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25
225. 우리의 하루(3)
무당벌레는 귀엽다.
동글동글 반질반질하고, 동그란 반점이 콕콕 박혀 있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아마 벌레 중에서 손꼽을 만큼 귀엽다고 생각한다.
오죽 귀여우면 로봇청소기 디자인으로도 채택되고, 각종 장신구의 디자인이 되기도 할까.
그만큼 호감형이라는 뜻이다.
무당벌레는 진딧물 등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 익충이기도 하다.
예부터 담긴 의미도 좋다.
무당벌레가 앉으면 그 자리에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무당벌레가 길조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진실한 사랑이 찾아올 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성모 마리아와도 연결점이 있는데, 중세 유럽에서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벌레가 발생하여 거의 모든 농작물이 파괴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했다. 이에 성모 마리아가 농작물을 해치는 무당벌레를 보냈다는 이야기. 이후 무당벌레에게 주어진 이름이 숙녀 딱정벌레(ladybeetle). 더 지나서는 지금처럼 레이디버그(ladybug)라 불리게 됐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예를 들어 숙녀 새(ladybird)라고도 불렸다거나.
독일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벌레라 불리기도 하고, 네덜란드어로는 주님의 작은 동물, 스페인어로는 작은 마리아, 러시아어로는 주님의 작은 소, 아르헨티나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성 안토니오의 작은 소 등 다양하다.
행운의 상징이 되고, 여전히 날아오면 소원을 빌고 놓아주기도 한다.
나도 무당벌레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으끼야아아악!”
무당벌레가 솥뚜껑 사이즈가 되니 안 귀여웠다.
“우악! 우악! 우아악!”
눈이 마주쳤다.
무당벌레랑 눈이 마주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길게 펼쳐진 날개의 붕붕거리는 소리가 위협적이었다.
“우와아아! 무당이네!”
지율이는 그런 무당벌레가 반갑다는 듯이 소리를 쳤다.
“고옴!”
곰곰이는 거대한 무당벌레 경계하듯 양 앞발을 들어 올렸다.
“삐이?”
삐삐는 별 생각이 없는 듯했고.
“멍!”
핫도그는 무당벌레가 반갑다는 듯이 폴짝 뛰었다.
거대 무당벌레는 우주선처럼 착륙하더니 날개를 접었는데, 무슨 커다란 비닐봉지가 구겨져서 등껍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하하핫! 되게 크다!”
지율이는 로봇청소기를 집어 들고 거대 무당벌레 앞으로 가져갔다.
“자! 친구!”
거대 무당벌레의 시선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 정도의 지능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일단 공격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움직임도 그랬고,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 감각이 더 올라갔구나.
곰곰이와 삐삐, 핫도그의 말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영향이었다.
마력을 넘어서서 생물 자체가 가지는 기운 같은 게 있다.
모든 생물이 지니는 특유의 기운.
이런 게 아마 ‘기’, ‘오라’, ‘차크라’ 같은 거겠지.
마력과는 다른 정신적인 에너지.
“아!”
곰곰이와 삐삐가 로봇청소기를 본 적이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게 거대 무당벌레를 말했던 거구나!
로봇청소기를 본 게 아니라, 무당벌레를 본 적이 있는 거였어!
아닌가?
그렇다면 왜 곰곰이가 거대 무당벌레를 경계했지?
그렇게 의문을 품은 순간이었다.
“고오오오옴!”
곰곰이가 거대 무당벌레의 등에 양 앞발을 얹었다.
거대 무당벌레가 몸을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수화를 하듯 더듬이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고옴!”
곰곰이가 거대 무당벌레의 등 위로 올라갔다.
“삐삐!”
삐삐도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라 등 위로 올랐다.
“엇! 나도나도!”
지율이는 손을 뻗다가 거대 무당벌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도 올라가도 돼?”
거대 무당벌레가 더듬이를 움직이자 지율이가 활짝 웃었다.
“고마워!”
