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0
50화 3주 차 대인전 (5)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왕필과 장삼은 각기 철검 한 자루씩을 꺼내 들었다.
눈대중으로 대강 실력을 가늠하고 고현우와 비교해 보니.
‘2 대 1도 할 만하겠네.’
물론 저들이 본 실력을 내보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제대로 붙는다면 일대일도 버거울 거다.
고현우로서는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강적이지만, 무인은 이런 강적과의 사투 속에 성장하는 법 아니던가.
이번에 내가 할 일은, 자기 실력을 꽁꽁 숨기는 왕필과 장삼이 실력 발휘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고현우에게 그럴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나는 서예인과 2 대 2를 할 때 했었던 말을 똑같이 했다.
“일단 혼자 해 봐. 위험하다 싶으면 도와줄게.”
“알겠소.”
[3] [2] [1] [Start!]고현우가 철검을 하단으로 늘어뜨린 채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전진했다.
왕필과 장삼은 2 대 1을 시킨다는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나는 완전히 배제하고 고현우를 목표로 접근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양옆으로 갈라서서 왕필은 내려베기, 장삼은 가로베기로 공격해 들어온다.
이에 고현우는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성큼 다가서며 일검을 그었다.
– 채챙!
왕필과 장삼의 검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가는 철검과 함께 물러났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다시 공세에 나선다.
고현우는 고현우대로,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검을 휘두른다.
좌우 또는 앞뒤에서 날아드는 철검들을 막고, 쳐 내고, 때때로 반격까지 가한다.
철검 세 개가 짧은 시간 수십 번 충돌했다.
– 채채채채챙!
왕필과 장삼이 펼치는 검술이 매우 익숙했다.
단조로운 베기와 찌르기만으로 이루어진 검법.
검사라면 누구든 한 번은 거쳐 가는 기본공이다.
‘삼재검법.’
흔한 외견에, 이름에, 철검에, 삼재검법까지.
평범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쓴 티가 났다.
너무 애를 써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감이 있다.
검술 정도는 다른 무난한 걸 써도 되지 않았을까?
다만, 단순히 은폐용이라기에는 삼재검법을 놀라울 만큼 잘 쓰기는 했다.
왕필은 460점, 장삼은 689점이다.
철검에 삼재검법을 고수하면서도 자기 점수대에서 몇 승씩은 챙겼다는 뜻이다.
특히 장삼은 이전 경기에서 만난 일공보다 점수가 높았다.
저자가 온전한 실력을 모두 내보인다면…….
‘유망주급.’
이래서 대진운이 좋다고 한 것이다.
[김 호 100% 고현우 99%]vs
[왕필 97% 장삼 94%]– 챙! 채챙!
고현우는 금세 2 대 1에 익숙해졌는지 적극적으로 공세를 이어 가고 있었다.
왕필의 공격을 가볍게 흘리며, 남는 여력을 모두 장삼을 압박하는 데 쏟아붓는다.
장삼의 방어가 뚫릴 때마다 체력이 조금씩 깎여 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슬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삼재검법도 못 이기는 주제에 ‘본 실력을 보여 봐라!’라고 해 봤자 가소로울 뿐이다.
그래서 고현우에게 먼저 2 대 1을 시켰고, 큰소리칠 자격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음 단계는 내 몫이다.
한창 치열하게 공방이 오가는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잠깐 다 멈춰 봐.”
“……?”
“?”
내 말에 고현우가 순순히 철검을 회수하고 물러났다.
왕필과 장삼 역시 그대로 멈춰 서서 나에게 경계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제대로 붙으면 안 될까?”
“제대로 하는 중이다.”
장삼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시치미를 떼 봤자 이미 증거가 명명백백하다.
나는 단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아니잖아. 한참 더 숨겨 둔 것 같은데.”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근거를 제시하라면 끝도 없이 많지.
가만히 서 있는 왕필의 손을 가리켰다.
“쟤 원래는 역수(逆手)지?”
“……!”
“검 휘두르는 궤적이 자꾸 안쪽으로 굽더라. 아직 습관을 다 못 버린 것 같은데.”
