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4
화
그런데 어디까지 우릴 살필 수 있는 걸까?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면 저쪽 전기가 살아 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 쪽에서도 우릴 보지 못하지 않을까? 하지만 소리는 들리겠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대를 한다는데?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고 싶은 걸까? 들어가면 위험하진 않을까?
어쨌거나 이야기를 해 보자고 하는데 꽁무니를 뺄 필요는 없겠지. 그 사이에 우릴 잡기 위해서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은폐 마법을 쓴 이후에 듀풀렉 게이트를 이용해서 탈출을 하면 되니 말이다. 뭐 그런 방법이 없으면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데 그건 좀 위험하니까 일단 탈출로가 중요한 거다.
그리고 지금처럼 충분히 도망을 갈 수 있다고 생각되면 또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거 아니겠어?
“이봐,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신분부터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나는 다시 모퉁이를 돌아서 저들이 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나갔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를 텄다.
– 저는 행정청의 중앙 시스템입니다. 보통 저를 부를 때에는 메인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아니었어? 메인? 그거 메인 컴퓨터나 메인 시스템에서 따온 성의라고는 쥐뿔도 없는 그런 이름이지?
“좋아. 메인. 그런데 설마하니 우릴 초대하겠다는 것이 메인은 아니겠지? 우릴 초대하겠다는 사람이 누구지?”
– 저는 현재 세 분의 관리자께서 동등한 지분으로 명령권을 가지고 계시며 세이커님 일행을 초대한 분은 그 중에서 스피릿이라 부르는 분이십니다.
“스피릿. 그가 우릴 보고 싶어 한다고? 그럼 나머지 둘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가?”
–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허락받지 못한 내용입니다.
뭐 관심이 있다는 말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허락이고 뭐고 없었을 테니까 말이지.
“그래서 스피릿이 우릴 어디로 초대한다는 거지?”
– 그것은 스피릿님이 계시는 거처입니다.
“우리 일행에 대한 안전은 그가 보장하는 건가? 아니 그와 직접 통화는 안 되는 건가? 굳이 메인 너를 거쳐서 이야기를 해야 하나?”
– 외부와의 접촉은 언제나 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도록 약속되어 있습니다. 세 분의 관리자께서는 개별적인 외부 접촉을…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아, 그것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인데 이야기를 했다는 건가?
– 죄송합니다. 개별적인 외부 접촉은 세 분 관리자의 약속으로 금지된 상황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세 분의 생각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세력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서로 방지하기로 한 약속입니다.
우와, 내가 그걸 이미 짐작했을 거라는 걸 알고 그냥 까발려 주기로 한 거야?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들인 모양이네?
“그럼 지금도 너와 나의 대화를 셋이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겠군. 그런 중에 스피릿이 나를 개인 공간에 초대를 했다면, 나머지 둘은 그에 대한 반대가 있을 것도 같은데?”
내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셋이서 의견 조율을 하는 모양이다.
– 세 분은 세이커님 일행의 초대에 대해서 모두 공유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니 스피릿 님과의 모든 접촉은 다른 두 분에게도 전달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안전은 셋 모두 보장을 하는 건가? 초대란 것이 그래야 옳은 거지만 간혹 약속이란 것을 개떡으로 여기는 것들이 있어서 말이지.”
– 세분의 안전은 행정청 건물을 벗어날 때까지 보장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우와, 그거 대단한데? 행정청 밖까지는 안전하게 내보내주겠다는 거잖아? 뭐 그럼 어디 그 말을 믿고 초대에 응해 볼까?
“포포니, 리샤, 어디 한 번 가 보자. 안전을 보장한다는데 뭐 한 번 가 보는 거지.”
“우웅. 불안한데?”
“맞아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정말 들어가실 거예요?”
