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24
224. 우리의 하루(2)
웃음이 세상에서 가장 전파력이 강한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이따금씩 절대 웃어서는 안 될 곳에서 웃음을 참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해프닝도 발생한다.
꾹 참아도 웃음이 입술 틈에서 새어나오는 상황은 흔하디흔하다.
영화나 만화를 봐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은 클리셰처럼 쓰인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음,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살짝 걸곤 한다.
그만큼 자의만으로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웃음이다.
중요한 점은 이 웃음이라는 게 가지는 의미다.
웃음은 좋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웃기만 해도 수명이 늘어난다고도 한다.
심지어 가짜로 웃어도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웃는 얼굴이 침 못 뱉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웃으면 좋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열거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그렇게 좋아?”
절대로 자기가 들고 가겠다면서 로봇청소기를 박스째로 꼭 끌어안고 있는 지율이.
“응!”
지율이의 앙 다문 입술에 기쁨과 의지가 잔뜩 서렸다.
“하하, 참나.”
지율이가 계속 싱글벙글 웃으니 나도 웃는다.
우리 부녀는 어쩌면 조금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었다.
계속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리나항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왜 웃는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지율이를 한 번씩 보고는 생긋 웃어 보였다.
너무 귀엽다면서 웃기도 하고, 그냥 웃는 모습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귀엽다면서 웃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지율이라서 웃는 것 같았다.
내가 혼자서 그냥 웃고 다니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따님이 너무 예쁘네요.”
“마트 다녀오시나 봐요.”
“그건 어디서 사신 거예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 몇 마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율이와 함께 있어서 더 그렇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웃는 얼굴이 좋음에는 틀림없다.
* * *
휴도.
네모집 앞.
식빵을 구우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무룩이.
“냥.”
잠꼬대를 했다.
“냥?”
꿈에서 츄르를 뺏겼다.
“냥!”
눈을 번쩍 떴다.
“헥헥헥헥헥헥.”
앞에서는 핫도그가 식빵 굽는 자세를 따라 하고 있었다.
“헥헥헥헥헥헥.”
무룩이가 일어나니 반갑다고 꼬리를 마구 흔드는 핫도그. 꼬리 흔드는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헬리콥터처럼 날아갔을지도.
“냐아앙.”
잠에서 깬 무룩이는 조금 분했다. 꿈에서 츄르를 훔쳐간 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냐아아앙…….”
무룩이가 갑자기 앞발로 핫도그의 머리를 팡팡 때렸다. 솜방망이 같은 앞발은 소리마저 솜방망이로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
“헥헥헥헥.”
핫도그는 맞은지도 모르겠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이 부은 무룩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투실투실한 볼에 심술이 가득했다.
“냐아아앙.”
고양이는 원래 변덕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숨어 있다.
사자를 제외한 고양잇과 동물은 기본적으로 단독 생활을 한다. 어디를 집으로 삼을지, 얼마나 쉴지, 사냥은 언제 할지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모두를 스스로 정한다.
단순히 변덕쟁이인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인 성격은 모든 판단을 스스로 하는 덕분이다.
기본값이 1인 사업장의 사장님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냥냥냥!”
무룩이가 또다시 핫도그의 머리를 팡팡팡 때렸다.
“헥?”
핫도그는 여전히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냐아아앙.”
무룩이가 벌떡 일어났다.
핫도그도 벌떡 일어났다.
무룩이는 천천히 핫도그에게로 다가가더니 앞발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통의 고양이였다면 핥아서 그루밍을 해줬을 테지만, 무룩이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었으니까.
“멍!”
핫도그가 함께 놀자면서 폴짝 뛰었다.
“알겠다냥.”
무룩이가 꼬리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걸음을 뗐다.
고양이가 독립심이 강하니 뭐니 해도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변덕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 * *
“곰곰! 곰곰곰!”
곰곰이가 앞발을 이리저리 휙휙 뻗었다.
