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58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58화
기여도 1위는 당연히 은성에게 돌아갔다.
보스가 남긴 아이템 역시.
이번에도 아이템은 은성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이건 또 누구에게 줘야 하나?
마음에 찰 아이템은 다음 페이지가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시스템이 반응하던 그 보스가 나타나던가.
던전 보스를 사냥한 이후 은성이 소환한 인형 병들이 성채를 점령하는 건 손 짚고 헤엄치기였다.
갑자기 나타난 군대를 본 일왕은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것이 이능이라고? 세상에 이런 이능이 있을 줄이야!’
본진에도 소환사가 여럿 있다.
하지만 그들이 소환하는 개체는 많아야 세 마리였다. 아니, 대부분은 하나 소환하는 것에 그쳤다.
그렇다고 소환수들이 강하냐 하면 그렇지 않다.
앞서 검과 방패를 든 병사 하나도 어쩌지 못했던 센노스케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가 본 소환사의 소환수였다.
그래서 소환사에 대한 평가는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사라고 다 같은 소환사가 아니구나!’
사람이라고 다 같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음에도 마치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처럼 일왕의 표정은 오묘했다.
성채를 점령한 인형 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전리품을 챙겨 속속 그 주인에게 바쳤다.
그렇게 모인 전리품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이 모습이 너무 신기했던 일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김 공, 그 물건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입니까?”
은성을 향한 일왕의 시선과 말투는 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어디 그만 그러랴.
다들 은성의 눈치만 살피며 몸가짐을 조심했다.
그중 센노스케의 행동이 유독 두드러졌다.
당연히 찔리는 게 많아서였다.
“인벤토립니다.”
“10킬로그램이 넘어 보이는 물건도 있었습니다.”
일왕 역시 인벤토리의 소유자였기에 누구보다 인벤토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디 일왕뿐이랴.
‘인벤토리? 우릴 놀리는 건가? 어떻게 인벤토리에 그것을 다 담아.’
‘필시 다중 능력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돼.’
‘소환, 공간 이동, 거기다 아공간? 그러면 능력이 세 가지라는 거야? 인간이 맞긴 한가?’
‘괴물이다, 그것도 상괴물.’
몬스터보다 더한 몬스터!
사람들의 뇌리에 은성은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버렸다.
그리고 절대 그의 적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미국이라면 자신의 마누라까지 바칠 것처럼 굴던 비굴함의 끝을 보여주던 일본, 경이로운 힘을 목격한 그들은 미국을 버리고 은성으로 갈아타고 있었다.
“던전 공략을 계속하다 보면 인벤토리가 달라집니다.”
“이능처럼 승급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왕은 부러운 눈으로 은성을 응시할 뿐 더는 입을 떼지 않았다.
아니,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궁병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서 은성에게 작은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를 바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일행은 귀환문을 통해 던전을 나섰다.
“던전에 있는 자원은 알아서 챙기세요.”
은성이 작별할 것처럼 말하자 일왕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일왕이 보기에 은성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그의 뒤만 쫓아다녀도 막막한 승급, 최종 승급을 빠른 시일 내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기여도 보상은 또 어떤가.
“기, 김 공. 염치없지만 김 공과 함께 움직이면 안 되겠습니까?”
“기여도 때문입니까?”
“덕분에 기여도 2위 보상을 얻었습니다. 관객에 불과한 저로서는 과분한 보상입니다.”
‘슌조라는 저 남자가 아니라 일왕이 기여도 2위라고?’
일왕을 향한 은성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여도 1위를 제외한 나머지 순번의 경우 넷 중 가장 강한 자가 보상을 받게 된다.
다 같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번에 일왕과 그 신하들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사냥하지 않았기에 이능의 등급이 기여도의 기준이 된다.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김 공의 질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대답하겠습니다.”
“잠재력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능 계승자라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그들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니까.
은성이 일왕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졌지만 이번엔 일왕의 신하들이 모두 얌전했다.
다혈질의 센노스케 역시.
“SS등급입니다.”
