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32)
‘블레스를 찾아야 해.’
상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우현은 더욱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말해, 빨리. 말하라고.”
찌릿 노려보는 모습이 말해주지 않으면 단단히 삐질 모양새.
상우는 어느정도 판단을 마친 후 조심히 입을 열었다.
“…맞아. 살아계셔.”
“정말로? 진짜? 무사하셔? 어디 계시는데?”
속사포처럼 퍼붓는 질문에 상우는 우현의 양 어깨를 잡았다.
“진정해. 일단 살아계신 건 확인되었지만, 만날 수 없는 상황이야.”
“왜? 왜 만날 수 없는데? 어디 아프셔? 설마….”
우현의 말에 상우의 침이 꿀꺽 넘어갔다.
눈치 빠른 우현이 아버지의 상황을 알아차린 걸까?
“…감옥에 계신 거야?”
“아아아, 그건 아니야.”
“그럼 뭔데.”
“흠… 얘기하기가 곤란해. 일단 조금만 시간을 줘. 내가 반드시 아버지 만나게 해줄게.”
“진짜지?”
“어. 진짜야.”
“약속해.”
우현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상우는 멀뚱히 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우를 보며 우현이 다시 매섭게 노려본다.
상우는 하는 수 없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단단히 맞물리는 두 사람의 손가락.
“약속한 거다? 어기면 죽을 줄 알아.”
“…알았다고.”
“알았으면 빨리 가.”
“음? 어딜.”
“아까부터 계속 뭔가 딴 생각하고 있었잖아. 우리 아빠 어떻게 데려오나 궁리한 거 아냐? 그러니까 빨리 움직여.”
하도 오래 부대껴서일까.
이미 상우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는 우현이었다.
상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금방 갔다올게.”
“늦기만 해봐.”
괜히 심술을 부리는 우현이 귀여워서 상우는 그녀의 머리를 마구 흔들어버렸다.
“아아아아아- 야! 머리 왜 만져!”
“푸하하하. 내 맘이지롱. 나 간다!”
말을 마치고 상우는 재빨리 아공간으로 뛰어들었다.
탓-
이제는 계획을 실행해야 할 차례.
‘일단 블레스부터.’
상우는 곧장 스마트고글을 조작했다.
어디선가 빈둥거리고 있을 블레스를 부를 생각이었다.
* * *
중동 지역은 난리가 났다.
아프리카에서부터 몰려오기 시작한 대규모 웨이브의 여파였다.
두 차례 투하된 핵폭탄 덕분에 대부분의 잡몹(약한 몬스터)들은 쓸려나갔지만, 핵폭탄에도 견뎌낸 몬스터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미사일에도 견디는 단단한 비늘을 지닌 고층 건물만한 철갑지네가 건물을 헤집고 다녔고,
사사사사사삭-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거대한 철갑바퀴벌레들이 온도시를 갉아먹었다.
거기에.
쿵- 쿵- 쿵-!
그런 녀석들을 작게 느껴지게 할 만큼 거대한 몬스터.
거인의 형상의 그것은… 딱정벌레였다.
아니, 딱정벌레의 형상을 한 몬스터.
녀석은 마치 타이베른에 있는 딱정벌레 형상의 몬스터를 수십 배 크기로 늘려놓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같은 부류였을까.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녀석의 뒤꽁무니가 기이한 빛을 띠며 부풀어오르더니.
푸화아아악!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광선을 토해냈다.
그대로 도시를 직격할 듯 날아가는 광선.
저 광선에 도시가 직격당한다면 한순간에 초토화되어버릴 느낌이 확연이 들 정도였다.
하나, 그때였다.
[아공간]
허공에 거의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열리더니 광선을 빨아들여버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광선.
광선 공격을 막아낸 건 허공에 떠 있는 조그만 인영이었다.
눈부신 금발을 흩날리며 날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엘프 대마법사 아리아 베르샤엘이었다.
아리아는 딱정벌레를 무섭게 노려보며 마법을 외웠다.
[헬 파이어]
이윽고 딱정벌레의 몸 이곳저곳에서 절대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익-!!!
거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는 기이한 괴성을 지르다가 딱정벌레는 잿더미로 화해 쓰러졌다.
쿵-!
