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47
247. 5월의 크리스마스 (2)
무룩이를 향해 ‘같이 가게?’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평소에 같이 다니지도 않는데, 기회가 될 때 함께 나들이 겸 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머리 위는 좀 실례인 듯하니까.”
손을 뻗어 루돌프 머리 위의 무룩이를 내렸다.
“내가 안고 있을래!”
지율이가 손을 뻗었다.
“그럴래?”
“응!”
나는 무룩이를 지율이 품에 안겼다. 그리고 지율이를 들어서 루돌프 등에 태웠다. 그 뒤에는 내가 자리했고.
“출바알!”
지율이가 웃으며 목소리를 높이자 커다란 루돌프가 허공에 발을 내디뎠다.
당연하게도 진동 같은 것은 전해지지 않았다.
루돌프는 보이지 않는 바닥을 만드는지 허공에 발을 내디디며 날아올랐다.
“다녀올게!”
지율이는 지상의 아이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렇게 다 같이 하늘나라로 향했다.
* * *
당연히 거숭이 가족이 살고 있는 하늘나라일 줄 알았다.
희한하게도 휴도 위를 계속 날아올랐는데, 우리가 알던 구름땅을 가진 하늘나라는 없었다.
대신 일종의 투명장막을 지나고 루돌프가 절벽에 발을 내디뎠다.
문득 백설공주가 도움을 청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백설공주가 맞나 싶었다.
백설공주가 왜 하늘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루돌프랑은 또 무슨 상관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알고 도움을 요청했는지도.
만나서 물어볼 게 많을 듯했다.
“끼에엥.”
절벽 위에 착지한 루돌프의 등에서 내렸다.
“루돌프는 여기서 기다린대.”
지율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으로 가면 되겠지?”
일단 절벽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지율이에게 안겨 있던 무룩이가 땅으로 내려갔다.
“내가 앞장서겠다냥.”
왠지 모르게 의욕이 넘쳐 보이는 무룩이.
“오늘 따라 기운이 넘치네?”
“난 원래 기운이 넘친다냥.”
“웬일로 같이 왔어?”
“내 마음이다냥.”
더 말해봐야 비슷한 대답만 돌아올 것을 알기에 헛웃음만 치는데, 지율이가 무룩이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쓰다듬었다.
“무룩이는 제멋대로야.”
딱히 좋은 말도 아닌데 지율이는 한없이 해맑게 말했다.
“그런 칭찬은 하지 않아도 된다냥.”
무룩이는 그걸 또 칭찬으로 받아들였고.
절벽 주변을 조금 벗어나지 곧장 울창한 숲으로 이어졌다.
이런 하늘섬이 존재할 줄이야.
하긴, 누군가 보면 휴도도 만만치 않겠지.
“흐으으으으읍, 파아아아아!”
지율이가 양팔을 넓게 벌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흐으으으으읍, 파아아아아!”
바닥에서 뒤꿈치까지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는 지율이.
내가 실실 웃으며 보고 있자 지율이가 말했다.
“빨리 아빠도 해.”
“뭐 하는 건데?”
“산림욕이야.”
“그건 집에서 해도 되지 않아?”
“그렇기는 한데.”
이제 그냥 집이라고 하면 휴도를 통째로 포함시킨다.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피톤치드! 피톤치드!”
지율이는 다시 팔을 넓게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웠는지.
나도 일단 양팔을 벌리고 따라 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던 무룩이.
“냐, 냥…….”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는지 무룩이도 어설프게 서서 양 앞발을 넓게 벌리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 * *
산림욕을 마치고는 다시 숲길을 따라 걸었다.
“백설공주는 진짜 눈처럼 하얄까?”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야?”
“어디까지나 비유니까.”
“비유?”
“백설공주를 눈처럼 하얗다고 하듯이 말하는 걸 비유라고 해.”
“아하!”
그때 앞장서서 걷던 무룩이가 멈춰 섰다.
“조용히 해라냥.”
나와 지율이도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지율이가 묻자 무룩이는 주변을 경계하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냥! 나오라냥!”
그제야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력 감지에 능하고, 단순히 마력을 넘어선 육감도 발달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숨어도 소용없다냥!”
무룩이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착각한 거…….”
