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23
223. 우리의 하루(1)
식기세척기 결제를 마치자 남자가 양손을 모으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마리나항까지만 옮겨주시면 돼요.”
“마리나항이요?”
남자가 웃으며 다시 말했다.
“댁에 저희가 직접 옮겨드리고 설치까지 해드립니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섬까지 배달은 어렵지 않으신가요?”
“섬…이요?”
“네. 저희 집이 섬에 있어서요.”
“아…….”
남자는 적잖이 당황하더니 무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것 같기는 한데요…….”
“하하,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마리나항까지만 옮겨주시면 됩니다.”
“저게 무게도 그렇고, 혼자서 옮기시기에는 힘드실 텐데…….”
“괜찮습니다.”
“그럼 일단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이쪽으로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나는 남자가 건넨 명함을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럴게요.”
옆에서 듣고 있던 지율이가 기운차게 말했다.
“제가 도울 거니까 괜찮아요.”
남자는 지율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뭔가 안심이 되네?”
“그쵸?”
남자는 꿈에도 모르겠지.
어쩌면 지율이는 세상에서 힘이 가장 셀지도 모른다는 것을.
* * *
“근데 우리 청소기 있잖아?”
로봇청소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왜 또 청소기를 사?”
지율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로봇청소기니까.”
나의 대답에 지율이는 여전히 의구심이 가득한 눈이었다. 아니, 의구심을 넘어서 의심이 담겨 있었다.
“로봇청소기?”
“응.”
“그럼 진짜 로보트야?”
진짜 로봇이냐고 묻는다면 아니지만, 그렇다고 로봇의 기능이 없지도 않고. 사실 로봇보다는 자동청소기라는 표현이 맞는 걸까? 그냥 자동으로 돌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똑똑하게 이곳저곳 찾아다니니 로봇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이런 걸로 깊게 고민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절반쯤?”
나의 적당한 대답에 지율이가 눈썹을 찡그렸다.
“에에? 그게 뭐야.”
“진짜 그래.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데, 로봇이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래.”
“흐으으으으음…….”
잠시 고민하던 지율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로보트처럼 생겼어?”
“로보트…….”
부분적으로 로봇 같은 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율이가 생각하는 형태는 아니겠지.
“로보트처럼 생기지는 않았어.”
지율이는 곧장 부정적으로 변했다.
“에이, 그럼 별로다.”
“별로야?”
“응. 로봇청소기는 사지 말자. 돈 아껴야지.”
순간 우리는 돈을 아낄 필요 없다고 할 뻔했다. 그건 곤란하다. 그런 가치관은 지양해야 한다. 지나치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구두쇠로 살 것도 없지만, 돈을 아낄 줄 몰라서도 안 된다.
절약할 줄도 알고, 쓸 때는 쓸 줄도 아는, 그런 완벽함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굳이 로봇청소기가 굳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한 대쯤은 있으면 괜찮을 듯하다.
돈이 많으면 적당히 쓰기도 해야지.
“평소에는 아껴야 되지만, 또 쓸 때는 써야 돼.”
“그런가?”
“그럼.”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해 봐. 로봇청소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공짜로 주는 게 아니잖아?”
“아니지.”
“로봇청소기를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했을 거 아니야?”
“맞아.”
“그럼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잖아? 그래야 가족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맞아! 중요한 일이야!”
“그런데 로봇청소기가 한 대도 안 팔리면 어떻겠어?”
지율이가 진심으로 걱정하며 되물었다.
“로봇청소기가 한 대도 안 팔려?”
“아니, 그런 건 아니지. 근데 많이 팔리면 로봇청소기 만든 사람들이 더 기쁘겠지?”
“그럼 우리 많이 사자! 열 대 사자!”
가끔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고. 또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이 살 거니까. 그러니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고,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지.”
지율이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래! 그럼 사자!”
“사는 거야?”
“응! 아빠가 사고 싶어 하니까!”
