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18
218. 낚시
“뭐야아, 사냥 가자고 했으면서어어어.”
곰곰이와 삐삐의 위로 몸을 걸친 지율이가 구시렁거렸다.
곰곰이와 삐삐는 끙긍거리며 지율이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아빠 거짓말쟁이이이이.”
늘어져 있던 지율이가 몸을 뒤집었다.
곰곰이와 삐삐는 재빨리 움직여 등을 받쳤다.
인형 모습이어도 은근히 힘이 세다.
“곰곰이랑 삐삐 힘들겠다.”
내가 말하자 지율이가 입을 떼기도 전, 곰곰이와 삐삐가 목소리를 높였다.
“고옴! 고오오오옴!”
“삐삐삐삐!”
이건 통역이 없어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힘들지 않다고. 자기들은 지율이를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이상한 자존심을 부린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
내가 고갯짓을 하며 말했는데, 지율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곰곰이랑 삐삐가 푹신해서 편해.”
“침대도 푹신하잖아.”
“약간 단단하면서 푹신해.”
“그게 뭐야.”
“진짜 그래.”
테이블 앞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싹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의 신체구조상 너무 푹신해도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뭐든지 받쳐주는 대가 필요한 법이니까.”
가느다란 줄기를 가진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생각하면 확실히 대가 필요하긴 하지.
“사냥은 언제 가아아아아?”
지율이가 투정을 부렸다.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나.”
나는 나가기 전에 냉장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꼭 나가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따 낚시를 하고 와서 부랴부랴 정리를 하느라 정신을 빼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냐아아앙…….”
무룩이는 옆에 와서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심술이 가득했다. 누구보다도 사냥을 즐기는 녀석인지라 뿔이 잔뜩 났다.
보통 사냥을 하는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사자나 상어가 그렇다. 사냥감이 다가와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는 밥을 먹다가도 쥐 모양 장난감을 흔들면 곧장 달려든다.
기본적으로 사냥 욕구가 강하다. 사냥감을 보면 반사적으로 달려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고양이의 사냥 욕구가 강한 이유는 사람이랑 살게 된 이후 수천 년 동안 자유연애를 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쥐만 잘 잡으면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아’라는 식으로 길러지고, 자기 취향의 상대와 자유롭게 교배하여 자손을 남긴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품종이 달라도 겉모습의 차이가 비교적 적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인 개와 비교하면 그러한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야성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무룩이야 말할 것도 없다. 줄곧 휴도에서 살았으니 완전히 야생이기도 했고.
“조금만 기다려. 성질은 급해가지고.”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냉장고 정리를 했다.
평소에도 정리정돈을 꽤 잘한다고 여겼다.
쓸데없는 것들은 절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정리를 하니 버릴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몇 개 보였다.
왠지 반성하게 됐다.
“너무 여유만 부렸나…….”
중얼거리면서 버릴 것들을 따로 챙기고, 냉장고 안쪽은 깨끗이 닦았다.
그때 지율이가 옆에 와서 물티슈를 뽑아 들었다.
“음?”
내가 쳐다보자 지율이는 물티슈로 냉장고 안쪽을 문지르며 말했다.
“도와주려고!”
“그래? 그냥 기다려도 괜찮은데.”
“내가 아빠 도와주면 정리가 더 빨리 끝나잖아. 사냥도 더 빨리 갈 수 있게 되고.”
간단하지만 분명한 사실.
지율이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바로 행동으로 움직이는 게 기쁘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기를 바란다.
가만히 앉아서 불평을 하기보다는 직접 움직여서 바꾸는 사람이 되는 게 좋다.
“빠아.”
“응?”
“아까 투정부려서 미안.”
나는 깜짝 놀라서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멈췄다. 청소를 하던 손이라 더러웠으니까. 대신 나는 팔로 지율이의 머리를 살짝 얹었다.
“안 미안해도 돼.”
“아니야, 미안해야 돼. 아빠는 힘들게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데, 나는 투정을 부렸잖아.”
세상 어느 아이가 이렇게 자전적일까.
