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72
89화 돌아오다 (1) >
-진짜 인간 같지 않은 강함인데.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나 역시도 초토화된 반경 이십여 장의 모습에 내심 스스로의 힘에 감탄했다.
특별한 초식도 아니고 그저 검에 기운을 실어 휘둘렀을 뿐이다.
검격만으로 이 정도 위력을 낸 것이다.
“끄으으으.”
바닥에 넘어진 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힘의 격차가 확연하게 느껴졌나 보다.
한데 확실히 용호금단의 효력이 대단하긴 했다.
벌써 피가 그쳐가며 날아간 신체 부위의 핏줄이 돋아나며 재생의 조짐을 보였다.
역시 목을 베어야 한다.
“더 고통스럽게 해주고 싶지만 스승님들을 도우러가야 해서 말이지.”
마무리를 지으려고 놈의 목을 검을 위로 들어 올리는데,
“하아….하아…괴물 같은 놈.”
놈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유언인가.”
“폭군을 몰아내고 만 백성들을 위해서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게 그리 잘못되었나?”
내게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보다.
그런데 나는 네놈과 그런 논쟁을 섞고 싶지 않거든.
싸늘하게 내려다보다 대답 없이 검을 내려치려하자 놈이 다급히 내게 소리쳤다.
“항복하겠다!”
“뭐?”
놈의 입에서 갑자기 항복 선언이 나왔다.
고집이 강한 놈이 대뜸 이런 말을 하다니 죽기 싫은 것일까?
“이제 와서 항복을 하겠다?”
“승패는 갈라졌다. 네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를 죽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전장에서도 항복하면 패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지 않느냐.”
“항복한 대우를 해달라는 거냐?”
“…….파문당했으나 어떤 의미로 너나 나는 동문이나 다름없다. 스승님들께 항복하고서 싸울 의사가 없는 자를 죽이라는 가르침을 받진 않았겠지? 그건 도화선의 법도에 어긋날 텐데?”
“하?”
-살려고 용을 쓰는데.
소담검의 말처럼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자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치욕마저 감수해가면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다.
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는…..이대로 죽을 수 없다. 대의를 이루지 못하고서 이렇게 죽는다면 먼저 떠난 사매를 볼 낯이 없다.”
“……..”
“스승님과 소선들께 데려가 다오. 그분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볼 때 이놈은 알고 있다.
검선 스승님도 그렇고 다른 일곱 도인들도 도를 닦는 이들이라 살생을 삼간다.
자신이 빈다면 죽이진 않을 거라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 거다.
차가운 조소가 절로 나왔다.
“비웃어도 좋다. 내겐 목숨을 연명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
“구질구질하네.”
“분풀이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는 네놈이 아닌 스승님들의 처우에 따라….”
-슥!
나는 놈의 목으로 검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놈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지? 방금 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그랬지.”
“한데 왜 이러는 것이냐? 네놈도 도화선의 제자라면…..”
“어이. 자경정.”
“어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나는 도인이 아니다.”
‘!?’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긴 여태껏 나를 검선의 숨겨진 제자로 착각했던 놈이다.
게다가 여덟 도인들에게 공동 전인 마냥 재주를 전수 받아서 더욱 도화선의 법도에 얽매여 있으리라 생각했을 거다.
“한데 어째서 네놈에게 그분들이?”
“네놈의 인과응보지. 그리고 네놈만큼 오래 살진 않았다만, 나름 온갖 풍파를 견디면서 살아오니 한 가지는 알겠더라.”
“뭐?”
“너 같은 놈은 그냥 죽이는 게 답이란거.”
“잠깐…..”
-촥!
-데굴데굴!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의 목이 갈라지며 머리통이 옆으로 굴렀다.
이런 놈은 죽이는 게 답이다.
살려두면 어떤 식으로든 후환이 될 거다.
“……..”
참 질긴 생명력이다.
목이 잘렸는데도 곧바로 죽지 않는다.
놈이 부릅뜬 눈으로 뭔가를 중얼거렸는데, 성대가 없어서 바람 빠지는 듯 한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미련이 많이 남은 것일까?
나는 놈의 머리통 위로 발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개소리는 지옥에서 해라.”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머리통을 짓밟았다.
-콰직!
머리가 완전히 으깨졌다.
더 이상 움직임도 재생의 기미도 없다.
몸 쪽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이놈도 어찌 보면 운이 없다.
소담검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이뤘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 스승님들께 돌아가야 겠다.
손을 내밀자 땅에 꽂혀 있던 법구 천둔이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탁!
‘천둔. 스승님께 돌아가자.’
처음 녀석을 만져본다.
-……..
말을 걸었는데 녀석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삼 년하고도 여덟 달 동안 늘 의문이었던 것이다.
검과 교감을 하는 스승님조차 법구 이전의 자신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검과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때 분명 천둔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데 어찌하여 녀석은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아무튼 일단 돌아가자.
도화선의 중심부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던 나는 문득 죽은 자경정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확실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
나는 놈의 몸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갖다 댔다.
그러자 불꽃이 일렁이며 녀석의 옷과 몸을 태워나갔다.
