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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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챔피언스 리그 두 번째 결승전(3)
무리뉴는 며칠 전 과르디올라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이봐, 펩. 레알 마드리드를 타파할 힌트를 좀 줘. 이것 때문에 요즘 머리가 빠질 것 같아. 우호영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작년에는 완벽하게 당했는데 말이지.
이에 대한 과르디올라의 대답은 “지금 날 놀리는 거냐? 나는 지금 뉴욕 생활에 빠져있어. 그 원인이 바로 너와 우호영 때문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였다.
물론 농담식으로 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과르디올라와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예전부터 매우 친한 친구 사이였다.
무리뉴는 그때 당시 코치였고, 과르디올라는 선수였다.
둘 다 감독이 된 지금은, 이렇다 할 타이틀 하나 없는 과르디올라가 무리뉴에게 자격지심을 느낄 법도 했지만 지금 딱히 그런 건 없었다.
비록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무리뉴가 과르디올라를 격파했을 때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과르디올라가 은퇴하면서 사이가 다시 완만해졌다.
자존심이 강한 무리뉴가 과르디올라에게 도움을 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같은 감독의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3시간에 가까운 통화 끝에 명쾌한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암살자를 고용해서 때리고 팬 다음 그라운드 밖으로 내쫓아. 그렇다면 우호영을 막을 수 있을 거다.
-명쾌하군.
우스꽝스럽게도 그게 3시간 만에 나온 답이었다.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지만, 우호영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 무리뉴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전제가 잘못 되었지. 어떻게 괴물을 막을 수 있겠나. 그를 막으려면 다리를 분질러놓는 수밖에 없겠지.
무리뉴는 우호영에 대한 대화를 거기서 끝마쳤다.
아무리 천재적인 전략가 둘이 머리를 맞댄다고 한들, 불과 세 시간 만에 파훼법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는 있었기에 무리뉴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가 꺼낸 말이 우호영에 대한 이야기를 재차 이끌어냈다.
-이탈리아는 어때? 지낼만한가?
-비가 생각보다 자주 온다는 것 말고는 완벽해. 물론 잉글랜드보다야 덜 하지만.
-내가 잉글랜드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지.
-그래도 4대 리그는 다 돌아봐야지. 그러지 말고 이탈리아에 오는 건 어때? 여기도 나름 나쁘진 않다고.
-혹여나 내가 만약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야. 패션쇼 보러 가거나 아니면 놀러가거나.
-그럼 독일은 어때?
-독일이라. 축구계가 뒤흔들릴 만한 사건이 생긴다면 또 모르지.
-축구계가 뒤흔들려? 그게 무슨 말이지?
-글쎄. 호날두가 1억 3천만 유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 유럽 축구계가 뒤흔들렸었지 아마?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보다 더 심할 지도 모르거든.
-끝까지 아리송한 소리만 해대는군. 그러니까 머리가 점점 빠지는······.
-이런 XXX.
무리뉴는 그 대화를 끝으로 맞춤전술을 고안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45분을 8+1분씩 쪼개어 부분전술을 준비하였다.
1분은 전술을 준비하는 단계이고, 다음 8분은 전술을 실행하는 단계로, 총 10가지의 크고 작은 전술을 마련해놓았다.
천하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데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할 것이 아닌가.
더욱이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사용한 모든 전략을 분석하여, 그들의 공격전술에 따른 대응책까지 대비해놓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서클 스위칭 전술’까지 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런 혹독한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인테르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초반 20분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 우호영이 선보인 치고 달리기는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단 한 순간이었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몇 주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우사인 볼트가 공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단기간에 어떻게 드리블 속도를 그렇게 끌어올릴 수가 있는 거지.’
말도 되지 않았다.
약물을 복용한 거라면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호영이 생각이 있는 선수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는 다음날 UEFA DCO측에서 도핑테스트를 할 것이라는 공고까지 나온 상태였다.
더욱이 우호영은 지금껏 해온 도핑테스트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과르디올라가 했던 말이 더욱 와 닿았다.
다리를 분질러 피치 밖으로 내쫓는 게 아니라면 우호영을 막을 수 없다는 말.
그야말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미친놈이 나타난 것이다.
축구계가 뒤집힐 거라는 과르디올라의 말뜻을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제기랄.’
진짜 문제는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선수들의 사기까지 꺾였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레알 마드리드의 기세가 살아났고, 전반전 종료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주도권이 통째로 넘어가고 말았다.
전반전에 준비해온 부분전술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리뉴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었다.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끝장이다.’
그러고는 황급히 수신호를 보내며 전술변경을 지시하였다.