허락한 모양이다.
“멍멍멍!”
핫도그도 거대 무당벌레의 뒤에 올랐다.
처음에는 너무 큰 벌레라서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등에 태워주는 걸 보니 착한 것 같다.
하긴, 밀크본벌레에 비하면 귀여운 편인 듯하다.
아마 고성우도 거대 무당벌레를 보면 기절하겠지.
“왕무당이 귀엽다!”
벌써 이름도 지어줬다.
“음?”
무룩이는 다소곳이 앉아서 꼬리를 이리저리 살랑거리고 있었다.
“무룩아, 너도 가서 타.”
나의 말에 무룩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거대 무당벌레를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냥.”
무룩이가 선택한 것은 로봇청소기 위였다.
“냥!”
무룩이는 앞발로 로봇청소기를 탁탁 두드렸다.
타타타타타타탁.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면서 움직였다.
무룩이는 구름을 타는 신선처럼 가만히 있었다.
로봇청소기가 이리저리 움직였고, 지율이가 왕무당벌레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왕무당아, 우리도 저렇게 하자!”
왕무당벌레도 로봇청소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음.”
싹이는 왠지 모르게 심각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나의 물음에 싹이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라.”
싹이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뭐 하는… 엇?”
발밑이 꿀렁거렸다.
덩굴들이 움직여서 나와 싹이를 움직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옆으로 움직이고,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했다.
“제법 재미있구나.”
그렇게 네모집 안에서 우리는 무슨 공정과정에 놓인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 * *
“나중에 또 봐!”
지율이가 손을 흔들었고, 아이들도 함께 인사를 건넸다.
왕무당벌레는 양쪽 더듬이를 좌우로 크게 흔든 다음 어디론가 날아갔다.
녀석도 휴도에서 함께 사는 가족이다.
그렇다.
가족이지만 식구는 아니다.
아니어서 다행이다.
네모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좀 그렇다.
“이것은 무엇이냐?”
싹이는 식기세척기에 관심을 보였다.
지율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이거 그릇 목욕기야!”
틀린 말은 아닌데.
“그릇 목욕…?”
싹이가 의구심이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응! 그릇들이 여기 안에 들어가서 뜨겁게 목욕하는 거야!”
지율이의 기운찬 말에 싹이는 곧바로 수긍했다.
“그렇군. 흥미롭구나.”
싹이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흥미로워. 그릇들의 목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상당히 흥미롭다. 어떻게 그릇들이 목욕을 한다는 건지…….”
이제 눈치도 주네.
“하하, 참나.”
나는 설거지거리가 있나 봤는데, 그릇 하나조차 없었다.
“이런.”
내가 중얼거리다 모두가 시선을 모았다.
“너무 부지런한 탓이야.”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우수한 탓에 설거지거리 하나 없네.”
아이들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왜 저래?’라고 쓰여 있는 듯했다. 그러다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는데, ‘왜 저럴까?’ ‘나도 몰라’ ‘이상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좀 받아주지.
아니면 그냥 이해를 못한 건가.
“으흠, 에헴.”
멋쩍음에 괜한 헛기침만 수차례 하며 냉장고 앞으로 갔다.
“그럼 설거지거리를 좀 만들어볼까?”
다들 배가 고파질 참이었다.
“좋아! 뭐 먹을 거야? 메뉴는 뭐지?”
지율이의 물음에 내가 되물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지율이는 조금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입도 작게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왜 그렇게 놀래?”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지율이는 엄지와 검지를 펴고 턱 아래로 가져갔다.
“내게 선택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당연히 선택권이 있지.”
“하지만 보통 아빠가 맛있는 걸 해주면 그걸 먹잖아. 이렇게 내가 고르게 될 줄이야.”
“하하, 말해봐.”
“다 해줄 수 있어?”
“음……. 못할 수도 있지만 노력해볼게.”
다시 고민하던 지율이는 다른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희는 뭐 먹고 싶어?”
