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6
121. 괜히 불렀나? >
홍대, 내 젊은 시절의 꿈.
온다 온다 하면서도 올 일이 없었다.
내가 아련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자 석태 형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요. 온다 온다 하면서 결국에 여기에 서보지 못했던 자신이 떠오르네요.”
석태는 기가 찼다. 이놈이 또 헛지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다.
“거리공연 이야기하는가 본데, 그때가 언제?”
“작년이요.”
“그러냐? 그런데 표정은 우리 아버지가 대학생 때 데모하던 추억을 떠올리는 표정이랑 똑같네. 누가 보면 몇십 년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줄 알겠어.”
“하! 형 ‘사별 삼일 괄목상대’ 몰라요? 그 삼일이 수없이 지난 오늘의 전 그때와는 너무 달라요. 아! 그때는 기타 하나만 있어도 무서운 게 없었는데 지금의 전 이렇게 공연장과 음향기기가 어떤지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허, 누가 들으면 인디 생활 몇십 년 하고 성공한 사람인 줄 알겠어.”
“이 씨, 왜 자꾸 몇십 년을 들먹여요? 나이 들어 보이게.”
“그게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딱 그래.”
“어리면 회상도 못 해요?”
말을 하면서도 운전하는 석태 형을 봤다.
‘이 형도 이제 너무 변해 버렸어. 사회 물을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 기획사가 사람 망가지게 만드는 곳이던가. 둘 중에 하나야.’
옛날이 그립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조심스럽고, 할 말만 딱 해서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태클 걸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니면 역시 본부장님의 혈족이라 어쩔 수 없는 건가?’
예성의 생각을 석태가 들었다면 펄쩍 뛰며 ‘다 너 때문이거든’ 고함을 칠 일었다.
다행히 예성의 생각을 모르는 석태는 차를 주차하면서 예성을 봤다.
오늘 드디어 무대가 완성되어 보러 왔다.
콘서트라는 것은 그냥 공연장을 빌리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행사장에 가서 하듯 악기를 꺼내 연주하고 노래만 부르는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장 프로듀서님이 한 말이 있다.
“콘서트? 그건 가수가 장기자랑 하는 날이지.”
한 문장으로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오로지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맞춤형 공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콘서트에서는 나를 돋보이게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연출가다.
500명이 모이는 작은 콘서트지만 작은 공연은 있을지언정 하찮은 공연은 없다.
작은 콘서트지만 내 이름이 걸리고 처음 열리는 콘서트라서 기획사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악수회에서 봤던 팬들의 연령층을 생각하면 홍대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에러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소수만이 그 나이기를 바랄 뿐이다.
거기다 나이가 중요한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나도 남자라 이 나이에 엄마 앞에서 재롱 피우듯이 노래하기는 마음이 쓰리다.
“예성아, 댄스는 안되니?”
이분 뭔가? 제대로 재롱잔치를 벌일 셈인가?
이 말씀을 하는 분이 바로 내 콘서트의 연출자인 장혁수 씨다. 우리 기획사와는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기획사의 모든 가수가 이분의 손에 콘서트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뷰티핑크, 딕스와 같은 간판급 아이돌의 콘서트를 만들어 주신 분이다.
“연출가님, 장르가 달라요. 장르가.”
“네가 아는 걸 내가 모르겠어? 너무 밋밋해서 그런다.”
“저도 그래서 리프트 하자고 했잖아요.”
“일찍 말하던가? 애초에 기획단계에서 말했어야지. 지금 와서 말하면 그게 된다고 생각해?”
“저도 이제 생각났는걸요.”
자욱한 드라이아이스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내가 마이크를 잡고 솟아오르는 모습.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하여간 안 돼. 대신 지미집은 어떻게 해볼 만한데 그거라도 해줘? 아쉬운 대로 땅에서 솟아오르진 못해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가능해.”
“세상에 지미집이라니, 그 카메라맨 아저씨들이 촬영할 때 쓰는 장비 말하는 거죠? 와이어도 아니고 지미집이라니.”
“맞아.”
상상된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그 지미집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꼬···. 꼴사나워.’
