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41
41. 양치기 소년
갑자기 솟아오른 힘은 조금 곤란한 일을 만들었다.
또각, 하고 손톱을 깎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사기그릇이 과자처럼 부러졌다. 설거지를 하다가 실수했다.
또각. 또각. 뚝. 뚜둑. 또각.
사기그릇과 접시를 일부러 조각조각 내며 감을 익혔다. 다음 그릇까지는 수세미질을 하다가 부쉈지만, 그다음부터는 괜찮았다.
내 몸을 이해하고 배워 나간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고개를 돌렸다.
지율이가 입을 살짝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묻어났다. ‘헤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왜?”
“그냥!”
“싱겁기는.”
내가 피식 웃으며 다시 설거지에 열중하자 지율이가 다가와 물었다.
“나 싱거워?”
“응?”
지율이는 자신의 팔등에 혀를 살짝 대보더니 나를 올려다봤다.
“진짜 싱겁네? 어떻게 알았어?”
“하핫! 그게 아니야.”
싱겁다는 말의 의미를 알려줘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지율이가 궁금해하는 게 많아졌다. 다르게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나 상황이 늘어났다.
전에는 눈만 마주쳐도 모든 걸 이해했는데, 언어를 익히고 나서는 특유의 감각에 의지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이해했다.
감각 혹은 능력이 약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선호하는 거였다.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느끼고, 표정을 살피고, 입으로 설명하고, 귀로 듣는 등.
지율이가 본래 가진 능력보다는 훨씬 불편하고 번거로울 터. 하지만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상호작용이고, 사랑이 함께면 더욱 중요한 일이다.
매 순간순간이 전부 행복을 전하는 일이기에 번거롭거나 불편하지 않다. 전부 즐거운 과정이 된다.
“그렇구나아.”
싱겁다는 것에 대해 이해한 지율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물었다.
“그럼 짠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맛의 싱겁다와 짜다는 반대의 표현에 가깝지만, 사람에게 말할 때는 다르다. 이걸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온갖 예시를 들어가며 엉성하게 설명하는데, 지율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경청했다.
“고오옴.”
어느새 자리에 앉아 있던 곰곰이는 자기도 이해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삐삐잇!”
왠지 삐삐는 지기 싫어서 그런 듯했고.
“양치질하고 잘까?”
내가 그릇들을 정리하며 말하자 지율이는 활짝 웃어 보였다.
“응!”
아이들 중에 양치질을 싫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괜히 초코맛, 딸기맛 치약이 나오는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양치질을 즐겁게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지율이도 어린이 치약을 쓴다. 특별히 달달한 맛이 나는 제품은 아니고, 어른용에 비하면 조금 덜 매운 정도.
지율이는 처음부터 양치질을 즐겼다.
“히히히히.”
이를 드러내고 위아래로 열심히 닦는데 거울을 보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와.”
“그러게.”
나는 왜 게거품부터 생각이 나는 건지. 오랜만에 게나 먹어볼까? 게를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더라? 금방 또 육지에 들르기는 좀 그렇고. 휴도에서 잡기는 힘들려나?
아까 저녁을 먹고 치웠는데, 또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맛이 좋아지기는 했다. 전에는 그냥 살려고 먹었는데, 이제는 먹으려고 산다는 말이 반쯤은 맞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 * *
“우와아! 편하다!”
새 매트리스 위에 누운 지율이는 만세를 한 채 웃었다.
곰곰이와 삐삐도 지율이 옆쪽에 자리를 잡은 상태.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지율이 옆으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곰곰이와 삐삐를 베개 삼았다.
“이야, 진짜 편하네.”
내 머리에 깔린 곰곰이와 삐삐가 발버둥을 쳤다.
“고오오옴!”
“삐삐이이잇!”
나는 양손으로 곰곰이와 삐삐를 잡고 뒤통수로 눌렀다.
“가만히 있어. 너희들은 오늘 내 베개야.”
“고옴?”
“삐잇?”
“그래. 오늘 이러고 잘 거야.”
“고오오오옴?”
“삐삐이잇?”
“응. 아침까지.”
“고오옴! 고오오옴!”
