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01
102. 반란
“이건 무조건 가서 검을 가져와야 해.”
엑스칼리버는 최지헌과 사용했을 때 가장 시너지가 좋았던 무기.
기사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자질을 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었다.
제대로 된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검이 몇 가지 시험을 요구했는데 최지헌은 전부 통과했었다.
수혁이 그 검에서 요구하는 시험을 봤다면 통과는커녕 거절당해 열 받아서 부러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나하고 검 하나 얻으러 가자.”
“바로 가겠습니다.”
최근 들어 장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최지헌은 수혁의 말에 곧바로 승낙했다.
“둘만 가요?”
“빌런 하나 잡는데 우르르 몰려갈 필요는 없지. 왜?”
“아니… 뭐… 우리도 빌런 잡는 데 돕고 싶어서 그러죠….”
홍영기가 말을 흐렸다.
그의 뒤에서 박이현이 옆구리를 콕콕 더 찔러대는 걸 보니 더 말하라는 것 같았다.
“크흠. 듣자 하니 영국의 헌터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빌런이 도대체 세 봐야 얼마나 세다고 쩔쩔매는지도 궁금하고….”
다른 길드원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같이 떠나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빌런을 잡으러 가고 싶은 건지 아니면 놀러 간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거 원.
그동안 북한에서 부지런히 사냥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 길드원들이었다.
이참에 다들 빌런 사냥 연습을 좀 시켜 볼까?
“좋아. 다들 같이 가자. 짐 챙겨.”
“예이~~~!”
수혁이 길드원들과 다 같이 빌런을 잡으러 간다는 소식에 김상중이 불안감을 표시했다.
“진짜로 다 갈 거야? 돌아올 거지?”
“그야 당연하죠. 왜 그래요?”
“아니야… 꼭 돌아와야 해?”
“?”
이 사람이 왜 이래?
배영수와 대화를 나눈 뒤, 혹시 수혁이 떠날까 봐 불안해진 김상중이었다.
정작 수혁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인천 공항에서 만난 길드원들은 지난번 미국에 갈 때처럼 다들 신이 잔뜩 나 있었다.
“관광하러 가는 거 아니야. 이명한 헌터님 선글라스가… 멋진데요?”
“허허허. 이번에 하나 새로 사봤습니다. 와이프가 선물 좀 사 오라고 하더군요.”
“관광 아닌 거 알죠~ 그런데 거기 가면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호오… 그래요? 궁금하네요.”
수혁의 말에 홍영기와 이명한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히히. 나는 영국의 궁전이 너무나 궁금했어. 비 오는 우중충한 거리가 낭만 있더라고.”
“그래? 거기는 혹시 괜찮은 남성이 많나?”
“…어머. 언니도 참… 그런데 진짜예요?”
“크흠. 거,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은 거 아니겠어요?”
여성 헌터들 역시 자신들끼리 대화에 빠져 쑥덕거렸다.
최지헌은 김예현 뒤에 서서 눈치껏 대화에 끼려 애썼다.
블러드 길드원들에게 긴장감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그만큼 그들은 실력에 자신이 넘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긴. 수혁이 직접 선별해 성장시킨 길드원들인데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되었다.
그들의 경험과 실전성은 레벨만 낮을 뿐 전생에서 수혁과 함께 탑에 들어갔던 자들 못지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렇네?”
좋게 받아들이기로 하니 길드원들의 모습이 강자의 여유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아공간에서 이번에 새로 산 코트를 하나 꺼냈다.
이태리 수제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다.
수혁마저 멋을 부리자 길드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허. 옷이 날개라더니 너무 멋지군요. 외모가 더 빛을 내뿜는군요!”
“어머?! 진작 좀 그러고 다녀요. 길드장님! 나도 그러면 밍크 함 꺼내 볼까?!”
“…멋있어요. 나도 이번에 더 산 게 있는데….”
갑작스럽게 새로 산 옷, 장신구 자랑이 시작된 길드원들이 치장을 잔뜩 하고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 * *
영국 히드로 공항에 한국발 비행기 하나가 도착했다.
출국장을 통과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터미널 내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중국 갑부들인가? 엄청 화려한데?”
“돈 많나 봐….”
“죄다 명품이네?!”
