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16)
“흐음. 좋긴 한데요…”
상식이가 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정보를 알리면 어떨까요? 가령, ‘스시맨’이라는 채널 실명은 영상에서 말씀하실 건가요?”
“아니요? 딱히 좋게 끝난 인연도 아니라, 굳이 실명 거론할 필요는… 게다가 댓글도 안 남아 있는데요.”
“흐음…”
상식이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뭐지…’
약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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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어떻게 생각하냐.”
상식이와 헤어지고, 내가 동료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구체적인 안건을 던졌으니, 이제는 상식이가 생각해 보고 콜을 할 차례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좋은 사람 같은데.”
범수가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매너는 좋아. 겸손하고. 박정구 같은 애들 상대하다가 보니까 선녀같아. 그런데 욕심은 있는 거 같네.”
희연은 희연대로 약간이나마 경계하고 있는 눈치였다.
“어떤 욕심?”
범수가 희연에게 물었다.
“그냥 처음부터 우리 채널 취재하고 싶은 거잖아. 그런데 자꾸 수평적인 합방인 것처럼 명분을 억지로 만드는 거 같아. 그러니까 말이 꼬이지.”
“흠.”
희연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그냥 우리를 취재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
“그런데 왜 솔직하게 말 안했지?”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우리가 응할 리 없으니까 그렇지.”
희연이 범수에게 말했다.
“그런가.”
“유튜브 렉카 채널 몇 군데가 러브콜하는 거 우리가 안 받아줬잖아. 그걸 안 거지.”
내가 범수를 보고 말했다.
“그렇군.”
“어쨌든. 나는 좀 석연치 않은 것도 있지만 나는 허용 범위 이내라고 봐.”
희연이 말했다.
“그래?”
“응. 솔직히 우리 채널이 화제의 중심이잖아. 그러면 우리 정도 폭발력 있게 성장하는 채널이 아닌 이상, 완전히 수평적으로 합방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흠.”
희연의 정리는 깔끔했다. 논리도 정연했고.
취재하는 채널로서 그 정도 욕심 내는 건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문제는 우리가 같이 합방해 주는 게 우리한테도 득이 되느냐인데.”
“안 될 건 없지 않을까? 상식이 채널의 구독자들은 우리 구독자들하고 딱 봐도 성향이 다르잖아. 그 사람들한테 채널 홍보만 되어도.”
범수가 말했다.
“오. 그건 맞는 말이지.”
사실 구독자 늘이는 관점에서 합방의 의미는 단순하다.
저쪽 채널 구독자들한테 내 채널을 홍보한다는 것.
두 채널이 원래 비슷한 콘셉트라도 홍보 효과는 있다.
왜?
비슷한 채널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시청자들도 상당히 많으니까.
그런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이런 데가 있었다’라는 정보만 줘도 구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구독자 50만짜리 채널의 경우, 10퍼센트의 구독자에게만 그런 식으로 알려도 5만 명의 구독을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효과 좋은 건, 완전히 성향이 다른 채널끼리 합방하는 것.
이런 경우, 두 채널의 구독자들이 서로 겹치지 않는 비율이 엄청나게 높으니까.
“그래. 알았어.”
나는 희연과 범수의 의견을 듣고 결심이 굳었다.
“저쪽에서 우리의 안을 받는다고 하면, 조건 더 안 걸고 그대로 진행하는 걸로.”
희연과 범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구체적인 정보 제공 안 하면, 그렇게 위험할 거 없다고 생각해.”
희연이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한 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뭔가 좀 찜찜하단 말이지.’
나는 속으로만 이렇게 중얼거렸다.
상식이가 보이는 태도가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내가 느끼는 위화감이 뭔지 나도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다.
* * *
“헐. 열라 안 어울리네.”
원탁에는 나 말고 두 명이 더 앉아 있었다.
고현세와 고현석.
조합 안 어울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고현석은 깽판치지 않고 고현세와 정책 경쟁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니 서로 식사 자리도 마련한 거다.
