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42
기계신과 함께 – 042
‘후후, 글쎄?’
[괜한 데서 똥폼 잡지 마시고 얼른 말씀해 주십시오.]‘또, 똥폼이라니! 안 알랴줌.’
[마스터가 그러실 때마다 직박구리 폴더 내의 파일을 하나씩 지우도록 하겠습니다.]‘잘 들어! 오직 너만을 위해 설명할 테니까! 원한다면 백 번도 설명할 수도 있어!’
[한 번이면 됩니다.]‘바티칸은 결과적으로 ‘라비우스의 악마’ 던전 공략에 성공해.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명실상부 인류 최고의 마법국가로 발돋움하지.’
바티칸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결국은 그 최악의 던전을 클리어한다.
그리고 그곳 [빛의 마법서]라는 희대의 신성마법서를 발견하게 된다.
빛의 마법은 특성상 적성이 맞지 않으면 배울 시도조차 못 하는 마법이었는데 ‘라비우스의 악마’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바티칸 시국의 각성자들은 신기하게도 모두가 빛의 마법서를 익힐 수 있게 적성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빛의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바티칸은 곧 멸망하고 말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몰락하고 말았어. 나도 그 이유는 몰라.’
내가 기계룡과 자폭하는 그날까지도 바티칸의 갑작스러운 멸망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였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그들이 인류 전력에 남아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최고의 마법 사용 국가.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건만,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는지 일찍이 가라앉고 말았다.
이번 생에서도 과연 같은 길을 걷게 될지······.
“감사합니다, 도 비서님. 그럼 기계팔 아이템 하수 형한테 잘 전달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나는 도 비서가 준비해 준 차량에 몸을 실었다.
도 비서도 내 옆자리에 앉자 차가 출발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서였다.
“저, 저기 온다!”
“잡아!!”
“헌터님, 헌터님! 잠시 저희 얘기 좀 들어주십시오!”
“이번에 나온 아이템은 무엇입니까?”
‘에이, 또 시작이네.’
은하그룹이 짧은 시간 내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기술들을 개발해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의 다른 기업들과 기술 협약을 맺게 되며 얼마 전부터 내게도 산업스파이와 기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퍼진 건지 내가 은하그룹의 유일한 헌터란 정보가 샌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역시 비밀이란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나를 스카우트하거나, 내게서 물건을 사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내가 주로 현대 장르의, 그것도 기술적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은 아이템이 있는 던전만 어떻게 알고 골라 들어가서 클리어하고 나온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라 그런지 내가 가는 곳들을 잘도 알아내서 나를 귀찮게 하고 있었다.
“헌터님, 저희 회사로 이적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최고의 조건을 보장하겠습니다!”
“헌터님! 이번에 나온 아이템, 종류가 뭐든 저희가 30억 이상에 매입할 수 있습니다!”
“헌터님! 헌터님!”
나는 차의 소음 차단 기능을 켜고 자리에 몸을 뉘었다.
“어휴, 귀찮아 죽겠네.”
다행히 도 비서와 은하그룹의 철저한 보호로 내 얼굴을 비롯한 신상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였다.
옆에서 도 비서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신 헌터님.”
“네.”
“혹시 다른 곳으로 가실 거라면, 꼭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그 목소리에 깃든 약간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걱정 마세요. 어디 안 가니까. 아직까지는 은하그룹에서 해주는 것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거든요.”
은하그룹과의 협업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비단 계약 사항만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어떻게 나를 서포트할지를 고민하며 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도 비서를 파견하여 헌터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물론, 새로 개발되는 최신 장비들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내 조언을 항상 진지하고 심각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회귀’라는 전례 없는 사건을 통해 미래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는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변해가게 될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조언을 주는 것은 사실 상당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자칫 미친놈처럼 취급되거나, 혹은 이것저것 캐물어서 곤란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은하그룹, 정확히 말하면 은대호 회장과 은하수의 대응은 담백했다.
‘일단 오케이.’
꼬치꼬치 캐묻지도, 헛소리 취급 하지도 않고, 그들은 내 조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리스크와 효율성, 예상 효과를 분석한 다음, 그것이 큰 무리라고 판단이 되지 않는 한 그대로 실행했다.
다소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이전까지 내가 그들에게 안겨준 신뢰와 이득에 대한 그들식의 보답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두고 내가 왜 다른 그룹과 거래를 트겠는가?
‘걱정도 팔자셔.’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차량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 * *
‘오라클 능력자가 필요해.’
앞으로 있을 정보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내 자신을 지키려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능력자를 영입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그런 능력자가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찌해야 한담······ 아케우스를 찾아가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며, 나는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건물들과 비슷하게 생겨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건물 밖은 많은 헌터들로 붐비고 있었다.
남녀노소, 늙은이부터 어린 여자아이까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 한 꼬마와 눈이 마주쳤다.
막대사탕을 빨며 양갈래 머리를 한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싱긋.
한차례 그 꼬마를 향해 웃어준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띵동-
“어서 오십시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안내원이 나를 반겼다.
나는 품에서 얼마 전에 발급받은 ‘헌터증’을 꺼내 입구의 안내원에게 제시했다.
“신무결 헌터시군요. 들어가시지요.”
