리에 쓰러진 사람이, 그리고 시체처럼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벽에 계속 머리를 박는 사람도 있고, 쌀쌀한 편인데 옷을 전부 벗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곤에게도 먹히는 약이다. 한 번 접하는 것만으로 치명적이고, 저 지경까지 갔다면 돌이킬 수 없다.
일반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용병들도 보였다. 장비의 가격을 암산해보면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진통제나 각성제 대용으로 약을 먹었다가, 그대로 중독되었을 것이다.
마르할은 건물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인근에서 제일 큰 건물이며, 이 땅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찾는 인력 중개소다.
바깥에 있는 중독자들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약을 한 사람이 몇 명 보인다.
마르할의 입술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약쟁이를 건물에 들일 사람이 아닌데.’
하지만 약쟁이가 안에 있다. 약쟁이라도 쓰지 않으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도시는 심각한 지경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몇 명 있는 사무원 중 하나가 마르할을 보고는 헐레벌떡 달려왔다.
“어르신은 안에 계십니다. 모셔올까요?”
“아뇨, 제가 들어갈게요.”
여기 사람들은 마르할이 지주라는 건 모른다. 그냥 큰어른과 독대 가능한 거상 정도로만 안다.
마르할은 여기 주인과 만날 명분만 챙기면 되기에 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중개소 안쪽으로 들어가 검게 칠해진 문을 열자 머리카락이 희끗한 노인이 고갤 들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고, 전체적으로 허약하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서류를 보는 눈은 날카롭다.
“너냐? 뭐 하다 이제 왔어?”
“가게 안에 약쟁이들이 보이던데요.”
하아… 노인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앉아라.”
마르할이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노인은 마르할은 보지도 않고 서류에 집중했다. 글을 읽고, 깃펜에 잉크를 찍어 글을 쓰고, 종이에 구멍을 뚫어 작은 줄에 끼워 장부를 한 장 한 장 채운다.
“이런 상황을 몇 번 봤지. 약으로 도시 노동력을 거덜 내고 그 자리에 외부인이 들어앉는 그림.”
노인의 말은 느릿했지만, 귀에 확실히 박혔다.
“이번에는 도시를 망하게 하려는 모양이지만요. 아시는 거 없어요?”
“가게 뒤편으로 쭉 가면 작은 판잣집이 나온다. 이 근방에서 파는 약은 전부 거기서 나와.”
“휴고한테는 말 안 해주셨어요?”
마르할이 노인을 알듯, 휴고도 노인을 안다. 휴고도 분명 노인을 만났을 것이다.
“그놈은 충성심이 너무 강해서 다소 무리하더라도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어. 자기 역량을 착각하면 골로 가기 딱 좋지.”
마르할의 땅에서 휴고를 악평할 수 있는 인물도 많지 않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특별한 과거사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 평범하게 돈을 굴리던 상인이었고, 서부가 열린 김에 한몫 잡으려고 서부에 왔다.
그게 다다.
저 나이가 되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다.
“저는 괜찮고요?”
“수틀리면 전부 죽여버릴 놈이.”
“이번엔 그럴 거예요.”
노인이 반쯤 감긴 눈꺼풀을 들었다.
“네가 직접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는 건 처음 듣는군.”
“그랬나요?”
“그래.”
노인은 경계에 자리 잡을 돈과 능력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 토지 경주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르할이 이 자리에 도시를 세우려 하자 가장 먼저 달려와 거금을 투자했다.
그 돈을 마르할이 이리저리 굴려서 목돈을 만들었고, 그게 도시의 주춧돌이 되었다.
이 도시의 반은 노인의 돈으로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시작을 함께한 노인은 도시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마르할이 어떤 짓을 했는지도 안다.
이 도시는 경계에서 시작되어 서부로 퍼지는 몇 개의 커다란 줄기 중 하나다.
땅의 가치를 알아본 파락호들이 도시를 세우는 첫 기둥이 세워질 때부터 추잡한 짓으로 땅을 빼앗으려 했다.
그랬던 놈들은 지금 한 놈도 남아 있지 않다.
예순 살이 넘었다. 이만하면 어딜 가도 나이로 무시받지는 않는다.
살 만큼 살았고, 볼 만큼 보았다.
마르할을 만나기 전 노인은 자신이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마르할을 만나고 깨졌다.
마르할은 노인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노인은 장사를 접었다. 중개소를 열어 작게 조금씩 벌고 있다. 중개소가 말썽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일과 비교하면 사람 가지고 속 썩는 일은 적다.
마르할은 노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노인은 살짝 풀린 마르할의 동공을 보았다.
‘한바탕 폭풍이 치겠군.’
미친개가 진짜 미쳤다. 며칠은 장사를 접고 집의 지하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듯했다.
“도시 상태는 어때요?”
“도시 인식이 나빠졌어. 까딱하면 다른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뒤로 밀릴 거다.”
서부는 한창 성장 중이다. 서부의 성장에 따라 도시도 성장하고 있다. 도시 성장이 멈추는 건 잠깐의 정지가 아니라 영원한 도태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은요?”
“날이 추워지고 있어서 다행이지. 여름이었으면 시체 더미를 치웠다. 전염병도 덤으로 따라왔을 거고.”
“술 한 병만 가지고 가도 돼요?”
“안 된다고 하면?”
“지주 권한으로 징발할 거예요.”
“가져가.”
마르할은 노인의 방에 있던 장식용 술 한 병을 들었다. 단검으로 요령껏 뚜껑을 딴 마르할이 술 냄새를 맡았다.