그리고 어색하니까, 나를 부른 거지.
‘꼭 나한테 자기들 사이좋게 연합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러 온 거 같잖아.’
고현세는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고현석은 뭔가 이 상황이 짜증나는지, 터지기 직전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음. 너무 놀리지 말아야겠군.’
나는 쓴웃음을 짓고,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오. 이건 바디감이 좋군요.”
“너 원래 와인 맛 모른다며? 그동안 공부 좀 한 거냐?”
고현석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아뇨. 공부할 시간이 어딨어요. 유튜브 찍느라고 바빴는데.”
“그러게? 부라더가 나랑 식사할 때만 해도 와인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고현세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우리 과 교수님한테 배운 거예요.”
“뭐를? 그 와인 맛있다고?”
고현석이 물었다.
“아뇨. 그런 거 말고.”
“그럼?”
“와인이나 커피 맛을 볼 때, 있어 보이는 척하고 싶으면 ‘바디감이 좋다’라고 말하면 된다고.”
“허걱.”
“헐.”
“그러면 와인이나 커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렇죠? 이게 바디감이 좋아요’라고 맞장구쳐 준다고. 그리고서 속으로 ‘이 사람 뭘 좀 배웠군’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
“대충 형님들 반응 보니까 교수님 말이 맞는 거 같네요.”
내가 와인을 한 모금 더 홀짝 마시면서 말했다.
“하하하. 맞는 말 같은데!”
고현세가 무릎을 치며 웃었다.
하지만 고현석은 쉽게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바디감이 안 좋은 와인일 수도 있잖아? 그러면 무식한데 아는 척한 거 뽀록나는 거 아냐?”
“그런데 그렇게 바디감이 형편 없는 제품이란 별로 없다는 거죠. 취향에 안 맞아도, ‘아 저랑 바디감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르시구나’ 한다는 거예요.”
“오호.”
고현세는 옆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자코 듣고 있었다.
“어차피 ‘바디감’이라는 말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천차만별이라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떫은 맛이 강하면 ‘바디감’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좀 육중한 맛이 나면 ‘바디감’이라고 하고.”
“오. 그러네.”
고현세가 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니 와인 마시는 점잖은 사교 장소에서 ‘내가 생각하기엔 바디감이 나쁜데 이상하네요?’라고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거죠.”
“흥.”
고현석도 더 할 말이 없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랬냐?”
“네.”
“그 과 교수들은 다 사기꾼만 있냐? 아주 사기칠 때 좋은 스킬들이네.”
“하하하. 맞는 말일지도요.”
“응?”
뭔가 까내리려고 하는 말에 내가 웃으면서 맞장구치니 당황하는 건 고현석이었다.
“원래 미디어가 그렇잖아요. 미디어에서는 맛있는 음식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중요하니까. 그 교수님이 그런 거 연구하는 분이라서요.”
“그런 거 연구도 해?”
“오우. 그럼. 이미지 메이킹도 그렇고. 요즘 이미지 연구가 되게 인기 많은 분야지.”
고현세가 다시 맞장구.
“흐음.”
“그러니까 L자동차도 가성비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타게팅 제대로 해서 이미지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오늘 모임도 그래서 성사된 거고.
“…”
고현석이 침묵으로 수긍했다.
“하하하. 어쨌든. 이번에 갖고 나온 기획 다 통과 됐지 말입니다. 그래서 L자동차에서 유튜버들에게 정식으로 협업 제의를 하게 됐지요.”
고현세가 선언하듯 말했다.
자연스럽게 이 자리 진행은 고현세가 해야 한다.
어차피 그가 이제 L자동차 대표이사니까.
“그 첫 번째 유튜버가 저군요.”
“음. 우리 나름대로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직 다른 자동차 유튜버들은 파악이 덜 끝났기도 하고.”
고현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영광인데요. 쟁쟁한 자동차 유튜버들이 많은데 저하고 제일 먼저 협업 제의를 정식으로 해 주시니.”
