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60
화
고다비는 정말 이동에 대해선 특화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듀풀렉 한 쪽을 건넸다.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고다비님께서 그걸 가지고 가셔서 작동을 시켜 주시면 됩니다. 코어는 다섯 개를 준비했습니다. 그거면 5만 정도로 추정되는 와투니아의 원주민들을 모두 탈출시킬 시간으로 충분할 겁니다.”
“오호라. 나 혼자 들어가란 말이야?”
“저도 함께 데리고 가시는 것이 가능하시면 그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일 것 같아서요.”
내 말에 고다비는 설핏 웃음을 보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 어렵기는 하지만 함께 갈 수도 있어. 하지만 둘 중에서 한 명만 가능하지. 그런데 부부가 떨어지는 것 보다는 나 혼자 안전하게 들어갔다 오는 것이 좋겠지?”
“그게 좋겠습니다. 작동은 전에 알려 드린 그 방법을 그대로 쓰시면 될 겁니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 가지.”
고다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해 본 일이니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부탁하겠다. 그랜드 마스터.”
돌탑도 의외로 살짝 고개를 숙여 부탁을 했다. 그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엄청난 행동이다. 그는 지금까지 내게도 저런 모습을 한 번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호호호. 이런 솟구치는 번개 부족의 후계자에게 과한 예를 받았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을 시켜야 되겠군. 그런데 일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
“그냥 듀풀렉과 함께 이동을 하십시오. 그건 따로 설치를 하지 않아도 가동이 됩니다. 그리고 그걸 들고 이동을 하면 그 순간 듀풀렉 게이트가 닫히게 되지요.”
“그런 건가? 알았다.”
“그럼 수고를 해 주십시오.”
나는 고다비에게 부탁의 뜻으로 고래를 숙여 보였다.
고다비는 나와 포포니 잠쉬레, 돌탑을 한 번씩 보고는 곧바로 허공으로 몸을 띄우고 숲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세이커 아이야.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고다비는 그렇게 소리를 치곤 숲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자, 그럼 우리도 숲을 벗어나지. 여기서 기다린다고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잠쉬레가 일행들을 다시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가 숲을 빠져 나가기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났을 때에, 고다비가 와투니에에 도착해서 원주민들을 게이트로 들여보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돌탑은 그 소식을 듣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했고, 잠쉬레 역시 감동에 젖은 표정이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숲을 거의 빠져 나왔을 때, 와투니아엔 한 사람도 남지 않았고, 고다비 역시 게이트로 철수를 했다.
우리는 구조 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자축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형님!”
텀덤이 급한 목소리로 연락을 해 왔다.
“뭐냐?”
“쿠나메가 듀풀렉을 탈취해서 사라졌습니다.”
“뭐?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고다비 님이 게이트로 돌아오고 나서 잠깐 원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있는 동안에 듀풀렉을 쿠나메에게 맡겼는데 그가 그것과 제가 지키던 것을 탈취해서 잠적을 해 버렸습니다.”
“아니. 넌 도대체 뭘 했기에 그걸 빼앗겨?”
“일이 무사히 끝났다고 해서 듀풀렉 작동을 멈추고 철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작자가 뒤에서 공격을 해 왔습니다. 간신히 피하긴 했는데 그 순간에 철거 중이던 듀풀렉을 뜯어서 들고 튄 겁니다.”
“넌 괜찮으냐? 그랜드 마스터의 공격이라면 위험했을 텐데?”
“치료를 받아서 괜찮습니다. 그나마 원주민들이 보호를 해 준 덕분에 살았습니다. 대신 원주민 십여 명이 죽었습니다.”
“이런 개새끼가 있나!”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돌탑에게도 소식이 들어왔는지 돌탑이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나와 포포니가 있는 곳으로 들이 닥쳤다.
“돌탑!”
나는 갑자기 들이닥친 돌탑이 혹시나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탑은 나를 보자마자 허리까지 굽히며 인사를 한다.
“이게 무슨?”