온갖 장신구와 휘황찬란한 옷을 휘감은 일련의 무리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미남자가 블러드 길드라고 적힌 팻말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블러드 길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던 푸른 눈의 남성, 영국 헌터 협회 직원인 에덴은 그들이 다가오자 당황했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블러드 길드 맞나요?”
“반갑습니다. 길드장 이수혁입니다.”
돈 내가 풀풀 풍기는 수혁이 손을 내밀자 에덴이 악수했다.
“제 예상과는 다른 이미지이군요. 제가 듣기로는 사냥에만 열중하느라 단정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일할 때나 쉴 때나 항상 최선을 다해야죠. 저희 길드가 실력과 자신감 하나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답니다. 돈 아껴서 뭐 합니까?”
“하하하. 헌터란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자들이죠. 블러드 길드의 실력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 같군요. 영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에덴은 함께 이동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자는 오웬이라는 헌터입니다. 영국에서 최초로 슈페리얼 등급에 오른 자였는데 S급 게이트 공략을 마치고 홀로 살아 돌아와 큰 충격을 주었죠. 누군가는 아이템을 독식하느라 그랬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는데 갑자기 영국의 빌런 집단인 비셔스와 결탁해 버렸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자들이 대거 이탈해 오웬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미국이나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아직도 비셔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유럽 곳곳에서는 현재도 비셔스의 빌런들과 헌터들이 싸우느라 항상 시끄러웠다.
카부토가 아직 아시아권에서 남은 잔당들을 취합하는 사이 이곳은 오웬이라는 자가 비셔스 조직을 집어삼킨 것이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온 곳은 한국의 블러드 길드와 프랑스의 베르사유 기사단, 스위스의 백사자 용병단뿐입니다. 소수이지만 도우러 와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혁은 오웬이 들고 있는 엑스칼리버를 노리는 것이었지만 굳이 그 얘기를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
“영국에 그렇게 인재가 없습니까? 비비안이 있을 텐데?”
수혁이 기억하는 영국 최강의 마법 계열 헌터 비비안에 관해 묻자 에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이 길드원들과 게이트 공략하러 간 지 일주가 훌쩍 지났습니다. 그사이에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죠.”
“그 짧은 시간 동안 오웬의 밑에 가담한 자들이 얼마나 많길래 감당을 못하는 거죠?”
수혁의 질문에 에덴이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사실 오웬은 전직 영국 헌터 협회장입니다. 헌터 협회에 간섭하는 왕실과 트러블이 강하게 생기며 일어난 일이죠. 그랬다가 개인의 일탈을 지나 왕실에 대한 반란군들로 변질이 된 겁니다. 그들이 북쪽의 에든버러에 근거지를 두고 계속해서 헌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큰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군.”
말을 꺼냈지만 수혁은 사실 그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길드원들을 보니 표정이 굳어진 것이 관광을 생각하러 왔다가 큰 날벼락을 맞은 얼굴이었다.
길드원들이 주섬주섬 장신구들을 아공간에 집어넣는다.
갑자기 왜 저래?
“영국 왕실에서는 오웬만 잡는다면 보상은 확실히 제공할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긴 하죠.”
검 때문에 왔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에덴의 차가 도심을 지나 영국 왕실의 상징인 버킹엄 궁전에 도착했다.
“정지. 창문을 내려 주십시오.”
“에덴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블러드 길드입니다.”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확인되었습니다. 문을 열어라!”
궁전 정문의 근위병이 자동차의 주변을 마력 감지기로 검사 후 신원을 확인하고는 궁전의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붉은 정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창을 들고는 궁전 주변을 철통처럼 경계하는 중이었다.
오웬이 일으킨 반란 세력 때문에 더욱 날이 선 모습이었다.
에덴의 안내에 따라 버킹엄 궁전 내부에 들어가자 근위병들이 아닌 새하얀 정복을 입고 방패와 검을 찬 자들이 내부 순찰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강직하고도 근엄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심미안으로 확인해 보자 다들 슈페리얼을 앞둔 실력자들이었다.
다들 궁금증을 표시하자 에덴이 말을 꺼냈다.
“저들은 스위스의 백사자 용병단입니다. 이번에 왕실과 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저들은 왕실을 보호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스위스의 용병들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사람들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린느만 홀로 머리를 긁적거리자 뒤에 있던 김예현이 귓속말로 알려 줬다.
“스위스의 용병들은 적을 앞두고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자들이에요.”
