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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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몸싸움(2)
호영이 몸을 풀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어느 팀을 응원하던 간에 모든 이가 목청을 터트리고 있었다.
반응은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기자!”
“녀석들을 찢어버려!”
“Viva Young!(우호영 만세!).”
호영을 응원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붉은색 깃발을 휘날리며 악을 질러대는 스토크 시티의 팬들이 있었다.
“He finally open the hell gate!”
(우호영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
“We want teach him!”
(그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We want kick his dick!”
(그의 거시기를 차달라!)
“Kill him! Kill him! Kill him!”
우호영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훌리건(Hooligan).
성향이 매우 과격하기로는 유명한 스토크 시티의 서포터즈들이었다.
특히 1998년 당시에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나마 요즘 많이 순해진 게 이 정도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결과는 단 하나뿐이었다.
죽이느냐 죽느냐.
[카를로스 테베즈가 나오고 우호영이 들어갑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라이언 쇼크로스, 벌써부터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공개적으로 SNS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게 우호영 선수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각별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테베즈도 한순간에 당했거든요?]스토크 시티의 주장.
라이언 쇼크로스(Ryan Shawcross)는 눈매를 날카롭게 구부렸다.
그러고는 말없이 호영의 주변으로 다가가 섰다.
거기서 끝이었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처럼 유치한 심리전 따위는 없었다.
그는 말로 시비를 거는 성격이 아니었다.
할 거면 행동으로 보여주지, 경기장에서 설전을 벌이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도 아니었다.
‘일단 어디 한 번 볼까.’
탐색전.
그는 일부러 호영에게 붙지 않고, 살짝 떨어지면서 거리를 유지하였다.
주심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러고는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기회를 살폈다.
애초에 그의 목표는 호영이었다.
자신이 퇴장을 당하고, 추가징계를 받더라도 호영을 보내버릴 작정이었다.
그게 맨 시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오질 않았다.
‘미친놈이 따로 없군.’
호영은 경기장에 들어온 이래로 종횡무진 날뛰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워낙 복잡해서 애초에 마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의 흐름이 맨 시티쪽으로 흘러갔다.
[공을 돌리는 맨체스터 시티,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차분하게 점유율을 쌓아갑니다. 경기가 점점 안정화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우호영의 효과죠. 비단 공격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2선으로 내려와 탈압박을 도와주면서 게임을 원활하게 끌어가고 있어요. 스토크 시티 선수들의 몸싸움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이죠. 붙기도 전에 바로 패스가 이뤄지니 스토크 시티로서는 뭐 할 게 없는 겁니다.]제임스 밀너와 다비드 실바가 대형을 넓게 벌리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탓에, 스토크 시티의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질 않았다.
그렇다고 인터셉터를 하자니 그럴 여유도 되지 않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호나우지뉴가 여유롭게 공격을 조율하면서 사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배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2선과 1선에서의 연계플레이가 살아났고, 그러면서 호영이 공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다.
[다비드 실바가 전방으로 찔러줍니다!] [2선 중앙, 우호영이 수비를 등지고 받습니다.]“왔다!”
“죽여!”
근처에 있던 압둘라예 파예(Abdoulaye Faye)가 어깨를 집어넣었다.
33세의 노장이었지만, 흑인 특유의 민첩성과 무지막지한 피지컬이라면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런데 그 우락부락한 몸은 그 앞에서 쓸데가 없는 존재로 전락하였다.
훽!
“익!”
[아아, 돌았어요! 360도 회전!!]라 펠로피냐 턴(La pelopina turn).
겉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은 동작이었지만, 그 타이밍과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지난 며칠간, 다비드 실바에게서 탐해온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킨 호영이었다.
아니, 오리지날 그 이상.
뛰어난 유연성과 볼 감각 재능까지 활용한 그 동작은 보고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압둘라예 파예가 민첩하게 등을 돌려봤지만 호영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툭, 툭.
360도 회전 이후, 곧바로 팬텀드리블로 빈틈을 찾아 돌파를 시도했다.
이후에는 치고 달리기까지.
타악!
쓰리 터치.
그 모든 것이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찰나 만에 이뤄졌다.
비상식의 영역.
이 엄청난 퍼포먼스에 관중석에서 거센 함성이 터져 나왔다.
“Viva!”
“Young!”
“Viva!”
“Young!!”
호영은 그 기세를 이어 전방으로 치고 나갔다.
남은 수비수는 둘.
[우호영! 그대로 돌파를 시도합니다!!] [조심해야죠! 후트가 들어오고 있어요!]로베르트 후트(Robert Huth).
‘온다.’
후트는 어째서 스토크 시티가 남자의 팀이라고 불리는지 보여줄 작정이었다.
어차피 어지간한 태클로는 막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서 돌파를 허용하면 그대로 실점을 허용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호영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그 순간이었다.
훽!
양발을 높이 들면서 전진 태클을 날렸다.
단순한 태클이 아니었다.
왼발로는 호영의 사타구니를 저격하고, 오른발로는 그 반대편 치골을 겨냥하였다.
호영의 방향 전환에 미리 대비한 태클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슥!
“···?!”
그것은 로베르트 후트의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호영은 결코 태클에 걸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호영의 다리가 후트의 발에 닿기 직전 멈춰선 것이었다.
급정지.
보기만 해도 아찔한 속도로 제자리에 멈춰선 호영이었다.
무릎이 나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플레이였지만, 지금은 무지막지한 하체가 그것을 버텨내주고 있었다.