“계속 겁만 먹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우리 데블 플레인의 행성 몇이 연합했다고 수천이 넘어가는 모성 연합과 전면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 싸워봐야 겨유 성간-게이트와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한 국지전이 대부분이겠지만 어쨌거나 별로 득도 없는 싸움을 이어갈 이유는 없지 않아?”
“그렇기는 하지만요.”
“그럼 나 혼자 갔다 올…”
“안 돼! 절대로!! 갈 거야 남편이랑 같이.”
워워워. 진정해 포포니. 나도 우리 마눌을 떼어 놓고 갈 생각은 없어. 지금은 말이야. 조금 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로 혼자 갈 생각 없어.
우와, 마눌 겁나게 무섭네.
“저도 갈래요. 가고 싶어요.”
뭐 그렇다면야 함께 가는 걸로 하지.
나는 포포니와 리샤를 데리고 복도를 막고 있는 문을 향해 걸었다.
“어디 안내를 받아 볼까?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메인?”
나는 문 위에 설치되어 있는 렌즈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것을 통해서 우리 모습을 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지이이잉.
– 들어오십시오. 그리고 바닥에 있는 표시지나 멈춰 주시면 됩니다.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의 문이 좌상, 우하의 대각선으로 열리면서 메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은 두 겹으로 되어 있고, 그것이 겹쳐 있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자, 들어가 볼까?”
나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몸 안의 오러를 언제든 발출할 수 있는 상태로 바짝 긴장시키고 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포포니와 리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이 적의 심장부란 사실을 잊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아서 바닥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대 여섯 걸음 옮긴 것이 전부고 그 후에는 바닥 전체가 약간 떠오르는 듯 하더니 사람이 걷는 것 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앗. 신기하다.”
콰직!
포포니가 깜짝 놀라서 감탄을 하는데 리샤는 옆의 벽면을 짚으면서 벽에 커다란 흠집을 만들었다.
“어맛!”
바짝 긴장하고 끌어 올리고 있던 오러가 손을 통해서 발현이 된 것이다.
“미리 이야기를 좀 하지. 사람 놀라게 말이야. 어이 메인, 방금 벽 부서진 건 우리 탓이 아니야. 알지?”
나는 리샤가 벽에 흠을 낸 것을 보고 슬쩍 책임을 메인에게 미뤘다.
– 신경 쓰지 마십시오. 금방 복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것 참, 메인의 말을 듣고 있으면 헷갈린다. 메인이 자의적인 판단을 하는 이성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그저 프로그램에 따라서 반응하는 것인지 가늠이 어렵기 때문이다.
– 조금 더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잠깐 메인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메인이 질문을 던진다.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는 정도야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천천히 증속하는 거라면 상관없어. 알아서 해.”
나는 선선이 허락을 해 줬다.
– 감사합니다. 그런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목적지까지 14분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서 있는 것이 불편하시면 의자를 준비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십니까?
“없는 것 보단 낫겠군. 그렇게 해 줘.”
의자를 이렇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주겠다는 건지 궁금해서라도 허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봐봐 우리 포포니도 그렇고 리샤도 의자가 어떻게 나올지 잔뜩 기대를 하고 있잖아.
물론 나도 궁금하단 건 이미 이야기 했지?
우리 셋이 모두 의자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데 바닥이 슬금슬금 솟아나더니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면서 원구를 반으로 잘라 놓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 안쪽이 파여 있는 모습이라서 사람이 앉으면 딱 적당할 것 같다.
일단 만들어졌으니 앉아 봤다. 그런데 앉아서 보니 회전까지 된다.
“이거 재밌어.”
역시 포포니는 빙빙 돌아가는 회전의자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벌써 발을 바닥에서 떼어 놓은 상태로 의자를 돌리고 있다.
리샤는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모습이고, 나는 의자에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러를 살짝 흘려서 확인을 했다.
– 이질적인 에너지를 주입하시면 오작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삼가 주십시오. 세이커 님.
뭐 곧바로 이렇게 경고를 받았지만 일단 아직 우리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도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다고 자평을 해 본다.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