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28)
박정구는 자기 몸이 깃털같이 가볍게 움직였다는 게 놀랍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로우킥이 날아갔다.
“우아아아아악~!”
박정구의 비명이 다시 체육관을 울렸다.
“한 대.”
“아. 잠깐! 너무 아파!”
– 짜악~!
“두 대.”
박정구의 ‘잠깐’을 이병만 선수는 들어줄 생각 없었다.
“대련 중에 잠깐이란 말 없어.”
“우왓. 잠깐.”
손을 내밀어도 이병만 선수는 계속 로우킥 거리를 재고 있었다.
“에잇!”
박정구가 다시 이병만 선수의 턱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병만 선수를 다운시킬 수 있다면 로우킥을 그만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병만 선수는 궤적이 큰 펀치를 위빙으로 흘려보냈다.
덩치가 커서 시합 중에는 느려 보이는 헤비급 선수.
하지만 일반인 박정구가 내미는 펀치에 비하면 이병만 선수의 움직임은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 짜악!
위빙으로 흘려보낸 후 바로 각을 재서 날아가는 로우킥.
“으갸악!”
다시 비명.
“범수야. 오늘 영상 조회수 얼마로 보냐.”
“단일채널에 올라오면, 1,000만 본다. 아니, 2,000만도 본다.”
범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 * *
박정구 패밀리와 김성찬 관원들이 로우킥 대련을 벌이는 동안, L자동차 개발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말세구만. 말세.”
“뭐가요? 부장님.”
“아니, 우리 L자동차가 무슨 핸드백 만드는 회사야?”
“왜요?”
“유튜버들한테 기획을 시킨다고? 신차 개발을 유튜브 하는 색히들 말 듣고 하라고? 미친 거 아냐? 기업이 무슨 장난인가?”
“아.”
“회사에 망조가 들리니까 별일이 다 일어나는구만. 경영권 싸움을 하겠다고 되도 않는 투표놀이를 하지 않나.”
‘부장’이라고 불린 자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그래도 그 ‘투표놀이’ 때문에 우리 회사 이미지 올라갔다는 말도.”
부장의 쏘아보는 눈빛에 말이 끊겼다.
‘이크. 토 달지 말아야지. 내가 미쳤나.’
“무슨 근본도 없는 놈들이 투표 쇼나 하고 있으니까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아주 졸로 보이는 거지.”
“….”
“신차 개발을 유튜버가 한다? 진짜 살다 보니 별소리를 다 듣겠네.”
‘유튜버한테 신차 개발을 맡긴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부장님’ 성격을 아는 그는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전무님 좀 뵈어야지.”
“뭐라고 하게요?”
“일단 추석이잖아. 추석 인사하고.”
그렇지. 관료 사회에서 추석 인사는 해야지.
“네.”
“그리고 좀 싸워 달라고 해야지. 우리 개발팀 자존심 좀 지켜 달라고. 어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L자동차가 장난에 휘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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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합방하시려면 이제부터는 저희한테 동의를 구해주세요. 지금이 벌써 두 번째 시도셨는데.”
내가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세 번째부터는 진짜 이미지가 많이 우습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안 좋잖아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박정구에게 말했다.
“이 색히….”
박정구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잠깐 침묵이 흐른 후, 박정구가 물었다.
“합방 요청하면 받아는 줄 거고?”
“아니요. 아마 거절하겠지만.”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 색히 진짜. 아. 진짜.”
평소 성질 같았으면 막 덤벼서 내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을지도 모른다.
자기 합방 출연자들한테 손찌검을 하는 대신 그렇게 괴롭혔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박정구는 걸을 수 없는 상태.
그런 기술을 시전할 수 있을 리 없다. 잠깐 몸을 일으키려다가 바로 포기.
“어쨌든 오늘 영상은 진짜 제대로 나왔으니까. 조회수도 오를 거고 반응도 좋을 거예요. 김성찬 선수 채널에 영상으로 잘 올리겠습니다.”
“우리 채널은?”
“원본으로 보내드릴게요. 거기서 알아서 편집해서 올리세요.”
“….”
박정구가 눈을 가늘게 뜨길래 내가 잽싸게 물어봤다.
“왜요. 저희가 편집해서 드릴까요?”
“됐어! 원본으로 보내!”
박정구가 꽥 소리 질렀다.
그렇지. 오늘은 마음만 먹으면 박정구를 등신 중에 상등신으로 보이게 할 만한 편집 포인트가 많이 나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박정구가 순순히 편집본을 받을 리 없지.
“대리 왔대요.”
젊은헬이 자기 핸드폰을 확인하고 박정구에게 말했다.
“어. 가자!”
“어우. 부축 좀 해 드릴까.”
이병만 선수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됐어! 난간 있으니까.”
박정구가 다시 꽥 소리 질렀다.
대련 중에 피한다고 도망 다녀도 보고, 주먹을 휘둘러도 봤다.
하지만 프로 선수가 일단 때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런다고 피해지나.
결국 박정구와 졸개들은 각각 로우킥 10~15대 정도를 호되게 맞았다.
이병만 선수는 한 7~8대 때린 다음에는, 아예 다리를 바꿔서 때릴 여유를 보였다.
“이게 한쪽만 계속 맞으면 안 되니까.”
배려라면 배려다.