내가 목소리를 내는 찰나였다.
“제법이군.”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한 나무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뛰어내렸다.
위장을 하듯 초록색, 갈색, 검은색으로 뒤섞인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재규어였다. 털이 뒤덮인 양손과 동물의 관절을 가진 다리까지.
이종족인 수인이었다.
“넌 뭐냥?”
무룩이가 목소리를 내자 재규어 수인이 피식 웃었다.
“조그만 녀석이 기세만 좋구나.”
그 와중에 지율이는 재규어 수인을 보고는 놀라워했다.
“우와아아아…….”
지율이의 두 눈이 반짝였다.
“고양이 사람이야!”
반가운 놀라움이었다.
재규어 수인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내게는 로바라는 이름이 있다.”
로바가 송곳니를 드러내도 지율이 눈에는 그저 귀여운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로바야 안녕!”
로바는 지율이에게 겁을 주기는 글렀다 느꼈는지 입술을 실룩이며 시선을 옮겼다.
“넌 뭐냥?”
무룩이의 물음에 로바가 되물었다.
“너희들이야말로 어디서 어떻게 온 거지? 여기에 온 목적이 뭐냐?”
로바는 털이 수북한 오른쪽 손등을 보이며 손톱을 세웠다.
“대답 여하에 따라…….”
분명한 위협.
하지만 지율이가 신경 쓰였는지 굳이 말을 더 잇지는 않았다.
그랬다.
로바는 위협하는 와중에도 곁눈질로 해맑은 지율이를 살폈다.
애초에 로바에게서는 공격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나저나 수인은 처음 보는데, 미량의 마력도 없는 부분은 의외였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냥?”
무룩이가 앞발을 들어 발톱을 세워 보였다.
“재밌는 녀석이로군. 보통 너 같은 고양이들은 나를 보면 벌벌 떠는데.”
로바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저기…….”
내가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여기에 백설공주를 만나러 온 거거든.”
지금까지 공격성이 없던 로바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하악질을 했다.
“공주님을 어떻게 알고 왔지…?”
지율이는 로바가 화를 내는데도 평온하게 말했다.
“앗, 화났다.”
나는 곧장 양손을 들어 보이며 달랬다.
“오해하지 마. 백설공주가 도움을 청해서 온 거니까.”
“뭐? 공주님이?”
로바는 잠시 시선을 돌리며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이번에는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긴 했지. 하지만 왜 모르는 녀석들에게…….”
무룩이가 로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 있으면 안내나 하라냥!”
로바는 경계심을 거두고는 몸을 틀었다.
“알겠다. 따라와라.”
나는 걸음을 떼면서도 당황하며 물었다.
“그냥 이걸로 된 거야? 더 확인할 건 없어?”
“그렇다. 사실 초대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도 없으니까. 공주님께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도 맞고.”
그렇게 우리는 로바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로바는 밧줄처럼 굵고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꼬리가 좌우로 살랑거렸는데, 유심히 바라보던 지율이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로바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순간적으로 꼬리를 샥 움직여 피해냈다.
“냥.”
무룩이가 앞발을 뻗었지만, 이번에도 로바는 꼬리를 피해냈다.
지율이의 헛손질과 무룩이의 앞발질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던 로바가 몸을 홱 돌렸다.
“그만들해라!”
지율이는 무안했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
무룩이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난 안 미안하다냥.”
로바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몸을 돌렸다.
탁.
터텁.
로바가 방심하자마자 지율이와 무룩이가 꼬리를 잡았다.
“너희들…!”
로바는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뗐다.
“그래, 잡아라. 잡고 있어라.”
역시 로바는 은근히 착한 녀석인 듯하다.
“로바는 여기 사는 거야?”
지율이가 물었다.
“그래.”
“언제부터 살았어?”
“오래됐다.”
“얼마나 오래?”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다.”
“우와아.”
“딱히 놀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지율이는 다시 해맑게 물었다.
“그럼 백설공주님이랑은 무슨 사이야?”
“공주님과는…….”
과거에 로바는 그냥 재규어였는데, 마녀의 힘으로 지금 같은 모습이 됐다.
로바는 마녀의 명령으로 백설공주를 해치려고 했다.