왕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내 말을 듣고 한순간 동요가 스쳐 지나갔다.
곧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작게 한숨을 내쉰다.
“……눈썰미가 좋구나. 허나 우리는 더 실력을 내보일 생각이 없다.”
“리플레이가 마음에 걸려? 우리는 비공개로 돌려도 상관없어. 다른 데다 말도 안 할 거고.”
2 대 2 대인전에서 리플레이를 비공개로 돌리려면 경기에 참여한 네 사람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나는 제안하는 입장이고, 고현우도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것 같았다.
성격상 포인트를 다소 포기하더라도 제대로 된 승부를 보고 싶겠지.
그러니 저쪽에서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되는데.
장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렇게까지 우리 실력을 보고 싶은 이유가 뭔가? 쉽게 이겨서 쉽게 점수를 얻어 가면 그만 아닌가?”
“점수만 먹어서 무슨 소용이냐, 실력이 늘어야지.”
“동감이오.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해 겨뤄 보고 싶구려.”
고현우가 내 말을 거들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장삼과 왕필은 영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저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무인에게 숨겨진 실력을 내보이라는 요구 자체가 무례하기는 했다.
특히 저 두 사람 같은 부류는 무공에 대한 정보가 생사 여부를 가르기도 할 테니까.
“그래, 보여 주기 싫겠지. 그럼 동기 부여를 좀 해 줄까.”
이럴 때는 억지만 부리지 말고 슬쩍 미끼를 던져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나지막이 단어 하나를 입에 담는다.
“유령무영(幽靈無影).”
“……!”
장삼이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네가 그걸 안단 말이냐?”
“궁금해?”
“궁금하다.”
“이기고 물어봐.”
“…….”
미끼의 성능이 몹시 뛰어났다.
두 사람의 눈빛이 섬뜩한 살기를 머금기 시작한 것이다.
달라진 것은 눈빛뿐인데 이전까지 느껴지던 평범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목소리 역시 싸늘하게 변했다.
“후회하지 마라.”
장삼과 왕필은 철검을 집어넣고 두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기척이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바로 눈앞에 두고도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고현우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찰나.
장삼의 신형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눈 깜짝할 새에 고현우에게 바짝 들러붙으며 한 손을 앞으로 쑥 내민다.
– 콱!!
산산 조각난 철검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고현우가 뒤로 나가떨어져서 몇 바퀴나 바닥을 굴렀다.
[고현우 99%] [고현우 77%]단번에 뭉텅 깎여 나간 체력.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윈드포스]를 집중시켜 뒤로 확 잡아당겼기에 공격이 얕게 들어왔으나, 그럼에도 피해량이 20%가 넘는다.
제대로 들어갔다면 치명상을 입고 전투 불능이 됐으리라.
“…….”
장삼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일반적인 검보다는 짧고 단검보다는 길었다.
송곳처럼 가늘고 뾰족한 형태에 새까맣게 칠이 되어 있어, 어두운 곳에서는 알아보기 힘들 듯하다.
장삼의 정체와 매우 연관성이 깊은 무기였다.
평범함 속에 섞여들어 때를 기다리다가, 사냥에 나서는 순간에만 그 이빨을 드러내는 자들.
‘살수.’
유망주들 얘기를 할 때 신병철이 언급했었다.
흑도 쪽에도 숨겨진 유망주가 한 명 더 있다고.
장삼을 처음 보자마자 저자가 그 흑도 쪽 유망주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는데, 본 실력을 들춰 보니 역시나.
“크으…….”
고현우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겨우 몸을 가누고 전방을 바라보는 그에게 또다시 장삼의 찌르기가 쇄도했다.
– 쐐애애액!
고현우는 거의 손잡이만 남은 철검으로 미약한 검풍을 피워 올리면서 옆으로 몸을 날린다.
지금으로서는 가까스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 뒤편에서도 왕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눈팔 여유가 있나?”
장삼과 고현우가 격돌하는 와중, 나에게 빠르고 은밀하게 다가와서 배후를 점한 것이다.
갑자기 한겨울이 된 것처럼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목덜미가 왕필의 단검에 난자당할 듯한 순간.
