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thless Regression RAW - chapter (6)
노 클래스-6
“…허허허!”
여관 주인, 잭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성민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이성민이 내 놓은 물건들을 보면서 다시 헛웃음을 흘렸다.
“이걸 정말로 너 혼자서 다 모아왔다는 거냐?”
고블린 세 마리 분의 이빨. 피를 가득 담은 다섯 개의 병. 대롱 두 개와 독침 열 개. 독병 한 개. 남은 대롱과 독침, 독병은 이성민이 갖도록 했다. 이래저래 쓸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잭은 이성민을 내려 보면서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고블린은 그리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무리를 짓고 독을 쓴다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숙련된 모험가라면 고블린 몇 마리쯤은 우습게 잡아 죽일 수 있다. 몇 십 마리의 고블린이 우글거리는 둥지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영역 순찰을 도는 고블린을 몇 마리 족치는 것은 쉬운 일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 낸 것이 14살의 꼬마. 그것도 아무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노 클래스라는 것이 잭을 놀라게 했다.
잭은 여관업을 하고 있기에, 이 도시에 처음으로 도착하는 이계인들을 몇 번이나 보아왔다.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무림인, 마법사 등은 비교적 빠르게 이 세계에 적응한다.
하지만 노 클래스는 아니다. 그들은 이런 식의 싸움이라는 것을 제대로 겪어 본 적도 없거니와, 이 세계에서 목숨을 부지하게 해 줄 재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보통… 노 클래스가 이 세계에 적응하는 기간은 한 달 정도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전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몬스터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게끔 되는 것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너… 이 도시에 언제 처음 온 거냐?”
“어제요.”
잭의 질문에 이성민은 거짓 없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잭은 기가 질려서 다시 한 번 웃음을 흘렸다.
“나이는 열 넷이고?”
“네.”
“뭐 따로… 익힌 것은 없고?”
“…그렇죠.”
“허허허!”
이성민의 대답을 듣고서 잭이 다시 웃는다. 잭은 이성민이 대체 무엇을 하다가 온 꼬마인 것인지 궁금증이 동했지만, 그것을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전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은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값은… 제대로 쳐주마. 허허. 묘한 꼬마가 들어왔어. 노 클래스가 하루 만에 이 세계에 적응하고 몬스터를 잡아 오다니…”
솔직히, 잭은 이성민이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저런 놈이 있었다. 비교적 빠르게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 사냥터로 뛰쳐나가는 놈들이.
보통, 그런 놈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처지를 자각하였다고 해도 몬스터와 싸워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꼬마는 살아서 돌아왔다.
“숙박비는 반으로 줄여 주마.”
공짜는 안 된다. 그것은 잭의 신념과도 같았다.
“재능을 가진 꼬마와 인연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겠지. 만약 네가 쭉 살아남는다면… 하하! 제나비스까지 소문이 들려 올 거물이 될 지도 모르지. 그래, 그때에는 나에게 얻은 은혜는 잊지 마라.”
잭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성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성민은 마주 웃어주면서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계단을 오르면서, 이성민은 많은 생각을 했다.
너는 단골이 될 것 같구나.
재능을 가진 꼬마.
노점상과 잭이 한 말이다. 전생에서의 이성민은 저런 말을 들어 본 적이 많지 않았다. 특히, 이 도시. 제나비스에서는 단 한 번도 저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저런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제나비스는 모든 이계인이 처음으로 도착하게 되는 도시인만큼, 이 세계가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확실하게 자각시킨다. 그것은 당장 잭이나 노점상이 이성민을 대한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재능.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리도 쉽게 호의를 얻을 수 있다.
‘재능이라니. 인연도 없던 것을.’
이성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에리아에서 살았던 13년의 삶은, 이성민이 자신의 주제를 깨닫게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10년 가까이 익혔던 심법은 대성하지도 못했고, 발품을 팔아 익혔던 이류무공들도 마찬가지다. 한 번 거쳤던 경지이니 전생에서의 실력까지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성민이 전생에 익혔던 무공들이 ‘깨달음’같은 것과는 조금도 인연이 없는 무공들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숙련도만으로 경지가 오르는 것이 이류무공이다. 추혼창법은 철저하게 형形만을 담은 무공이다. 기묘한 초식도 없고 있어 보이는 심득心得따위도 담겨져 있지 않다. 일뢰주법도, 철피강골도, 석파권장도 마찬가지다.
경신법이자 보법인 일뢰주법은 경신법으로서의 기본만을 담은 무공이고, 철피강골과 석파권장은 외공外攻이다. 내공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저것들에도 심득 같은 것은 담겨져 있지 않다.
그것이 이류무공과 일류무공을 나누는 차이다. 일류무공에는 심득을 담는다. 운이 좋다면 심득을 깨치고서 일류의 벽을 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류무공은 아니다. 심득같은 것 없이 철저하게 형만을 담은 무공이기에, 아무리 익혀봤자 가진 무공에서 깨치는 것은 없다. 잘 해봐야 일류 수준에 근접하게 될 뿐이다.