“삐삐삐삐삐삐삣!”
곰곰이와 삐삐는 기겁을 하며 바둥거렸다.
“하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내가 놓아주자마자 곰곰이와 삐삐는 지율이의 머리맡에 찰싹 달라붙었다.
지율이는 위로 손을 뻗어 곰곰이와 삐삐를 만졌다.
“귀여워어어어!”
우리가 즐겁게 웃는 와중에 무룩이는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그리고 누워 있는 내 다리 사이에 몸을 웅크리며 자리를 잡더니, 정강이에 턱을 걸쳤다.
다리로 전해지는 무룩이의 복슬복슬한 털과 온기가 왠지 뭉클했다. 항상 툴툴거리긴 하지만 역시 우리는 가족이구나 싶었다.
“빠아! 책 읽자!”
“그럴까?”
마이패드를 앞에 놓고 책을 골랐다.
오늘 지율이가 고른 책은 ‘양치기 소년’.
화면을 옆으로 슥슥 밀어 넘기며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지율이는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다. 지율이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곰곰이와 삐삐도 전부 이해는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울였다.
전부 읽고 나니 지율이가 탄식을 내뱉었다.
“늑대가 양을 다 잡아먹었어.”
“그러게.”
“엄청 큰 늑대였나 봐.”
“하하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보통 혼자서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할 텐데.”
“진짜 늑대가 나타났는데도 아무도 안 나왔어. 나왔으면 양들이 살았을 텐데.”
“그래서 평소에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계속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는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으니까.”
지율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짓말은 나쁜 거구나.”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거짓말은 무조건 나쁜 걸까? 선의로 가득하더라도? 거짓말로 인해 결과가 좋더라도?
“대체로 그렇지.”
나의 대답에 지율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착한 거짓말도 있을 수 있어?”
“그럴 수도 있는 거 같아.”
“어떻게?”
“우리가 양이랑 같이 산다고 생각해 봐.”
“귀엽겠다! 양털 만져보고 싶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양이랑 같이 사는데, 밖에 양이 무서워하는 늑대가 지나갔어. 그런데 그 늑대는 지나가기만 하고 아무 짓도 안 했어.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거야.”
“응응.”
“근데 양이 밖에 늑대가 지나갔냐고 물어봤어. 양은 밖에 늑대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면 계속 무서워할 거야. 그럼 양한테 늑대가 지나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가아?”
“앞으로 늑대가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계속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러니까 거짓말을 해도 괜찮지 않아?”
“아니.”
“왜? 그래도 진실을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
“응!”
“왜?”
“양은 무섭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을 수도 있잖아!”
평소에는 또래보다도 순수한 듯한 지율이다. 그러다가도 가끔 이렇게 놀라게 만든다.
“그렇네. 그럴 수도 있겠다.”
“어려운 문제 같아!”
“하하하! 그렇지. 어려워.”
“착한 거짓말이어도 양치기 소년처럼 맨날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그럼 다들 안 믿어줄 거야.”
“맞네. 우리 지율이 똑똑하네.”
활짝 웃으며 지율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다리가 간질거렸다. 무룩이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이 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무룩이가 얼른 자래.”
지율이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게. 늦었다. 자자.”
밤이 깊어갔다.
* * *
휴도는 언제나 맑은 느낌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해가 쨍쨍했다.
어제 육지에서 구입한 파라솔을 펼쳤다.
“우와! 그림자 생겼어!”
지율이는 파라솔 아래서 해맑게 웃었다.
“좋지?”
나는 테이블 위에 그릇을 놓고, 시리얼을 집어 들었다.
“자.”
형형색색의 시리얼 쏟아지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오?”
지율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게 뭐야?”
“시리얼이라는 거야. 과자…….”
생각해 보니 지율이는 과자를 먹어본 적도 없었다. 조민택이 내준 담백한 쿠키를 먹어본 게 다였다. 알껍데기를 과자처럼 먹기는 했지만.
육지에 들러놓고는 유아용 과자를 살 생각도 못 했다. 다른 것들을 워낙 많이 사느라 정신이 없긴 했는데. 괜히 반성을 하게 된다.
