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70
169. 대권가도 (6)
2017년 8월.
하루 전 끝난 보수당의 전당대회 결과로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정현석은 아침 일찍 지훈과 함께 집을 나서고 있었다.
오늘은 정현석이 후보가 되자마자 자신의 후보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임건식도 동행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정현석 후보님을 경호하게 된 경찰 경호팀 팀장 경정 홍민석입니다.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십여 명의 경찰이 정현석을 향해 경례 해왔고, 정현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오히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제가 영광입니다. 꽤 긴 기간 저와 함께하게 될 텐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여기 옆에 있는 이 친구한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정현석은 지훈을 지목하며 말하고는 자신을 경호하게 될 경찰 한명 한명과 손을 맞잡았다.
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순간부터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과 같은 을호 경호 대상이 된다.
“대선 기간 동안 여러분들을 믿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정현석은 자신의 경호팀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최준호가 미리 대기 시켜둔 미니밴에 세 사람은 올라탔고, 차가 출발하자 임건식은 정현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줄 한번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정현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오자 임건식은 싱글벙글 웃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후보님과 함께하다 보니 경찰 경호도 받고, 말입니다.”
“어디 임 의원 경호하러 나왔나, 나 경호하러 온 거지.”
임건식의 농담에 정현석 또한 농담으로 받아쳤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훈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그래?”
“네. 아직 진보당이 경선 중이라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표님을 경호하고 싶어 하는 경찰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별 쓸데없는 기사네.”
정현석과 지훈의 얘기를 듣고 있던 임건식은 정현석의 말에 입을 열었다.
“오히려 그런 기사 써준 걸 고마워해야 합니다. 이게 다 대표님이 대세라는 걸 증명해주는 기사입니다. 별거 아닌 기사 같지만, 많은 뜻이 담겨 있지요. 안 그런가? 김 팀장.”
임건식이 자신을 향해 물어오자 지훈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에 했다.
대선 기간이 다가오면 경찰청에서는 경호 임무를 맡았던 경찰들을 상대로 대선 후보 경호 요원 모집공고를 낸다.
경호 요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정당을 지원할 수 있었고, 만약 자신이 경호하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청와대 경호실로 별정직으로 특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맞습니다. 대표님을 경호하겠다는 지원이 많다는 것 자체가 대세론을 입증해주는 하나의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자 어느새 차는 목적지인 국립 현충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정현석이 탄 미니밴이 현충원으로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보수당 지도부와 현직의원 전원이 정현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와우.”
지훈이 문을 열자 차에서 내린 정현석은 지훈만 들리도록 말했고, 지훈은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수십 명의 기자가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다면, 누가 오더라도 저 모습에 압도될 것이다.
“오셨습니까?”
“허 대표님, 고개 드시지요. 부담스럽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들 오셨습니까?”
“오늘 현충원 참배에 자율적으로 참석하실 분들은 참석하시라고 연락을 했을 뿐입니다. 저도 아침에 와서 놀랐습니다.”
정현석은 맨 앞에 서 있는 당 지도부와 손을 맞잡으면서 인사를 했고, 당 소속 의원들과는 눈을 마주치며 반가운 마음을 대신했다.
잠시 후, 정현석과 보수당 의원들은 현충원 전례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헌화와 분향을 마친 정현석은 현충원 입구에 있는 방명록 앞에 섰다.
하얀 백지를 보며 잠시 고민하던 정현석은 거침없이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호국 영령들의 뜻을 받들어,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힘찬 도전을 시작합니다.]그렇게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긴 정현석은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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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모든 전권을 후보께 위임하려고 합니다. 반대하시는 분은 거수해주시길 바랍니다.”
보수당의 당사, 아침 현충원 참배를 마친 정현석과 당 지도부는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로 돌아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럼 전원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저 허훈은 당의 등록 대표로 남고, 선대위 구성 또 대선과 관련된 모든 재량권을 후보에게 위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수당의 당 대표 허훈이 그렇게 말하며 의사봉을 세 번 내려치자 회의에 참석은 모든 최고위원은 정현석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허훈 대표님을 비롯한 최고위원 여러분께서 당의 대통령 후보인 제게 확실한 지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 몸 바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최고위원들은 다시 한번 정현석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잠시 후, 최고위원회의가 끝나자 정현석과 허훈은 당사에 마련된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독대를 이어갔다.