‘지금은 몸이 너무 약해. 근력도 부족하고 지구력도 부족해. 체력이 붙는다면… 천진심법을 제외한 다른 무공의 경지가 빠르게 오르겠지. 하지만 매달려봐야 결국은 이류무공이야…’
그것이 이성민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류무공의 한계를 깨기 위해서는, 무공이 가진 한계를 초월하게끔 만드는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성민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대종사大宗師의 자질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타인이 심득을 담아 만든 무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것은 천진심법이다. 이것은 일류의 내공심법이다. 매진한다면… 어쩌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심법은 내공의 절대량을 늘리면서 내공의 운용을 능하게 만든다. 천진심법을 수련하여 성과를 거둔다면, 다룰 수 있는 내공이 크게 늘어나고 내공의 운용이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심법은 결국 심법일 뿐이다. 한계는 명확하다.
‘기회는 있어. 하지만… 아직 멀군. 우선 성련단을 얻어야 해.’
이성민은 흙투성이의 옷을 방구석에 던져두고서 숨을 크게 삼켰다. 몸이 조금 뻐근하기는 했지만, 이성민은 개의치 않고서 바닥에 엎드렸다.
우선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기로 했다.
*잭의 여관에서 투숙하게 되고서, 이성민은 매일매일 사냥터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내공이 허락하는 한 일뢰주법을 사용했고, 필요한 물건은 호의를 보였던 노점상- 한스에게서 구입하고, 잭이 처분하지 않는 전리품은 그를 통해서 처분했다.
사냥터로 향하는 이성민이 주로 노리는 것은 대부분 고블린이었다. 이성민은 몇 번이나 숲을 드나들면서 고블린 부족의 영역을 파악했고, 그 영역 외곽을 돌면서 순찰을 도는 고블린을 사냥했다.
피와 이빨은 계속해서 모았다. 방값이 절반으로 줄어든 덕에, 이성민이 잭에게 가져다주는 피와 이빨은 방값을 지불하고도 남게 되었다. 잭은 약간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서 남은 돈은 이성민에게 전해 주었다.
“아공간 포켓. 있어요?”
이성민이 제나비스로 돌아오고서 이주일이 되었을 때. 이성민은 한스의 노점상을 찾아가서 물었다. 아침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던 한센은, 크게 하품을 한 번 하더니 이성민을 보았다.
“있기야 있지.”
아공간 포켓은 사냥터를 떠도는 이계인들이나 모험가들에게는 필수적인 물건이다. 공간왜곡 마법이 걸린 그 포켓은 적은 부피로도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
“그래봤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중고에, 걸려 있는 왜곡 마법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아. 어디 보자…”
한스는 다리 사이에 두고 있던 큼직한 보따리를 열었다. 보따리의 안에는 시커먼 어둠이 가득했다. 이성민은 저 보따리가 아공간 포켓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스의 손이 보따리 안으로 쑥 들어갔다. 잠깐 동안 안을 뒤적거리던 한스가 주먹 만한 포켓을 꺼냈다.
“중고품이다. 제나비스에서 좀 떨어진 숲을 지나던 중에 주웠지. 시체한테서 말이야. 안에는 대충, 큰 가방 하나 정도의 용량이 들어간다. 살 테냐?”
“얼마인가요?”
“60만 에르.”
한스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아공간 포켓은 그 편리함만큼이나 비싼 값에 거래된다. 공간왜곡 마법으로 물건을 담아내는지라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아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식량을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저런 전리품을 많이 챙기는 모험가로서는 필수인 아이템이다.
“비싸네요.”
“흥정하고 싶냐? 50만 에르까지는 깎아주지.”
한스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성민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현재 이성민의 전재산은 10만 에르가 채 안 된다. 숲을 돌면서 팔만한 것은 죄다 긁어다가 한스나 잭에게 처분하고 있었지만, 숙박비나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다 보니 돈이 잘 모이지 않았다.
“다음에 살게요. 진짜 돈이 없거든요.”
“흥정할 생각이… 아닌 모양이군. 왜 물어 본 거냐?”
“저로서는 아저씨가 물건을 가장 싸게 팔아주는 사람이니까요.”
아공간 포켓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구입할 여력이 안된다. 그러니, 한스가 아공간 포켓을 얼마에 파는 것인지 알아두고 싶었다.
한스는 이성민의 말에 뒤통수라도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푸하하! 노점상 일은 몇 년이나 했지만, 이런 믿음을 받는 것은 처음이군.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너를 시험해 보도록 하마.”
“…예?”
갑작스러운 한스의 말에 이성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한스는 끅끅거리면서 웃더니 말을 계속했다.
“오크 다섯 마리를 죽여서 놈들의 눈을 뽑아 와라. 네가 성공한다면 이 아공간 포켓을 주지.”
그 말에 이성민은 꿀꺽 침을 삼켰다. 제나비스로 돌아오고서 이주일이 흘렀지만, 이성민은 아직까지 오크 사냥에는 도전하지 않았었다.
오크는 고블린보다 상대가 까다롭다. 놈들은 호전적이면서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 고블린보다는 지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오크는 그 부족한 지능을 무시할 정도의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언제까지?”
“오늘 안에.”
한스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제나비스에 온 지 이주일이 되었지? 오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사냥터로 향했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너는 꽤 재능이 있는 거야. 상대가 비록 토끼나 고블린이었다고는? 해도 말이다. …네가 오크까지 죽인다면, 나는 네가 가진 재능이 진짜라고 믿으마.”
사실 재능은 아닌데. 그냥 경험일 뿐이지. 이성민은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를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죠.”
이성민이 머리를 크게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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