“그냥 없던 일로 하죠.”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게스트 없이 괜찮겠어?”
“네. 굳이 게스트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저 혼자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가? 시험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게스트가 없는 것도 아니죠.”
게스트는 있다.
내 노래는 거의 발라드라 너무 심심해 보일 수가 있어서 이번에 가면가왕에서 불렀던 ‘그대는 모나리자’를 콘서트에서 부르기로 했다. 혼자 부르면 맛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중국에 있는 요수 씨를 부를 수 없으니 대타를 부르게 됐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을 봤나?”
“그래서 싫어요?”
“아니, 좋아. 돈 많이 주냐? 우리 비싸다.”
“어디서 또 생구라를······. 슈스케 할 때 10만 원 받고 세션 뛰었다면서요.”
“뭣이? 그래서 10만 원 주겠다고?”
“아뇨, 20만 원 콜?”
“두당이겠지?”
“그렇죠. 더 많이 주면 좋겠지만, 저도 이번은 무료콘서트나 다름이 없어요. 거기다 기획사에서 해주는 거라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아니 그 정도면 많지. 애들 연락 돌리고 연락할게. 다들 돈 버느라 바쁘다.”
“또 알바 해요?”
“그래.”
“형들 참 큰일이네요. 아직도 기획사에서 연락 온 곳 없어요?”
“그래. 기수는 그래도 한 군데 연락이 온 것 같은데 거절한 모양이야.”
“그래요?”
안 들어도 알만했다.
기수형만 계약하자는 이야기를 했을 거다. 그 이야기를 기수형은 거절 했을 테고, 기수형은 원래 서브 보컬이었다고 했다. 그전 보컬이 계약하고 빠져나가는 바람에 메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절대 배신은 하지 않는다고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하는 형이다.
“아무튼, 연락 돌리고 답해줄게.”
“네.”
이런 대답이 있고 바로 다음 날 짐을 싸 들고 기획사 앞에 나타났다.
정말 못 말리는 형들이다.
“너 연습실이 어디야?”
“따라오세요.”
무거운 짐들을 싸 들고 나타난 형들을 보니 저절로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설마 버스나 지하철 타고 온 것은 아니겠지?’
내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섞인 욕설을 내뱉는다.
“슈발, 이게 연습실이야? 스튜디오야?”
“봐라. 내 말이 맞지. Y 앱에 나온 게 연습실 맞다니까.”
짐을 챙겨 온 것을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형들, 설마 여기서 연습하게요?”
“미안, 예성아, 우리가 연습실 빌릴 돈이 없다. 같이 좀 쓰자.”
“그래. 어차피 네 공연을 하는 건데. 같이 연습하면 좋잖아.”
“고작 1곡인데.”
“어허, 고작 한 곡이라니, 한 곡이 두 곡 되고, 나중에 열 곡이 되는 거야.”
“그럴 일은 없거든요.”
“꼬르륵”
이건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거기다 입으로 내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정말 괜히 연락했다 싶다. 안쓰러운 마음만 가득 든다.
“이···. 건 우리가 들고 온 짐을 봐라. 그래서 그런 거다. 절대 아침을 안 먹고 오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래. 그러니까. 그 괜히 연락했다는 그 표정 좀 어떻게 해봐.”
“그런 표정이 어디 있어요?”
“나도 몰랐는데 널 보니 그런 표정이 있어. 어떻게 좀 해봐. 형들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에휴, 짐이나 벗어요. 밥 먹고 시작해요.”
“그래.”
식당에 가서도 이형들의 궁상은 끝이 없었다.
“명태야. 세상에 김밥 두 줄 가격에 이걸 다 먹어도 된다니. 여긴 천국인가?”
“뭐라. 김밥 두 줄에 천국이라니. 그럼 김밥천국?”
“이건 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 그냥 주책이지. 주책이야. 예성아 미안하다.”
태수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형들 보니 제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다 기획사에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 제가 반면교사 삼을 일이 많네요.”
“학수야, 우리 버스 타고 와서 매일 여기서 밥 먹자. 그러고도 식당에서 밥 먹는 것보다 싸.”
