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4
백은하와 송하연의 합동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마무리되었다.
공개적 활동을 일체 하지 않던 특급 신인이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나선 만큼, 그 관심은 더욱 특별했다.
【오늘 자 스승 호소인.jpg】
– 증명하라니까 송하연이랑 둘이서 찜닭 뼈 바르기 내기함 ㅋㅋㅋㅋ
┗ 아니 근데 ㄹㅇ 잘 발라서 놀랍더라.
┗ 집에 하나 데려다 두고 싶음.
┗ 내용이 저래서 그렇지 진지하게 보니까 컨트롤 상당하긴 한 듯?
【얘 또 보고 싶으면 개추.】
– 솔직히 특급 신인이건 유망주건 알바 아니고 귀엽긴 하더라.
┗ 미소녀 헌터 운운하던 일뽕들 1초 만에 노선 변경 ㅋㅋㅋ
┗ 안 꾸며서 좀 너저분한데도 비주얼 말 안 됨. 이제부터 백은하만 빤다.
【근데 농담임? 아니면 진짜 백은하가 스승임?】
┗ 맞다곤 하는데 잘 모르겠음 ㅋㅋㅋ
┗ 그렇게 호소하는데 아니어도 시켜줘야지
【얘 아싸라 하지 않았냐? 영상 보니까 잘만 떠들고 노는데?】
┗ 원래 저런 애들이 현실에서 암 말도 못 함.
┗ 치켜세워주니까 실실 웃으면서 해달라는 거 다 해주던데? 찐 맞음.
┗ 당장 어제도 긴장된다고 해골 꺼내서 집 부숴 먹은 거 기억 안 나냐 ㅋㅋㅋ 송하연 간만에 찐텐으로 화내드만.
커뮤니티의 반응은 대체로 호평이었다. 그동안 특급 신인이라 하면 똑부러지고 유능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탓에,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허나, 그와 동시에 크게 이슈가 되어 문제화 되고 있는 발언들도 존재했다.
【한국의 신성 백은하, 인터넷 방송 통해 잭슨 저격?】
【분석가 이훈, “자신인가 오만인가? 농담조라 해도 경솔하기 짝이 없는 발언.”】
【C랭크 헌터가 A랭크 헌터에게 도전장을 내밀다. 해외 비난 여론 잇따라.】
항상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떠돌고 있는 기자들이 이러한 사건을 놓칠 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백은하의 한 마디는 일파만파 퍼져 여러 나라에서 언급되고,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업보 쌓일 것 같긴 하더라. 누가 질문했냐 저거? ㅋㅋㅋ】
【왜, 패기 넘쳐서 좋드만. 허구한 날 외국 눈치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애초에 잭슨도 방송 발언 때문에 논란 많은 타입인데.】
사실 방송에서 이러한 질문이 나오게 된 데에는, 이전 잭슨의 행보가 관련이 있었다.
지치지 않는 검투사라는 칭호를 가진 그는, 종종 방송에서 사령술 계열 헌터들에 관해 이렇게 말하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싫어하는 편입니다. 여차하면 동료의 시체마저 일으켜 하수인으로 부린다니, 너무 음습하고 볼품없지 않습니까?”
그 발언에서부터 어그로가 끌려 송하연의 방송에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백은하는 가당찮다는 듯 잭슨을 저격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되자 상황은 꽤나 미묘해졌다.
그렇게 사건이 퍼지기 시작한 직후, 결국 송하연과 백은하는 성이 잔뜩 난 누군가의 전화로 호출되어 한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 대상은, 바로 백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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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공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그것도 유명인한테.”
“아니, 그. 별 의미 없었는데…….”
“송하연씨도 송하연씨에요. 방송 경력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쎄하다 싶으면 적절히 제지했어야죠.”
“죄송합니다…….”
사실 현 한국의 헌터계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도 이러한 이슈가 달갑게 여겨질 리는 없었다.
한참 동안 공인의 자세에 대해 잔소리를 내뱉던 서하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여기서만 하는 얘긴데, 잭슨이라는 저 사람. 별로 소문이 좋지는 않아.”
“왜? 뭐 범죄자기라도 해?”
“비슷해.”
그 말에 나와 송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하를 바라보았다. 잭슨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한창 띄워주는 신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
“나도 건너 들은 내용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원래 뒷세계쪽 조직의 거물이었다는 말이 있어. 상층부 인사들과 연결도 굵직하다 하고.”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던 서하가 착잡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듣기로는 굉장히 속이 좁대.”
그건 굉장히 뜬금없는 말이었다.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서하는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는듯한 얼굴로 답했다.
“신인 시절부터 사소하게라도 시비가 붙은 사람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다고 했어.”
“그럼 저희도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저도 그쪽은 과장일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죠. 적어도 정보의 출처만큼은 믿을만한 사람이라서. 게다가 어째서인지 네크로맨서 계열의 헌터들을 병적으로 싫어한다는 모양이에요.”
그 말에 송하연은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문 올릴까요?”
“아무래도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괜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면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허나, 나는 그 말에 불만스런 얼굴로 거절의 의사를 던졌다.
“싫어.”
“왜요? 옛말에 똥은 더러워서라도 피한다잖아요. 진짜 눈 마주쳤다고 담그려 드는 싸이코패스면 어떡해요.”
송하연이 설득했지만, 내 태도는 완강했다. 이번만큼은 나 또한 진심이었다.
“그런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날 무시했는데 참으라고?”
“잭슨이 언제 스승님을 무시했어요?”
“네크로맨서들은 다 볼품없는 쓰레기라잖아.”
그 말에 송하연이 의문스런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송하연을 쏘아보았다.