헌터증은 어느 정도의 테스트를 통해 ‘던전을 개척할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자격증으로, 얼마 전부터 한국 헌터 협회와 정부에서 주도하여 자격이 되는 자들에게 발부하기 시작했다.
헌터증을 발급받는 것, 즉 헌터가 되는 것만으로도 세금이 감면되며 각종 편의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된다.
각성자들 중 몬스터를 대적할 수 있는 헌터란 이제는 국가 안전에 있어서 절대적인 자원이었으니 그 정도 지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지원뿐만이 아니었다.
정부는 헌터들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국내에 능력 있는 헌터들을 유치하고자 ‘헌터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곳 또한 그 ‘헌터 특별법’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헌터스 마켓.
전국에 던전과 몬스터들이 넘쳐나기 시작한 만큼, 아이템과 스킬들 또한 수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던전에서 나오는 스킬과 아이템들은 일반인들 또한 익히고 쓸 수 있는 것들.
자연히 돈 많은 일반인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혹은 호기심을 위해 아이템과 스킬들에 눈독을 들였다.
정부는 최전선에서 뛰는 헌터들에게 아이템과 스킬 자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헌터스 마켓’이라는 곳을 만들어냈다.
이곳에서는 헌터들이 가져온 아이템에 대한 감정가를 제시해 주고, 그것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과 연결해 준다.
그것도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수료로.
다만 이곳을 이용하는 데는 간단한 조건이 붙는다.
처음 하루 동안은 ‘헌터’에게만 물건을 파는 데에 동의할 것.
하루라는 시간 동안 헌터들에게 물건이 안 팔리면 일반인들에게도 같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기회가 제공된다.
전국의 주요 지역에는 이와같이 ‘헌터스 마켓’이라는 곳이 만들어졌다.
간편하게 가진 아이템을 팔 수 있는 데다 판매 수수료도 매우 저렴한 이곳을, 이미 수많은 헌터가 애용하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아이템들이 모여 판매되는 ‘헌터스 마켓’ 여의도 지부였다.
나는 방금 입구에 있는 ‘일반관’을 지나 신분증을 제시하고 더욱 위층에 있는 ‘헌터관’으로 들어온 것이다.
일반관보다 훨씬 사람이 한산한 헌터관에서는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아이템과 스킬북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오늘도 아이쇼핑을 시작했다.
‘일단 스킬북 코너부터.’
진열된 스킬들을 [하늘의 눈]을 쭈욱 훑었다.
대부분이 ‘커먼’, 그리고 간혹가다 ‘언커먼’ 등급의 스킬북이 보였다.
‘레어’는 딱 한 개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다지 쓸모없는 스킬이었다.
‘역시 쓸 만한 건 없군.’
효용 가치가 높은 고가의 스킬북들은 전부 헌터스 마켓의 VIP룸에 진열되어 있을 터였다.
VIP룸은 헌터들 중에서도 능력과 구매력이 인정된 자들, 혹은 거대 클랜과 길드, 회사의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물건을 VIP룸을 구분하지 않고 헌터관에 뒀더니, 물건을 강탈하고자 하는 범죄자들이 많아져서 결국 VIP룸을 만들고 만 것이다.
VIP룸은 상주하는 각성자들이 24시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나 또한 VIP 멤버였는데, VIP의 멤버들에게는 VIP룸에 물품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어떤어떤 물품이 입고되었음을 문자 등으로 알려온다.
오늘은 입고 알림이 오지 않았으므로 따로 그곳을 들어갈 볼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노리는 것은, 아직 가치가 밝혀지지 않은 저렴한 스킬북이나 아이템들이었으니까.
다음은 아이템 코너를 훑어봤다.
역시 마찬가지로 커먼과 언커먼 천지였다.
그러다 한곳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희귀도 : 레어
그것은······ 인형이었다.
이곳에 오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보는 레어 아이템이었다.
나는 먼저 가격을 훑어봤다.
-200,000,000원.
0이 8개, 2억이었다.
‘헐.’
나는 가격을 보고 놀랐다.
가격이 레어치고는 너무 쌌다.
언커먼과 커먼도 최소 수백에서 조금만 쓸 만한 능력이 붙었다 밝혀지면 수억은 가볍게 넘어간다.
그런데 ‘레어’가 2억에 불과하다?
나는 전시관에 쓰여 있는 인형의 능력을 읽어봤다.
혹시 능력이 구리나 싶어서였다.
[곰돌이 가방]-가방의 10배에 해당하는 부피를 넣을 수 있다.
‘오, 아공간 가방?’
마침 아공간 아티팩트가 필요하긴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곰돌이의 등 쪽에 가방끈이 달려 있었다.
‘쓰인 능력으로만 보면 애매하긴 하군.’
부피 증가 옵션이 있긴 했지만 애초에 가방이 작아서 수납량이 10배로 증가해 봤자 군인들이 메는 더플백과 물품 수납량이 비슷할 것 같았다.
무게 감소 옵션도 없었고.
이 정도면 2억이란 가격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아마 아이템의 주인과 감정사들도 여기까지밖에 밝혀내지 못한 거겠지.
하지만 ‘레어’라면 아마 드러나지 않은 능력이 더 있을 터였다.
나는 이번에는 [하늘의 눈]으로 곰돌이 인형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