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40
“크흑!”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격에 길드장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숨겼다. 콰콰쾅, 하고 바닥을 가로지르는 푸른 검기가 무척이나 위협적이다. 길드장은 일단 후퇴를 했다.
유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숲속으로 그림자를 옮긴다.
그리고는 그림자 인형들을 꺼내 유현을 공격하게 했다.
사방에서 솟구쳐 오르는 그림자들을 보고서 유현은 귀찮다듯이 혀를 차며 검을 휘둘렀다.
저번과 달리 그림자 인형들의 움직임은 더욱 생동감이 있었다. 본체가 직접 여기에 와서 그런 건가. 어쨌든 더욱 빨라졌고, 더욱 힘이 강해졌다.
검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전날보다 무거워진 걸 느끼며 유현은 그림자 인형들을 쳐냈다. 강해졌다고 하지만 못이길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도 결과는 비슷했다.
사방으로 사납게 휘둘러지는 검기에 그림자 인형들은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고 휘말려 소멸했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그림자들을 두 동강이 났다.
그렇지만 목숨에 대한 개념이 없는 그림자 인형들은 소멸을 각오하고 유현에게 달려들었다.
허리를 베고 지나가는 검기에도 개의치 않고 유현을 향해 그림자 단검을 휘두른다.
기척도 없는 그림자들이 앞뒤로 공격을 해오면 유현도 어쩔 수가 없다.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치명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생겨나는 정도는 전부 감수하고서 유현은 그림자 인형들을 베어냈다.
그러면서도 의식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본체에게 향한다.
녀석은 그림자 인형들로 공격하면서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서 지금은 겁이라도 먹은 걸까.
녀석이 숨어 있는 곳을 정확히 주시하며 유현은 말했다.
“이런 장난감들로 시간을 버리는 건 사양이야.”
말하는 동시에 유현은 덤벼들던 인형들을 떨쳐내고는 땅에 마검을 박아 넣었다.
마검이 떨려올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불어 넣는다.
검끝을 타고 뿜어져 나온 강력한 힘이 거대한 힘을 일으키며 땅 속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덤벼들던 그림자들이 폭발로 인해 뒤집어지는 대지에 휩쓸려 일순간에 일소했다.
그림자 인형이기에 통하는 공격이었다.
무식하고, 화려한 이 공격은 실제로는 그다지 공격력 높은 공격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하지만 그림자 인형들에게는 효과적이다.
수십 개의 그림자 인형들이 소멸했지만 다시 그림자 인형들은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예측하고 있던 일이다.
유현이 노리는 건 조금의 기회였다.
-우우우우웅!
마검이 말한다. 녀석의 말이 검의 손잡이에서 시작해 머리까지 타고 들어온다.
-저기에 녀석이 있다.
마검이 안내하는 곳을 향해 유현은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망자들처럼 달려드는 그림자 인형들을 질풍처럼 베어 넘기며 녀석에게 육박한다.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다고 느낀 건지 녀석은 모습을 드러내며 단검을 만들어냈다.
투척되는 네 개의 단검.
그 하나하나가 전부 인간의 머리 정도는 수박처럼 터뜨릴 힘이 담긴 공격이었지만.
“후웁—!”
유현은 검기를 터뜨리며 날아들어 온 그림자 단검들을 전부 소멸시켰다.
그 틈을 노리고 길드장은 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검을 막아내며, 검을 움직인 순간 그건 곧 기회였다.
단검이 아닌 긴 칼날을 가진 검날을 만들어낸다. 검의 손잡이는 없는 오로지 검날로만 이루어진 그것은, 그림자를 다루는 길드장이기에 가능한 형태였다.
심장을 향해 일섬 같이 그림자 검이 뻗어 나아간다.
“죽어라!”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땅 밑이 폭발했다.
“크윽–!”
그건 분명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길드장은 무슨 상황인지 순식간에 이해했다.
발에 마력을 담아 땅을 터뜨린 건가.
흙들이 폭발에 휘말려 치솟는다. 하지만 상관없다. 잔재주일 뿐이다.
길드장은 멈추지 않고 그림자 검을 움직였다.
푸슉-!
무언가 꿰뚫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길드장은 씨익 웃었다.
피 냄새가 난다.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건 인간의 피.
공격은 확실히 들어갔다. 비록 처음에 노리던 심장을 꿰뚫는 건 실패했지만.
그런데 거기서 길드장은 온몸이 쭈뼛쭈뼛 소름 돋는 감각을 느꼈다.
“드디어 손에 잡히는 거리까지 왔는걸.”
입 밖으로 피를 흘리며 유현은 말한다. 공격을 허용했음에도 유현의 눈은 웃고 있었다.
자기의 피로 물든 입술을 혀로 핥으며 유현은 웃는다.
그 웃음에 길드장은 눈을 크게 뜨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크윽?”
왠지 모르지만 녀석의 손은 그림자 검을 붙잡고 있었다.
