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왜 나를 보고 떨어? (4)
“문제가 있는 셰프가 몇몇 있기는 합니다만. 음, 문제라고 하니까 뭔가 나쁜 말을 하는 것 같네요. 그건 아니고 뭐랄까……. 아직 저희 호텔 주방에 들여오기엔 시기상조인 셰프들입니다.”
나는 포시즌스 파리 총 경영자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지만 내가 이곳으로 데려 온 셰프들의 실력에 대한 검증 과정은 꼭 있어야 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계적인 그룹의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나에게 레스토랑 경영의 전권을 쥐여줬음에도 이런 인사 검증은 필수적인 항목이었다.
만에 하나, 아니, 천만분의 하나라도 호텔 역사에 누가 될 사람들을 호텔의 일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그룹 참모들의 신념이 담겨져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
“이 셰프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나와 함께 전 세계 각지에 흩어진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미슐랭 스타를 거머쥐었던 전생의 동료들은, 마흔네 명의 셰프 중에 여섯 명이 있었다.
그 중엔 앨런, 닐슨, 리키 등 지난번 국제 요리 대회에서 수상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옛 동료들이 있는 반면에, 입증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옛 동료들이 있었다.
오히려, 내가 잠재력만을 보고 뽑은 셰프들이 내 옛 동료들보다 강력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20년 전으로 회귀했고, 이들의 약 20년 뒤를 보고 뽑은 것이었기에, 로만을 설득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열정밖에 없는 수습 셰프였으니 말이다.
“시간을 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도의적으로.”
“도, 도의적이요? 이들은 아직 저희 측에 채용이 되지 않았는데 무슨 도의요?”
“저를 보고 다 때려치우고 파리로 건너왔지 않습니까.”
로만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만 주시면 만들어 놓겠습니다.”
“하…….”
루시앙이나 올리버처럼 이쯤 되면 내 말에 거절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의 파격적인 행보를 실제로 본 이들의 특성이었다.
“얼마의 시간요?”
“두 달이면 저 건너에 그레이튼 호텔의 셰프들보다 잘할 겁니다. 할 수 있잖아?”
로만에게 탈락 통보를 받은 셰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로만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나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셰프님, 분명 두 달입니다. 그때는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형평성 문제도 있고…….”
“알겠습니다.”
“후.”
로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이거는 어떻게 하신 겁니까?”
[ 싱가포르 국제 요리대회, 반유현의 축복이 만들어낸 또 다른 기적. ] [ 반유현, WACS 국제 심사위원 발탁. ] [ 역대 최연소 심사위원, 심사위원계에 젊은 피 수혈. ] [ WACS 회장 “반유현 셰프의 안목이라면, 세계 요리 문화 발전에 많은 도움 될 것.” ]로만이 기사가 띄워진 휴대폰을 내게 건네며 물었다.
WACS 공식 심사위원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최연소라는데, 최연소라는 단어가 이제 질리시겠습니다. 하하.”
“크게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어딜 가나 최연소니까요.”
“참…….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 그런 겁니까?”
로만은 며칠 전, 마흔일곱 명의 셰프들이 집결했을 때부터, 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듯했다.
“계속 비현실적인 일들을 만들어내고, 성공시키고, 더 잘되고. 끝이 어딜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셰프님의 행보를 낱낱이 분석해서, 성공 커리큘럼을 만들어 책으로 팔면 어떨까…….”
“그럼, 저작권은 제게도 있는 겁니까?”
“하여간 빈틈이 없으십니다. 아무튼, 대외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가지신 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저희 호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흐음.”
로만이 다시금, 포시즌스 호텔의 기준치를 넘지 못한 셰프들, 내 옛 동료들을 바라보고 숨을 내뱉었다.
“WACS 심사위원의 안목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고, 반유현의 축복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궁금하고. 아무튼, 이 셰프들 두 달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건너에 그레이튼 호텔의 셰프들 보다 실력이 좋아지게 하는 데에.”
“두 달이면 충분합니다. 여기 있는 메이 셰프는 경험해 봤거든요.”
나는 메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 내 비서 역할을 위해 포시즌스 호텔에 동행해 있던 메이였다.
“두, 두 달요?”
우욱! 우웩!
메이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그녀는 내가 제시한 그 두 달의 시간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포시즌스의 직원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나의 옛 동료들은 경기를 일으키는 메이의 반응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셋 다 주방에 들어가 있어. 아, 세면도구랑 옷도 챙겨서 주방에 갖다 놔. 물론 강제는 아니야.”
확실히, 내 옛 동료들에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이름 모를 ‘끼’가 있다.
모든 것이 각오가 되어있다는 듯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저 세 명을 보면 말이다.
***
“레스토랑 이름부터 정하시는 게…….”
“이름은 반유현, 그리고 그 뒤에는 색깔이 붙습니다. 반유현-레드, 블루, 옐로.”
전생부터 나는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마다, 나의 이름을 사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과 지명을 같이 사용했고, 같은 동네에 레스토랑을 차릴 때면 그 뒤에 색의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반유현 – 파리, 라스베이거스, 도쿄 이런 식으로 이름을 만들다가 지명이 겹치는 곳이 있으면 색깔을 붙이는 것이었다.
이곳은 같은 건물 안에 세 개의 레스토랑을 오픈해야 했으니, 지명을 생략하고 색깔을 붙였다.
“그럼, 팀 이름도 반유현팀이 되겠군요.”
