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107
소방관이 내 신분증과 명함을 보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밀어 버리라니. 그것도 고급 스포츠카 십여 대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때 소방차에 있던 다른 소방관이 답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무래도 사수인 것 같다.
“뭐 하냐! 뒤로도 안 뺀대?”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거 저희도 빨리 출동해야 해서요.”
위이이잉-
그와 동시에 부착형 사이렌을 자동차 위에 올리는 깜장. 번쩍이며 요란하게 울려대는 사이렌. 난동을 피우던 자동차 주인이 힐끔 쳐다본다. 나는 그를 무시하며 사수 소방관에게 말했다.
“그냥 밀어 버리십쇼. 저희도 가는 길이니까,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디 소속인데요?”
“수안경찰서 특별수사대요.”
시간이 계속 지체되자, 깜장이 장난스럽게 능청을 떨었다.
“안 미시면 저희가 먼저 소방차 박습니다.”
“허 참.”
운전석에 앉아 있던 소방관이 기가 찬다는 듯 웃음을 터트려댔다.
“특별수사대면 거기 맞소?”
“어디를 말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미치겠군.”
그는 머리를 쥐어짜며 중얼거렸다. 앞과 뒤가 꽉 막힌 상황. 이미 출동이 지체된 시간이었고, 돌아간다 해도 또 정체가 안 되라는 보장이 없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그는 우리를 믿기로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몰았다.
덜컹-
소방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당황하며 차체에 붙는다.
“이봐! 미쳤어? 이게 얼마짜리인데!”
“저희 출동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뒤에 경찰도 있네요. 저쪽에서 책임진다니까 저쪽에다 대고 항의하세요.”
“멈춰! 멈추라고!”
“그럼 빨리 차를 빼든가! 저희 사람 살리러 가는 겁니다!”
“야!”
남자는 슬쩍슬쩍 움직이는 소방차의 모습을 보고 기절할 것처럼 거품을 물어 댔다. 하지만 다칠까 봐 가까이 붙지는 못한다. 그저 한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입만 털어 댈 뿐.
찌이이익- 와작-
“으아아악! 안 돼!”
소방차의 전진에 따라 빨간색 스포츠카 옆면의 도색이 갈라지다시피 일어섰다. 그리고 이내 꺾여 버린 사이드 미러. 사이드 미러는 덜렁이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말았다.
콰곽-
“멈추라고! 개새끼들아! 내 세금 처먹는 주제에!”
바닥에 떨어진 부품은 소방차의 바퀴에 깔려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그걸 보니 스위치가 켜진 모양이다. 남자는 벌게진 얼굴로 소방차에 붙어 창문을 두드려 댔다.
“사장님 다칩니다.”
“내려! 내려!”
나와 깜장 역시 차를 천천히 몰며 소방차 뒤를 따랐다. 소방관은 평소에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과감하게 액셀을 밟아 댔다.
끼이익- 쿵- 쿵-
“으아악!”
거대한 소방차. 그 앞에서 스포츠카들은 한낱 깡통처럼 힘없이 밀리고 말았다. 양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사이드 미러가 박살 난 것은 물론이요, 스포츠카들 끼리 2차 충돌로 인해 범퍼가 갈렸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소란에 건물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그렇게 부를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만, 자동차 갈리는 소리에는 기겁을 하고 달려오는구먼.
“최, 최 사장! 쟤들, 쟤들 못 가게 막아!”
“이 새끼들아! 이렇게 해 놓고 어딜 가!”
그들은 자신의 애마가 걸레짝이 된 것을 보고 눈을 뒤집었다. 자동차 사이를 뚫고 앞으로 가던 소방차들. 이번에는 새로운 벽에 부딪히고 만다. 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방차 앞에서 떡하니 양팔을 벌린 것이다.
빠앙- 빵빵!
“비키세요!”
“니들 오늘 다 좆 됐어. 코딱지만 한 네 집 팔아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자동차야. 어딜 튀어!”
“하아. 진짜.”
오늘따라 유독 출동에 장애물이 많다. 소방차 뒤에 바짝 따라붙던 우리는 차를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깜장이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며 내게 묻는다.
“이제 가도 되냐?”
마치 곧 튀어 나갈 것 같은 사냥개의 눈빛. 깜장이 이를 아득거렸다. 흥분한 남자들이 아스팔트에 널린 사이드 미러를 들고 소방차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퍼억-
“내려! 내리라고!”
