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07
119화-
한편, 꽃을 무사히 채취한 바바는 달이 비치는 호수에 도착했다.
“ 엥‘?”
그리고 당황한 눈으로 호수를 보 았다.
“와, 이거.”
호수에는 정말로 달이 떠 있었다. 마치 하늘에 달이 떠 있는 것처럼.
게다가 달 때문인지 한밤중에도
호수가 굉장히 환하게 들여다보였 다.
그것은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광경 이었다.
그러나 바바의 얼굴에 떠오른 것 은 감탄도, 경이도 아니었다.
“위험한데.”
바바의 분홍색 눈동자가 어둡게 침잠했다.
그는 얼굴을 굳힌 채, 호숫가에 쪼그려 앉아 물에 조심스레 손을 담가 보았다.
그의 신은 말이 없었지만 함께 주
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주목 가운데, 바바의 손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 했다.
말 그대로, 늪처럼.
“……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당혹감에 젖 어, 바바가 신음했다.
손을 담갔지만 물 너머에는 손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호수가 아니었군.”
침묵 끝에 바바가 손을 뺐다.
더 넣어 두었다간 순식간에 흔적 도 남기지 않고 빨려 들어갈 것이 다.
그래, 그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대체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요‘?”
중얼거리는 것 같았으나 사실은 신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의 신은 조금 전부터 깨어서 그 와 함께 호수를 주시하고 있었는 데, 어째 말이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넓은 크기로.”
알고 있으나, 알려 줄 수는 없다 는 말이겠지.
바바의 몽롱한 얼굴 위로 지친 기 색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호수가 아니다.
이것은 ‘거울’이었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비추는 ‘거 울’.
이것은 마신을 봉인하던 때에 사 용된 물건이었다.
‘아니,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자유
의지가 있고.’
그러면 존재라고 할까.
바바보다 이 ‘거울’에 대해 잘 아 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세계를 가둘 수도 있는 무지 막지한 존재.’
마신을 봉인한다.
이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신은 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죄를 짓더라도, 신은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지 못한다.
그저 잠들 뿐.
하지만 마신은 고작 잠들게 하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마신은 영악한 쾌락주의자였다.
신들은 광대처럼 굴며 말도 안 되 는 파괴를 꿈꾸는 마신을 구슬려 어떤 내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금기인 ‘거울’을 발동해 마신을 봉인했다.
그 대가로 그 일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던 신 셋이 죽고 남은 모든 신 이 잠들어야 했지만.
그 어떤 신도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내게는 바로 엊그제 같은 일인 데.’
잠시, 바바의 몽롱한 얼굴에 씁쓸 한 미소가 맺혔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거울’이 신조차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데에 있었다.
“하아. 곤란하네.”
그의 신이 침묵할 만도 했다.
어쩌면 알고도 말 못 하는 게 아
니라 몰라서 당황하고 있는 것뿐일 지도.
“그건 그렇고.”
사실 그는 이 ‘거울’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그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스칼렛이랑 샤를레앙 폐하는 여 기 오면 안 되겠네요.”
그들이 온다면 빨려 들어갈 것이 다.
이번엔 바바가 함께 있어도 도움 이 되지 않을 것이고.
사실의 세계 속 몇 안 되는 진실
의 아이들.
그들은 거울 너머와 맞닿을 수 있 는 열쇠들이기도 하니까.
‘탐을 낼 테지. 거울이.’
신이 무언으로 긍정했다.
“아, 통신구가 막혀 있네?”
바바가 입을 비죽이며 기운 없이 말했다.
동시 연결이 불가능한 물건이니, 아마도 지금쯤 다른 사람과 통화 중인 것이리라.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통신
구는 작동되지 않았다.
바바가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느낌이 무언가 이상했다.
통신구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는 동시 연결 외에도 하나 더 있었으 니까.
“……누가 손을 썼나?”
원리를 안다면, 통신구를 일시적 으로 먹통으로 만들 수 있기는 했 다.
‘그래 봤자 하루도 어렵지만.’
문제는 그걸 할 수 있는 건, 신물
을 가졌거나 신성력을 가진 이뿐이 라는 거고.
지금 시점에 이런 게 가능한 사람 이라면.
‘흑마법사인가.’
그것도 신물을 가진 둘, 아니 셋 중 하나겠군.
“흠. 지금 어디쯤 도착했을라나.”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바바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 색다른 상황에 처해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말 은 해둬야 하는데……;
그가 전쟁 구역으로 가지 않고 이 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기는 했다.
이 거울, 어떤 식으로든 가려 두 어야 하니까.
‘가려 둔다고 해도 그 둘은 오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스칼렛 아르만.
샤를레앙 칼리오르.
그 둘이 어느 방향을 선택할지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할 수 없지. 이렇게 되면 조금 더 드러낼 수밖에. 동의하죠?”
-마음대로 해라.
바바가 피식 웃었다.
그가 감춘 수많은 능력 중 하나.
외로운 휘파람 소리가 한적한 호 숫가에 울려 퍼졌다.
화답하듯 어디선가 새 소리가 가 까워졌다.
삐삐! 삐익!
파란색 빛이 뭉쳐진 것은 진짜 새
처럼 울며 바바의 곁을 맴돌았다.
바바는 그 새를 쓰다듬다가 주머 니에서 채집한 꽃을 꺼냈다.
“말 전하는 김에 이것도 전해 줘
야겠다.”
삑삑!