내가 레스토랑의 이름을 결정짓자마자, 호텔 내에서 나의 이름으로 된 팀이 탄생했다.
“모든 레스토랑의 영업, 회계를 비롯한 사무적인 모든 일을 담당할 겁니다.”
일명 레스토랑 반유현팀. 호텔 내에 아예 새로운 부서가 생겨난 것이었다.
난 반유현팀의 직원들과 실질적인 실무를 하는 셰프들을 모두 총괄하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이었고.
“호텔 내 간부들의 의전도 함께 담당하는 총무과에 물어봐야겠습니다. 반유현 셰프님의 의전서열이 어느 등급에 해당되는지요.”
얼추 들어본 바로는 고급세단이나 비서도 붙여준다고 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기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 경우였다.
그리고 나는, 나와 내 레스토랑을 위해 꾸려진 팀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랜드 오프닝입니다.”
내가 실력 있는 셰프들, 그것도 40명이 넘는 셰프들을 한 번에 파리행 비행기에 태울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파리에서 가장 비싼 땅의 중심, 가장 역사 깊은 호텔에서 열리는 그랜드 오프닝에 초대되는 유명 인사와 그 행사의 파급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그 근사한 행사에 참여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이들을 파리로 이끌었다.
더군다나, 반유현, 즉 내가 가진 캐릭터성은 그런 거대한 오픈을 하고도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좌석의 규모로 보나, 호텔의 역사로 보나 그 규모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도 호텔 외식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적지는 않으나, 이런 큰 규모의 그랜드 오프닝이라……. 초대 손님들부터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될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 규모는 저희끼리 정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포시즌스 파리의 모든 레스토랑의 경영권을 가지셨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홍보하자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포시즌스 파리의 레스토랑 세 곳을 모두 가졌다는 이야기는 아는 사람들만 비밀리에 아는 사실이었다.
싱가포르 국제 대회에서 ‘반유현의 축복’을 받았음에도, 파리로 건너오지 않은 몇몇 셰프들에 의해 소문이 퍼지고 있을 테지만, 대외적으로 이 사실을 알린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사실이 불러올 파급력을 내가 원하는 때에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호텔의 역사에 걸맞는 역사적인 행사를 만들죠. 그러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
[ 포시즌스 파리, 역사 깊은 세 개의 레스토랑, 오늘로 모두 문 닫아. ] [ 마리옹과 장루이 돌연 은퇴! 파리의 맛의 선구자, 역사의 뒤안길로. ] [ 각각 7년, 11년째 레스토랑 운영하던 마리옹과 장루이 은퇴식 열려……. ] [ 마리옹 “고향에 내려가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맛을 그리며 여유롭게 살겠다.” ]“후회는 없지?”
이 호텔의 레스토랑을 수년째 운영했던 마리옹과 장루이는 호텔의 객실에서 떠오른 기사들을 읽고 있었다.
“우리의 은퇴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요리사로서 헛되이 일생을 보낸 것 같지 않네.”
“하하하. 참, 나도 그런 줄 알았어. 자네가 반유현 셰프의 이름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 장루이 “후임자인 반유현 셰프를 응원, 이 호텔의 레스토랑은 역사적으로 파리의 맛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반유현을 응원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잔잔하고 훈훈한 분위기로 끝날 것 같던, 그 은퇴식, 마지막 기자 회견장에서 장루이의 발언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었다.
“로만 사장에게도 직접 전화가 왔어. 왜, 호들갑을 떨었냐고.”
포시즌스 호텔 측은 반유현이 세 개의 레스토랑을 모두 차지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계획이 있긴 했었지만, 장루이 덕에 그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 포시즌스 파리, 반유현의 맛을 품다. ]급하게 각종 광고를 냈지만, 급하게 그것을 해내려는 것이 미숙했는지, 이상한 소문들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의 은퇴가 반유현 셰프의 존재 때문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되었지 않나.”
사람들은 두 원로 셰프의 은퇴를 반유현의 등장과 연결 지었다.
파리의 수많은 셰프들의 존경을 받으며 한 자리를 지키던 셰프들의 갑작스러운 은퇴를 설명할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틀린 것도 아니잖아. 실제로 우리가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맛보고 떠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허허허.”
“그 한 명의 셰프. 우리가 그래도 보는 눈은 제대로 있는 것 같네. 허송세월은 아니었어.”
“그러게 말이야. 이번 싱가포르 국제대회에서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였다던데.”
“대단해……. 이제, 나가지. 호텔 측의 배려에 잘 쉬었구만.”
포시즌스 파리는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며 은퇴식이 있는 그 날밤, 가장 비싼 스위트룸을 이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밤을 지새우고 추억을 되짚어보며 방을 나섰다.
“마리옹! 장루이 셰프님! 은퇴 이유를 왜 정확히 말씀해 주시지 않는 건가요?”
“수많은 셰프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셰프님들께서 가르치셨던 다른 셰프들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로비 앞에 준비된 차에 오르기 전, 기자들이 두 셰프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은퇴를 왜 하냐…….”
장루이가 질문에 짧게 대답하고 차에 오르려는 찰나, 마리옹이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역사가 바뀌는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새롭게 쓸 셰프를 만났고요. 이전과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나가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셰프가 누굽니까? 반유현 셰프입니까?”
“새로운 미래? 셰프들의 미래를 말하시는 건지요! 그 미래를 펼치는 사람이 누굽니까?”
마리옹은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한마디를 툭하고 내뱉었다.
“다들 아시잖아요. 그게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