“고마워.”
“천만에!”
하하 웃으면서 다시 냉장고를 닦으려는데 나와 지율이 사이로 무언가 물컹한 게 비집고 들어왔다.
무룩이였다.
나와 지율이가 쳐다보는데, 무룩이는 발톱에 물티슈를 걸어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냉장고 안쪽에 물티슈를 얹고는 닦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을 물티슈로 문지르던 무룩이가 나와 지율이를 보고는 목소리를 냈다.
“뭘 보냥? 빨리 해라옹! 그래야 사냥 갈 거 아니냥!”
나는 다시 냉장고 정리에 열중했다.
솔직히 지율이와 무룩이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냉장고 정리를 훨씬 더 즐겁게 할 수 있었으니 도움이 됐다면 또 됐지만.
* * *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오!”
지율이가 장난감 같은 작은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곰곰곰! 곰곰곰!”
“삐삐삐! 삐삐삐!”
“멍멍멍! 멍멍멍!”
곰곰이, 삐삐, 핫도그도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
그때 앞장서던 무룩이는 고개를 홱 돌리고는 역정을 냈다.
“시끄럽다냥! 시끄럽게하면 고기가 다 도망간다냥!”
아직 바다까지 수백 미터는 남았다.
오랜만에 사냥을 하는 게 기대되는지 무룩이는 은근히 예민하게 구는 듯했다.
하지만 앞서가면서 꼬리를 양옆으로 살랑거리는 게 잔뜩 신난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착장 근처에 다다랐다.
우리는 갯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휘둘렀다.
싹이가 미니 낚싯대를 만들어줘서 곰곰이, 삐삐, 핫도그 그리고 무룩이까지 앞에 낚싯대를 뒀다.
철썩.
얕은 파도가 치는 소리.
정적이 흘렀다.
다들 신나서 왔지만, 낚시라는 게 그렇다.
정적이다.
언제나 동적인 아이들에게는 힘들지도.
나는 슬쩍 눈치를 살폈다.
의외로 지율이는 즐겁게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지율이의 시선은 바다에 머물렀다.
강척을 오갈 때도 난간에 붙어서 즐겁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지율이에게는 결코 지루한 시간이 아닐지도.
삐삐는 귀를 이리저리 쫑긋거리며 앉아 있었는데, 그냥 햇빛을 받는 게 좋은 듯했다. 달토끼인데 해를 좋아하다니. 달빛은 햇빛이나 다름없으니 사실 둘 다 좋아하는 게 맞나?
물고기를 먹지 않는 삐삐야 낚시에 열광할 이유가 없었다.
핫도그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낚싯대에 앞발 하나를 얹은 채로 꼬리를 살랑거렸다. 이따금씩 헥헥거리며 우리를 둘러봤다. 마치 ‘나 잘하고 있지?’라고 묻는 듯했다.
곰곰이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유심히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온하게 낚시가 이어지는가 싶은 찰나였다.
“냥!”
무룩이가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낚싯대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냥냥냥냥냥냥냥!”
나는 당황하면서도 웃음이 터졌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나를 한 번 슥 쳐다봤던 무룩이는 다시 앞발로 낚싯대를 후려쳤다.
“웃지 말라냥!”
“하하하하! 웃기니까 그렇지!”
지율이도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핫! 무룩이 바보 같아!”
“바보 아니다냥!”
무룩이는 양옆으로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혹은 좌우로 꼬리를 한 번씩 털어냈다.
“이게 뭐냥! 이건 사냥이 아니다냥! 하나도 재미없다냥!”
지율이는 자신의 낚싯대를 내려놓았다.
싹이가 덩굴을 움직여 낚싯대를 고정했다.
“무룩아.”
지율이는 무룩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렇게 있는 것도 은근히 재밌어! 저기 바다 봐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재밌어.”
“진짜냥?”
“진짜야.”
무룩이는 지율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
햇빛이 반사되어 푸른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재미없다냐아아아앙!”
무룩이가 또다시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으냐아아아앙!”