“이거 비싼 술 아녜요?”
“싼 거면 장식용으로 놔뒀을까.”
“잘 마실게요.”
마르할이 방을 나갔다. 노인은 책상 옆에 있던 종을 울렸다.
직원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어르신?”
“가게 문 닫아. 그리고 다들 집으로 가서 쉬어. 다시 부를 때까지 나오지 마.”
“지, 지금요? 아직 아침 물량도 다 소화 못 했는데요?”
“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할래?”
노인이 한 번 소리치기 시작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직원이 가게 밖으로 나갔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안에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중개소 문이 틀어막혔다.
노인의 중개소가 영업을 접으니, 다른 중개소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문을 닫았다.
약쟁이들로 을씨년스럽던 인력시장이 더욱 으스스해졌다.
* * *
마르할은 노인이 말한 판잣집으로 향했다.
판잣집으로 가는 길에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카리안하고 아스탈?”
“어, 돌아왔어?”
“아, 안녕, 마르할.”
카리안이 마르할을 반겼고, 아스탈이 어색하게 인사했다.
“여긴 무슨 일이에요?”
“마약을 여기서 판다고 해서. 잠깐 살펴보고 가려고 했지.”
“다른 사람들은요?”
“알아서 조사 중일걸?”
“호위도 없이 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요.”
“있어.”
카리안이 위를 보았다. 마르할의 시선도 따라갔다.
지붕 위에서 작은 그림자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우리 편이었어요?”
“알고 있었구나.”
“허튼짓하면 바로 죽이려 했죠.”
“네가, 나를?”
그림자가 땅으로 내려왔다. 지붕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는 자세를 보니 초인의 경지에 든 인간이다.
신체 능력은 마린을 공격했던 암살자보다 뛰어나다. 암살자끼리의 싸움에서 신체 능력이 전부가 아니긴 하지만, 아마 실제 실력도 앞설 것이다.
“좋은 인연을 만났네요.”
“운이 좋았지.”
“나를 무시하는 거냐?”
“아뇨. 그 전에 바닥을 한번 볼래요?”
남자가 땅을 보았다. 바닥을 뚫고 나온 가죽끈 하나가 그의 발을 묶고 있었다.
아니, 묶는 시늉만 하고 신발과 바지에는 접촉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감각으로도 잡아내지 못했다.
땅을 뚫고 움직인다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된다.
움직이려는 순간 발을 잡아끌고, 다음 그대로 목을 조이면?
어지간한 사람은 대응도 못 하고 죽는다.
“이게 무시하는 걸로 보여요?”
“…과연, 나보다 한 수 위군. 나는 다시 위로 올라가겠다.”
마르할이 끈을 풀어주자 남자는 건물 벽을 박차고 다시 지붕으로 올라갔다.
“어쩌다 만난 사람이에요?”
“음. 설명하려면 조금 길어.”
“그러면 나중에 들을게요. 더 급한 일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마르할이 판잣집 문을 열었다. 작은 판잣집 안에는 귀한 유리병이 수십 개나 있었고, 안에는 회색 가루가 가득했다.
다곤이 구했던 검은 가루가 원본이고, 저건 밀가루나 옥수숫가루 등과 섞은 희석품일 것이다.
판잣집 안에는 등이 굽은 노인이 앉아 있었다.
“바깥에서 하는 이야기 다 들었다. 하지만 날 죽여도 나오는 건 없다구?”
노인이 음충맞게 웃었다. 마르할도 마주 웃으며 노인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마르할은 중개소에서 가져온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몇 모금 술을 마시고, 옆으로 흘러내리는 술을 소매로 닦았다.
사용하는 언어에서 묻어나는 억양. 눈동자 색은 공국 귀족들, 특히 여자에게 자주 보이는 색이다.
손톱 아래는 여러 색으로 물들어 있다. 독극물을 수십 년은 만져왔다는 증거다. 얼굴에는 성병의 흔적이 있다.
손의 굳은살은 얼핏 무기를 잡다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요소를 고려하면 저건 몽둥이로 다른 사람을 때리면서 생긴 굳은살이다.
단서가 있으면, 나머지는 앞뒤를 그럴듯하게 끼워 맞출 뿐이다.
“공국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케르디시로 넘어갔네? 귀족 영애께서 무슨 일로 속국인 케르디시까지 가셨을까? 얼씨구, 케르디시로 갔을 때부터 약을 만지기 시작했어. 정략결혼이 아니라 가출이었구나? 몸을 팔다가 성병으로 신세 망치고, 다른 사람 신세도 망치기 시작했네? 손이 커지니 검은 손가락하고 손을 잡았어. 서부에 온 건, 늘그막에 크게 한탕 하고 싶었나?”
노파의 눈이 커졌다. 축 처진 볼살이 파르르 떨렸다. 최초의 여유는 찾을 수 없다.
출신 맞히기. 헤어지기 직전에는 도둑도 마르할에게 한 수 물러주던 기술이다.
자신을 숨길 생각도 안 하는 노인의 인생사를 읽어내는 건, 취한 상태로도 할 수 있다.
“너, 너너…! 너는 누구냐!”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할의 노인의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갔다. 겁먹은 노인은 숨도 쉬지 못하고 마르할의 행동을 지켜만 보았다.
마르할이 손을 기울였다. 술병에 남아 있던 술이 노인의 머리에 떨어졌다.
마르할이 자세를 낮췄다.
포도주가 흘러내리는 노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 이번엔 당신이 맞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