“저기 봐. 커피도 무료야.”
“태수야. 너도 같이 내일부터 오는 거다.”
수형의 말에 태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저 이 사람, 몰라요. 그냥 혼자 아는 척하고 있는 겁니다.”
정말 이 사람들은 변함이 없다.
음악을 관두고 개그맨 시험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인가?
“우왕, 양만 많은 게 아니라 맛도 좋아. 이걸 어찌해야 쓸까?”
이 말을 들으니 한숨이 나온다. 정말 이 형들을 어찌해야 쓸까잉.
형들을 밥 먹이고 연습실에 데려다주었다. 나는 그길로 장 프로듀서님을 만나러 갔다.
“그래. 그 친구들이 무작정 찾아왔다고?”
“네. 연습할 곳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 하긴 아르바이트 중이었다고 했지.”
장 프로듀서도 인디 세계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 그 동네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 음악에 쏟는 이들이 많다.
“그 친구들 좀 데리고 와 봐. 올 때 악기 가지고 오라고 하고.”
“네. 왜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운드를 라이브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네?”
“뭘 놀라? 가능하면 라이브로 하면 좋은 거지. 너에게 말은 안 했지만, 기호가 이번에 콘서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음향장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음향장비라는 것이 말이다.
장비대여 회사마다 고급 장비를 가진 게 제각각이다. 알다시피 장비가 고가가 아니냐?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고가의 장비로 갖출 수는 없는 거야. 그런 고가의 장비들을 기호가 알아보고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하는 중이다.
”
“본부장님이요?”
“그래. 연출가가 있지만 직접 나서서 챙기고 있어. 그런데 그런 장비를 두고 그냥 MR로 노래하면 아깝잖아.”
“그건 그렇죠.”
MR의 음질도 좋아지겠지만, 직접 연주하는 악기는 소리부터 다르다.
“지금 데려올까요?”
“그래.”
연습실로 돌아와 형들에게 프로듀서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인데?”
“아마, 콘서트 전체 세션을 해줬으면 하나 봐요.”
“그래?”
“네. 이번에 들었는데 음향에 투자가 많이 됐나 봐요.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생생한 라이브로 콘서트를 했으면 한다고 하네요.”
“그래. 알았어.”
“악기 들고 가세요. 기수 형은 왜 따라가요?”
“나 키보드거든. 내가 얘기했잖아? 서브 보컬이었다고.”
“아! 그래서 같이하시게요?”
“그래.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서 음악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음악 하는 게 좋아서 노래를 택한 거야.”
장 프로듀서님은 그들을 연주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들은 확실히 자신들의 음악을 할 때와 남의 음악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차이가 몸에 배어 있었다.
10만 원을 받으면서 각자 다른 가수의 세션을 하러 다녀 봐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 형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인디라는 동네는 연예계 중에서 가장 돈이 안 되지만 가장 치열한 동네다.
유명한 록 밴드들이 항상 이야기한다. 밴드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부족한 이유의 하나가 그 유명밴드들이 공연을 독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성의 차이 때문이지만 인디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세션도 마찬가지. A급의 세션은 한 곡에 40~50만 원을 받으면서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 몇 탕을 뛰는 때도 있다고 감춘호 씨가 말했다.
하지만 10만 원 받고 세션을 하는 형은 그것도 일이 안 잡혀 가끔 한다고 한다.
거의 승자독식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세션이 있지만, 세션만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이는 극소수다. 감춘호 씨는 자기가 가르치지만, 학생들에게 항상 이걸로 밥 먹고 살기는 힘들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오~ 이번에 제대로 된 공연을 해볼 수 있겠어.”
“형들 공연도 아닌데 뭐가 그리 좋아요?”
“아, 이 자식 섭섭하게 말하네. 내가 연주하면 내 공연이지. 누구 공연이야?”
“그래 태수 말이 맞다. 세션으로 참가한다고 남의 공연이라고 할 수 없지. 거기다 이번에는 모두 같이 하는 것인 만큼 더 재밌을 거야.”
