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444
제 444화
444. 87층. 마경 (1)
이전보다 500의 공격력이 상승했다.
그리고 바드레이가 직접 움직여 적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여차하면 너 혼자 행동해도 되겠어.”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움직임이 너무 어설퍼서. 생전의 내 수준만 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막을 수 있을걸?]바드레이는 검이 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지 못했다.
[거기에 그렇게 되면 나라는 무기를 네가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까. 디메리트도 크지.]“그래도 여차할 때 써먹을 수는 있겠어. 여벌 무기를 준비할 필요는 있겠네.”
형상 구현 또한 조금 전에 확인했다. 바드레이는 검의 형태에서 벗어나 인간의 형상을 갖추었다. 하루에 한 시간이란 제약은 있지만 그래도 인간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었다.
그리고 바드레이는 성장형 장비가 되었다.
코스룬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공격력이 상승한다는 내용이 붙은 건 예상외였다.
구체적인 상승량은 직접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적당한 수준만 되어도 충분했다.
[괜찮지?]“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훌륭하네.”
바드레이는 무기로서 차고 넘치는 가치가 있었다.
대략적인 확인을 끝낸 태산은 코스룬에게 찾아갔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코스룬은 나타나지 않았다. 태산은 조용히 기다렸다.
하루가 지난 후, 코스룬은 생기를 찾은 얼굴로 나타났다.
“좋아. 좋아. 그러면 나에게 부탁할 건 생각해 왔나? 내 능력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전부 해주지.”
코스룬은 태산의 장비를 훑었다. 하나하나 살피던 그의 시선이 태산의 손가락에서 멈췄다.
“그 반지는.”
코스룬의 시선은 태산이 가진 흑백의 반지에 박혔다. 코스룬이 탄성을 흘렸다.
“……상당한데. 뭐야? 미궁의 장비로 보이지는 않는데?”
“하프란이 만들어줬어.”
“하프란? 실력이 있는 놈이긴 하지만, 그놈이 저런 장비도 만들 수 있었나? 잠시 확인해봐도 돼?”
태산은 흑백의 반지를 코스룬에게 건네주었다. 반지를 샅샅이 살피던 코스룬의 눈에는 감탄이 서려 있었다.
“대단하네. 하지만 아직 개조할 여지는 있어. 이 반지를 개조해줄까?”
“하프란한테 부탁한 게 있거든. 그 전에 건드릴 필요는 없어.”
수많은 귀중한 재료를 사용해 흑백의 반지를 하나로 합친다. 그것이 태산이 하프란에게 부탁한 의뢰였다.
아마 슬슬 정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구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그래? 아쉽네.”
코스룬이 입맛을 다시며 반지를 태산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면 이거 말고 뭐 필요한 거 없어?”
“있어.”
태산이 화살들을 꺼냈다.
[스스로 자아를 가진 화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화살. 자아를 가지고 움직인다. 일정 범위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 [현재 주인 : 강태산] [현재 공격력 : 3421] [화살의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태산이 이전에 얻어 낸 자아를 가진 화살 여러 개.
스스로 움직이는 만큼 제법 쓸만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꺼내지를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살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큰 의미가 없었다. 태산이 언령이나 의지로 조종해야 쓸모가 있는데, 그러자니 화살을 다루는 데 심력 소모가 제법 들어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투에서 심력을 소모해서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컸다.
그래서 여태 화살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이었다.
태산은 화살들을 쓸모 있게 개조하고 싶었다.
“호오.”
코스룬이 흥미 어린 얼굴로 화살들을 살폈다.
“누가 만들어 낸 것이지? 이런 장비의 경우 만든 이의 의지가 보이는 법인데, 그런 게 전혀 없어. 수준은 무척 높지만…… 그것뿐이야.”
“가능할 거 같아?”
“이런 거라면 충분히.”
코스룬이 화살을 만지작거렸다.
“잠시만 기다려. 적당한 걸 만들어주지.”
코스룬은 화살들을 들고 자신의 공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태산은 담담히 기다렸다.
그도 할 일은 많았다. 우선 바드레이의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태산은 바드레이를 휘두르며 얻어낸 폭풍흉터의 검의 감각을 갈무리했다. 바드레이 또한 홀로 움직이며 검이 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 정도가 지나자, 코스룬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화살이 아닌, 창이 들려 있었다.
“호오.”
공격력이 그의 공격력과 같은 수치가 되었다. 코스룬이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내 상상보다 월등한 수준의 장비였어.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네. 단독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확실해서, 하나로 만들었어. 그 정도면 쓸만할 거야.”
“충분해.”
태산이 창을 들어 던졌다. 허공에 던져진 창은 빠른 속도로 궤도를 그리며 파공음을 터트렸다.
태산이 언령이나 의지로 제어할 필요 없이, 스스로 태산과 동조하여 움직였다. 이 정도면 태산이 앞으로 상대할 적들에게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레벨이었다.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성과였다.
“궁금한데. 그거 누가 만든 거야?”
“글쎄.”
의지를 가진 화살을 얻은 건 잊혀진 사도를 쓰러트렸을 때.
