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검찰총장은 피곤합니다 (2)
“예?”
대구고검장은 검찰총장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기에, 검찰총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법무부장관실에서 깨달은 내용을 말했다.
“너, 이번 법이 잘못되었다고 공표하자는 거잖아?”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표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거고?”
“맞습니다.”
대구고검장은 검찰총장이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잘못 이해한 것은 당연히 대구고검장 쪽이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가중주의가 옳은 거라고 공표하자고? 너 길 가다가 비명횡사하고 싶어서 작정했냐? 이번 법 개정이 왜 진행되는지 몰라서 그래? 히무라라는 새끼랑 히무라한테 돈 처먹은 놈들 크게 처벌하자고 개정하자는 거잖아.”
“예? 아……!”
대구고검장은 그제야 검찰총장의 의중을 깨달았다.
더불어서 다른 검사들 역시 공표가 가져다주는 위험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지금 와이케이가 정부 편이야. 그리고 와이케이는 MEV를 통해서 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고.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가중주의가 옳은 거라고 공표하면 어떻게 되겠냐?”
당연히 MEV를 비롯한 신문에 검찰을 성토하는 내용이 올라갈 것이고, 이것은 TV 언론 역시 다르지 않을 게 뻔했다.
가뜩이나 일본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현재 분위기 속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기름을 온몸에 바르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구고검장의 말.
사실, 평상시라면 감히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게 이렇게까지 계속 무언가를 요구할 수 없었다.
애초에 검찰총장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다른 동기들을 누르고 최대의 정치력을 보였다는 얘기였으니까.
즉, 대구고검장도 평상시에는 검찰총장의 열렬한 추종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
미래의 과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대구고검장은 물론이고, 다른 검사들까지 검찰총장에게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 돌겠네. 썩을.’
검찰총장 역시 부하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자기 차례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검찰총장 임기를 끝내고, 검찰을 은퇴해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막강한 전관예우를 받을 꿈에 젖어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사법시험으로 고작해야 300명만 뽑는 시대.
JD 이전에는 사법시험에서 50명의 법조인을 뽑았고, 이를 JD가 300명으로 늘렸다.
그만큼 공급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숫자로 4,200만 국민의 법률 서비스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
그렇기에, 이 당시 검찰총장이라는 전관예우 파워를 가진 변호사의 힘은 막강했다.
심지어 이것은 YS가 사법시험에서 뽑는 법조인을 1,000명으로 늘렸어도 똑같이 적용되는 대원칙.
그런데 하필 지금, 자신이 검찰총장을 하는 차례에 검찰 입장에서 더럽게 안 좋은 상황이 터진 것이다.
‘만약, 여기서 내가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검찰총장 입장으로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
총장 임기가 끝나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더라도 제대로 된 전관예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돌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검차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총장님,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지 않습니까?”
법무부장관과 법무부차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검찰총장 다음의 파워를 가진 대검차장의 말.
검찰총장은 그 말을 듣기 무섭게 생각했다.
‘나도 알아, 씨발아!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안다고!’
그것은 소리 없는 절규.
하지만, 이어진 대검차장의 말에는 소리가 있었다.
“어차피 정부와 국회가 한 몸이라면, 정부보다는 국회를 공격하는 게 낫습니다. 그동안 모아 둔 자료들로 의원들 한번 제대로 교육하자고요.”
결국, 검찰총장은 부하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생각했다.
‘이 등신들아, 너희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더 있어…….’
* * *
되게 웃긴 일이지만, 국회의원은 이미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직위인 만큼, 개인의 이미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무슨 일이 있어도 1번, 혹은 2번을 찍는 지역이라면 개인의 이미지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 그 어떠한 발언을 쏟아내더라도, 그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1번 혹은 2번을 찍어 줄 테니까.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개인의 인기가 중요하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평상시 이미지 관리를 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당연히,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외부에 드러내는 모습.
그렇다면 실상은?
모든 국회의원이 부정을 저지른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국회의원이 부정을 안 저지른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겠지.
그렇기에 대검차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차곡차곡 정리한 의원들의 비리를 한곳으로 모았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구고검장의 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당에서 서서 회합을 가졌다면, 지금은 고검장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자들만 회의실에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다들 정보들을 아주 잘 모아 놨군.”
상석에 자리한 검찰총장의 오른쪽에 앉은 대검차장은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대한민국의 범죄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모두 파악할 수 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 놈들이 하반신에 달린 몽둥이에 기름칠하는 걸 우리가 모를 수는 없죠.”
서울고검장이 낄낄거리자 다른 인물들 역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도 맞는 말이다.
검찰의 입김이 제대로 닿지 않는 조직들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래 살아남은 조직들은 모두 검경의 암묵적인 허락을 받은 조직들.
조직들이 검경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절대 조건이 필요했다.
하나는 평상시 문제를 일으킬 때, 일반인을 건드리지 않고 조직들끼리만 해결한다는 것.
둘째는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지체 없이 검경에 알릴 것.