“그건… 맞는 말이네. 가자 그럼.”
극적으로 타결에 이른 우리는 로봇청소기 매장으로 향했다.
* * *
휴도.
토일과 지율이가 없어도 휴도의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멍!”
오늘도 이유 없이 신난 핫도그는 헥헥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다 핫도그의 눈에 띈 것은 무룩이였다.
“멍! 멍멍멍!”
핫도그가 무룩이 옆으로 다가가 짖었다.
“…….”
식빵을 구우며 꾸벅꾸벅 졸고 있던 무룩이가 한쪽 눈을 살짝 떴다.
핫도그는 곧장 후다닥 움직여 무룩이의 맞은편으로 가서 식빵 굽는 자세를 따라 했다.
“헥헥헥헥헥헥헥헥.”
꼬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핫도그가 무룩이에게 바라는 것은 분명했다.
눈을 살짝 떴던 무룩이는 핫도그를 보며 가볍게 콧김을 뿜었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멍!”
핫도그가 짖자 무룩이가 다시 눈을 떴다.
“시끄럽다냥…….”
무룩이가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면 핫도그가 또 짖었다.
더 자려는 무룩이와 같이 놀자는 핫도그의 싸움.
둘은 한참 동안 그러고 있었다.
* * *
곰곰이와 삐삐는 사이좋게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삐이?”
삐삐가 연보랏빛 꽃 한 송이를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삐삐삐삐삐.”
삐삐가 꽃을 가리켰다.
“고옴?”
곰곰이가 이름 모를 꽃으로 다가섰다.
“삐삐삐삐.”
삐삐는 꽃에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리고 눈을 감고 향을 즐겼다.
“삐이이이이이.”
보기에도 예쁘고, 산뜻한 향기에 삐삐는 행복감을 느꼈다. 한껏 뒤로 젖혀진 귀는 등에 닿았다.
“삐삐삐… 삐?”
갑자기 향이 확 약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삐삐가 눈을 떴다.
꽃이 사라져 있었다.
짭짭짭짭.
삐삐가 고개를 돌렸다.
곰곰이가 꽃을 먹고 있었다.
짭짭짭짭짭짭.
곰곰이는 염소처럼 꽃을 열심히 씹었다. 줄기만 입 밖으로 나와서 위아래로 바삐 움직였다.
“삐이이이이이잇!”
삐삐가 곰곰이의 머리를 때렸다.
“고옴?”
곰곰이도 금세 도끼눈을 뜨고는 삐삐를 밀쳤다.
“고옴! 곰곰곰곰곰곰!”
“삐삐삐삐삐삐!”
사이좋게 산책을 하던 둘이 싸우기 시작했다.
곰곰이는 별로 맛도 없는 꽃을 먹었다고 왜 난리냐며, 삐삐는 예쁜 꽃을 왜 먹었냐며, 그렇게 한참 동안 싸웠다.
평소 같았다.
사이가 좋다가도 다투고, 다투다가도 사이좋게 지내고.
* * *
네모집 안.
싹이는 혼자서도 꽤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잠시 침대에 몸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싹나무와 정원을 살피고 있었다.
‘신기하군.’
누워 있던 싹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손을 뒤집으며 손등과 손바닥을 바라봤다.
‘싹나무의 중심에 가지 않은 지 벌써 며칠째지?’
싹이와 싹나무는 하나다.
싹나무가 나고 나서 싹이가 사람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마치 싹나무가 먼저인 듯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싹이는 싹나무의 중심에서 나왔다.
씨앗에서도 그 중심이 싹이였을지도 몰랐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 이상의 난제.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되는 것 같군.’
싹이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재미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싹이는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대화에는 지장이 없지만, 읽는 것은 아직 어린이 수준.
“재밌어.”
싹이는 천천히 한 글자씩 곱씹으며 책을 읽었다.
* * *
네모집 지붕 위.