푸른빛이 가득한 동굴.
푸른 나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빛으로 가득 채웠다.
그 아래로는 허니포켓이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프앙! 프와앙!”
팜독들은 열심히 허니포켓 농사를 짓고 있었다. 원래 농사를 짓는 습성이 있는 팜독들에게 잘 자라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허니포켓은 축복 그 자체.
“고옴! 곰곰!”
팜독들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곰곰이는 마치 감독관처럼 이리저리 앞발을 휘둘렀다.
“삐!”
삐삐가 곰곰이의 등짝을 한 대 때렸다.
“고오옴!”
곰곰이가 역정을 냈지만, 삐삐는 아랑곳하지 않고 등을 한 대 더 때렸다.
“삐이!”
“고옴?”
“삐삐삐삐삐삐!”
삐삐는 팜독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방해나 하지 말라면서 나무랐다.
“고곰, 고고곰.”
곰곰이는 구시렁거리며 괜히 바닥을 발로 찼다.
“삐잇!”
삐삐의 구박에 곰곰이가 성질을 내려는 찰나였다.
“프왕.”
팜독 대장이 허니포켓을 한아름 내밀었다.
“고옴?”
“삐이?”
곰곰이와 삐삐가 당황하는데 팜독 대장은 활짝 웃으며 허니포켓을 내밀었다.
“프왕.”
성질을 내며 싸우던 곰곰이와 삐삐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팜독 대장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허니포켓을 받아들었다.
“고옴.”
“삐이.”
곰곰이와 삐삐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팜독 대장이 다가와 양 앞발로 곰곰이와 삐삐의 등을 토닥였다. 이내 곰곰이와 삐삐는 서로를 가볍게 토닥거리며 화해했다.
팜독 대장은 활짝 웃었고, 곰곰이와 삐삐는 그 자리에서 허니포켓을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 * *
“다 읽었다.”
싹이가 책을 덮었다.
“꽤 심오한 내용이었어.”
싹이가 책을 내려놓았다. 지율이의 동화책 중 하나였다.
“곧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토일과 지율이를 떠올리던 싹이는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침대 끝에서 끝으로 구르기를 수차례.
“약간 배고픈데.”
토일과 지율이를 기다리는 싹이였다.
* * *
요트 앞.
“어이쿠, 잠시만요.”
요트를 본 설치기사들이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기세척기를 요트 위로 나른 적은 없는 탓이었다.
“그냥 여기 내려주고 가세요.”
나의 말에 설치기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 그래도 올려드려야 되지 않겠어요? 어떻게 하시려고…….”
“곧 사람 오거든요. 괜찮습니다.”
아마 도와줄 각성자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설치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에만 내려놔드리고 저희는 가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끌어안고 있는 지율이가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아아아아.”
설치기사들은 아빠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떴다.
주변에 딱히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식기세척기 박스를 번쩍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 아빠 힘 세다!”
지율이의 응원에 나는 살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지율아, 힘은 네가 훨씬 세잖아.
순간적으로 어른과 아이가 바뀐 느낌이었다.
그냥 무조건 ‘잘한다잘한다’ ‘오구오구’ 하는 느낌.
“읏차.”
식기세척기를 내려놓자 지율이가 잠시 로봇청소기를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아빠 최고!”
칭찬이니 고마우면서도 뭔가 기분이 묘했다.
일단 웃음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 * *
휴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투명장막을 지났다.
“오.”
투명장막을 지났는데도 휴도가 보이지 않았다.
투명장막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뜻.
얼마 지나지 않아 휴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선착장에 아이들이 나와 있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도 들고, 약간 걱정도 되려는 찰나였다.
“빠아! 저기!”
고개를 돌리자 무룩이, 곰곰이, 삐삐, 핫도그 그리고 싹이가 나뭇잎배를 타고 있었다.
