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25)
풍신사보는 내가 펼쳤던 것과 같으면서도 달랐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 무공을 이렇게 해석한다. 난 아버지가 펼치는 풍신사보를 단 한 동작도 빠지지 않고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이대로 흉내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부분이 나와 다르고, 왜 다른지. 그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무학의 경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초식을 다 펼친 후 아버지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나 역시 방금 아버지가 펼친 풍신사보와 내가 펼친 풍신사보를 비교하며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나는 배워야 한다. 무공을 대하는 아버지의 자세를. 최고가 생각하는 방식과 해석의 깊이를. 이윽고 아버지가 명상에서 깨어났다. “정말 좋은 무공이구나.” 아버지에게서 좋은 무공이란 말이 나왔다면 이건 극찬이었다. “양심의 가책 때문에라도 꿀꺽하실 수 없죠?” 아버지는 코웃음을 치셨지만, 이번만큼은 만족스러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이제 회귀 후 가장 큰 변수를 만들었다. 과연 화무기는 풍신사보까지 익힌 아버지를 이길 수 있을까? 물론 화무기는 내가 때려잡을 생각이긴 하지만, 이렇게 아버지에게 풍신사보를 전한 것은 일종의 대비책이었다. 아버지는 약속을 지켰다. “지금부터 천마호신공을 전수하겠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외워라.” 구결을 듣기 전에 나는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버지는 정말 딱 한 번만 말해주실 거기 때문에 머리로 외울 것이 아니라 직접 구결을 운용해서 몸으로 외우려는 것이다. 나 정도 되는 고수가 아니라면 시도해선 안 될 일이다. 아버지가 천마호신공의 구결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명문혈에서 신유, 지실, 위유로 부드럽게 내기를 움직여라. 이때의 진기는 풀잎에 내려앉는 눈처럼 가벼워야 한다. 비유, 간유, 격유까지 속도가 중요하다. 걷다, 뛰다, 가볍게 비상하듯 속도를 올리고 신주, 풍문, 곡원에 이르러서는 폭포가 내리치듯 힘차게 쏟아내라…….” 구결은 처음부터 대놓고 어려웠다. 그야말로 난이도는 극상. 구결대로 진기를 움직이면서도 정말 심장이 철렁철렁했다. 이렇게 어려운 구결인 것을 알면서도 직접 구결을 운용하는 것을 말리지 않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몇 번의 위기가 닥쳐왔다. 작은 위기들은 잘 넘겼는데, 막바지에 이르러 큰 위기를 맞았다. 순식간에 진기가 역류하면서 혈맥이 터질 듯 폭주했다. 팽팽해진 혈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일전에 천맥강화술로 혈맥을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분명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천맥강화술을 익힌 것은 바로 오늘을 위한 안배였구나. 그렇다면 나는 오늘 죽지 않을 거다!’ 떨어지면 주화입마와 내상,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절벽 끝자락에서 나는 긍정의 화신이 되어 맞서 싸웠다. 또 나는 믿었다. 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우다 죽을 운명은 아니라고. 내 믿음이 통한 것일까? 야생마처럼 날뛰던 진기가 가라앉았다. 내력은 원래 가야 할 혈맥을 따라 흘렀고, 고비를 넘긴 나는 천마호신공의 마지막 구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후우우우.” 긴 호흡으로 일주천을 갈무리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버지는 천마전의 커다란 창에 서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게 이렇게 큰 위기가 오간 것을 알고 계셨을까? 내가 주화입마에라도 빠졌다면 과연 도와주셨을까? 아버지의 입에서 ‘이제부터 네가 차기 천마다’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는 창밖을 쳐다보면서 천마호신공의 위대함에 대해 말했다. “목숨이 경각에 이르면, 천마호신공은 스스로 발동한다. 후일 천마호신공이 대성을 이룬다면 너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 떠오른 한 가지 의문. ‘그런데 아버지는 왜 돌아가셨습니까?’ 제23회 잘만 살아가더라. ‘분명 아버지는 대성을 이루셨을 텐데, 왜 천마호신공이 발동하지 않은 겁니까? 혹시 천마호신공이 발동하고도 당하신 겁니까? 아니면 천마호신공이 발동할 내공조차 남지 않을 격렬한 싸움을 하신 겁니까?’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무위를 지녔는지 알면 알수록,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이 간다. 정말 화무기는 이런 아버지를 이겼단 말인가? 나는 아버지께 묻고 싶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지만 여쭤볼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난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싱긋 웃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와 저 사이에 비밀이 하나 생겼네요. 천마호신공을 익힌 것 보다 그 점이 더 기쁩니다.” 비밀이란 단어가 거슬렸는지 아버지가 표정을 찌푸렸다. 내가 재빨리 덧붙이고 돌아섰다. “짜증 나셔도 절 어쩌지 못할 겁니다. 아직 풍신사보는 제가 더 익숙하거든요.” 쾌속보를 발휘해서 순식간에 그곳을 달려 나왔다. 내 신형이 붉은 융단의 끝부분까지 도착했을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잉! 시원한 바람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나는 쾌속보를 멈췄다. 어느새 아버지가 내 앞을 막고 계셨다. 딱!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사정없이 튕겼다. 피할 상황도 아니었고, 피하려고 했어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아버지의 움직임은 빨랐다. “아얏!” 나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엄살이 아니었다. 어찌나 아픈지 눈앞에 별이 몇 개 스쳐 지나갔다. “잘난 척하길래 나보다 빠른 줄 알았지.” 다음 순간, 아버지가 사라졌다. 암영보를 이용해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곧이어 쾌속보를 이용해서 앉아 계시던 태사의로 돌아갔다. 그 움직임을 볼 때 확실히 무공에 대한 해석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얄미워 이마를 때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아버지는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계신다. 내가 해석한 풍신사보는 이런 것이라고. “돌아가신 보법은 풍신사보인데. 처음에 날아오신 그 경공술은 대체 뭡니까?” “천마비행술(天魔飛行術)이다.” 