형들의 말에도 나는 마음이 좋지가 않다.
“뭔가 제가 부르고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안타깝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닌데도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이형들을 떠올린 것은 ‘그대는 모나리자’가 이 형들에게 잘 어울려서다. 하지만 다른 노래는 그저 나를 위한 노래일 뿐이다.
“허, 애는 무슨 쌍팔년도 출신도 아닌 것이 왜 이렇게 옛날 사람이야? 지금 록을 하는 이들 중에 예능 나오지 않고 발라드 안 부르는 가수가 얼마나 있을까?”
“그럼 ‘놀아줘’의 임혁 봐라. 그 목소리 가지고도 카레송을 하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를 원하는 시대에 하나만 고집해서는 못 살아남지.”
“그래. 너도 너무 발라드만 고집하지 마라.”
“어허, 이형들 또 나를 띄엄띄엄 보내. 지금 1위 하는 노래가 누가 작곡했게요?”
“그래. 너지. 너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왜 우리는 곡을 안 주냐?”
“이 자식, 옛날과 달라졌어. 우린 돈이 안 되니까 안주는 거지?”
“헐, 그것보다 1년에 몇 번 부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돈 벌어서 그 돈으로 공연하는 형들이다.
“그건 그래.”
“농담이고요. 그냥 형들 줄 노래라고 만들어진 게 없어서죠. 저보다는 경수 형에게 말해보는 게 빠를걸요. 저는 알다시피 주제를 생각하고 만들지 않잖아요?”
“강 마에? 말 마라. ‘너희들의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래서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가 없다.’ 이러더라. 이래서 취미로 음악 하는 이들은 안 돼.”
“우리도 직업으로 음악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살아야 직업으로 한다고 하는 거지.”
“여기서 셀프디스냐?”
“명태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우리도 취미지.”
**
취미로 음악 하는 이들이 콘서트장에 와서 또 소란을 떤다.
“아, 미쳤다. 이게 내 기타 소리라니. 클립튼이 와도 지금 나에게는 안될걸?”
“허, 저 근자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런데 소리가 정말…. 슈발, 이래서 직업으로 음악 하는 놈들이 대우를 받는 거야. 이런 환경에서 노래하는데 잘 될 수밖에 없지. 내가 예성이 대신 여기에서···.”
“아서라. 그럴 거면 우리도 슈스케 때 완전히 떴어야지. 그런데 예성아, 저 불기둥 작동하는 거냐?”
“네. 제가 부탁했어요. 폼생폼사 아니겠어요?”
리프트는 안 됐지만, 불기둥은 해줬다.
“부탁하면 해주는 거냐? 너 정말 용 됐구나. 슈발.”
이 형들이 안 보는 사이에 세상에 불만이 많은가 보다. 하는 말끝마다 슈발이다.
“그럼 해볼까요?”
“그래.”
연출가님께 실제와 같이 해보자고 했다. 화려한 조명과 솟아오르는 불기둥 앞에서 ‘그대는 모나리자’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나뿐만 아니다. 기타 치는 명수형도, 노래하는 기수형도 헉헉거렸다.
“이거 나만 더운 거냐? 쪄 죽겠다.”
모두 불기둥 앞에서 노래하기는 처음이다.
이상과 현실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형, 나도 그래요. 이거 불기둥 장난 아니네요. 용광로 앞에 서서 노래하는 느낌이에요.”
고작 한 곡을 부를 동안 하이라이트에 불기둥이 솟아올랐지만,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런가?
뜨겁다 못해 살이 익을 것 같다.
“떨어져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안 돼. Rock will never die. 몰라? 그냥 네가 말했듯이 락은 폼이야. 폼이라고.”
“기수야 너 비닐 가죽바지 녹은 거 같은데.”
“뭣이?”
명태형의 말에 기수형이 반짝이는 짝퉁 가죽바지를 여기저기 살폈다.
‘이런 형들과 정말 해도 괜찮은 건가?’
한편으로 걱정이 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투패는 내려쳤다.
‘그래. 하는 수밖에 없어.’
한편으로 이래서 즐거울 거라는 생각도 든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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