타고 있는 몸에 으깨진 머리통의 조각들도 허공섭물로 옮겼다.
-화르르륵!
그것들이 어우러져서 불꽃에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철저하기도 하네.
용호금단도 먹고 도를 수양했던 놈이다.
괜히 찝찝한 것보다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낫다.
이제 돌아가서 스승님들을 도와야겠다.
-팟!
* * *
진운휘가 공동의 중심부로 돌아가고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때였다.
검은 인영 하나가 불에 타서 재가 되어가고 있는 시신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인영이 까맣게 된 재를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독한놈…..”
잠시 동안 그러던 검은 인영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노란 서지였다.
서지를 펴든 검은 인영이 불타고 있는 시신을 향해 주술을 외우듯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윽고 얼마 있지 않아 불꽃의 연기가 종이로 스며들었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노란 서지에 먹으로 세심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연기 형태가 새겨져갔다.
서지 전체가 가득 채워지자 연기는 더 이상 스며들지 않았다.
검은 인영이 그곳을 곱게 접어서 작은 주머니에 집어넣고서, 불꽃에 흩날리는 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경정. 자네의 유지(遺志)는 이 뇌장이 받들겠다.”
-스륵!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인영이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 * *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구체.
그것이 회색 빛 선벽에 갇혀 있다.
법구 선벽진옥의 패로 이것을 가둬두고 있는데, 구체가 일렁이는 벽에 부딪칠 때마다 점점 그 크기가 더욱 커져갔다.
‘아직인가?’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여덟 도인들을 바라보았다.
하나 같이 원기를 거의 소진하여 노인이 되어버린 그들이 선벽을 둘러싸고서 주술 같은 것을 외우고 있었다.
-이러다 터질 것 같은데.
선벽은 이 엄청난 힘을 감당할 수 없다.
오히려 벽에 부딪치는 힘은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이러다 이글거리는 이 구체가 폭발하여 도화선이 통째로 날아갈까 두렵다.
-콰드드드!
역시 선벽이 버티질 못한다.
사실 이 선벽은 그냥 선벽진옥의 힘만이 아니다.
내 선천진기를 붉은 보석에 주입하여 일시적으로 패의 힘을 증폭시켰다.
이 방법을 알려준 것이 패의 주인인 하 스승님이었다.
선벽진옥의 패에 선천진기를 퍼붓다시피 하는데, 고작 열다섯을 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금이 갔다.
“스승님들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양 진인이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바닥이 부서지며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긴 경문 같은 것이었다.
바닥에도 이런 경문이 들어있는 줄은 몰랐다.
“선벽을 풀 거라!”
정양 진인의 외침에 나는 선벽진옥의 패를 손에서 놓았다.
손바닥이 불에 지진 것처럼 화상 자국이 나있었다.
-치이이!
“큭!”
나는 선벽진옥의 패를 집어던지다시피 했다.
그러자 구체를 가두고 있던 선벽이 사라졌다.
바닥을 부수고 튀어나온 긴 경문의 종이에서 영롱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이글거리며 폭발하려고 하는 구체를 감쌌다.
‘종이가 저 뜨거움을 감당할 수 있나?’
우려하고 있는데, 주술을 외우는 스승님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문의 종이가 더욱 밝은 빛을 내뿜었다.
“아!”
놀랍게도 경문 종이에 뒤덮인 구체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경문이 저 구체의 열기가 힘을 흡수하는 듯 하다.
거의 반경 여섯 장(丈) 크기만큼 커졌던 구체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경문에 스며들고 말았다.
펄럭거리며 영롱한 빛을 내던 경문이 이내 그 빛을 잃었다.
그리고 정양 진인의 손짓에 따라 뚫고 나왔던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쿠쿠쿠쿠!
그것이 완전히 들어가자,
-털썩! 털썩!
주술을 외우던 여덟 도인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직격으로 맞은 듯이 노쇠해버린 그들의 모습에 나는 말문을 잃었다.
“스승님들 괜찮으십니까?”
나의 물음에 그들이 거친 호흡만을 내뱉었다.
도화선을 보호하기 위해 너무 많은 원기를 소모한 그들이었다.
-쿠르르르르!
그때 공동의 구멍 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남천철검을 타고 위로 날아올라 구멍 위를 보았더니,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어.
소담검의 말처럼 금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점점 원상복구 되어갔다.
다시 도화선이 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폭발하려는 구체로 인해서 도화선이 흐름을 벗어나 인세에 묶였었는데, 이제 곧 그 역시도 원상태로 돌아올 것 같다.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밑으로 내려오니 지쳐서 주저앉았던 도인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었다.
자경정의 계략으로부터 도화선을 지켰는데 그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어둡기만 했다.
왜 그러나 싶어 물어보려 하는데,
“진인. 법구 영보필법에 얼마나 손상이 갔습니까?”
“후우.”
누더기를 입고 있는 호리병의 도인 이 스승님의 물음에 정양 진인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의아해하는데 검선 스승님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참으로 어렵게 되었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전에 법구의 폭발을 막은 것은 진인의 법구인 영보필법이다.”
