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0
처음 무대에 올라간 메릴이라는 이름의 지원자.
다른 심사위원들은 그저 별로라는 표정으로 종이에 엑스표를 치는 와중에도, 나탈리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하나 하나 캐물었다.
[캐릭터를 제대로 잡고 연기한 건가요? 나이는? 이름은? 그 인형은 왜 갖고 싶었던 거죠?] [사촌의 영혼이 인형에 들어갔다는 설정이라면, 그 사촌과 화자에겐 어떤 얽힌 관계가 있어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나요?] [방금 그 연기는 공포 연기라기엔 단순히 놀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눈썹이 올라가고 눈이 커지는 건 놀랄 때와 비슷하지만, ‘공포심’의 경우에는 입술 가장자리가 아래로 수축하면서 아래턱 피부가 밑으로 움직이는 반응이 함께 나타나요. 근육 움직임에 유의하면서 다시 한 번 해보세요.]이건 마치, 오디션이라기 보다는 연기 수업.
유명은 감탄했다.
그녀는 짧은 시간에도 지원자들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나아진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메릴은 파랗게 질린 상태에서도, 나탈리의 조언을 열심히 따른다.
나탈리는 미세하게 조언을 바꿔가며 그녀를 두 번 세 번 반복해 연습시켰고, 그 잠시의 코치로도 메릴의 연기는 훨씬 좋아졌다.
나탈리가 10분씩을 충실히 쓰며 코치하는 것을 3명까지 본 후, 제리가 슬그머니 끼어들어 물었다.
[어어, 나탈리. 계속 그렇게 진행할 거…에요?] [일인당 시간은 10분씩 배분되어 있잖아요? 이건 참가자가 정당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쵸…그렇긴 한데, 40명을 다 그렇게…진행하면 우리 퇴근은···] [오늘 8시간 촬영으로 계약한 것 아닌가요? 지원자들 중엔 생계를 포기하고 캐스팅 보트에 지원한 사람도 있어요. 이분들 모두를 합격시켜 줄 순 없겠지만, 이 10분으로 연기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정도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저 대화는 나탈리 카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된 대본일까, 실제 상황일까.
혹여 대본이라 해도, 그녀의 성격을 반영한 대본임은 분명할 것 같다.
저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미 세계적인 스타.
저 정도면 인생을 즐기면서 신나게만 살아도 될 것 같은데…그녀가 얼마나 연기에 진지하고 타인에게 성실한 성격인지, 1차 때와 오늘 단 이틀을 보고도 알 것 같았다.
옆에서 카이가 중얼거린다.
[와…너무 멋진 배우지 않아요? 빨리 제 차례가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대로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카메라 앞에서 박살이 나는 배우들을 보면서, 빨리 자신도 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카이.
나탈리도, 카이도, 연기에 목숨을 건 인간들을 여기에서 또 만난다.
유명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빨리, 제 차례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싶다.
*
카이는 의외로 연기에 아주 능숙하지는 않았다.
7년 후의 그를 생각하고 있던 유명에겐 당혹스러울 정도로.
‘하기야, 그러니까 캐스팅보트에서 순위권에 못 올랐던 거겠지. 그래도…워낙 대배우였으니 어렸을 때부터 대단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카이 누넨의 나이는 스물 셋, 에서의 그는 서른이다. 그 7년 사이에 그는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서툰 와중에도, 놀랄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나탈리도 그것을 느꼈는지, 혹은 방향만 살짝 잡아줘도 금방 금방 연기가 느는 그를 보고 재미가 들렸는지, 다른 지원자들보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그를 지도한다.
제리는 시계를 힐긋힐긋 보면서도, 아까 그녀의 설교가 마음에 남았는지 도중에 시간을 끊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15분 내내 지적과 교정을 반복하고도 홀가분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온 카이는,
다음 순서를 대기하고 있던 유명에게 방긋 웃으며 말한다.