아이들 전부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곰곰아?”
곰곰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목소리를 냈다.
“고옴?”
허니포켓.
그냥 꿀이 제일 좋은 녀석이다.
“삐삐는?”
삐삐는 곧바로 대답했다.
“삐삐삐삐!”
신선한 거!
핫도그는 물어보기도 전에 헥헥거리다가 멍멍 짖었다.
뭐가 됐든 맛있는 거를 원했다.
“싹아?”
싹이는 팔짱을 끼더니 한참 동안 고민하는 듯했다. 눈썹을 찡그리고 미간을 좁히면서 꽤 고심하는 것 같더니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먹는 것이라면 다 괜찮다.”
다들 평소에 메뉴 선택을 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이게 어려운 모양이다.
“지율이가 골라.”
내가 말하자 지율이는 고개를 크게 기울였다.
“으으으음…….”
그러다 지율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안 돼!”
“응? 갑자기 뭐가 안 돼?”
“이건 불리해!”
“잉?”
뭐가 불리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나는 메뉴를 잘 몰라! 많이 모르잖아! 그래서 불리해!”
엉뚱한 대답에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 웃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무래도 오늘 나와 아이들의 바이오리듬 같은 게 안 맞는 듯하다.
“흠흠.”
나는 괜히 목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꼭 정확한 메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뭐 어떤 종류가 먹고 싶다거나, 어떤 재료가 좋다거나, 찜, 튀김, 국, 구이 같은 것만 말해도 되지.”
정확하게 콕 집어내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요소들부터 택하면 될 일이다.
지율이는 지금도 충분히 독립심도 있고 자주적이며 능동적이지만,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크기에 작은 부분에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음, 그럼…….”
팔짱을 끼고 오른손 검지로 뺨을 쿡 찌른 채 고민하던 지율이.
“아!”
지율이가 눈을 크게 떴고, 얼굴에는 빛이 드리운 듯이 환해졌다.
“잠깐만 기다려?”
지율이는 갑자기 마이패드를 가져와서 애니메이션을 켰다.
한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이었는데, 저녁식사로 고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저마다 먹고 싶은 요리도, 재료도 달랐다.
결국 각자 먹고 싶은 걸 고르자며 마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이것저것 담았다.
장을 보고 와서는 왠지 모르게 서로 삐쳐 있었다.
각자 먹자며 서로가 좋아하는 재료로 요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요리를 하는 것도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다.
막상 그 요리도 그냥 그렇구나 싶어진다.
다른 가족이 가져온 재료도 맛있을 것 같고.
그러다 가족들은 화해하기 시작한다.
딱히 크게 싸운 것은 아니어서인지 특별히 사과를 하지 않는다.
가볍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결국 가족들은 각자 구입한 재료들을 총동원해서 요리를 하기로 한다.
“이렇게! 이렇게 여러 재료들 다 들어간 게 먹고 싶어!”
지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마이패드를 가리켰다.
아이들도 전부 동의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할 수 있어?”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당연하지.”
뭔들 못해주겠어.
“그럼 뭐야? 다 들어간 거 뭐야? 무슨 요리할 거야?”
지율이가 신난 목소리로 물었다.
곰곰이, 삐삐, 핫도그도 눈을 반짝거렸다.
무룩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혀를 한 번 날름거렸는데, 잘못 보면 나를 사냥하려는 것 같았다.
싹이는 팔짱을 끼고 은근히 다른 곳을 보며 덤덤한 척했지만, 귀는 분명히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아무래도 전골이 좋지 않을까?”
내가 말하자 지율이와 아이들이 방방 뛰었다.
“전골 만세!”
“고오오옴!”
“삐삐이이!”
“멍멍!”
“냥!”
“전골이라…….”
내가 씩 웃으며 물었따.
“그렇게 좋아?”
“응! 전고오오올!”
그러다 지율이가 뛰는 것을 멈추고 해맑게 물었다.
“그런데 전골이 뭐야?”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2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