“뽥?”
지나가던 꼭꼭이가 잠시 들렀다.
“뽜앍.”
꼭꼭이는 그 자리에서 알을 낳았다.
큼지막한 청란이 지붕을 타고 굴렀다.
통통 튕기며 바닥에 떨어졌다.
워낙 껍질이 두꺼워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뽥.”
알을 낳은 꼭꼭이는 그 대가를 받아가는 양 네모집 지붕을 쪼기 시작했다.
“뽜앍.”
꼭꼭이는 기어이 지붕 일부를 뜯어먹은 다음 떠났다.
* * *
로봇청소기 매장.
“흐으으으으으으음.”
지율이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원반처럼 생긴 로봇청소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빠아.”
“응?”
“로보트 아니야.”
“그런가?”
“응. 로보트처럼 안 생겼어.”
“저렇게 생긴 로보트도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런가?”
“그럼.”
로봇청소기 앞에 쪼그려 앉은 지율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흐으으으으으으음.”
지율이가 로봇청소기를 째려보고 있는데, 여자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찾으시는 모델 있으신가요?”
그러자 지율이가 되물었다.
“더 로보트처럼 생긴 로봇청소기는 없어요?”
여자는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전부 비슷하게 생겼네? 그래도 동글동글 귀엽지 않아?”
“음…….”
지율이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안 귀여워요.”
“그래? 정말? 잠깐만 기다려?”
여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더니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금세 돌아온 여자는 양손으로 로봇청소기를 들고 있었다.
“이건 어때?”
고개를 돌린 지율이의 눈이 점점 커졌다.
지율이의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여자가 가지고 온 로봇청소기도 다른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둥근 모양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무늬였다.
로봇청소기가 무당벌레 같은 모습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지율이가 감탄을 금치 못하자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너무 귀엽지?”
“네! 귀여워요!”
“무슨 벌렌 줄 알아?”
“무당벌레요!”
“맞았어.”
“만져봐도 돼요?”
여자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면서 무당벌레처럼 생긴 로봇청소기를 내밀었다.
“그럼.”
지율이는 로봇청소기를 슥슥 쓰다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안아봐도 돼요?”
여자는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는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미소로 얼굴을 흠뻑 적신 채 말했다.
“이게 무거워서……. 괜찮으려나? 들 수 있겠어?”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힘세요.”
그러자 지율이가 곧바로 말을 보탰다.
“맞아요! 저 힘 세요!”
“조심해야 돼?”
여자가 조심스레 로봇청소기를 내밀었다.
지율이는 로봇청소기를 소중하다는 듯이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빠아!”
“응.”
“로보트 맞아!”
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로보트 맞아?”
“응! 로보트야!”
“귀여워?”
“엄청! 무당이야!”
벌써 이름까지 지어줬다.
“데려가자!”
지율이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다.
내가 뭐 어쩌겠나.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면서 지갑을 꺼낼 준비를 했다. 이미 카드는 장전된 상태였다.
“얘는 이제 제가 데려갈게요!”
지율이가 말하자 여자는 눈이 한껏 휘어지게 웃었다.
“그럴래?”
“네!”
“그럼 잘 데려갈 수 있게 넣어줘도 될까?”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지율이가 로봇청소기를 양손으로 내밀었다.
“응, 최선을 다할게. 맡겨줘.”
여자가 로봇청소기를 받아들었다.
나는 카드를 내밀면서 말했다.
“계산은 이걸로 부탁드릴게요.”
“할부하시나요?”
“아니요, 일시불로 계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기…….”
“네, 말씀하세요.”
“이거 기능도 좋은 거 맞죠?”
여자가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생긋 웃어 보였다.
“그럼요, 신형이라서 기능도 제일 좋아요.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로봇청소기 구매를 완료했다.
“무당이 너무 귀엽다…….”
내가 필요해서 산 건데, 지율이가 훨씬 좋아하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