“아하~ 훌륭한 전사들이네? 괜찮아 보이는데?”
“아. 언니이-”
매의 눈으로 스위스의 용병들을 관찰하는 마린느의 팔뚝을 김예현이 억지로 잡아끌었다.
이윽고 그들이 버킹엄 궁전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 회의 중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탁자 가운데에서 정장을 입고 주름이 깊은 영국 왕 철스 3세가 말을 하자 단정한 옷차림인 금발의 남성들이 십여 명이 철스 3세의 말을 경청하는 중이었다.
제일 앞에 있던 에덴이 철스 3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는 큰 목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최강의 길드로 명성이 높은 블러드 길드가 왕실에 도움을 주고자 도착했습니다.”
“오오- 편히 앉게나.”
북한에서 겨우내 이어진 강행군으로 전원 슈페리얼 등급에 도달한 블러드 길드였다.
그것이 블러드 길드원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철스 3세의 손짓에 금발의 남성들 반대편에 우르르 블러드 길드가 몰려갔다.
호기심 가득한 철스 3세와 달리 금발의 남성들은 경계와 질투가 가득한 눈빛으로 블러드 길드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기사단이라네. 이번에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왔지. 서로 인사들 나누게나.”
“반갑습니다. 한국의 블러드 길드 여러분. 저는 베르사유 기사단을 이끄는 바스티앙입니다.”
철스 3세와 가장 가까이에 앉아있던 금발의 미남자가 일어나 수혁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국의 블러드 길드장 이수혁입니다.”
“허허허. 선의와 공정을 잃은 야만의 시대에 이렇게나 정의가 넘치는 자들이 찾아와 주니 정말 고맙구먼. 나는 우리 두 길드가 상식에 어긋난 저 불온한 폭도들을 제압해 주기를 기대하겠네. 폭도의 무리인 오웬을 잡고 챙긴 전리품에 우리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군요.”
철스 3세의 말을 들은 수혁이 환하게 반겼다.
한 마디로 오웬을 잡으면 그 검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말.
거기에 전쟁에서 패한 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던지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저희 기사단은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욕을 드러내는 수혁을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 베르사유 기사단이 공손히 철스 3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 더해 먼저 오웬을 잡아 오는 쪽에게 합당한 보상을 내릴 걸세. 영국 헌터 협회에서도 그놈을 잡으러 가겠지만 우리 두 영웅이라면 먼저 잡을 거라 믿겠네.”
철스 3세가 능청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실상은 경쟁을 붙이는 소리였다.
수혁이야 어차피 검을 노리고 왔기 때문에 오웬을 먼저 잡아야 했다.
실직적인 경쟁자인 베르사유 기사단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더 수월하겠지만, 표정들을 보아하니 도움은 안 될 것이 분명했다.
집무실을 나와 각자 갈 길 가려는 와중에 베르사유 기사단의 바스티앙이 수혁에게 다가왔다.
회의장에서의 서글서글한 모습과 달리 인상이 굳어진 상태였다.
“이수혁 길드장.”
“?”
“먼 길 온 건 알겠지만 부탁이니 앞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말아 줬으면 하는군. 이곳은 우리의 무대지 너희가 낄 자리가 아니야. 우리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명백한 도발이었다.
인원은 블러드 길드보다 2배는 더 많지만 심미안으로 살펴보니 이제 막 슈페리얼에 오른 자들 몇몇에 대부분은 챔피언 등급.
이 가소로운 것들이 발톱을 드러내 봤자 고양이가 호랑이 흉내 내는 것보다 못했다.
“그건 너희가 실력이 될 때 얘기지.”
“…난 확실히 통보했어.”
자기 할 말만 하고 가 버리는 바스티앙이었다.
급의 차이가 너무 나니 화조차 올라오지 않고 수혁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다른 길드원들은 아니었나 보다.
“저 자식들 다리를 분질러 버릴까.”
“뒤에서 대가리에 화살을 꽂아 버릴게. 싸우다가 실수할 수도 있잖아?”
“전부 불살라 버리죠. 허허허.”
“…검에는 눈이 없어요.”
“다들 진정하라고.”
바스티앙의 도발이 길드원들에게는 정확하게 먹혀들었다.
이거 괜히 길드원들 데려왔나?
이러다 아차 하면 빌런 집단 되게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