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20
121
120. 시작부터 주전경쟁(3)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불이 붙었다.
1선에 있어야 할 호비뉴가 라인을 낮춰 직접 공을 받으러 슬그머니 1.5선으로 내려왔다.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가 안 나오니, 스스로에게 프리롤(Free-role)을 부여하여 공격의 물꼬를 튼 셈이었다.
그런 호비뉴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호영은 걸음을 뒤로 물렸다.
‘많이 급했나본데.’
호영이 한 발 물러나주었다.
불가피한 싸움이라면 피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가장 이성적인 대처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호영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호비뉴의 플레이에 맞춰주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사실 전반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비뉴와 은근슬쩍 주도권 싸움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카를로스의 조언들 듣고 나서부터였다.
‘아직은 한 팀이니까.’
이게 팀 훈련이었으면, 물러서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카고파이어와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비싼 티켓값 주고 온 팬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어린애처럼 감정에 휘말려서 내분을 벌이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였다.
바로, 프로의식이라는 것.
‘지단이 그랬지. 축구는 장기자랑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호비뉴를 위한 들러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조력자도 얼마든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굳이 보여주는 플레이에 목맬 필요가 없었다.
어떤 위치에서 플레이하든 실력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예컨대 야신은 골키퍼로서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베켄바우어는 수비수로서 축구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존재감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호영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그리고 팀의 조직력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후반 12분.
호영을 기점으로 한 짧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가 경기의 템포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기류가 흘렀다.
축구를 모르는 일부 관중들조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로운 양상이었다.
스멀스멀.
긴장감이 피치 전체에 감돌기 시작했다.
전운(戰雲).
시카고파이어의 수비대형이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대열이 중구난방으로 흐트러지며 통제되지 않은 모습이 속출했다.
이는 약 10분 전에 시작된 우호영의 빌드 업과 플레이메이킹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필드 위의 마에스트로.
그 수식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우측날개를 맡은 지단은 그 모습에 연신 감탄하였다.
‘대체···.’
지단은 저런 것을 가르쳐본 기억이 없었다.
자신은 분명, 공수조율과 정밀한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모더니즘 형태의 경기운영법을 가르쳤었다.
그런데 호영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민한 판단력을 앞세운 클래시컬한 플레이메이킹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아주 느긋하고 정밀하게.
그러면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키 패스를 찔러 넣는 것까지, 아주 훌륭했다.
‘저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지.’
지단은 날카로운 콧대를 문지르며 몸의 떨림을 잠재웠다.
1년 전 우호영에게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알려줬더니, 그걸 쏙 가져가서는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 셈이었다.
물론 축구 역사상 저런 스타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공한 이는 극히 드물지.’
디 스테파노, 크루이프, 베켄바우어.
전설적인 선수들만이 성공했던 것이다.
아니, 성공하였기에 전설이 되었던 것이다.
지단은 욕심이 생겼다.
우호영의 축구를 더욱 발전시켜주고 싶었다.
매우 창조적이긴 하나, 그의 눈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럴 땐 과감하게 털고 3선을 전방으로 끌어올려야 여유를 가져갈 수 있을 텐데.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플레이가 살짝 보여.’
피지컬은 죽었어도 그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실전 감각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연륜이라는 것이 생기며 경기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있었다.
그 눈으로 바라본 호영의 모습은 마치 블랙홀 같았다.
무언가를 꽁꽁 감추고 있는 듯한 미지의 세계.
그것을 꺼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튜터링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아직도 그를 지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라면, 은퇴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러다가 슬쩍.
지단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경기의 흐름이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졌다.
둔한 듯하지만 행동 하나하나는 살아있는 지단이었다.
그리고 그 예리함이 상대 수비수로 하여금 당혹감을 유발시켰다.
노장은 아직 살아있었고, 그 힘이 호영에게 큰 보탬이 돼주었다.
호영이 중원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압박을 끌어내어 방파제의 역할이 되어주었다.
마치 먹이를 물어다주는 어미 새처럼.
그러는 사이.
호영은 흐름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신(新)과 구(舊)의 교체.
지단의 무대가 호영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미리 쓰인 대본처럼, 선수들은 호영의 의도에 맞춰 움직여주었다.
무대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 끝은 호비뉴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득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거다.’
호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감각이 감돌면서 전율이 끊이질 않았다.
성취감.
이것이야말로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성취감이 관중들에게 전달이 되었을 때 비로소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Woo! Woo!!”
일부 팬들의 외침을 시작으로, 경기장에 호영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정작 득점을 올린 호비뉴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호비뉴의 플레이에 맞춰주었던 것이, 오히려 호영을 빛내주고 있었다.
손에 땀을 쥔 채 경기를 지켜보던 슈스터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예상외의 소득이군.’
세 가지의 큰 소득이 있었다.
일단 첫째.
‘호비뉴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
스스로에게 프리롤을 부여한 것은 무리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미 시카고파이어의 수비진이 헐거워진 상황이었기에, 호비뉴의 중앙밀집이 다양한 공격 활로를 열어젖히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었다.
특히 좌우측면 윙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효과를 낳았고, 시카고의 수비진은 카예혼과 지단에게 두들겨 맞으며 실신지경에 이르러야 했다.
‘역시 롭(Rob)이야.’
후반전을 쭉 지켜보던 슈스터 감독의 소감이었다.
호비뉴가 아무리 멘탈에 결함이 많은 선수라지만 축구를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물론 그것이 팀 분위기를 흐리거나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호비뉴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축구 지능이나 전술 이해도는 높지 않아도, 괴물 같은 축구센스와 테크니컬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플레이어였다.
쉽게 말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였다.
‘얼마를 줘도 놓칠 수 없는 선수지.’
그리고 두 번째 소득.
‘우호영······.’