하지만 그 덕에 세 명 다 못 걷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대리운전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와 범수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서 그들을 배웅했다.
“….”
박정구는 우리를 잠시 노려본 후, 대리기사가 몰고 온 차에 탑승했다.
벤츠 S클래스였다.
“좋은 차 타시네. 차가 몇 대예요?”
나와 범수가 차를 보고 감탄했다.
“닥쳐, 이 색히들아.”
– 그으으으응~
박정구가 문을 쾅 닫자, 차가 부드러운 엔진음을 내며 출발했다.
“앉아도 꼭 사장님 좌석에 앉아요.”
범수가 차의 뒤꽁무니를 보고 중얼거렸다.
“냅둬. 돈 많이 벌 텐데. 그리고 어차피 대리까지 4명이니, 차 주인이 사장님 자리 앉아야지.”
내가 범수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저거 한번 타 보고 싶다.”
범수가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응?”
“S클래스. 자동차는 벤츠 아니냐. 나도 저거 타 보고 싶다.”
“하하. 그럼 우리가 사서 리뷰하자.”
나는 범수의 어깨를 다시 짚으며 말했다.
“아니야.”
“응?”
“나도 이제 차 한 대 사야지. 저거 사러 갈래.”
“오.”
하기야. 범수도 이제 수입이 많다.
채널 차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워낙 많이 해서 경황이 없었지만, 자기도 무언가 사고 싶을 때가 됐지.
“그래. 시승하러 가자. 같이 갈까?”
“그러자!”
범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범수와 어깨동무를 하고 도장으로 들어갔다.
“괜찮으려나요.”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김성찬 선수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말했다.
“뭐가요?”
“저 사람들. 아마 일주일은 못 걸을 거예요.”
김성찬 선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일주일이나요.”
“네. 억지로 대련했다고 문제 삼으면 어떡하나 생각도 드네요. 그런 경우도 도장 운영하다 보면 꽤 일어나거든요. 아직 저는 안 겪었지만.”
“하하하.”
나는 대답 대신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아예 얼굴 때리지 않고, 그냥 로우킥으로만 대련한 거 천재적인 거 같아요.”
나는 김성찬 선수를 칭찬했다.
“어우. 머리 때렸다가 진짜 후유증 한참 가요. 사람들 불구 만들기 싫고. 또 책임질 수도 없고. 이게 낫죠.”
김성찬 선수가 머리를 긁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피멍은 남을 텐데. 괜히 마음 바뀌는 거 아니겠지?”
“아니, 형님. 그 자식이 계속 때려달라고 했잖아요. 어설프게 맞는 거보다 제대로 맞는 게 덜 아플 거 같다고.”
이병만 선수가 자기 관장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하하하. 이따가 제가 찍은 편집본 보여드릴게요. 먼저 세게 때려 달라 했던 것도 박정구고 무엇보다도.”
내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병만 선수를 거의 케이오라도 시킬 것처럼 주먹을 휘둘러댔다고요. 뭐 그러면 정당한 대련 성립이지 뭐.”
“음.”
그 말을 듣고나서야 김성찬 선수의 얼굴이 완전히 펴졌다.
* * *
“이 색히들. 사람을 얼마나 바보 만들려고.”
박정구가 중얼거렸다.
편집을 시키는 ‘졸개’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 원본 영상만큼은 자신이 직접 받았다.
꼴사나운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을 테니, 그걸 자기 졸개들에게 보이기 싫은 것이다.
마초 성격의 소유자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아오….”
약 1시간이나 되는 원본 분량.
“영상 퀄리티는 좋네.”
박정구는 범수라는 안경 쓴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좋은 카메라에 좋은 솜씨로 찍어서 그렇지, 박정구 채널에서 올리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어차피 박정구는 거의 편집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올리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오버퀄리티’이긴 하다.
“….”
영상을 다 모니터링하고 난 박정구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편집을 잘하면 자기가 멋있어 보일 장면들이 있긴 하다.
어차피 나기 졸개들과는 달리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라고 덤볐으니까.
박정구 성격에는 격투기 선수한테 케이오 당하는 건 덜 쪽팔려도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건 참을 수 없는 굴욕이니까.
하지만 박정구도 사람이다.
링 위에 있을 때는 자기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이병만 선수한테 로우킥 한 5~6대 맞고 나니, 한 대라도 안 맞아 보려고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게 뻔히 보이는 것이다.
“어이구.”
참아내고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퍽! 퍽!
박정구가 손등으로 자기 얼굴을 퍽퍽 때렸다.
원래 그런 자해스러운 행동으로 처음 방송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박정구다.
하지만 로우킥의 고통이 떠오르니 소름이 돋았다.
‘솔직히 저걸 어떻게 안 도망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우.”
박정구가 한숨을 쉬며 화면을 껐다.
편집을 해서 자기 ‘가오’를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똑같은 원본을 다른 사람이 편집한 영상이 올라올 예정이라는 점이다.
“괜히 내가 편집한 영상이 올라오면 웃음거리 되는 거 아냐? 그렇다고 미리 올릴 수도 없고.”
박정구는 이를 악물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 짜증났고, 게다가 맞은 다리가 욱신욱신 너무 아팠다.
– 카톡.
그때, 카톡이 울렸다.
– 형님. 김성찬 채널에 영상 올라왔습니다.
젊은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