이내 무룩이는 바닥에 드러누워서 뒷발을 차고 뒹굴거렸다.
지율이는 그저 재미있다는 듯이 무룩이를 내려다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아하하하핫! 무룩이 되게 웃기다!”
무룩이의 땡깡은 계속 이어졌다.
“이건 사냥이 아니다오오오옹! 사냥을 하고 싶다냐아아앙!”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무룩이 곁에 다가가 물었다.
“사냥은 어떻게 하는 거야?”
무룩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고는 양 앞발을 들고 일어섰다.
“사냥은 이렇게, 요렇게, 이렇게 하는 거다냥.”
무룩이는 혼자서 쉐도우복싱을 하듯 양 앞발을 이리저리 뻗어 보였다.
“그리고?”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무룩이가 양 앞발로 무언가를 덥썩 잡듯이 움직였다.
“이렇게다냥! 이렇게 잡는 거다냥!”
“그럼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잡는 거네?”
“그렇다냥! 맞다냥!”
잠시 고민하던 나는 몸을 살짝 틀었다.
“어쩌면 저쪽에 잡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내가 선착장과 갯바위 사이를 가리키자 무룩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에 뭐가 있냥?”
지율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가 있는데?”
어느새 곰곰이와 삐삐, 핫도그도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다들 눈빛으로 물음표를 날렸다.
평화롭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가만히 앉아서 있는 낚시가 그리 재밌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단 가보자.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내가 걸음을 뗐는데, 싹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가는 거냐? 이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싹이가 덩굴을 뻗어 모든 낚싯대들을 잡고 있었다.
“그거, 줄이 당겨지는 느낌이 들면, 그때 들어 올리기만 하면 돼.”
내가 손짓을 하며 말하자 싹이는 눈썹을 찡그렸다.
“부탁할게!”
내가 손을 흔들어 보였고, 지율이도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
“싹아 부탁해!”
아이들도 전부 손이든 앞발이든 들면서 목소리를 크게 냈다.
“고옴!”
“삐이!”
“멍!”
“잘 낚아라냥!”
그렇게 갯바위에 싹이를 남겨두고 내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내가 확인하려는 것은 바로 통발.
매번 설치만 해두고 잘 활용하지 않았다.
조금 귀찮기도 했고, 강척에 종종 들르고 하면서 먹을 것이 모자랄 일이 없는 탓이었다.
돈이라는 게 이렇다. 그냥 조금 수고스러울 것 같으면 돈으로 해결해 버리게 된다.
기껏 귀촌했는데, 통발도 좀 자주 활용해야지. 낚시도 더 자주하고.
“자, 한 번 확인해 볼…….”
통발을 끌어올리려는데 무언가에 걸렸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음? 이상하다. 다시 한 번…….”
나는 있는 힘껏 통발을 끌어당겼다.
“흡!”
하지만 통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지? 뭐 걸릴 데가 없을 텐데?”
특수한 신소재로 만든 줄로 연결돼 있어서 끊어질 염려는 없었다. 그래서 더 있는 힘껏 당겼다. 하지만 여전히 통발이 끌리지 않았다.
나는 지율이가 체중 조절을 아예 하지 못했을 때, 100킬로그램이 넘어가도 한 팔로 감싸서 안고 날아다녔다.
아마 순수한 근력 하나로는 헌터들 중에서도 상위권 혹은 최상위권 근처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힘껏 당기는데 안 들린다고?
아무래도 통발이 망가질까봐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듯하다.
“이번에는 진짜 당긴다.”
줄다리기를 하듯 자세까지 잡고 통발을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빠아! 내가 도와줄게!”
지율이가 통발 줄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러자 통발 줄이 쑥 끌려왔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끌어올려진 것은 통발이 아니었다.
거대한 게였다.
몸통의 가로 폭만 5미터는 될 듯했고, 다리까지 합치면 10미터 이상이었다.
성벽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캐슬크랩, 월크랩, 성대게, 성벽대게 등으로 불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지율이는 성벽대게를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게가 되게 크다아아아!”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