그는, 100년 만에 처음 나온 천재 중의 천재라고 생각했다.
후반전에 들어서 호비뉴가 빛나면 빛날수록, 슈스터의 시선은 우호영에게로 향할 뿐이었다.
겉보기에는 호비뉴의 플레이가 화려할진 몰라도, 애당초 그것은 받쳐주는 팀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호영.
그가 헌신하며 받쳐주기에 호비뉴의 플레이가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호비뉴가 1.5선으로 내려온 걸 받아주고 있어.’
마무리는 호비뉴가 하지만, 그걸 가능케 만들어주는 건 호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오늘의 진(眞) 주인공은 호영이었다.
‘골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주인공은 아니지.’
프랑스의 특급 공격수 티에리 앙리(Thierry Henry)가 국가대표에서 수많은 골을 넣어도, 지단의 존재 때문에 늘 2인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호영과 호비뉴의 관계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메인은 우호영이었다.
슈스터는 진심으로 감탄스러웠다.
‘뒤로 한 발 빠져주고 자신은 실리를 챙긴다···.’
사실 슈스터는 둘의 경합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호영은 그것을 대놓고 피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피한 것인가 싶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배려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영악한 플레이.’
그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우호영은 호비뉴보다 부족한 테크니컬을, 멘탈리티로 보완하고 있었다.
‘지단이 그의 선생이 되어준 것이 신의 한 수였군.’
튜터링의 효과가 이렇게나 뛰어난 경우는 슈스터로서도 처음이었다.
어째서, 작년에 페레즈 회장이나 루치가 튜터링에 안달이 났는지 알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소득.
오늘 슈스터는 새로운 조합을 찾기 위해 호비뉴를 원 톱에 세웠던 것인데, 예상치도 못한 소득을 얻어냈다.
그건 바로 지단과 우호영의 호흡.
이는 분명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케미였다.
마치, 작년 전 세계 팬들에게 경악을 선사한 즐라탄과 아드리아누의 케미가 이러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제대로 다듬으면 라 리가에서도 충분히 먹힐 거야. 둘이 같이 풀타임을 소화할 여건만 된다면······.’
한쪽은 너무 어리고, 다른 한쪽은 너무 늙었다.
그것만 보완되면 서브멤버가 아닌, 주전멤버로 기용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어서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군.’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호영의 플레이가 점점 무르익더니 호비뉴의 존재감을 서서히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호비뉴는 여전히 강력했다.
마치 살모사가 몸을 기는듯한 현혹적인 발재간으로 선수들을 농락하더니, 틈만 나면 가차 없이 물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터트린 득점이 후반전에만 3골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지단과 우호영이 있었고, 후반 40분이 넘어갈 무렵에는 우호영이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기까지 하였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호비뉴 못지않은 온 더 볼 플레이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드리블이나 개인기는 호비뉴에게 범접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볼 컨트롤과 치고 달리기만은 궤를 달리했다.
그도 그럴 게, 본래 호영의 주 무기는 멘탈리티가 아니라, 미친 스피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 더 볼 플레이였으니까.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으니 잠시 넣어둔 것뿐이었다.
진정으로 써야 할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바로 지금 같은 때에.
[우호영! 달립니다! 수비대형이 벌어진 틈을 타 기습적인 돌파를 감행합니다!] [한 명! 두 명! 바람에 낙엽 휘날리듯 수비수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갑니다!]호나우두와의 첫 만남.
그 당시 호나우두가 팀 훈련에서 보여주었던 그것을, 호영이 지금 흉내 내고 있었다.
주도권은 이렇게 가져오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타악!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볼 스피드로 골키퍼까지 따돌린 호영은, 침착하게 빈 골대에 공을 꽂아 넣었다.
수만 관중이 환호성과 더불어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하지만 호영은 침묵했다.
묵묵히 필드를 가로질러,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단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검지를 들어 지단을 가리켰다.
관중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대형전광판에 둘의 모습이 걸쳤다.
지단은 이마에 주름을 수놓았고, 그 앞에 선 호영은 입가에 보조개를 띄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호비뉴의 모습이 화면 구석에 걸쳤다.
호영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호비뉴]보유재능
-드리블의 귀재(T)
-드리블 귀재의 발재간(U)
-환상적인 드리블(S+3)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T등급(Title)을 탐할시 감각의 일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만 18세가 넘어야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훈련 300분 동안 같이하기)
(조건2: 같은 팀으로 경기하기)
(조건3: 같은 팀으로 경기하는 게임에서 득점하기)
(조건4: 같은 팀으로 경기해서 승리하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호비뉴의 U급 재능.
‘오늘 경기 끝나면 가져올 수 있겠네.’
비록 비공식 전이었지만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무엇보다 경험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소득이 있었다.
특히 멘탈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팀을 위한 플레이가 무엇인지.
진정한 프로가 무엇인지 말이다.
‘우리는 축구선수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무렵이었다.
[투철한 프로의식(A+)]“아······.”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투지에 이은 두 번째 재능발현.
이게 바로 진정한 프로로의 발돋움이었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호비뉴는 저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들었다.
“······.”
상대가 누구든 간에 주눅 들지 않고, 본인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대담함을 높이 평가받는 호비뉴였지만, 후반전 이후로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골은 누구보다 많이 넣었지만 정작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줄 알았더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런 개 같은······.”
그로부터 얼마 뒤.
삐익-
피치 위에 떨어진 호각소리가 경기 종료를 알렸다.
전광판에는 7-1이라는 야구 스코어가 찍혀 있었다.
승자는 레알 마드리드.
그중 3골 1도움을 기록한 호비뉴는 주최사측의 MOM으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가졌다.
임팩트는 없었지만 최고 득점자였기에 선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는,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진심이 담긴 경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