나는 태연하게 한 손에 장력을 그러모으며 답했다.
“있지.”
[‘증폭’을 사용합니다.] [‘윈드포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대수인] [윈드포스]커다란 손바닥이 왕필을 덮치고,
– 펑—!!
그는 혜성처럼 한 줄기 잔상을 남기며 쏘아져 나갔다.
장삼이 고현우에게 돌진하는 속도보다 지금 왕필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빨라 보일 정도였다.
왕필은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보이지 않는 먼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김 호 100% 고현우 74%]vs
[왕필 – % 장삼 93%]“……!”
“……!”
고현우와 장삼이 얼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수인]은 알아봤겠지만, 사람을 대포알처럼 날려 보내는 광경은 난생처음일 것이다.한참이나 말을 못 잇는 그들에게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하던 거 마저들 하시죠.”
“……왜 비공개를 제안하나 했더니.”
“이럴 줄 몰랐나?”
본 실력을 보이라는 의도로 비공개 제안을 한 것이기는 한데, 리플레이가 안 돌아갈 때 신나게 날뛸 수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증폭]과 [윈드포스]를 아끼거나 가급적이면 티 안 나게 쓰는 편이지만, 비공개일 때는 그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면 [인페르노 피스트]까지 써도 되고.
물론 당초의 목적이 고현우와 장삼의 일대일 구도인 만큼, 더 이상은 손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내 개입을 경계하는 장삼에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 마라. 난 이제 구경만 할 테니까.”
둘이 열심히 일대일로 겨루고, 고현우가 쓰러지면 그때 붙든가 말든가.
장삼이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물었다.
“……정말 본 실력으로 겨루는 게 너희들 목표인가?”
“그렇소.”
“…….”
장삼은 고현우를 노려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이내 무언가 결심했는지, 새까만 송곳을 집어넣고 다시 철검을 꺼내 들었다.
“좋다.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삼재검법으로 돌아가려는가 싶었지만 취하는 자세가 그것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피어오르는 살기 역시 지독하리만치 짙다.
송곳으로 펼쳤던 암살검을 철검으로 펼치려는 낌새인데, 아마 저것이 그의 진정한 독문무공일 것이다.
“후우…….”
고현우도 길게 숨을 들이쉬고 뱉으며 심호흡을 했다.
부러진 철검을 교체하고 자세를 추스른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그를 휘감는다.
서로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장삼의 신형이 다리부터 흐릿해졌다.
단숨에 공간을 압축하며 철검을 찌르듯이 긋는다.
엄청난 쾌검이 고현우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다.
– 쐐애애액!
그에 비해 고현우의 반응은 반 박자 느렸다.
가까스로 날아오는 철검을 후려치는 데 성공했지만,
– 쩌엉—!
자신을 완벽히 보호하지는 못해 팔에 길게 상처가 지나갔다.
[고현우 74%] [고현우 65%]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다시 자세를 잡는 고현우와 장삼.
이번에도 장삼이 먼저 움직이며, 똑같은 찌르기로 공격해 들어왔다.
고현우는 철검을 휘두름에 앞서 그를 감싸던 바람을 움직여 전방을 압박했다.
장삼의 속도가 미약하게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을 가르며 파고들었다.
철검 두 자루가 엇갈리고,
– 쩌엉—!
[고현우 52%]이번에는 옆구리에 일검을 허용했다.
안색이 창백하고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입가를 타고 핏줄기가 주륵 흘러내린다.
그러나 고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솟아오르는 핏물을 삼키고 입가를 쓱 훔쳤다.
그새 반 토막 난 철검 역시 자연스럽게 새것으로 바꿔 들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
장삼은 그런 고현우에게 말없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서로 준비를 끝마쳤음에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조금 더 뜸을 들이며 상대방을 관찰한다.
고현우의 기세가 앞서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리라.
장삼이 물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그렇소.”
“미리 초식의 이름을 들어 두고 싶군.”
아마 둘 중 하나는 이 마지막 공방으로 쓰러질 테니까.
고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급류(急流).”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