“경선 캠프는 그대로 유지하실 겁니까?”
“그 문제는 일단 캠프로 돌아가 직원들과 한번 상의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통합 캠프 하나만 구성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통합캠프요?”
“네. 지금 경선 캠프를 새롭게 구성될 캠프로 흡수하고, 당의 인적자원과 시민단체 또 후보님을 돕겠다는 들 사람 다 모아서 빅 텐트를 꾸리는 게 밖에서 봤을 때는 그림이 이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 부분은 당에서 돕겠습니다. 사실 캠프 구성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후보께 위임했습니다만, 당내에서는 계파에 차별이 없었으면 하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차를 마시던 정현석은 허훈의 말에 싱긋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당연합니다. 오늘 아침 현충원에 나온 의원들께서 자발적으로 나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예. 조금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아마 의원 여러분께서도 위기감을 가지고 한팀으로 뭉쳐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그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요.”
“고맙습니다. 저 또한 후보의 계파로 분류되는 사람이라 친 정현석 캠프가 될 거라는 우려 섞인 말이 많았습니다. 후보께서 약속해주시니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그래, 오늘 일정은 따로 잡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오늘은 지금까지 저를 도운 캠프 식구들과 보내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이고, 그럼 제가 지금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허훈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현석 또한 그런 허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허 대표님, 다시 한번 제게 전권을 위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기실 수 있으시지요?”
허훈의 물음에 정현석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요! 허 대표님께서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꼭 승리하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허훈은 맞잡은 손에 나머지 한 손을 더 포개며 정현석을 향해 웃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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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캠프요?”
“그래. 허 대표가 고민이 많나 보더라고. 어때?”
정현석 캠프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허훈과 나눴던 얘기를 해주었고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습니다. 과거의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을 보면 캠프가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어 서로 다른 말들을 하다 보니 혼선이 꽤 있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패배요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캠프 구성에서부터 엇나가니 다른 일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 그것도 그렇고, 허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의 통합이라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나 본데.”
“네. 말로는 하나의 팀을 강조하면서 캠프는 여러 개로 나눠 놓는 것은 밖에서 보면 좋지 않겠죠.”
“그래, 그럼 통합 캠프 꾸리는 거로 하자 어때? 임 의원 어때요?”
“저도 나쁘지 않게 생각합니다. 근데 규모가 상당할 텐데 조직을 짜는 것도 일입니다.”
세 사람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세 사람이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한번 조직도 짜봐.”
“제가 말입니까?”
“네가 아니면 누가 해? 임 의원이랑 같이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임 의원 어때요?”
정현석은 지훈과 임건식을 향해 당의 대선 캠프 구성을 위한 임무를 지시했고, 지훈은 놀란 듯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저는 좋지요. 김 팀장이랑 일하면 제가 할 게 없습니다. 알아서 다 해주니까요. 김 팀장이 괜찮으면 숟가락 슬쩍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임건식마저 웃으며 말해오자 지훈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빼지 말고, 어때? 할 거지?”
정현석이 다시 한번 물어오자 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 조직도만 일단 짜봐. 조직도 나오면 명단은 나도 한번 고민해볼 테니까.”
세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사무실로 들어서자 폭죽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이고 놀래라!”
정현석이 놀란 듯 말하자 캠프 직원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맨 앞에 서 있던 박주미가 정현석에게 다가와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축하드려요.”
“경선 승리 축하드립니다!”
직원들 모두가 정현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축하의 마음을 전했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정현석은 웃으며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경선 어제 끝났는데 축하 인사가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휴, 말도 마세요. 어제 종일 캠프 분위기가 어땠는데요. 다들 당장이라도 장충체육관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고, 김용일 팀장님은 대표님과 그 자리에서 승리의 기쁨을 같이 누리고 싶다나 뭐라나.”
정현석이 농담을 해오자 박주미는 웃으며 정현석을 향해 말했고, 정현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진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제의 승리는 나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캠프 직원 모두는 뿌듯한 표정으로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해주니 자신이 보수당의 대선 후보 정현석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완벽합니다. 어쩌면 우리 팀에서 제가 제일 모자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제 곁에서 저를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캠프 직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캠프 구성원 모두는 정현석을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