“이러지 마세요! 안에 기계 들어 있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깜장은 거칠게 안전벨트를 풀었다.
“오케이. 다 뒤졌어. 개새끼들.”
“살살 합시다.”
“뒤처리 잘 부탁한다.”
“네네.”
불쌍한 중생들. 그들은 소방차를 발로 차기도 하고, 창문을 깰 듯이 두드려댔다. 폭언과 모욕은 기본으로 탑재된 상태.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함께 벨트를 풀었다.
“어이. 거기.”
깜장이 그들에게 손을 까딱거린다. 버럭 소리를 질러 대던 남자들이 깜장을 보고 멈칫거린다. 엄청난 덩치와 인상. 거기에 살기까지 더하니 저세상에서 올라온 야수처럼 보인다.
“뭐, 뭐요? 그쪽은?”
최 사장이란 남자가 되묻자,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속닥거렸다. 맨 처음 자동차가 갈린 남자였다.
“겨, 경찰이래. 경찰.”
“아하. 경찰? 그래 짭새 양반. 씨발 빨리 이 소방관 새끼들 체포 안 해? 뺑소니 아니야 뺑소니! 차를 박살 내 놓고···.”
빠악- 와장창!
깜장이 팔꿈치로 옆에 있던 스포츠카 창문을 박살 내 버린다. 한 번에 깨져 버린 유리. 그는 팔에 묻은 유리 가루를 털어 대며 인상을 찌푸렸다.
“살면서 면상에 대고 짭새 소리는 또 처음 들어 보네. 기분 잡치게.”
“아···.”
“거기. 소방차 앞에서 나와요. 이거 우리가 밀라고 한 거 맞으니까 우리한테 말하시라고. 안 비키면 이번에는 사람도 밀어 버릴랑께.”
장난인 듯 말하지만, 어투에는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동호회 사람들은 쭈뼛거리며 소방차 옆으로 물러섰다. 운전을 하던 소방관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우리에게 꾸벅 인사한다. 다른 소방관들도 손을 내밀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고맙습니다. 먼저 갑니다.”
“인사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지체된 출동 시간을 줄이려는 듯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가는 소방차. 그 뒤에는 박살 난 스포츠카 부품이 낭자했다. 어색한 기류가 맴도는 도로. 나 역시 차에서 내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장님들.”
내 부름에 그들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깜장의 짐승 같은 모습을 보다, 내 얼굴을 보니 조금 안심되는 모양이다. 허나, 다른 면에서 나는 깜장보다 난감한 존재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내 명함과 김 실장 명함을 건넸다.
“처음에는 제가 다 물어 줄 생각이었거든요?”
“처음에는?”
“그런데 하는 꼬라지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을 못 잡은 것처럼 보였다.
“손해 배상 청구하세요. 저희는 공무 집행 방해로 대응할 거니까요. 자동찻값 받고 싶으시면 고소하시고요. 변호사도 빵빵하게 준비 잘하세요. 저요. 그쪽들한테 한 푼도 주기 싫어졌네요.”
사근사근한 말투와 달리 내용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항의하고 싶겠지만, 명함에 박힌 ‘고광’이라는 두 글자는 그들의 입을 막기 충분했다.
“사람 구하러 가는 소방관 막고 방해하는 거, 제가 봤을 때는 살인죄랑 뭐가 그리 다른지 모르겠어서요.”
“···이보세요.”
“그렇게 살지 맙시다. 고소를 하든, 그냥 새 차를 뽑든 알아서 하시고요. 뭐, 대충 사이즈를 보니 이제 끌고 다닐 차도 없을 것 같네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맨 앞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황망한 눈빛. 그들은 손에 쥔 명함과 박살 난 자신의 자동차를 쳐다봤다.
“형님. 우리도 이제 가시죠.”
“그래.”
나는 깜장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천천히 움직이는 자동차. 그들을 지날 때, 나는 창문을 내리며 그들에게 당부했다.
“아 참. 사장님들. 곧 김 실장이라고 사람 올 거거든요? 그때까지 여기서 꼼짝 말고 계세요. 심심하면 도로 위에 그거, 부품도 좀 치우시고.”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놈들.
빠앙-
“흐잇!”