“미안하다. 세이커. 너와 네 일행의 안전을 보장한다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그 귀한 물건을 빼앗기기까지 했다니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돌탑은 내게 사과를 하기 위해 달려온 모양이다.
“아니다. 그건 네 형제들이나 가족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이쪽의 문제였으니 돌탑이 미안할 일은 없다. 그나저나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텀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돌탑과 친위대는 그런 나를 위해서 쉬지 않고 몬스터 무리를 뚫고 달렸다.
그리고 결국 열흘이 넘게 걸릴 거리를 엿새 만에 주파하는 위업을 세워주었다.
“미안하게 되었다.”
고다비는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하곤 입을 닫았다.
뭐 그 이상 할 말도 없다는 듯한 태도다. 하긴 그 말 말고 무슨 말을 더 할까. 그랜드 마스터의 자존심에 저런 사과도 참 어렵게 한 말일 것이다.
“그 놈이 그런 사고를 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커엄.”
탁테드 역시 그 말이 끝이다. 참, 뭐라 할 수도 없고 기분만 더럽다.
“형님. 어허허허허헝.”
나를 보자 텀덤이 대성통곡을 한다.
그 덩치로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우는 꼴을 보니 참 가관이다.
“그만해라. 그래 그 놈은 어디 있지? 연합에선 뭐라고 했지?”
“이미 플레인 게이트를 타고 제3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갔다고 하더군.”
고다비가 텀덤 대신에 대답을 해 준다.
“일이 있고나서 분명히 플레인 게이트 이용을 제한해 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었다.
“그 놈도 뒷배가 있는 거지. 여기 탁테드 님과 잠쉬레 님께서 함께 요구를 했는데도 그자가 도망을 갈 수 있었다면 그건 그 뒤에 무시못할 배경이 있다는 소리겠지.”
“커엄. 모성이나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의 모임이겠지. 그게 아니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까.”
잠쉬레가 헛기침과 함께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따라왔던 건데 말이지. 이게 그 듀풀렉을 탈취 당했으니 어쩔 건가? 그게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것이라지만 그걸 손에 넣은 이들이 복제를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일 텐데? 솔직히 그것을 손에 넣은 쪽이 모성이라면 그걸 복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니 말이야.”
이번에는 탁테드다. 아마도 그는 쿠나메의 뒤에 모성의 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 탁테드는 잠쉬레가 말한 그랜드 마스터 모임에 속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거다.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제가 천분의 일도 숫자 노름이란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거기다가 그걸 다시 작동시키는 것이 쉽지도 않을 겁니다. 텀덤 어떻게 했지? 그건?”
나는 텀덤에게 앞뒤도 없이 물었고 텀덤은 당당하게 대답을 했다.
“그건 분명히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형님.”
“그래? 그럼 다행이군.”
나는 텀덤의 대답에 씨익 웃었다.
사실 나는 쿠나메가 아닌 고다비의 배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듀풀렉의 탈취에 대해선 언제나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텀덤은 듀풀렉을 작동 중지를 시킬 때에는 어김없이 한 가지 작업을 했는데 그건 듀풀렉의 좌표를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건 듀풀렉의 부속 하나를 교체하는 것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작업이지만 그 부속이 텀덤의 손에 있던 것이 아니라 허브 기지의 탁자 위에 있던 것이어서 그게 교환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매번 그렇게 듀풀렉 작동을 중지하면서 그 부속을 바꾸어 왔다. 그러니 이번에 가지고 간 듀풀렉을 작동시키면 그 좌표로 공간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고다비에게 주었던 듀풀렉 역시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 듀풀렉은 내가 준 코어가 없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정 시간 안에 내가 만든 코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소멸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아마도 두 개의 듀풀렉 중에 하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텀덤이 가지고 있던 듀풀렉은 개방과 동시에 우주 공간과 연결되어 듀풀렉을 빨아 들였을 것이고, 고다비에게 맡겼던 것은 얼마 후면 제 스스로 소멸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어도 좌표 부분은 코어가 없으면 이미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코어에 좌표의 반을 입력해서 작동하게 만들었던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