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어쩌면, 국가 비상사태
본성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3층에 도달한다. 거기서 첨탑 꼭대기로 향하는 계단이 또 존재한다.
끝까지 올라가면 거대한 스피커가 설치된 옥상에 도달할 수 있다. 도둑이 죽었을 때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는 그 스피커다.
그곳에 두 명의 술래가 북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정오 때 이덕구가 담배를 나눠주었던 그 두 청년이었다.
“…전투 다 끝난 거 같지?”
“어. 조용해진 지 너무 오래 지났어.”
김진성과 설다운이 전투를 벌였던 쪽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둘.
“그런데 저게 김진성은 맞아? 확실해?”
“내가 똑똑히 봤어. 거대한 화염 폭풍으로 사방이 밝아져 있을 때, 검은 화살 같은 게 날아다니는 거.”
“…그게 김진성이라는 증거라고?”
“야, 이 멍청아! 남은 도둑이 김진성이랑 풍빛가람이었는데, 둘 중에 검은 마나 쓰는 사람이 누구겠냐?”
“아.”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남은 도둑의 정체가 김진성과 풍빛가람이라는 걸 알 수 있던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조금 전 북쪽의 똑같은 장소에서 거대한 구름이 생성되었고, 그 안에서 연신 벼락이 치던 걸 봤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도둑을 사냥하러 나갔을 때 봤던 풍빛가람의 능력과 완전히 일치했던 모습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설다운이 이겼겠지?”
“모르지, 뭐. 본성으로 설다운이 돌아올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어.”
“만약 김진성이 이겼다면?”
다시 묻는 술래의 얼굴이 두려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 바로 본성으로 쳐들어와서 우리를 다 죽여 버린다면…?”
“에이, 설마! 어차피 술래들 예선 통과 확정인 거 다 알 텐데, 인제 와서 굳이 목숨을 건 전투를 뭐 하러 또 하겠어?”
“설다운도 예선 통과 확정됐는데도 도둑들 다 잡으러 다녔는데?”
“어….”
할 말이 없어진 듯 동료 술래가 입을 다물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쳐들어오는 거 아냐?”
이내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싹한 기분이 된 채로 시선을 교환한 둘은,
“…일단 다른 술래들한테 알리자.”
“어.”
곧바로 계단을 타고 술래들이 모여 있는 본성 1층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하지만 정작 김진성은 술래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현재 섬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고개를 바다 쪽으로 돌린 채 바닷가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 김진성의 발걸음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양중근 등 보충 인원들과 배신자인 풍빛가람도 죽었으며,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설다운마저 죽은 상황.
거기에 방금 언급한 셋의 특성까지 먹어 치운 지금의 김진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인물은, 이젠 이 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진성이었기에 표정도 편안했고 걸음걸이도 가벼운 것이었다.
‘확실히 마나 실드가 엄청 두껍긴 하네.’
섬과 바닷가 사이를 경계선처럼 갈라놓고 있는 거대한 마나 실드를 바라보며 김진성이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마나 범위보다는 좁아.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탈출은 가능하겠어.’
그는 지금 자신이 저 마나 실드를 뚫고 탈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계산에 돌입한 상태였다.
‘물론 탈출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개떼처럼 몰려오겠지만.’
아이튜브에서 ‘술래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 콜로세움 직원들의 반응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김진성은 본 적이 있었다.
콜로세움 측에서 PR을 하듯 올려놓은 영상이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이용하여 살벌하게 술래를 쫓던 모습이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생생했다.
그 영상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 지금까지 아무도 탈출 못 했으니, 행여나 도망칠 생각이 있으신 참가자분들은 꿈 깨세요.
탈출을 시도한 사람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시도했던 사람은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저 바깥이 바다만 아니었으면 워프 홀이나 그림자숨기 같은 걸 이용해서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바다는 도주하는 데 유리한 환경은 절대 아니다.
특히 쫓는 쪽에서 마정석으로 제작된 최첨단 배나 헬기 등등 추격에 유리한 장비가 너무나 많았다. 김진성은 맨몸으로 도망쳐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인데 굳이 도망칠 필요가 있나?’