스스로 꽤 꼼꼼하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깜빡하는 게 생긴다. 육아를 하면 다 이런가? 지율이 간식거리가 될 것들을 찾아야겠다. 아니면 육지에 또 들르든지.
“과자?”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까까. 알껍데기처럼. 간식이야 간식.”
“이거?”
지율이가 주먹을 내밀더니 손바닥을 폈다. 자그마한 알껍데기 조각을 만들어냈다.
“응 그런 거지. 근데 맛이 다양해.”
“우와아. 무슨 맛인데?”
“엄청 많아. 달기도 하고 짜기도 하고.”
“먹어보고 싶어!”
“지금은 없어.”
“아.”
“지금은 시리얼 먹으면 되잖아.”
“맞네!”
“근데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응! 알아!”
“알아?”
“응! 뭐든지 적당히!”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시리얼 한 개를 집어 들어 지율이의 입에 넣어줬다.
“어때?”
바삭거리는 소리가 울렸고, 지율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있다! 엄청난 맛이야!”
“그래?”
“응! 상당해!”
지율이는 내게 알껍데기를 내밀었다.
“빠아! 먹어!”
“그래, 고마워.”
나는 알껍데기를 입에 넣고 우둑우둑 씹었는데, 지율이가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아아아아아.”
“……?”
“시리얼.”
지율이가 크게 벌리고 있는 입을 가리켰다.
“알았어.”
시리얼을 하나 쏙 넣어주자 지율이는 활짝 웃었다.
“맛있어!”
“시리얼도 과자처럼 맛이 되게 많아.”
“정말?”
“응. 다음에는 종류별로 사자.”
“좋아!”
지율이는 또 시리얼이 먹고 싶은지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냈다.
“이제 우유 부어서 먹어야지.”
“우유랑 같이 한 번에?”
“응, 시리얼은 그렇게 먹는 거야.”
시리얼 네 그릇을 준비했다.
나와 지율이 그리고 곰곰이와 삐삐까지.
곰곰이와 삐삐는 인형 상태라 플라스틱 그릇에 조금씩 담아줘도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지율이는 양손을 모으고 눈을 잠시 감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눈을 뜨고는 다시 힘찬 목소리를 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내가 말하자 곰곰이와 삐삐도 숟가락을 집었다.
“고오오옴!”
“삐삐잇!”
곰곰이와 삐삐는 대체 어떻게 된 구조인지 시리얼을 씹는 소리가 났다. 그냥 볼 때는 봉제인형이나 다름없었다. 입도 막혀 있었고. 마치 인형 위로 숟가락을 들이미는 모습이었는데,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더러워지지도 않았고.
지율이는 숟가락을 쥔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먼저 먹어보라는 듯한 눈빛. 나는 곧바로 시리얼을 한술 떠서 먹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지율이와 눈을 마주쳤다. 지율이도 그제야 설레는 얼굴로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와작. 와작와작.
고작 시리얼 한 그릇에 지율이는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런 지율이를 행복하게 바라봤다.
“빠아!”
“응?”
“이것도 같이 먹어!”
지율이는 알껍데기 몇 조각을 내 시리얼 위에 뿌렸다.
“……고, 고마워.”
딸 덕분에 강제로 건강해지는 나날이었다.
* * *
작은 드라이버를 나사에 맞춰 빙글빙글 돌렸다. 지율이가 얼굴을 그린 꼭꼭이의 알 위쪽에 경첩을 달았다. 다시 봐도 한기가 서린 패왕의 알처럼 보였다. 예술성은 상당했다. 보고 있으면 묘하게 웃음을 자아냈으니 작품으로서 가치도 있었다.
뒤쪽에 경첩을 달자 머리 뚜껑이 여닫히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기괴해졌지만, 안에 무언가를 보관할 수도 있으니 쓸모가 많아졌다.
짭짭짭짭.
무룩이는 지율이가 내밀고 있는 츄르를 열심히 핥아먹고 있었다.
“이제 다 먹었다!”
지율이가 다 짜낸 츄르를 거두려는 순간이었다.
탁.
무룩이가 오른쪽 앞발을 뻗어 지율이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아직이다냥.”