[형도 잘 다녀오세요! 엄청 재미있고 유익한 클래스였어요!] [그래, 고마워.]그렇게 까이고도 신난 걸 보니 참 귀여운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며, 유명은 FD의 지시에 따라 무대에 올랐다.
그런 그를 보고 나탈리 카센의 얼굴에 긴장이 스민다.
[17번,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당신 이름, 기억하고 있어요.]그녀가 대뜸 던지는 말에, 지원자들도 다른 심사위원들도 술렁인다.
[어…영광이에요, 나탈리.] [당신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니 쌤쌤이군요.]나탈리가 말도 안 되는 등식를 성립시키자, 제리가 휘유- 하고 휘파람을 불며 끼어들었다.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죠? 잃어버렸던 연인이라도 되나요?] [1차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절 놀래켜 준다면, 실제로 그렇게 될 지도 몰라요.] [엄머? 나탈리가 뻑이 간 이 수퍼 루키는 누구래? 나는 들은 적이 없는데?]1차 당시, 6개조로 나누어져 있어 정신없던 대형 홀.
제리는 유명이 연기할 때의 상황을 보지 못했으니, 이 광경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뭔가 화제가 될 장면을 끌어내려고 애썼다.
나탈리가 씩 웃으며 날리는 말에, 제리는 뒷목을 잡았다.
[아니 저 예쁜 미소에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신이여 저 악마를 용서하소서.] [그냥 봐 봐요. 내가 잘못 본 거라면 어차피 의미없는 거고,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번 과제에서도 우리 모두를 놀래키지 않겠어요?] [그건 현명한 말씀이군요. 오케이, 갑시다!]과도하게 올라간 기대치가 부담될만도 하건만, 얼굴엔 그저 담담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남자는 한 걸음 발을 뒤로 내딛어 무대의 중앙에 섰다.
TV쇼 식의 화려한 세트가 아닌, 빈 연극무대같이 꾸며진 담백한 세트.
그리고, 한 손에 든 인형.
인형의 몸통을 잡는 것이 아닌 한쪽 손을 잡고 달랑이며, 남자는 주변의 공간들에 시선을 차례차례 건넨다.
[토마, 사라, 루카스, 필리프…그리고,]손에 든 인형을 눈높이까지 들어, 인형과 눈을 마주본다.
[엘리자베스.]그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150 테스트라뇨?
[토마아빠, 다녀왔습니다!]오른쪽 위, 흔들림 없이 시선이 고정된다.
[사라엄마, 오늘 놀이학교에서 점심은 베이컨 샌드위치였어요.]왼쪽 위, 방금 전보다 조금 어리광부리는 듯이 치대는 표정.
[루카스- 뭐? 같이 체스하자고? 안돼 지금은 나 데이트가 있다구.]엉겨붙는 동생을 떨어내듯이 살짝 귀찮음이 섞인 시선이 드러나고,
‘뭐…하는 거지?’
허공에 무엇이라도 얹어져 있는 듯이 시선을 옮기며 바라보는 남자.
아니 이제는 소년으로 보이는 배우를 보며, 나탈리 카센은 궁금함에 침을 꼴깍 삼켰다.
키워드인 어느 것과도 아직은 관련이 없는···
…게 아닌가···?
[저 오늘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이름은 엘리자베스, 예쁘죠?]그가 얼굴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고 있는 인형을 과시하듯이 위로 쳐든다.
화사한 얼굴에 깃들인 ‘기쁨’은 한 점 티없이 해맑지만 왠지 오싹하다.
토마, 사라, 루카스, 필리프로 뿐 아니라, 그가 차곡차곡 시선을 박는 허공의 지점들마다, 장식장을 가득 메운 인형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커다란 눈들을 깜빡임도 없이 휑하게 뜨고 소년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형들.
그의 진짜 엄마는, 아빠는, 친구는, 연인은 어디로 가고, 그의 세계에는 인형들만이 가득 차 있는 것일까.