일왕의 대답에 은성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아직 SS등급의 이능 계승자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능은 S등급이 최대치가 아닐까 최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불쑥 SS등급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은성이 자신의 등급을 듣자 놀라는 모습을 보이자 일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공은 어찌 그리 놀라십니까? 내 보기엔 김공의 등급이 더 대단할 것 같은데요.”
특성이 아닌 이능 등급만 보면 은성은 일왕보다 아래다.
이능 : 단거리 공간 이동(B/B). 공간 이동(S/S).
이중 가장 높은 등급이 S니까.
상태창 역시 특성과 이능을 구분하고 있다.
“높군요. 실례가 아니면 현재 등급은?”
“S등급입니다.”
일왕의 대답을 통해 은성은 상대가 적극적인 태도로 멸망에 임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S등급이 될 순 없다.
은성은 일왕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성실한 국왕이시군요.”
“신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 녀석 점점 더 마음에 드네.’
그래도 방파제는 방파제일 뿐이다.
은성이 자신을 인정하는 듯 보이자 일왕은 기뻤다.
강자에게 인정받는 것이기에.
하나 곧 일왕의 표정은 시무룩하게 물들었다.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표정이 어둡군요.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오르셨습니까?”
일왕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쿠리야마 고바야시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도 저와 같은 SS등급의 이능 계승잡니다. 이능 역시 대단한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군주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간 뒤 그 부하들과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말을 흐리는 것으로 봐서 필시 죽은 게 분명하리라.
그나저나 SS등급이라니.
어째서 한반도에 없는 SS등급의 이능 계승자가 왜 여긴 두 명이나 있는 건지.
조상님들이 터를 잘 못 잡으셨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한 명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그 터에서 태어난 자신은 생각지도 않고 조상 탓을 하는 은성이었다.
“그만한 실력자면 분명 언젠가는 생환할 겁니다.”
절대 생환할 수 없다.
왜? 쿠리야마 고바야시의 명줄을 끊은 장본인이 바로 은성이기 때문이다.
“저도 그리고 저의 신하들도 그리 믿고 있습니다.”
방파제가 튼실해야 항구를 지킬 수 있듯, 일본이 강해야 다음 웨이브에서 한반도에 가해질 타격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일왕을 키우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국왕님만 대동하겠습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은성의 대답을 기다렸던 일왕은 그의 긍정적인 대답에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거 비행선으로 갚아주면 안 될까?
이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뱉어내진 않았다.
없어 보여서.
그렇게 은성은 일본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구했다.
* * *
은성에게 흠뻑 빠진 일왕은 그를 본진이 있는 교토로 초대했다.
알아 두어서 나쁠 게 없었기에 은성은 일왕의 초대에 응했다.
그렇게 도착한 교토, 영종도처럼 지하에 거대 도시를 갖고 있었다.
규모는 영종도보다 더 컸다.
일왕은 주요 인사들을 불러 그들에게 은성을 소개했다.
인류의 빛이 될 남자라고.
슌조를 비롯한 근위대 대원들이 앞서 그들과 만나 은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두었는지 반발은 없었다.
일왕은 은성을 위해 연회를 열었다.
귀한 술과 음식, 그리고 미녀들이 그 자리에 나왔다.
은성은 술과 약간의 음식을 먹은 뒤 먼저 일어섰다.
“연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누가 왕인지 모를 만큼 일왕은 은성의 기분을 살폈다.
일왕의 신하들 입장에선 못마땅한 노릇이었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주인공이 빠지자 연회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은성을 유혹하라는 지령을 받은 미녀들도 실망한 얼굴로 돌아갔다.
“약속이 있습니다.”
“아쉽지만 약속이 있으시다니 못다 한 연회는 다음에 다시 하시죠.”
“연회보단 사냥이 우선이죠.”
“그럼 내일 아침에 오시는 겁니까?”
“예.”
이곳 교토에도, 그리고 그 주변에도 던전은 많았기에 굳이 구마모토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아니, 이곳에 있는 던전부터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방파제가 좀 더 오래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
* * *
“아들 왔어?”
“예. 어머니.”