마지막으로는 검경이 뒤가 구린 일을 할 때, 그 일을 대신해 줄 것.
이 세 가지를 지킨다면 ‘어용 조직’으로서 오래 생존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사람이 만든 규칙이고,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조직과 검경이다 보니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조직이 일반인을 건드려도 검경이 감싸 주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검경이 조직을 도와주고 나면, 조직 역시 반드시 검경에 반대급부를 주어야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 어디 있겠습니까? 등신 새끼들. 방구석에서 혼자 해결하면 몰라도, 누군가한테 공급받는다는 건 다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말이죠.”
대구고검장의 이어지는 말에 다시 한번 모두가 왁 하고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을 바라보았다.
“총장님, 공식적인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응? 어…, 아, 그래야지. 어휴, 내가 요새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아직도 혼란스러워서 상태가 좀 안 좋아. 그러니까 자네들이 이해 좀 해 줘.”
검찰총장은 모두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모습.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던 검찰총장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기에 대검차장은 신이 났다.
“총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총장님이 가만히 계셔도 전혀 문제없게, 잘 해결하겠습니다.”
1인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2인자에게 다 떠넘기고 군림만 하는 1인자, 2인자를 찍어 누르고 모든 실권을 다 누리는 1인자.
검찰총장은 후자였기에, 대검차장은 이참에 자신이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검찰에 큰일이 벌어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이렇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자신이 일을 잘 해결한다면, 언젠가 자신이 1인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서 대검차장은 검찰총장에게 여러모로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이 1인자가 되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검찰총장에겐 전관예우를 제대로 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서로 가면을 쓴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고검장 이상급 인물들 역시 이러한 기류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이들은 등신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일의 실패를 가늠하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계속 유지하는 검찰총장.
이번 일의 실패를 용납할 수 없어 활활 불타는 대검차장과 휘하의 검사들.
아슬아슬한 동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대전고검장 전성규는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으며 여당 국회의원 김기상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러자, 김기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성규는 김기상의 명줄을 콱 틀어쥐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검사라서?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
아무리 검사의 힘이 세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에는 당연히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막강하다.
따라서 고검장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국회의원을 우습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전성규 고검장과 김기상 의원의 관계는 평범한 관계가 아니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김기상 의원이 성대에서 흐르는 떨리는 목소리는 명백히 불안에 떨고 있음을 증명했다.
“아이고, 제가 찾아오지 못할 곳을 찾아왔습니까?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이야기도 좀 하려고 찾아왔지요.”
김기상은 전성규가 왜 찾아왔는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무실의 인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자네들, 조금 이르지만 나가서 점심을 먹고 오게.”
의원의 명령을 받은 사무실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김기상 의원은 자신이 직접 커피를 타서 전성규에게 대접했다.
“이야, 일개 검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커피도 다 얻어 마시다니. 이거 정말 호강하는군요.”
전성규는 김기상을 향해 계속해서 반쯤 이죽거리는 화법을 사용했다.
이것은 모두 전성규의 전략.
전성규는 김기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친절히 대하는 것보다는 ‘대단히 짜증 나는 놈’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흠…! 저랑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러 오신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김기상의 말을 들은 전성규는 커피를 후룩 하고 한 모금 마시더니, ‘크으’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가 달달하니 아주 좋네요. 뭐,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리 ‘검찰’은 이번 형법 개정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중주의로도 히무라나 교수들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것입니다.”
싱긋 웃는 전성규를 향해 김기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막겠습니까…….”
“아니, 여당 국회의원이 힘이 없다면 세상에 누가 힘이 있겠습니까?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다가 픽 웃기까지 하는 전성규의 모습.
그 모습에도 김기상은 화를 내지 못했다.
“요즘 여당 의원이랑 야당 의원이랑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사실상 JP의 정당을 제외하면 모두 한 몸인걸요.”
“뭐, 그렇기도 하겠지만, 각하의 직계존속으로 취급되는 것이 큰 차이를 보이죠. 그리고 저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 막아 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의원님께서는 그냥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시면 됩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그렇게 하는 순간 저는 100퍼센트 탈당될 겁니다.”
“호오…, 과거와 마주하고 싶으십니까?”
전성규의 협박에 김기상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전성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고검장님. 지금 각하에게 정면으로 반박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제 정치 생명이 끝날 것입니다. 제발…, 제발, 그것만은 말아 주십시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김기상 의원의 모습에 전성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물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기상은 그것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좋아, 생각대로야.’
전성규는 바로 말을 이었다.
“뭐, 그게 죽어도 불가능하다면, 해당 법안을 개정할 때 국회에 불참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죠? 설마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전성규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김기상의 턱을 들어 올리며, 그 눈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왼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이 제안조차 거절할 경우 어떻게 될지를 알려 주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 그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우리의 관계는 계속 유지될 것 같네요.”
씨익 웃는 전성규의 모습.
검찰 쪽은 국회의원 160명의 명줄을 움켜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