전반 38분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점유율이 66%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인테르는 신경 쓰지 않고 수비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라인을 최대한 내리고 간격 유지에 힘을 쓰고 있어요.]인테르는 간격유지와 수비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해, 우호영의 돌파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였다.
[재미있는 양상이네요. 레알 마드리드는 공을 가져가고, 인테르는 공간을 점유했어요.] [그렇습니다. 인테르는 전방 압박이 아닌 ‘공간 점유’를 통해 공격을 틀어막고 있어요. 반면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체력을 앞세워 활발한 오프 더 볼 무브먼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호영 선수는 이미 활동량이 6킬로미터를 넘어섰어요.] [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되레 체력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어요.]탁.
전방에 패스줄 곳이 여의치 않자 호영은 뒤쪽으로 공을 넘겼다.
과연 무리뉴의 수비전술은 견고한 힘이 느껴지는 세계였다.
그렇게 실점을 허용하고도 곧바로 대응책을 꺼낸 걸 보면, 무리뉴의 전술이해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호영은 플레이스타일을 서서히 바꿔 나갔다.
상대가 다른 모양의 방패를 들고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다른 무기를 꺼내들면 되는 것이다.
호영은 머릿속에 필드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속공을 펼치기에는 걸림돌이 많아. 치고 달릴 공간을 아예 내어주지 않겠다는 거겠지.’
아까 전 역습찬스에서 선보였던 ‘신기에 가까운 치고 달리기(W+)’.
미치도록 경이로운 수준이었지만 그만큼 페널티가 무거웠다.
강철 같은 체력과 육체로도 편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공을 달고 달리는 속도가 평상시 속도와 거의 동일할 정도로 빠르다보니 체력소모가 더욱 컸다.
덩달아 하체에도 더 많은 부담이 되었다.
육체의 한계였다.
더욱이 인테르의 수비진들이 호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공간 안으로 치고 달려오는 순간, 자칫했다가는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역습상황이 아니라면 자제하는 편이 현명했다.
‘그럼 지공으로 가보자. 주도권은 우리가 잡고 있으니 천천히 만들어 가면 돼.’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무리뉴가 퍼트려놓은 늪에 빠지지 않게.
호영은 공을 발아래에 두면서 템포를 슬금슬금 낮춰갔다.
“이과인! 나는 괜찮으니까 올라가! 좀 더 넓은 반경에서 돌아다녀야 돼!”
“알아들었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
공을 받으러 내려온 이과인이 다시 올라가 끝 라인에 걸쳐 섰다.
어슬렁거리면서, 수비수들이 전진압박을 가하지 못하게끔 심리적인 압박감을 심어주는 플레이였다.
이로써 1선의 이과인은 확실히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만큼 힘들어지는 건 2선의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이것은 플레이메이커가 견뎌내야 할 과제였다.
호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대한 커버해야 돼.’
축구는 헌신이다.
자신이 조금 더 뛰면 동료가 편해지고, 편해진 동료가 실력을 발휘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주어진 90분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진짜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호영이 오랫동안 이 자리를 맡아오면서 느끼게 된 자신만의 생각이었다.
[전반 42분, 경기가 신기한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아주 평화로워요.] [그렇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무리뉴가 깔아놓은 덫에서 아예 벗어나 체력을 비축하고 있어요. 영리한 플레이라고 할 수 있죠.]호영은 공을 가지고 있어야 할 때와 패스할 때를 분간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여유를 되찾아주었다.
그러자 숨이 턱 막힐 것 같던 경기가 점점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흐름이었다.
관중들이나 해설진의 목소리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반전은 이대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네요.] [사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인테르가 급해지죠. 상대의 체력을 빼고, 최대 장기인 역습을 통해 승부를 보려한 것 같은데 이미 간파당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호영이 공을 굴리면서 인테르의 선수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어요.]급해지는 건 인테르다.
그리고 심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팀은 리드를 잡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다.
무리뉴가 아닌 척 하며 배짱 있게 나섰지만 이미 다 들통나버린 셈.
되레 휘말리게 된 건 무리뉴였다.
반면 스콜라리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시하고 있었다.
과연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명장 중의 명장다운 모습이었다.
“염병할. 전반전 끝나기 전에 역습 한 번은 해보고 끝내야 할 텐데.”
“하지만 녀석들이 공격을 아예 안 들어오잖아.”
캄비아소와 사무엘의 대화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갈 순 없어. 라인이 끌려 나가면 녀석들이 분명 뒷공간을 노릴 거야. 이과인 저놈이 침투를 시도하겠지. 아니면 우호영이 미친놈처럼 달리던가.”