“배고프지? 씻고 내려와 큰형과 누나도 곧 올 거야.”
둘째 유성의 죽음으로 인해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던 박정화 여사도 최근엔 이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닌 건 은성도 그리고 다른 가족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서로 모른 척했다.
성대한 연회자리를 박차고 나온 은성은 어머니가 직접 끓인 된장찌개와 소불고기를 저녁으로 먹었다.
가족들과 함께.
오늘은 일본으로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곧장 올라갔다.
그전에 카오루를 살짝 불러 행운 버프도 받았다.
각오를 다지며 방으로 들어와 본격적인 작업을 하려 할 때.
똑똑.
기성이 들어왔다.
맥 빠지게.
“할 말 있으세요?”
“오늘 영종도에서 사자가 왔다 갔어.”
하얀 가면, 아니 오희연의 입김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당분간 그녀의 정체는 큰형에게도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였기에 은성은 모른 척했다.
“무슨 일로 왔죠?”
“충주처럼 자신들과도 교역하지 않겠냐며 제안하더라.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들과의 교역은 나쁘지 않지. 문제는 의돈데 당최 짐작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너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리곤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뭘 알고 저러나?
“나쁘지 않다면서요?”
“규모의 경제는 모든 경제인의 이상향이니까.”
“그럼 그렇게 하시면 되잖아요.”
“꿍꿍이를 몰라서 그렇지. 알면, 내가 이러겠어?”
“아버진 뭐라고 하세요?”
“나보고 알아서 결정하라더라.”
“그럼 큰형이 결정하세요.”
“아버지랑 너랑 짰니? 왜 반응이 비슷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잖아요.”
“야, 나도 아버지 아들이야. 아무튼 너도 긍정적이다 이거지?”
“예.”
“알았다. 내가 알아서 하마. 그나저나 이러면 비행선이 부족해지는데. 기술자들을 또 쥐어짜야 하나? 이러다 칼 맞을 것 같은데.”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며칠만 기다려보세요.”
“왜? 전에처럼 나포하게? 그러다 일본 정부에게 걸리면 그땐 외교…… 음, 외교는 의미가 없군. 여하튼 곤란해지지 않겠어?”
“그쪽 우두머리를 꽉 잡았어요.”
“우두머리? 총리?”
“아니요. 일왕.”
은성은 오늘 있었던 일왕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다.
“핵수저가 운도 좋네. SS등급이라니 물론 내 동생에겐 잽도 안 되지만. 그런데 그쪽 믿을 수 있어?”
“딱히 문제는 없을 거예요. 문제를 일으키면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일왕이 잘 알 테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은성이 저리 말하였기에 기성은 그러려니 했다.
자신의 동생이지만 각자 노는 물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오금이 저린다, 저려. 아무튼 그리 알고 있으마. 할 일이 있는 것 같으니까 난 이만 퇴장하마.”
“큰형.”
“왜?”
“피 비서님이랑 언제 결혼해요?”
“넌 모태솔로 딱지나 떼. 너 좋다는 여자들이 줄을 섰는데 왜 눈길 한번 안 주는지. 너…… 그거 아니지?”
“뭐요?”
“고자.”
때릴까?
참아야지, 지금의 큰형 수준이면 비껴 맞아도 사망할 테니.
기성의 등을 떠밀어 추방한 은성은 테라스로 향했다.
밤공기에 가을 냄새가 조금씩 맡아지는 것 같았다.
낮엔 불볕더위가 여전했지만.
‘연애라…….’
큰형과 피 비서 커플을 보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른 커플 역시.
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연애 따위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멸망이 다하는 그날까지 앞만 보고 가겠노라 맹세하지 않았던가.
잠시 잠깐 흔들렸던 큰형의 염장을 밤바람에 실어 보낸 은성은 인벤토리에서 각종 강화권을 꺼내 들었다.
무기? 방어구? 다 필요 없다.
이능 하나만 걸려라.
은성은 영혼을 불태웠다.
하얗게.
그 결과.
불끈.
달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힘껏 말아 쥐는 은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