무룩이는 츄르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 먹고 나서야 만족한 듯했다.
“잘 먹었다냥.”
지켜보고 있던 내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배고팠어? 하나 더 줄까?”
“지금은 이거면 충분하다냥.”
“마지막까지 쥐어짜던데.”
“원래 깨끗하게 싹 먹어야 되는 거다냥. 순찰 갈 건데, 같이 갈 거냥?”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아, 맞다. 잠깐만 기다려.”
나는 무룩이에게 가느다란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하자.”
“그게 뭐냥?”
GPS가 달린 목걸이였다. 무룩이야 휴도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으니 굳이 필요한가 싶었지만, 그래도 보험처럼 달아주고 싶었다. 언제든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게.
“목걸이야. 치장하게.”
“필요없다냥.”
“에이, 그래도 사 온 성의가 있는데.”
“싫다냥.”
“무룩아.”
“됐다냥. 난 가겠다냥.”
무룩이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이따 츄르 더 맛있게 준비할게.”
무룩이가 움찔하더니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츄르를, 더 맛있게, 준비한다고냥?”
“응.”
“그게 진짜냥?”
“음…… 사실 더 맛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분명히 다를 거야.”
“흥미롭구냥.”
“그러니까 이거 해라. 멋질 거야.”
“약속은 지켜라냥.”
“내가 언제 안 지킨 적 있어?”
결국 무룩이는 목걸이를 했다.
“어떠냥? 멋지냥?”
의미는 없었다.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가느다란 목걸이를 산 게 원인이었다. 무룩이는 털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도 목걸이가 털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다.
“응, 멋있어! 진짜 멋있네!”
지율이는 무룩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빠아, 하나도 안 멋있―”
나는 황급히 지율이의 입을 막았다.
“무룩아! 진짜 멋있다! 최고야!”
“그러냥?”
무룩이는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몸을 틀어 보였다.
지율이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내 손을 치웠다.
“빠아, 똑같은―”
나는 또다시 지율이의 입을 막고는 애써 웃었다.
“하하하하! 무룩아, 얼른 순찰 다녀와. 가.”
“알았다냥, 이따 보자냥.”
무룩이가 자리를 뜬 뒤, 지율이가 혼을 내듯 말했다.
“아빠 왜 거짓말했어!”
“방금 이게 선의의 거짓말 같은 거야. 하얀 거짓말. 착한 거짓말.”
“흐음.”
“무룩이는 멋지게 보이는 걸 좋아하잖아. 실제로 무룩이는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목걸이는 해도 똑같았는데. 털 때문에 안 보였어.”
“그치. 그래도 여전히 무룩이가 멋진 건 맞잖아. 기왕이면 기분 좋은 게 좋잖아.”
“그건 그래.”
“그리고 저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무룩이가 보고 싶을 때 찾기 쉬워지거든.”
지율이는 그건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자, 그래서 지율이 것도 준비했어.”
지율이의 목걸이는 줄이 가늘고, 하늘혹등고래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 당연히 그 안에는 GPS 장치가 있었고.
“나는 언제나 아빠 곁에 있을 건데?”
순간 귓속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율이의 한마디가 좋은 의미로 크게 다가왔다. 금세 귓속의 소리는 사라졌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지율이를 가볍게 안았다.
“그럼, 당연히 그렇지. 그냥 목걸이가 예쁘니까 선물로 주는 거야.”
“고마워!”
지율이도 나를 꼭 끌어안았다.
짧은 부녀의 포옹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것이었다.
“곰곰이랑 삐삐 거는?”
지율이가 물었다.
곰곰이와 삐삐도 외출을 한 상태.
“걔네는 무룩이가 금방 찾으니까 괜찮아.”
“무룩이만 찾으면 되는 거구나!”
“그렇지. 사실 항상 집에 잘 찾아오긴 하지만.”
GPS는 큰 의미가 없었다. 현재 나는 순찰을 나간 무룩이가 있는 방향이 느껴졌다. 아까 외출한 곰곰이와 삐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력 감지 능력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고, 지율이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아빠?”
농지 쪽에서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지율이의 손을 잡았다.
“아빠랑 농지에 다녀올까?”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4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