인형이 단순한 ‘소도구’가 아닌 등장인물의 ‘세계’가 되어버린 설정.
서른 아홉명의 나머지 지원자, 세 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진행자와 스탭들까지, 총 100여개가 넘는 눈동자들은 벽장 위에서 소년을 바라보는 인형들의 눈이 되어 그들을 훔쳐본다.
박제된 것처럼 눈을 꿈뻑꿈뻑하며 그가 만들어낸 세계를 감상하고 있을 때, 그의 감정이 급변한다.
드러나는 갈등.
[뭐 마음에 안 든다구요? 엘리자베스가? 왜?]기쁨에 찬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또에요?]또.
[여전히 이래라 저래라군요. 내가 필요할 땐 옆에 있어주지도 않았으면서.엘리자베스는 내가 선택한 여자에요. 날 때부터 주어졌던 쓸모없는 가족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여자, 스스로 내 옆에 있어줄 여자라구요!]
버럭, 화를 내던 그는 훽-하고 뒤돌아서서 엘리자베스를 꼬옥 껴안는다.
격변하는 그의 감정으로 긴장한 좌중이 침묵하고 있을 때, 돌아선 그의 등이 떨려온다.
울고 있는 모양으로.
[저래서야. 엘리자베스. 늘 저랬어.]축축한 목소리.
[자기들 입맛에 날 끼워맞추려 했지. 사랑한다고 해놓고 본인들이 바라지 않는 내 모습을 본 후에는 무서워했다고. ‘저리가! 내가 너 같은 걸 낳았을 리가 없어!’ 이딴 소리를 하면서 나를 버리려 했어. 결국 저들은…제 구미에 맞는 모습만 내게 원했던 거야.]버림받은 듯이 가늘게 떨리던 등.
다시 정면으로 돌아선 그가 눈물이 그렁한 채로 말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요. 응? 엄마…아빠··· 우린 가족이잖아. 가족이라는 건 약점까지 사랑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슬픔.
버림받은 아이같은 떨리는 음성에, 관객들은 한껏 그 슬픔을 공감하지만,
[그래서야. 그래서…인형으로 만들었어.]…?
표정이 바뀐다.
관객들은 움찔움찔하는 등을 숨죽이듯 억제하며, 널뛰는 그의 감정을 지켜본다.
아직 젖어있는 눈매와 대비되는, 만족으로 가득 젖은 입가.
[가족이니까, 옆에 있어야지?이제 그들은 영원히 내 옆에 있으면서도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 아름다운 내 컬렉션의 일부가 되었다고, 멋지지?]
오싹- 소름이 등을 달린다.
[아니아니, 몸은 여기에 없지. 다른 데 잘 보관해놨어.엘리자베스도 몸을 만들어줄까? 응…가족들은 원래 몸이 먼저 있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영혼을 먼저 얻었으니까…몸을 구해와야겠다.]
노래를 흥얼거리듯 다정한 음성으로 말한다.
[‘엘리자베스’로 구해올게?]그는 인형을 톡톡 털어 고이 앉혀놓은 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듯 몇 걸음을 걷는다.
한 번의 숨.
그리고 그는 오른손에 펜을 쥐고, 왼 손에 쥔 무언가에 필기를 하는 모양으로, 친절하게 묻는다.
[네~ 다음 손님~ 아…성함이…엘리자…베스?]
그 때의 ‘걸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표정.
웃음에 살기가 뒤섞인 표정에 모두의 상상력이 선뜩한 예감을 불러올 때,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그의 연기가 끝이 났다.
*
[와, 이게 무슨 일이래?]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한 것은 제리였다.
그는 입이 떠억 벌어진 두 심사위원의 표정을 보더니 혀를 쯧쯧 차면서 말했다.