곧 김진성의 마음이 탈출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갔다.
‘그냥 끝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는 편이 더 확률이 높긴 해. 그리고 살아남으면 보상도 좋고.’
콜로세움 서바이벌에서 본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들에게는, 보통 이런 보상이 주어졌다.
– 자유.
– ‘강제노역자’ 신분에서 벗어나 ‘국민’ 신분으로 복귀.
– 헌터 자격증 발부. 이 증서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출입이 가능하며, 모든 나라의 던전에 도전할 수 있다.
– 생존만 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상금이 수여된다.
– 세계적인 명성. 실제로 전 세계 메이저 헌터 클랜의 영입 1순위 인재가 바로 ‘콜로세움 서바이벌생존자’다.
요약하자면, 통과하는 순간 그 참가자는 한 방에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김진성은 현재 생존한 모든 시즌 12 참가자 중 가장 끝까지 살아남아 있을 확률이 높은 참가자로 꼽히고 있다.
‘…아냐. 그래도 콜로세움 서바이벌은 몰라. 우승 후보 0순위가 바로 다음 예선전 때 죽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프로그램이잖아.’
김진성의 마음이 또 반대편으로 기울었다.
‘변수 많은 이 프로그램에 계속 갇혀 있는 것보다, 차라리 어떻게든 도망쳐서 다른 나라나 신대륙으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현재 김진성의 경지면,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을 포함해서 어느 나라에서도 무조건 환대를 받는다.
B급 이상만 되어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마당인데, 지금 김진성은 그런 B급 헌터인 양중근을 가볍게 때려잡는 수준이니까.
단 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만 환영을 못 받을 뿐이다.
‘어떻게 할까….’
앞으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김진성은 계속해서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그때였다.
‘…응?’
갑자기 어두운 바닷가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밝은 빛에 그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그의 걸음도 우뚝 멈춰졌다.
‘…저건 군함인데?’
저 멀리서 섬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수많은 거대한 배들의 모습.
최첨단 무기들을 장착하고 있는 그것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군함이었다.
그리고 군함에 크게 박혀 있는 마크 하나.
김진성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마크였다.
‘헌터부 마크…?’
* * *
그 시각.
다수의 모니터에 군함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모니터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상태였다.
지금 마이크를 통해 다급히 지시를 내리고 있는 메인 PD의 심각한 톤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현재 분위기를 알 수 있을 법했다.
“다시 말합니다! 절대 TV에 군함이 접근한 모습을 송출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제 지시가 아니라 나라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입니다! 명심하세요!”
계속해서 스태프 모두에게 신신당부한 후, 메인 PD는 고개를 돌려 백준을 바라보았다.
그때 백준은 또다시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네, 장관님. 확인했습니다. 더 접근하지 마시고, 지금 거리를 유지하시면 됩니다.”
– 알았어. 기다려.
대답해오는 목소리는 헌터부 장관, 탁남규의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탁남규가 다시 말해왔다.
– 지금 위치에서 철통 경비하라고 지시했어. 혹시 누군가 도주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싶으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알았지?
“…장관님.”
– 왜?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만….”
난감한 표정으로 백준이 입을 열었다. 곧바로 탁남규의 대답이 들려왔다.
– 나라고 뭐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아까 말했잖아? 지금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나 다름없다고.
“그건 압니다만….”
– 재수 없게 김진성 정도 되는 스타 헌터가 탈출한다? 그땐 너뿐만 아니라 나도 작살나는 거야. 명심해.
“…….”
–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과한 게 나아. 이해했어?
“…네.”
– 내일 예선 2차 끝나자마자 바로 장관실로 와. 내가 자세한 내막 알려줄 테니까.
“네, 장관님.”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백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곧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모니터실 직원을 돌아보더니, 이내 시선을 메인 PD에게 고정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리허설 준비 아직 안 됐나?”
“아! 다 됐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야, 나 대신 애들 통솔하고 있어.”