“음. 일단, 자동차 유튜버들 중에 100만이 넘는 채널이 없더라고? 그래서 구독자 순으로 해도 부라더가 처음으로 하는 게 맞는 거긴 해.”
고현세가 말했다.
“글쎄요. 그건 좀 신기하죠. 암만 봐도 신기해.”
내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채널 수는 되게 많더라고.”
고현석도 한마디 얹었다.
“그런데, MT라인이나 엠카 같은 데는 그냥 유료 광고만 주기는 좀 아깝지 않을까요?”
“음. 그런가? 아직 파악 중이긴 해.”
고현세가 고현석의 눈치를 슬쩍 보고 대답했다.
고현세나 고현석이나, 평화적으로 협업을 결정하기 전까지 서로 프로젝트를 기획했었으니까.
각각 미리 알아본 정보가 다른 거다.
“MT라인 거기는 리뷰하는 자동차를 주로 까던데? 거기다가 광고 맡겨도 괜찮은 거야?”
고현석이 입을 열었다.
“오. 역시.”
내가 감탄했다.
“뭐, 뭘. 왜 감탄해.”
고현석이 경계했다.
“형님이 요즘 제 주위 사람 중에 제일 유튜브 열심히 보는 거 같아요? 역시 아실 줄 알았어.”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왜 네 주위 사람이냐…”
“하하하. 부라더인데 주위 사람 맞지 않나…”
고현세가 웃으면서 말하다가, 고현석의 눈치를 보고 입을 닫았다.
“MT라인은 좀 독설이 많은 채널이고, 엠카는 차분하게 여러 가지 자동차 지식 전달을 많이 하는 채널이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리했다.
“근데 그 채널들, 좀 여러 개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해 불만이 되게 많아요.”
“그렇군. 사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좀 편향돼 있긴 하지. 그리고 L자동차도 딱 그 공식에서 안 벗어났고.”
고현세가 말했다.
L자동차 CEO가 됐으니, 공부를 많이 한 건 당연하다.
“맞아요. 딱 많이 팔릴 차만 팔죠. 세상에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동차 생산 국가가 오픈카 하나 안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렇지. 하지만 어설프게 BMW나 벤츠 따라가려고 하면 가랑이 찢어진다고.”
고현석이 말했다.
“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가 할 게 말이에요. 그렇게 럭셔리 메이커 흉내 내는 거 말고도 숙제가 되게 많아요.”
“그게 뭔데?”
“오픈카 말고도 우리나라가 안 만드는 자동차 되게 많아요.”
“그런가.”
“그러니까 그런 채널들을 좀 봐야 한다는 말씀.”
“흠.”
“어쨌든, 그런 채널들한테는 국내 자동차 생산 역사에 대해서 시리즈 영상 만들어보라고 하면 좋을 거예요. 아예 영상 제작 스폰서 L자동차가 했다고 하고.”
내가 말하고,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 L자동차 포함해서,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가 얼마나 영혼이 없이 돈만 쫓았는지 잘 찍어 줄거예요.”
그러자 고현석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돈 주고 L자동차 역사 욕하라는 거 아닌가?”
“그렇죠. 그렇게 L자동차의 지난 역사하고 결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거죠.”
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
“그리고, 솔직히 L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2인자였잖아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팔리거나 망한 상태니까. 사실상 2위면서 꼴찌.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 욕한다고 L자동차 지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건 좀 슬픈데.”
고현세가 입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인제는 확 과거랑 결별해야 한다니까요.”
“흐음.”
고현석이 턱을 만졌다.
“근데 재밌는 건, 우리 이사들도 대부분 그 의겨에 찬성이더라고?”
“그렇겠죠. 지금 자동차 시장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는데 하던 대로 2위만 유지하려고 하면 점점 더 쪼그라진다는 게 뻔히 보일 테니까.”
“그래.”
“게다가… 솔직히 팔아버리려는 움직임도 있지 않았나요?”
내가 고현석에게 살짝 눈길을 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