이윽고, 조그마한 파랑새가 꽃을 물고 허공으로 사라졌다.
氷 氷 #
체를라는 디엘 영지 가까이에 내
려 섰다.
“바로 들어가지 않을 줄 알았지.”
샤를레앙 칼리오르는 의심이 많은 자니까.
요정도 있으니, 불길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더 생각을 하게 둬선 곤란해.”
그녀는 마물을 자기 쪽으로 몰았 다.
“살려 주세요!”
그리고 야영지 근처에서 마물들에 게서 도망치는 디엘 영애로서 모습
을 꾸며 냈다.
폭군의 그림자들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림자들은 처음부터 반응하 지 않았다.
‘수상한데요.’
‘그렇지? 그냥 두자.’
‘네.’
막말로 모르는 귀족 영애가 마물 에게 당해 죽는 건 그들의 안중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야영지에 있는 샤를레
앙와 스칼렛뿐이었다.
덤으로 일노예, 아니, 재상도.
‘지켜보다가 마물들이 이쪽으로 올 것 같으면 처리하자.’
‘넵.’
그런데.
“흐흑, 집이 코앞인데 여기서 이 렇게 죽다니.”
성도 아니고 집이란다.
바닥에 넘어진 채 흐느끼는 디엘 영애에 그림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엘 영애라고?’
‘음, 제가 귀족 영애라고 해서 모 든 귀족 영애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3호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래도 저런 얼굴은 아닌 것 같 았는데……?’
직접 본 건 아니지만, 한 번 정도 모든 영애들의 얼굴을 훑어보기는 했던 것이다.
‘뭔가 진짜 다른데.’
‘다른 거 확실해?’
꼴이 말이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 던 것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얼굴이 달랐다.
‘미묘하게 다른데요? 뭐지. 근데 완벽한 기억은 아니니까요. 일단 붉은 머리에 녹색 눈인 건 정보대 로고……
‘그럼 일단 구하자.’
그렇게 된 것이다.
디엘 영지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여 기서 디엘 영애가 죽어서 좋을 것 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마물들은 야영지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도 좀 희한하기는 했지만 어 쨌든.
어찌어찌 영애를 구해서 야영지로 데려왔고, 그렇게 지금과 같은 상 황이 도래한 것이다.
“디엘 영애라고?”
그들이 지키는 이들 중 가장 먼저 디엘 영애를 만난 것은 샤를레앙이 었다.
샤를레앙이 느긋하게 천막 밖으로 나와 디엘 영애를 마주했다.
다시 보니 디엘 영애는 꼬질꼬질 한 중에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붉은 머리는 강렬했고, 녹색 눈을 가진 얼굴은 청초했다.
그 미묘한 부조화가 묘하게 눈길 을 잡아끈다.
숲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사슴을 잡아 온 기분이다.
‘외모만으로 이런 기분이 들다니, 대단하네.’
그림자들은 순수하게 영애의 외모 에 짧게 감탄했다.
그때 때마침 바람이 불었다.
그림자들은 조금 황당한 눈을 하 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초록의 기운을 품은 산들바람이라 니. 그것도 갑자기?
수상한 산들바람은 또 하필 체를 라 디엘 영애의 붉은 머리를 홅고 지나갔다.
짙은 녹음의 향기가 은은하게 주 변에 있던 이들의 코에 맴돌았다.
그때부터 그림자들의 표정이 묘해 졌다.
바람에 살짝 날린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체를라 디엘이 가련하게 눈썹을 떨었다.
분홍빛 입술 사이로, 뒤늦게 떨리 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폐하를 뵈옵니다. 소녀, 체를라 디엘이라고 하옵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떨리지만 심지가 있어 보이는 목 소리.
말하고 나서는 혀로 입술을 가볍 게 훑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자연스러운 동작 사이로 슬며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혀끝이 붉었다.
그림자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굳었다.
샤를레앙이 고개를 기울이고 체를 라 디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빛. 무표정한 얼굴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 역시나.’
샤를레앙 칼리오르는 진실과 거짓 을 구별할 줄 안다.
그것은 그냥 직감의 수준이 아니
라 능력 수준이었다.
게다가 책 속에서 돌아온 뒤로는 티를 덜 낼 뿐 그 능력이 더 강해 진 터였다.
‘어디서 저런 되도 않는 수작을.’
‘딱 걸렸네요, 저 영애.’
게다가 아까부터 바람도 그렇고.
‘이상하네. 마물 상대할 때같이 긴 장이 된단 말이지.’
‘그죠? 저도 그래요.’
‘저도.’
그렇게 그림자들이 의미심장하게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있을 때였 다.
“샤를레 폐하.”
길기도 한 애칭을 굳이 부르면서 다가온 것은 스칼렛 영애였다.
“레티 영애.”
순간 디엘 영애가 움찔했다.
스칼렛 영애가 다가와 고개를 갸 웃했다.
“어라, 이분은.”
어딘가 능청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었다.
“글쎄.”
샤를레앙은 ‘샤’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스칼렛에게 시선을 고 정하고 있었다.
디엘 영애를 볼 때와 비교되어서 그런가.
그의 표정의 온도 변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샤를레앙이 다가온 스칼렛의 머리 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 주며 느릿 하게 말했다.
“그대가 신경 쓸 가치가 없는 많 은 것 중 하나지.”
착각일까.
디엘 영애의 표정이 아까와 달리 차갑게 굳어 있었다.
꼭, 자존심이라도 상한 것처럼.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