깜장이 어중간하게 서 있는 일행을 향해 경적을 울려 댔다. 화들짝 놀라며 도로 가장자리로 피하는 남자. 사람이라도 밀어 버리겠다던 깜장의 윽박이 머리에 각인된 모양이다.
“다 찍혀 있으니까 수작 마시고, 벌금 고지서도 예쁘게 받으세요. 그럼 수고요.”
우리는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가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보험 설계사의 주소지를 향하는 길. 나는 깜장의 팔꿈치를 보며 물었다. 유리에 긁힌 작은 생채기가 자잘했다.
“안 아파요?”
“어. 하도 많이 해서, 이제 굳은살이 박였나 봐.”
하긴. 자동차 창문 깨는 건 깜장의 전매특허다. 얼마 후, 나와 그는 주소지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상당한 고급 타워.
“피해가 났던 주택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그 사이 보험금이라도 탔나?”
“요즘 그런 거 있지 않아요? 집 복구할 때까지 거주비 지원해 주는 보험. 설계사니까 온갖 걸 다 들어놨겠죠.”
“보자. 21층이네.”
우리는 차를 주차해 놓고, 경비실에 신분증을 맡겼다. 세워진 지 얼마 안 됐는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복도. 깜장이 문에 붙은 호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2110호. 여기다.”
띵동- 띵동-
나는 초인종을 누르며 인기척을 기다렸다. 허나 반응이 없다. 이번에는 문을 두드리며 깜장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박문숙 씨, 계십니까?”
나는 살짝 물러서서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허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까는 신호라도 갔지, 지금은 아예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나와 깜장은 복도에 기대 난감하게 문을 쳐다봤다.
“관할서로 가야 하나. 귀찮은데.”
“흐음. 그러게요.”
나는 문고리에 걸린 우유 주머니를 살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습기. 바닥을 자세히 보니 문이 열리고 닫히는 각도를 따라 먼지가 쓸려있었다. 어쭈. 이것 봐라. 나는 깜장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여기 없나 봐요.”
***
해가 완전히 저문 밤. 복도 양 끝에 나 있는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21층이다 보니 동네의 야경이 발밑에 쫙 깔린다. 조용한 복도. 간간이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왔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잠잘 준비를 하는 주민들의 소리였다.
끼익-
어두운 복도에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진다. 굳게 닫혀 있던 2110호. 중년의 여성이 조심스럽게 나와 주위를 살핀다.
‘아무도 없겠지?’
그녀는 두 손 가득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집을 나섰다. 밤중의 선글라스라. 누가 봐도 수상하지만, 그녀는 그거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는지 연신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띵동-
21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구석에 서 있었다. 꽤나 멀끔하고 잘생긴 청년. 그는 휴대폰을 들더니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네. 지금 가는 길이요. 문단속은 잘하셨어요?”
여자는 캐리어를 꽉 쥐고 입에 침을 묻혔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불안감. 그녀는 택시를 먼저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일단 터미널로 가자. 당분간 통영 쪽으로 내려가 있어야···.’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박문숙 씨.”
구석에 서 있던 잘생긴 남자가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 박문숙은 화들짝 놀라며 그를 돌아봤다. 짧은 순간 뇌리에 스치는 생각.
‘도망가야 해.’
그녀가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허나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험악한 인상의 남자. 시커먼 피부와 살기가 가득한 눈동자. 오금이 저리는 분위기였다.
“끼아아아악!”
깜짝 놀란 박문숙이 냅다 비명을 질러 댔다. 놀란 깜장이 몸을 살짝 뒤로 뺀다. 그 틈을 타 뛰쳐나가는 박문숙. 허나, 정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아니, 사람 얼굴을 보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대요? 무안하구로.”
깜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다. 뒤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잘생긴 남자. 그는 캐리어를 끌며 활짝 웃는다.
“이거 두고 내리셨는데요. 박문숙 씨. 이 밤에 어디 가시나 봐요?”
“그, 그게. 저는 박문숙이 아닌데요.”
“에이. 아니긴 뭘 아니에요.”
청년과 짐승 같은 남자. 둘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박문숙에게 보여 줬다. 암행어사의 패처럼 의기양양하게.
“수안경찰서 특별수사대에서 나왔습니다. 같이 서에 좀 가시죠. 왜 우리를 피했는지 궁금해서요.”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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