천마비행술은 아버지의 독문 경공술. “쾌속보보다 빠른 겁니까?” “지금은 당연히 빠르지. 풍신사보가 대성을 이루면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제가 대성을 이루는 날, 결판을 짓죠.” “내가 먼저 대성을 이룰 테니, 이미 난 결과를 알고 있겠지.” “그건 모를 일입니다. 제가 더 빨리 대성을 이룰 수도 있죠. 아무래도 젊은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 똑똑한 머리에서 피난다.” 딱밤을 맞은 내 이마에서 피가 찔끔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아! 차라리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을 가르쳐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영광의 상처를 이마에 매단 채 천마전을 나섰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상처다. 아버지와 다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 때, 조심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실수는 언제나 친하다고 방심할 때 저지르는 법이니까. 어쨌든 이번 무공 교환으로 아버지도 나도 한 걸음 나아갔다. 화무기가 온다는 미래는 정해져 있지만, 현재는 계속 바뀌고 있었다. * * * “대체 어떤 놈입니까? 어떤 건방진 놈이 도련님 몸에 손을 댄 겁니까?” 이안은 피멍이 든 내 이마를 보고 흥분했다. 지금의 그녀는 친동생이 맞고 들어온 열혈 누나였다. “알면? 복수해 주게?” “해야죠. 말씀만 하십시오! 누굽니까? 내 당장 가서…….” “아버지께 맞았어.” “…….” “왜 안 가?” 갑자기 차분해진 이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는 지키는 사람이지 공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딱 잘라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내가 웃었다. 예전에는 못했던 농담과 장난을 이렇게 주고받는 것이 즐겁다. 살에 눈이 파묻히듯 사라지는 눈웃음을 보는 것도 즐겁고. “참, 그리고 나 황천각주 됐다. 조만간 정식 발령 나면 황천각으로 들어갈 거다.” 이안은 놀라다 못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황천각주가 되신 경사를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신다고요?” “그게 뭐 별일이라고?” “맙소사! 황천각이 얼마나 권위 있는 조직인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자그마치 황천각주라고요. 죄를 지으면 마존들조차 황천각에 끌려가서 벌을 받는 그런 곳이라고요.” 왜 모르겠는가? 아버지가 날 보내는 이유도 그 때문인데. 아마 내가 황천각주가 된 일은 또다시 교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축하드려요, 정말 축하드려요.” “고마워.” “한데 교주님은 왜 갑자기 도련님을 황천각주에 임명하신 거죠?” “때려놓고 미안했나 보지.” “농담 마시고요!” “내가 말씀드렸어. 본교는 바뀌어야 한다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몸을 망치는 무공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 이안이 흠칫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전신석화공의 부작용으로 평생 뚱뚱한 몸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본교로 만들 거다.” 이안은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멍하게 있었을까? “설마…… 알고 계셨나요?” “그래.” 이내 그녀가 씩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어려서 강제로 선택된 일일 뿐이다.” “아뇨.” 이안은 단호했다. “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날 제게 말해줬어요. 전신석화공을 익히면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고. 그러니 선택은 네가 하라고. 그래서 제가 선택했어요.” 그 선택은 정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소녀에게 이렇게 물었을 테니까. 도련님을 지키기 위해 이 무공을 익혀야 하는데, 부작용을 감수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선택은 강요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 말을 하진 않았다.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그녀의 자부심을 깎아내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 부작용 내가 고쳐줄게. 지금은 안 되지만 나중에.” 이안이 웃으며 대답했다. “못 고쳐요.” “나는 고칠 수 있어. 믿어라.” “네, 믿을게요.” 그녀는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아마 무공을 전수한 이가 말했을 것이다. 절대 부작용은 없앨 수 없다고. 더는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는지 이안이 화제를 돌렸다. “근데 도련님이 황천각주가 되시면 기존 황천각주가 반발하지 않을까요?” “어쩌겠어? 교주가 내린 명령인데.” 사실 기존 황천각주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예전 마군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볼 때, 그는 마군에게 포섭되었거나 협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버지는 나를 임명한 걸 테고. 그의 사임 처리는 사마명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난 오히려 실무를 보는 무인들의 반발이 걱정이다. 난데없이 천마 아들이 각주로 획 떨어지면, 고깝지 않겠어?” “획 하고 떨어진 사람이 너무 멋지고 훌륭한 분이니, 아무도 언짢아하지 않을 거예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다.” “월봉 주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매번 날리는 그녀의 고정 농담에 미소지으며 미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월봉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안, 이번 기회에 처리할 일이 있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네, 뭐든 말씀하세요.” “수신호위 이안, 그대를 이 순간부터 내 수신호위에서 해고한다.” 이안의 그 큰 덩치가 펄쩍 뛰었다가 쿵 하고 내려왔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녀는 놀랐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신호위에서 해고라고.” “진심이세요?” “응.” 그녀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진심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애처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