[거기들. 어이, 심사위원님들? 정신차려요. 아니 여러분들은 저기 지원자들 열심히 휘두르라고 여기 앉혀 놓은 거라니까? 되려 휘둘려서 넋놓고 있으면 어떡해요.] [어어…네, 다들 정신차립시다.]심사위원 중 가장 연장자인 앤드류가 멋적게 웃으며 심사위원석의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이해는 가요. 이 제리 하이도 휘둘렸다니까요? 열여덟살 때 첫사랑 이후로, 누굴 휘두르기만 했지 휘둘린 적이 없었는데···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신유명씨, 나탈리를 저렇게 만들만 하네요. 나도 이제 자기 이름 외워버렸는데?] [하하, 감사합니다.]유명이 멋적게 웃었다.
[아니 그래도 심사평가는 해야 할 거 아냐. 나탈리, 정신 차렸어요? 여태 그렇게 깐깐하게 굴다가 갑자기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돼 버린 거예요?] [어…그런 것 같아요. 첫 사랑은 아니고, 스물 세 번째쯤 되겠지만.]헐리우드의 다른 여러 셀럽들과 염문을 뿌렸던 나탈리의 농담에, 제리가 껄껄 웃는다.
[잘 하면 스물 세 번째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겠는데? 고백이라도 해 보실래요?]나탈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순서를 미룬다.
[저는 마지막에 할게요. 다른 심사위원 분들부터 플리즈~] [오케이. 그럼 앤드류?] [어, 네. 보통의 참가자들의 감정 표현이 각각 분리되어 단편적으로 연결만 되어 있다고 한다면, 신유명씨의 연기는 특정한 설정 안에서 감정이 스무스하게 움직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급격한 감정 전환인데도 무척 자연스러웠어요. 나탈리, 1차 때도 이 참가자가 이만큼의 역량을 보여줬었나요?] [클래스는 변하지 않죠.]나탈리의 말에, 앤드류가 고개를 끄덕인다.
[으음…그렇다면, 저희는 오늘 캐스팅 보트의 강력한 우승 후보자를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 [오오, 우승 후보 발언이 벌써 나오는군요, 다음은 키스턴?]방송이 처음인지, 크게 난입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있던 시나리오 작가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대뜸 유명에게 질문을 했다.
[신유명씨, 이 대본은 누가 쓴 건가요?] [제가 직접 썼습니다.] [정말요? 신유명씨는 계약된 기획사가 있는 기성 배우라고 들었는데, 기획사 쪽에서 준비해 준 대본은 아닌가요?] [어…아닙니다. 제가 준비했습니다.]그 말에 키스턴이 눈을 빛낸다.
[앤드류는 연기력에 주목했겠지만, 저는 시나리오상의 구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짧은 시간, 한정된 무대 속에서 짧은 몇 가지 대사만으로 등장인물의 세계가 그려지는 것이 놀라웠어요.]앤드류가 끼어든다.
[그걸 연기력 없는 배우가 연기했다고 생각해봐요, 엄청 유치했을걸? 결국 관건은 연기가 좋았던 거죠.] [물론 그렇지만, 배우가 대사를 쓰고 연출을 할 줄 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봐요. 꼭 이런 오디션이 아니더라도, 배역을 분석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작은 연출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소품으로 인형을 지정했는데, 준비된 인형 하나로 그친 게 아니라 다른 많은 인형들이 가득찬 방을 표현해낸 것도 인상적인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니까, 그것도 연기가 뒷받침돼서 표현이 됐던 거라니까요?] [워워- 두 분 그만 다투시고, 그러니까 결국 둘 다 좋았다는 것 아니에요?]두 명의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연기력이 좋은 배우와 대본을 잘 써온 배우, 둘을 놓고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배우의 연기력과 대본구성능력으로 다투는 건 무슨 상황이래요?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시고-]흠흠- 그들은 헛기침을 했다.