후트는 아차 싶어 뒤늦게 발을 뻗어봤지만, 호영은 이미 그 사정거리를 벗어난 뒤였다.
훽!
[다시 한 번 회전!]이번에도 라 펠로피냐 턴.
호영은 몸을 반대로 회전하면서 후트의 두 번째 태클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치고 달렸다.
타악!
그리고 남은 한 명, 라이언 쇼크로스.
그는 과연 더티 플레이의 대가답게 몸싸움을 거는 스킬조차 수준이 달랐다.
훽!
190센티에 80킬로씩이나 되는 체격으로 훅 치고 들어왔는데, 그 타이밍이 워낙 빠른 탓에 도저히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패스를 할 틈도, 방향을 돌릴 틈도 없었다.
그래서.
“흡.”
호영은 피하지 않았다.
테베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하체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머리를 앞으로 당기고 허리를 뒤쪽으로 꺾음으로써 전신에 균형을 잡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두 다리를 지지대로 삼았다.
그리고 굳건히 버텨냈다.
퍼억!
“큭.”
쇼크로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뒤덮였다.
골이 뒤흔들릴 만큼의 충격이 전신을 에워쌌지만, 정작 호영은 여전히 멀쩡히 서 있었다.
유니폼을 잡아끌어도 끝까지 넘어지지 않았다.
보통 이쯤 했으면 아무리 몸이 좋은 선수라도 비틀거려야 정상인데, 호영에게선 그런 것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미친.’
마치 땅속 깊이 뿌리박힌 나무처럼 튼튼하고, 표면은 바위처럼 단단했다.
아예 넘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친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휙!
“···!!”
호영이 순간적으로 엉덩이를 집어넣고 허리를 비틀더니, 유니폼을 잡아끌고 있던 쇼크로스가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골대는 그 직후에 흔들렸다.
골망을 찢어버릴 듯 묵직한 중거리 슈팅이었다.
반 박자 빠른 그 타이밍에 키퍼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철렁!
“호우!”
[고오오오오오올! 동점골! 우호영이 만들어냅니다!] [과격한 몸싸움을 버텨낸 이후 곧바로 때려버리네요. 통쾌합니다. 남자답네요!]“어째서!”
쇼크로스는 분한 마음에 바닥을 내리쳤다.
거기까지만 해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이런 개 같은 자식.”
욕해봐야 바뀌는 건 없었다.
호영은 여전히 굳건했고, 그 어떤 몸싸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슬라이딩 태클로 무릎을 노리자니, 호영이 그 거리를 허용해주지 않았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우호영입니다. 이번엔 직접 내려가서 받는데요.] [바로 뒤쪽에 쇼크로스가 달려듭니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동물 같은 반응속도로 득달같이 달라붙어 슬라이딩 태클을 해봤지만, 발끝도 닿지 않았다.
[우호영의 노터치 리시브! 공을 터치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갑니다!]페이크.
호영은 공을 받는 척하다가 급격히 뒤로 돌아 쇼크로스의 태클을 무력화시켰다.
이게 바로 우호영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너무 많다는 것.
더욱이 심리전에서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 호영이었으니, 그를 상대해야 하는 쇼크로스로서는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저런 X새끼!”
아무것도 없는 맨땅바닥에 태클을 한 쇼크로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이라도 뻗어봤다.
하지만 호영은 그것마저 피하면서···.
“켁!”
아니, 살짝 짓밟으면서 그대로 치고 나갔다.
슈팅은 얼마 안 가 뿜어져 나왔다.
[그대로 중거리 슈우우우우우우우웃!]철렁!
“호우!”
맨 시티의 세 번째 골.
전세를 뒤집는 역전골이 터져 나온 그 시간은 후반 58분경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쇼크로스가 교체당한 것은 그로부터 5분 뒤였다.
점점 경기가 불리하게 진행되자, 토니 풀리스 감독은 좌우 측면을 강화하여 스로인을 유도하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공이 아예 넘어오질 않으니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남자의 팀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삐익!
경기종료.
스코어는 4대2.
맨체스터 시티의 손쉬운 역전승이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1969년 이후 32년 만에 FA컵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대단한 승부였습니다. 그 천하의 스토크 시티도 결국 우호영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네요. 쇼크로스가 아예 작정하고 나선 것 같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그를 막기 위해선 총이라도 들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이틀 전 결승전에 올라간 리버풀의 팬들로서는 가슴이 아프겠네요.]한편 호영은, 해트트릭을 달성한 덕분에 로리 델랍의 ‘인간투석기의 스로인(U)’을 탐할 수 있었다.
경기 직후에는 MOM으로 선정되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그리고 결승전에 진출해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대답했다.
“지금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날 밤 맨체스터의 거리는 축제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헌데 그보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날,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호영에게 찾아온 루치의 한 마디였다.
“이번에 매력적인 광고가 하나 더 들어왔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보였던 그 과격하고 거친 플레이가 그들을 유혹한 것 같네요. 지난 번 나이키처럼 매우 매력적인 광고입니다.”
“시즌 중인데요?”
“촬영시간이 저번처럼 짧습니다. 당장 내키지 않으면 6월로 미뤄도 상관없고요.”
“일단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자동차 광고입니다.”
“!”
자동차.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원할만한 광고였다.
안 그래도 호영은 예전부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얼마 전 운전면허증도 얻었겠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혹시 이번에도 파트너가 있나요?”
“물론이죠.”
‘파트너라.’
라파엘 나달에 이어, 이번엔 과연 누가 될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