옆의 여성 PD에게 지휘권을 잠시 맡긴 그는, 백준과 함께 모니터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이내 남은 직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부대표인 장승욱에게로 모였다.
시선을 받은 장승욱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 * *
같은 시각.
역시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헌터부 소속 군함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청년, 김진성이 있었다.
‘헌터부가 도대체 왜…?’
헌터부라 하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그리고 최대 정부 부처 아닌가?
그런 헌터부가 왜 다수의 군함을 이끌고 이 섬을 포위한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지금은 절대 도주 못 하겠네.’
대한민국 최정예 집단이 단체로 섬을 포위한 상태에서 도주를 계획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김진성은 깔끔하게 포기하고선 몸을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 예선 3차 준비나 하자.’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가 걸어가는 방향은, 정확히 술래들이 모여 있는 본성 쪽 방향이었다.
* * *
깊은 새벽이 되었다.
하지만 본성 안의 술래들은 아무도 잠을 자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었다.
“설다운이 왜 안 오지…?”
당연히 도둑 모두를 물리치고 진작에 돌아왔어야 할 설다운이, 아직까지도 본성 안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 사실이 본성 안의 술래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아무도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진짜 김진성한테 죽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냐?”
“에이…. 혹시 알아? 그냥 들어오기 싫어서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을지….”
“돌아다녀도 최소한 본성에 얼굴 한 번은 비췄어야 정상이잖아? 마지막 전투 끝난 지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그건….”
대답을 못 하는 동료의 모습.
술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만약 김진성이 이겼다면, 언제 본성에 쳐들어와도 안 이상해. 양중근을 비롯한 보충 인원들도 다 죽은 상태니까.”
그 말에 두려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술래들.
“그러니까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계속 경계를 섭시다. 그래야 김진성이 급습해도 바로 반격이라도 할 수 있지. 잠이야 비행기 안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니오? 안 그렇습니까?”
그 말에 술래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인원을 나눠서 경계 근무를 돌아가며 서기 시작한 술래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이윽고 해가 동쪽에서 떠오를 때까지도 그들이 우려하던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해가 동쪽 바다 수평선 위로 완전히 올라왔을 그때, 첨탑 꼭대기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예선 2차전을 시작한 지 정확히 24시간이 지났습니다.이로써 예선 2차전을 종료합니다. 지금부터 발생하는 인명 피해는 규칙 위반으로 간주하며, 즉시 탈락 처리되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방송이 들려오는 순간,
“만세!! 살았다!!”
“나이스!!”
“와, 씨! 진짜 김진성이 쳐들어오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네…!”
“이젠 진짜 자도 되는 거지? 아, 졸려 죽겠네.”
다시 한번 울려 퍼진 술래들의 함성이 본성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이로써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2 예선 2차전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들이 연출된 조가 있었네요. 반면, A조처럼 막판에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간 조도 있었고요.] [그러면 예선 2차전 A조부터 E조까지의 최종 결과를 여러분께 발표해드리…?]중계하던 캐스터가 막 프롬프트에 떠오른 글씨를 보더니, 이내 중계 방향을 확 틀었다.
[…기 전에!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말씀드릴 공지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정확히 한 시간 뒤에! 콜로세움의 백준 대표님이 직접! 예선 3차전의 경기 규칙에 대해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오~! 이건 좀 놀랍군요. 보통 예선전은 경기 시작 당일 날 규칙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시즌 초반에는 예선전 규칙을 경기가 시작하기 한참 전에 미리 알려준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니 다들 비슷한 방법을 떠올려서 생존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선전 내내 변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것은 시청률의 하락으로 바로 이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예선전을 경기 당일 날 발표하는 것이 규칙 아닌 규칙으로 자리 잡았었다.
[과연 어떤 규칙인지, 그리고 왜 벌써 규칙을 발표하는지! 한 시간 뒤에 백준 대표님의 발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TV 화면 구석에 ‘잠시 후 예선 3차 규칙 발표’라는 문구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