[자아- 그럼 칭찬만 나열하는 이 얼간이들은 제쳐두고, 나탈리도 설마 저러지는 않겠지? 뭐라고 심사평 좀 해봐요. ‘이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 해요. 이 부분 이렇게 바꿔서 다시-’ 이 때까지 유치원 선생님처럼 엄청 잔소리했잖아요.]제리가 나탈리의 성대모사를 하며 그녀의 연기지도를 흉내내자 옆의 두 심사위원들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탈리는 제리를 향해 눈을 새침하게 흘기더니 유명을 보고 말한다.
[그 날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군요. 대단한 연기였어요.] [과찬이세요.] [그런데, 너무 잘 짜여진 연기라 순발력을 못 봤는데, 즉흥연기 한 번 어때요?]그녀의 말에 제리가 화들짝 놀란 시늉을 한다.
[오오, 역시 우리 선생님. 깐깐하시기도 해라. 저만한 연기를 본 후에 테스트를 또 하겠다고요?] [테스트라뇨?]나탈리가 산뜻한 미소를 짓는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을 뿐이에요. 피디님, 괜찮죠?]그녀가 심사위원석에서 일어났다.
*
RRR-
[데니스. 문제가 좀 생겼는데요.] [무슨?] [1조 참가자 중에 눈에 띄는 배우가 있는데, 나탈리가 자신이 함께 즉흥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무대로 내려왔어요, 어떻게 할까요?]메인 PD가 뉴욕 지구 예선에 나가있는 사이, CAL(*캘리포니아) 지구의 담당을 맡은 에밀 크리슨은 초유의 사태에 당황해하며 메인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촬영은 잠시 중단된 상황이었다.
[누군데?] [신유명이라는 한국 배우입니다.] [아, 그 친구…어때?] [티비 화면으로 잘 전달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서는 연기를 보고 모두 경악했습니다. 심사위원이고 참가자고 할 것 없이요.] [흠, 그럼 전화를 왜 한 거야? 얼른 진행하지 않고!] [어…그래도 지원자들간에 형평성 문제가···] [후- 생각이 있어 없어. 우리가 무슨 공정거래위원회라도 돼? 시청률, 시청률 싸움 아냐. 일부러 떨군 낙하산도 아니고 본인이 튀어서 만들어낸 그림인데, 우리 입장에선 무조건 따야 하는 거 아냐. 왜 그걸 흐름을 끊어먹고 나한테 컨펌을 받고 있어!]전화기 너머에서 비난과 질책이 터져나오자, 에밀은 어깨를 움츠리며 전화를 고쳐 잡았다.
데니스 밀턴, Tbc와 Workbroaders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ABC에서 영입해 온 스타PD다.
캐스팅 보트는 이직 후 그의 첫 작품.
[나탈리가 좋은 그림을 만들어줬네. 예능국에서 몇년 차인데 배우보다 방송 흐름을 더 몰라? 흐름 완전히 끊기기 전에 어서 촬영 재개해!] [어···.넵, 보스!!]메인PD에게 바짝 욕을 먹은 에밀은, 무대 아래 멈춰서 있는 나탈리와 무대 위에 조용히 서 있는 참가자를 향해 촬영 재개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아직도 객석의 지원자들은 숨을 멈추고 있었고, 나탈리 카센의 의욕은 식지 않았다.
그리고 무대 위의 남자는 아까도 지금도 별로 긴장한 기색없이 덤덤했다.
[좋은 배우를 만나서 반가워요.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나탈리 카센입니다.] [신유명입니다.]그들이 악수를 나누는 순간을, 에밀은 놓치지 않고 타이트샷으로 바짝 잡아냈다.
다른 참가자들의 차원이 다른 참가자를 보는 망연자실한 눈빛을 담기 위해, 참가자 반응을 잡고 있는 카메라 스탭에게도 꼼꼼히 따라는 무전을 보낸다.
[지금 보여준 극을 기반으로, 제가 만들어낸 상황에 맞춰 연기해줄 수 있겠어요?] [가능합니다.] [좋아요, 방금 연기했던 소년의 이름은 뭔가요?] [마틴입니다.] [좋아요.]마주보고 선 유명과 나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