복부에 박힌 그림자 검을 꽈악 쥔 채 놓지 않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림자를 손으로 붙잡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녀석은 해냈다. 어떻게 한 거지.
그렇지만 문제는 녀석이 그림자를 손으로 잡아냈다는 게 아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녀석이 그림자을 쥐자마자, 온몸의 혈액이 녀석의 손에 빨려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힘이, 그림자를 다루는 근본적인 힘이 녀석에게 빨려 들어간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녀석은 힘을 흡수하고 있었다.
길드장은 곧 바로 그림자 검을 소멸시키고는 뒤로 몸을 내뺐다.
이 이상 녀석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본능이 길드장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유현은 길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상함을 눈치 채고 거리를 벌리자 입맛만 다셨다.
곧 바로 쫓을까, 생각했지만 그림자 인형들이 어느새 포위를 하고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유현은 방금 전 감각을 떠올리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솔직히 유현도 신기했다. 물컹물컹한 것 같으면서도, 딱딱했던, 그 알 수 없는 감촉.
그것이 저 녀석의 그림자라는 건가. 정말로 된다고는 생각 못했다.
방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나 있는지 태연한 얼굴로 유현이 자신의 손을 신기하다듯이 응시하자 길드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네 녀석 도대체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가슴이 공허하다. 녀석에게 빨려나간 힘이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길드장의 고성에 유현은 입안에 모인 핏물을 바닥에 내뱉고는 말했다.
“네 안에 있는 걸 잡아먹고 있는 중이지.”
“뭣…?”
유현의 말을 길드장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바보 같은 얼굴을 했다.
그것은 곧 빈틈. 유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땅을 박찼다.
뒤늦게 그림자 인형들이 막아 서려했지만, 유현은 그들을 지나쳐 길드장에게 검을 휘둘렀다.
길드장은 그림자 검을 만들어 유현의 검을 막아냈다.
공기가 떤다.
검기라는 마력 덩어리와 그림자가 부딪치자, 주위의 공기가 수만 번의 진동을 일으키며 떨렸다. 그 떨림은 고막을 넘어 머리 안까지 울릴 정도로 강렬했다.
거기서 괴롭다듯이 비명이 터진 건 길드장 쪽이었다.
“크아아악!”
유현의 검은 그림자 검을 종이처럼 잘기잘기 찢어내며, 길드장의 몸을 베었다.
유현은 길드장의 몸을 두 동강 내듯 위에서 아래로 전신을 베었다.
보통의 생물체라면 그대로 즉사했을 공격.
하지만 길드장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상한 검은 기운만 흘린 채 그림자에 녹아들며 도망쳤다.
사위의 어둠을 타고 도망치는 그걸 유현은 거침없이 쫓았다.
자신을 놓치지 않고 쫓아오는 유현을 보며 길드장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정체불명이다. 방금 전의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그림자 검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쉽게 찢겨졌다. 질량감이 없는 그림자지만 강철마저도 베어낼 수 있는 것이 그림자 검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
아니, 지금은 그림자 검이 녀석의 검에 찢겨진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째서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몸을 베였을 때, 영혼이 뿌리째로 녀석의 검에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무서울 게 없다고 느꼈던 길드장이라도 그건 무척이나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길드장은 어떻게든 녀석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모든 인형들을 움직였다.
쏴아아아-!
주위의 숲에 퍼져 있던 모든 그림자들이 유현을 향해 달려든다.
그 압도적인 군세에도 유현은 망설임 없이 돌파를 시도했다. 뻗어나가는 그림자 인형들의 공격이 유현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유현은 아니었다.
온몸에 수많은 상처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만큼이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생겨나는 상처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녀석은 트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키..키리릭!!?”
모든 것이 정체불명인 광경에 길드장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일섬.
길드장을 쫓던 유현이 다시 검을 휘두른다.
길드장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유현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상황은 똑같았다. 마치 방금 전 일을 잊은 거냐고, 비웃듯이-.
“크아아악!”
그림자는 종이처럼 찢겨졌고, 유현의 검은 그대로 무방비해진 길드장의 가슴을 베었다.
이번에도 피 대신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피 분수를 대신해 길드장의 가슴팍의 갈라진 틈에서 뿜어진 그건 하나도 흘림 없이 유현의 검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걸 보며 길드장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힘이 저 녀석의 검에 흡수되고 있다.
-우우우우우웅!
검은 기운을 흡수할수록 탐욕스럽게 울고 있는 유현의 마검을 보며 길드장은 등줄기가 떨려왔다. 공포와 경악이 공존하며 숨이 막혀왔다.
저 검과 싸워서는 안 된다. 접촉을 한다는 것부터가 자살행위.
“그런가. 그 검의 능력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길드장은 고민할 것도 없이 등을 돌렸다.
저것과 싸워서는 자신의 모든 것이 빨려 먹히게 될 것이다.
싸우면 싸울 수록 자신은 잡아먹힌다.
길드장은 그걸 눈치챘다.
“도망치는 건가-.”
유현은 도망치는 길드장을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