“아….그게?”
바닥을 뚫고 나왔던 그 경문 종이가 도화선에 있는 여덟 법구 중에 최고라 칭해지는 영보필법이었다.
이 법구가 설마 도화선의 중심부에 있을 줄은 몰랐다.
당연히 정양 진인이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검선 스승님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원래는 네가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방금 전처럼 우리의 원기를 소진하여 영보필법의 힘으로 흐름을 변화시켜 네가 있던 때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나 그게 어려워졌구나.”
“그 말씀은……”
“영보필법의 손상이 회복될 때까지는 힘들 것 같구나.”
그 말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굳이 영보필법이 아니더라도 스승님들의 상태를 보면 당장에 나를 돌려보내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적어도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해야 가능할 듯 싶었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걸릴까?
나는 탄식을 내뱉고 있는 정양 진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진인. 영보필법이 회복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정양 진인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쇼. 법구가 아니더라도 스승님들께서 소진한 원기를 보면 그리 짧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습니다.”
하나 같이 노쇠한 도인들이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너무 쇠약해져 있었다.
이 원기를 회복하는 기간도 고려해야 할 거다.
“법구가 자연 회복되려면 적어도 일 년은 걸릴 테고, 우리들이 원기를 어느 정도 회복하려면 적어도 삼사 년은 정양해야 될 것 같구나.”
‘…….아.’
차마 대놓고 실망감이 담긴 탄식을 내뱉지 못했다.
스승님들이 무리해서 도화선을 지키지 못했다면 나는 돌아가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 수백 년을 버틸 수 없지 않은가.
금상지체의 시술을 받았다고 해도 그만큼의 시간을 버틴다면 과연 내가 온전히 이 정신과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사 년……’
또 다시 지내는 기간이 늘어났다.
이것도 확정 지을 수 없다.
스승님들이 법구 영보필법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원기를 회복되어야 한다.
결국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다.
그때 머리가 하얗게 새어서 노인이 된 장 스승님이 내게 다가왔다.
“이참에 잘됐구나.”
“네?”
“그렇지 않아도 어설프게 창술을 익힌 듯 하여 부족하다 싶었는데, 네가 머무는 동안 금창진경의 극의를 전수해주마.”
그것은 장 스승님만이 아니었다.
귓가에 꽂고 있던 연꽃을 빼든 하 스승님도 말했다.
“이왕 더 머물게 되었으니, 정기신의 균형이 맞도록 네 염(念)을 단련시켜주도록 하마.”
“사형, 사저의 말씀이 맞군요. 안 그래도 설음화양선무의 기본은 가르쳤지만 제대로된 극의는 가르치지 못했는데 전수를 하면 되겠군요.”
“그거 재밌겠군. 하면 나 역시….”
하나 둘씩 내게 뭔가를 가르치겠다고 앞 다투어 말하는 일곱 도인들.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걸까?
조삼모사 같은 기분도 들고 참 묘했다.
그런 내게 소담검이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단련 해봐. 그 금상제인가 하는 놈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너를 꺾으려고 얼마나 연마했겠어.
‘……그렇네.’
그러고 보니 존주가 두려워 한 검선의 후예는 바로 나였다.
놈의 정체를 알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과거로 온 것도 운명인건가.’
참 공교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소담검의 말대로 존주 아니 금상제는 나를 찾아 죽이기 위해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만반의 준비를 했을 거다.
그렇게 치면 삼사 년은 그리 긴 세월이 아니었다.
오히려 짧은 대비 기간일지도 모른다.
‘…….단련이라.’
곧바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실망감을 정리한 나는 이내 여덟 도인들에게 포권을 취했다.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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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숲 속에 어설프게 지은 초가집이 있다.
그곳에 엄청난 양의 장작이 담긴 지게를 등지고 걸어오는 허름한 옷의 사내가 있었다.
초가집 앞에 지게를 내려놓은 사내가 이마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땀도 안 나는데 버릇이 되었나 안 고쳐지네.”
‘그 날’ 이후로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졌다.
몸에서 땀이 나지 않았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심지어 생리적인 현상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땔감을 떼서 불을 쐬고 음식을 해먹는 행위가 무의미했으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없었다.
“하아. 도련님.”
그 날 후로 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마지막까지 같이 기다렸던 사마영 소저도 부친이 큰 부상을 당했다는 전갈을 받고 사라진 후에 소식이 없다.
아직도 의문이다.
어째서 도련님은 사라진 것일까?
안개 숲으로 들어가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안개 숲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후로 도련님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도련님……정말로 돌아가신 겁니까?”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너무 슬펐다.
고작 그 짧은 만남 후로 다시 사라지다니.
허탈해하던 사내는 마루에 올려져 있던 호리병을 들었다.
술이 담긴 호리병이었다.
마개를 따고서 이를 마시려고 하는데,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 아송.”
‘!?’
사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헛것을 들었나 싶어 호리병을 내려놓고서 고개를 돌렸는데,
“도, 도련님!”
그곳에 행방불명되었던 도련님 진운휘가 서있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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