모두에게 망각된 이름 잃은 여신과 관련된 장비였다. 마지막 제단 이후로 여신을 만난 적이 없어서 태산도 잊고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을 텐데.’
아무 의미 없이 미궁에 제단이 있을 리 없었다. 태산은 여신에 대한 퀘스트까지 받았었다.
잊혀진 여신을 숭배하는 자를 찾아가, 그 신앙을 회복하라는 퀘스트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벌써 80층 후반대임에도 아무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진행하는지는 그도 알지 못하니 그저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정리를 끝낸 태산은 코스룬과 작별을 고했다.
“그러면 다시 볼 날을 기대하고 있지.”
코스룬은 즐거워하는 얼굴로 태산을 배웅했다.
태산은 87층을 향해 나아갔다.
87층 퀘스트의 목적은 돌파.
발을 내딛으려 하자 발바밤바가 나타났다.
[87층으로 향하기 전에 제약을 하나 걸겠다. 네 불멸의 격을 봉인하고 필멸의 수준으로 떨어트리겠다.]“마음대로.”
불멸자 수준으로는 원하는 보상도 제대로 얻어낼 수 없으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발바밤바가 미궁의 권한을 이용해 태산의 격을 떨어트렸다.
“그런데 내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 미궁의 수준을 올리는 거 아니었어?”
태산에게 걸맞은 미궁을 만들겠다. 마법사는 분명 그리 말했었다.
[지금의 너는 불멸자다. 너에게 맞는 층을 구하는 것이 그리 쉬울 것 같나? 신들이 관여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발바밤바의 목소리에는 짙은 짜증이 서려 있었다.
[네가 층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여유가 생기겠지만 그것도 아니지. 너에게 제약을 주는 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법사가 별다른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나만 고생을 하는군.]“고생이 많네.”
[이번 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발바밤바는 말했다.
[다음 층을 만들기 위해 적당히 시간을 끄는 층에 가깝지.]“그런 거 말해줘도 돼?”
“그래도 이번 층을 클리어한 다음에는 여유가 제법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벌써 그렇게 됐나.]층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87층을 클리어할 때쯤에는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90층부터는 마법사와 신들이 알아서 담당할 테니, 난 남은 층들만 신경 쓰면 되겠군.]그리 말한 발바밤바가 다시금 돌아갔다.
[이번 지구에서는, 최대한 오래 머물다 오기를 바라지.]“그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서.”
태산은 87층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 하나.
그리고 드넓은 전장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이, 서로 죽이고 죽고 있었다.
태산이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전신이 비틀린 갑옷을 입은 기사가 일어났다. 그가 반쯤 부러진 검을 태산에게 내리찍었다.
태산은 검을 휘둘렀다. 기사가 공격하는 자세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쿠우우웅!
기사가 쓰러지기 무섭게, 거대한 망치가 휘둘러졌다. 집채만 한 외눈박이 오우거의 공격이었다. 태산은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망치가 부서지며 날아간다.
태산은 바드레이를 던졌다. 바드레이가 오우거의 가슴을 꿰뚫고 다시금 돌아왔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끝이 아니었다.
안개를 헤치며,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망가진 기사, 야만족, 짐승, 몬스터.
그들을 바라보던 태산은 손을 들었다.
[당신은 대붕괴를 발동했다.] [당신은 마법 폭발을 발동했다.]만물을 무너트리는 구체가 세상에 구현되었다. 그리고 폭발했다.
쿠구구구궁!
사방이 휩쓸렸다. 힘이 가라앉았을 때, 태산의 주위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감지 범위에서는 몬스터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숫자였다.
“여긴 뭐 하는 곳이야?”
[당신은 레라지에의 영역 탐지를 발동했다.]키이이잉!
파장이 사방을 휩쓴다. 마기를 품은 탐지의 힘이 멈추지 않고 뻗어져 나간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태산은 혀를 두르며 탐지를 그만뒀다.
이곳은 지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소를 여백 하나 없이 몬스터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발바밤바의 말처럼, 정말로 시간을 끌기 위한 층이었다.
“귀환 전에 끝낼 수는 있으려나.”
그리 중얼거린 태산은 발을 옮겼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이태연은 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리아님도 너무하시지. 총애하는 필멸자에게 너무 가혹하신 거 아니야?”
이태연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아니야. 한 번쯤 해보긴 해야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어.”
그녀가 각오를 다잡고 걸음을 옮겼다.
[72층 퀘스트 시작.] [신의 시련을 통과해라.] [보상 : 포악한 공간의 주인이 만든 허리띠.] [비밀 보상 : ???]72층의 통로를 지나자 넓은 빈방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존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여인이었다.
이태연은 빙긋 웃었다.
“기다리고 계셨네요?”
[불의 정령왕. 비슈누가 등장했다.]화염의 정령왕.
비슈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이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
그녀는 이태연을 향해 분노어린 시선을 보냈다.
“감히 우리를 배신해?”
“배신이라뇨? 애초에 저는 당신들과 협력한 적이 없어요. 당신들이 강제로 따르게 했을 뿐. 그건 배신이 아니잖아요?”
이태연은 가볍게 답하며 검을 꺼냈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전투의 자세를 취했다.
“길게 이야기할 건 없잖아요? 바로 시작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