“백설공주님은 송곳니와 손톱을 드러내는 나도 감싸주셨지. 뭐, 어차피 덤벼도 이길 수 없었을 테지만.”
로바의 말에 지율이가 눈을 크게 떴다.
“백설공주님은 세구나?”
“그래.”
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녀는 왜 백설공주를 해치려고 한 거야?”
“아름답고 강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거지. 겨울도 싫었고.”
“겨울?”
“그래. 겨울.”
어느새 숲길의 빛깔이 달라져 있었다.
초록빛 숲에 빨갛고 노란 단풍이 내려앉았다.
“여긴 가을이네!”
지율이가 손짓을 하자 로바가 말했다.
“곧 겨울이 올 거다.”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숲길을 따라 걷는데 입김이 나기 시작했다.
곧 땅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걸 알 수 있었고, 나무들은 나뭇잎 대신 새하얀 눈이 자리했다.
나와 지율이는 반팔 차림.
나는 괜찮지만, 지율이가 추운 건 신경 쓰였다.
“지율아, 춥…….”
무룩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갑자기 추워졌다냥.”
반면에 지율이는 그저 해맑았다.
“와아아아아, 신기하다. 갑자기 겨울이 됐어.”
나는 로바를 향해 말했다.
“애가 입을만한 옷은 없어?”
“조금만 더 가면 있다. 잠시 참아라.”
“지율아, 아빠한테 붙어. 무룩이 너도.”
나는 화삼을 먹은 효과로 체온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몸이 뜨끈뜨끈해지자 무룩이가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
“우왕냥, 따뜻하다냥.”
평소에 애교라고는 전혀 없던 녀석이 들러붙으니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지율이는 내 다리에 몸을 찰싹 붙인 채 걸음을 뗐다.
“빠아, 따뜻해.”
“조금만 참아. 더 가면 옷 있대.”
“괜찮은데.”
“그래도 잘 입어야 되니까.”
그렇게 우리는 숲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 * *
“잠깐 이쪽으로.”
로바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광산이었다.
“여기는 들어가면 춥지도 않다. 따라와라.”
굴에 들어서자 특유의 습한 냄새가 났다.
확실히 온기도 제법 있었고.
의외로 어둡지는 않았다.
은은하게 노란빛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깡, 깡, 깡, 깡.
무언가를 캐는 소리가 울렸다.
“어디 가는 거야?”
나의 물음에 로바가 앞을 가리켰다.
“거의 다 왔다. 난쟁이가 보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난쟁이.
일곱 명이 아닌 한 명뿐이었는데, 더 놀라운 점은 눈사람이라는 사실.
둥그런 머리와 몸이 붙어 있고, 바게트빵처럼 생긴 팔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난쟁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냥 눈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난쟁이는 팔 끄트머리에 곡괭이를 끼운 채 일하고 있었는데, 로바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어디 갔다 오는…….”
우리를 본 난쟁이가 흠칫 놀랐다.
“뒤, 뒤에는 뭐야?”
로바는 걱정 말라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공주님을 구하러 왔다고?”
“그래. 지상에서 올라왔다.”
“인간이? 고양이가?”
“그래.”
“멍청한 소리.”
“공주님께서 직접 도움을 요청하셨다.”
“뭐? 그런…….”
그때 지율이가 기운찬 목소리를 냈다.
“최선을 다해서 백설공주님을 도울게!”
그러자 난쟁이는 코도 없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하, 웃기지 마라 꼬맹아. 공주님이 너 같은 꼬맹이에게 도움을 받을 일은 없을 거다.”
“너도 그래?”
지율이의 물음에 난쟁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고?”
“너도 나도 똑같이 꼬맹이잖아.”
“나는 꼬맹이가 아니야!”
지율이는 난쟁이 옆으로 가서 키를 재더니 씩 웃었다.
“내가 조금 더 큰데?”
“이익…!”
내가 끼어들기 전, 로바가 나지막이 말했다.
“적당히 해라. 그리고 공주님께서 무슨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난쟁이는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꼬맹이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난 집에서도 아빠 많이 도와주고 있거든.”
지율이가 활짝 웃었고, 난쟁이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옷부터 단단히 입어야 될 테니까.”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