“근본 없어…….”
“아니 또 왜요!”
“읏. 조, 좀 떨어져. 속 안 좋아.”
성을 내는 송하연을 뒤로하고, 다시 입을 연 서하 역시도 내 의견에 반대했다.
“이번 일은 오빠가 위험해질 수 있잖아. 괜한 위험 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어.”
“…안 위험해. 고작 저런 거한테 뭘.”
서하가 걱정스런 눈으로 침묵하고, 나는 아무래도 때가 되었다 싶어 미루기만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이젠 슬슬 알았잖아. 다 거짓말 아니라니까.”
사실 지금에 와서는 모든 정황이 내 증언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래도 오랜 기간을 함께 보낸 가족이다. 서하가 내 정체를 믿게 되었다는 것 정도는 대충 눈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때 말했던 것들, 정말로 전부 다 사실이라고?”
“그렇대도.”
서하는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어왔다.
“알겠어, 믿을게. 그동안 의심해서 미안해.”
그리고는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결국 지금은 본래 힘을 잃었다는 거 아니야? 상대는 A랭크인데?”
“읏. 무, 문제없어.”
어차피 저쪽 또한 미쳤다고 이 정도 일로 스스로 나서 해코지를 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 송하연이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
“그, 저.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은데…….”
이윽고 송하연이 재생한 것은, 바로 오늘 잭슨이 출연한 방송에서 나왔던 대화 장면이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C랭크? 아직 뭘 모르는 단계니까요. 재능 있는 이들이라면 그 시절 내심 자만에 가득 차곤 하죠. 결국 얼마 못 가 현실을 깨닫게 되지만.]그 발언은 분명히 나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윽고 사회자의 질문과 함께 다시 한번 잭슨의 발언이 이어졌다.
[예, 답변 감사합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한국의 신성 역시 네크로맨서의 칭호를 가졌다고 하는데요, 아직 평소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십니까?] [역시 진정한 전사라면 제 한 몸으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크로맨서들의 싸움에서는 그런 숭고한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제 전투를 본 분들이라면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죠? 우리 꼬마 숙녀분도 훌륭한 헌터가 되고 싶다면 육체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그 영상을 본 백서하와 송하연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내 눈치를 살펴왔다.
“그, 그래도 다행히 별로 신경은 안 쓰는 것 같은데요?”
“…이 정도 반응이라면 문제는 없겠죠.”
솔직히 나는 매우 불만스러웠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온다면 딱히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방송에서부터 시작된 해프닝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바로 그다음 날, 갑작스레 내 생활에 이변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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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히 작은 트러블이었다. 어째서인지 항상 사용하던 결제 수단이 먹히지 않아, 관계자 측에 전화해 힘겹게 문제를 해결했다.
[죄송합니다. 확인 결과 전산상의 오류가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그, 네.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운수가 나쁘다고 생각하며 하던 일을 이어갈 찰나, 갑작스레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띠링.
[FSM교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수신자께서는 그간 망어(妄語)와 악구(惡口)의 죄를 범하였으나 그분께서는 그동안의 삶에서 저지른 부덕과 죄를 모두 사하여 주십…….]“…뭐야?”
티딕.
곧바로 차단 번호를 추가하고 핸드폰을 치웠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우리 아이 시사 교육을 위한 신세대 디지털 신문 정기 구독…….] [Та Хусмандигийн талбайн түүхийг мэдэх үү? Тэнд, хойд насны сайн муу бүхнийг тооцолгүйгээр…….]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메시지들이 핸드폰을 두들겼다.
평소 가끔 스팸 메시지가 오긴 했어도 이런 적은 없었기에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던 찰나, 이번에는 송하연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에이 씨. 오늘따라 자꾸 스팸 메시지가 오네요. 요즘은 외국에서도 난린가 봐요?] [사진]이때부터는 무언가 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이 동시에 이런 일을 겪을 수가 있나?
그런 작은 의심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유명 스트리머 송하연, 알고 보니 소문난 어장관리녀?】
【익명의 제보자 B씨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중학교 동창 C양, 학창 시절부터 평판 좋지 않았다고 증언해.】
띠링.
[아니, 저 중학교 때 친절하기로 소문난 반장이었는데!]뜬금없이 올라오는 날조 기사들에, 송하연은 짜증을 토해내며 온종일 내게 칭얼댔다.
‘…설마.’
솔직히 이쯤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최근 나와 송하연과 마찰을 빚은 인물이라고는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당사자인 잭슨은, 그날 밤 자신의 SNS 계정에 명언을 빙자한 메시지를 던졌다.
【추천하고 싶은 습관 말인가요? 저는 항상 말을 내뱉기 전 세 번은 곱씹는 편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형태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사실상 그것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당사자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새끼, 옹졸해!
나는 참을 수 없이 분노했다. 이 비열한 놈을 당장 앞에 데려다 혼쭐내지 않는다면 화를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띠링.
[아니, 설마 했는데 진짜예요? A랭크 헌터에 잘나가는 갑부씩이나 되는 사람이?]송하연도 그를 인지하곤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고야 말았다.
【게임 플레이 이용제한】
– 해당 계정은 내사 규정에 따라 영구 이용제한 조치되었습니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고객센터 1:1 문의 항목을 이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곤 한동안 자리에 멈춰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손발이 저도 모르게 떨려왔고, 이어서 입 주변의 관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주, 죽일 거야.”
상대가 강대국이건 A랭크의 특급 신인이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나는 싸늘히 죽어버린 계정 앞에서, 반드시 잭슨을 지옥 밑바닥에 구겨 넣어버리겠다고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