“망할. 이게 말이 돼?”
결국 나설 수 있는 건 중원의 미드필더들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랑 스네이더가 기회를 한 번 노릴 테니까, 라인을 끌어올릴 준비부터 하고 있어.”
“그래. 한 번 만들어보자. 스페니쉬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전반전을 이대로 무기력하게 끝낼 수는 없었다.
득점은 하지 못하더라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캄비아소와 스네이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둑고양이마냥 슬금슬금 움직이면서 기회를 엿봤다.
호영은 여전히 공을 소유하며 패스만 짧게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자 캄비아소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두 명이선 무리야. 우호영은 탈압박에도 강한 녀석이니까.’
캄비아소는 옆으로 눈빛을 보냈다.
사네티가 신호를 단번에 알아듣고는 전방으로 나섰다.
[인테르의 3선이 라인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사네티가 우호영에게 압박을 가하는데요.]그러자 호영은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공을 뒤로 빼면서 발아래에 안전하게 두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영(Young)! 조심해!”
[옆에서 덮쳐드는 스네이더!] [뒤에서는 캄비아소가 달려듭니다!]사네티가 전방 압박을 가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철 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캄비아소와 스네이더가 방향을 우회하여 각각 옆·뒤에서 호영을 급습한 것이었다.
더욱이 인테르의 나머지 선수들이 전방-측면-후방의 패스활로까지 차단한 상태.
다시 말해 호영은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었다.
‘무조건 뺏는다.’
후방에서 득달 같이 달려온 스네이더가 먼저 몸을 집어넣었다.
‘바로 지금!’
호영이 순간 왼쪽으로 몸을 틀자, 스네이더도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여기서 한차례 희비가 엇갈렸다.
“···!”
바디페이크.
분명 왼쪽으로 움직일 것 같은 몸짓이었지만 호영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스네이더는 결국 자멸하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로써 후방이 활짝 열렸다.
뒤로 백 패스를 하면서 압박에서 벗어나면 끝이었다.
하지만.
“훕!”
스네이더를 자멸시킨 호영은, 오히려 옆쪽에서 발을 집어넣는 캄비아소를 상대했다.
백 패스를 하는 척 하면서 공을 발바닥으로 재빨리 굴렸다.
직후 이어진 몸짓은 90도 방향회전이었다.
훅!
그러면서 동시에 가속을 내며 측면으로 빠져나왔다.
[우호영의 기습적인 턴! 압박에서 벗어납니다!]호영에게 농락을 당하고 만 캄비아소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놈이 대체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호영은 환상적인 발재간으로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바로, 스쿱 턴(Scoop turn).
공을 주걱(Scoop)으로 긁는 것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공을 자신의 신체일부처럼 다뤄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기다.
호영이 얼마 전 미친 듯이 연습하여 숙달한 기술이기도 했다.
그리고.
타악!
이로써 둘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호영은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전방에 서있던 사네티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황급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상태.
하지만 호영이 공을 달고 우측측면으로 파고드는 데에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포지션이 겹치는 일도 없었다.
그 자리에 서있던 로벤은 이미 박스 안쪽으로 침투한 뒤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측면으로 파고드는 우호영! 크리스티안 키부(Cristian Chivu)가 막아서는데요!] [하지만 우호영은 그대로 측면을 파고듭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크로스!]우측 풀백 키부가 호영의 킥 동작에 맞춰 다리를 올렸다.
그러나 크로스는 올라가지 않았다.
훽!
[우호영의 크루이프 턴! 크로스를 올리는 척 하다가 반대방향으로 몸을 꺾습니다!] [이번엔 왼쪽으로 파고드는데요!]활짝 열린 각도.
호영은 공을 딱 멈춰 세우고 온 집중을 기울였다.
주변의 대기가 싹 가라앉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키부가 돌아오기 전에 왼발로 공을 힘껏 감아 찼다.
[우호영, 그대로 왼발 크로스!] [······ 어어, 어어어?!]페널티 박스 바깥.
우측 측면에서 감아찬 공은 크로스가 아닌 슈팅이었다.
뻐어엉!
그리고.
‘됐다.’
공이 발을 떠나간 순간 호영은 직감했다.
얼마 전 합성되기 시작한 킹의 감아차기(SU)와 노벤의 감아차기(U).
그것의 결과물인 ‘초일류의 감아차기(W+)’.
아직 합성이 채 끝나지도 않았건만 그 위력은 본인조차도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힘껏 때린 공은, 하늘에 무지개를 수놓듯 경이로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좌측 상단에 꽂혀 들어갔다.
철렁!
말이 필요 없었다.
이게 바로 플레이메이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