“무룩아아아! 곰곰아아아! 삐삐야아아아! 핫도그야아아! 싹아아아아!”
지율이가 크게 양손을 흔들어 보였고, 아이들도 전부 화답했다.
“고오오옴!”
“삐삐이이!”
곰곰이와 삐삐, 싹이는 앞발과 손을 흔들었다.
“멍멍멍멍멍멍!”
핫도그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짖었다.
무룩이는 뱃머리에 앉아서 우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흡.”
나는 손짓을 해서 바람을 일으켜 나뭇잎배를 공중으로 띄웠다.
“집으로 가자.”
* * *
다 함께 네모집으로 돌아왔다.
“새 식구를 데려왔어!”
지율이가 로봇청소기 박스를 들어 보였다.
다들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박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새 식구 말고 새 식사를 내놓으라옹.”
무룩이가 바닥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밥은 이따 아빠가 줄 거야.”
지율이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어설프게 박스를 열기 시작했다.
“아빠가 도와줄까?”
“아니야! 내가 할 거야!”
“그래그래.”
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지율이는 어설프게 박스를 뜯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비닐에 곱게 포장된 로봇청소기를 꺼내들었다.
“짜아아아아안!”
커다란 무당벌레처럼 생긴 로봇청소기.
모두 로봇청소기로 시선이 쏠렸다.
“예쁘지?”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모두 흥미로운 듯 웅성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로봇청소기 한 대로 저럴 일인가?
“이것이 무엇이냐?”
싹이의 물음에 지율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청소기인데 로보트야!”
싹이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무엇이냐?”
핫도그는 로봇청소기의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킁킁킁킁킁킁킁킁킁킁킁킁.
곰곰이와 삐삐도 로봇청소기 주위를 맴돌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곰곰, 고오오옴.”
곰곰이가 말하자 삐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삐삐삐삐.”
지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얘를 본 적이 있다고?”
그러자 곰곰이와 삐삐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옴!”
“삐삐!”
그때 핫도그는 자신도 본 적이 있다며 짖었다.
“멍멍!”
아마 뒷산에서 무당벌레를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냐냐냥.”
무룩이가 앞발을 쭉 뻗어 로봇청소기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다 버튼을 건드렸는지 로봇청소기에 불빛이 들어오더니 윙윙 소리가 났다.
“냐앙!”
깜짝 놀란 무룩이가 냥냥 펀치를 날렸다.
탁탁탁.
지율이가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 나무랐다.
“무룩아! 새 식구인데 때리면 되니? 무당이 때리지 마!”
“저게 먼저 덤볐다냥!”
“덤빈 거 아니야! 켜진 거야!”
“난 그게 뭔지 모른다냥!”
곰곰이와 삐삐는 계속 로봇청소기를 본 적이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고오옴!”
“삐삐삐삐삐!”
그때 본 거랑 똑같다는 말이었다.
어라? 나도 이제 곰곰이랑 삐삐의 말을 제법 알아들을 수 있네?
예전에도 뉘앙스를 파악할 때가 있기는 했는데, 전보다 더 통역이 잘 됐다.
“멍!”
핫도그가 갑자기 네모집을 뛰쳐나갔다.
쟤는 갑자기 또 왜 저래?
그 와중에 싹이는 손을 턱으로 가져간 채 로봇청소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소리는 별로지만 생김새나 불빛은 나쁘지 않구나.”
그때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탁.
바닥의 먼지를 쓸어담는 소리였다.
“우와! 우와! 움직인다!”
지율이가 기뻐했고, 무룩이는 더 기겁했다.
“냐앙! 덤비라옹! 내가 이긴다냥!”
무룩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양 앞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니, 로봇청소기랑 싸우지 말라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는데 핫도그가 요란하게 돌아왔다.
“멍멍멍멍멍!”
고개를 돌린 나는 비명을 질렀다.
“으끼야아아아악!”
핫도그의 위로 거대한 무당벌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2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