보스급 몬스터를 쓰러뜨린 베르샤엘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겨우 한 마리.’
루카스의 도움 요청으로 급히 중동 지역으로 날아온 그녀였다.
하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세계 각지에서 파견된 헌터들과 각성자들, 군 병력, 지원폭격까지.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몬스터의 진격을 멈추긴 어려워보였다.
S급 헌터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으랴아아아아아!”
금발의 우락부락한 거구의 남성이 사방팔방으로 건물 잔해를 날려보냈다.
힘으로 유명한 헌터, 헤라클레스였다.
그가 날린 건물잔해는 거의 대포처럼 날아가 바퀴형 몬스터를 몇 마리씩 찌그러뜨렸다.
그때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거대한 불새.
끼야아아아아악!
활갯짓하며 지나가자 몬스터들이 불에 타올랐다.
가까이에 있었던 헤라클레스의 금발도 살짝 탔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꽥 고성을 질렀다.
“어이! 눈 똑바로 뜨고 다녀!”
“고거 좀 탔다고 예민하긴.”
불새를 다루는 능력자, 한국의 봉황길드의 길드장 황윤혜가 투덜거렸다.
그런 그들의 옆으로 박원태가 스쳐지나갔다.
[반월참]
A급 헌터인 박원태.
그 사이 발전이 있었는지 원래 하나만 날아가던 반월참이 사방팔방 여러 줄기로 나뉘어 날아갔다.
서걱-
두동강나는 바퀴벌레들.
하나, 압도적으로 많은 바퀴벌레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택도 없는 숫자였다.
“피해!”
박원태가 소리쳤다.
바퀴벌레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기 전에 이동하는 그들.
사방이 비슷했다.
이미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난한지 오래.
헌터와 각성자들이 게릴라 전술에 가깝게 도시의 건물을 끼고 몬스터들을 상대로 국지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슈우우우우우웅- 쩌저저저적-!
하늘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쾅!
한 명의 남자가 지면에 내려섰다.
타이트한 전투슈트를 입은 그는 상우, 아니 상우의 분신이었다.
분신은 상우의 명령대로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그곳에서 튀어나온 건 다름 아닌 사자의 서.
그리고, 그동안 그가 야수조련으로 테이밍한 몬스터들이었다.
스스스스슥-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얼음정령 암살자들이 튀어나오고, 아이언트롤과 트윈헤드 오거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갑자기 꾸역꾸역 밀려나며 벌어지는 아공간의 입구.
그곳을 통해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쿵!
지면에 닿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엄청난지 지면이 떨릴 정도.
그런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그 끝을 모를 기세로 아공간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는 동안 분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자의 서에 힘을 주입한 분신이 조용히 외쳤다.
“나와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자의 서에서 꾸물꾸물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면으로 번져나가는 연기.
그 연기는 스르르 형체를 갖춰 실체를 이뤘다.
바로 언데드들이었다.
그것도 그냥 언데드들이 아닌 오딘의 탑에서 막 공수해온 따끈따끈한 본 가디언과 본골렘들이었다.
거의 수백 마리의 본 가디언과 본골렘, 그리고 플레시 골렘까지 토해낸 분신.
동시에 아공간에서 튀어나오던 얼음덩어리도 마침내 완전히 드러났다.
수백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체구.
주변을 꽁꽁 얼려버릴 듯한 극한의 냉기.
뜨거운 기온과 전장의 열기가 더해져 후끈후끈한 중동의 도시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녀석의 정체는 바로 서리거인이었다.
그야말로 ‘나 보스몹이요.’하는 엄청난 위압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서리거인의 자태는 모든 헌터들과 각성자들에게 목격되고 있었다.
“…저, 저게 뭐냐.”
“철갑지네도 미치겠는데 설상가상이네.”
“얼음인가. 화염계열 스킬 가진 사람 있어?”
“X발, 지원 요청해!”
모두 서리거인을 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서리거인을 보스몹이라 여기며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몬스터들을 쓸어버려라.”
분신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언데드 몬스터들과 조련된 몬스터들이 사방팔방 흩어졌다.
서리거인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이 거대한 몸을 움직여 발을 내리밟았다.
쾅!
녀석의 발이 내리꽂히자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 몬스터들이 짜부라졌다.
“음?”
서리거인이 몬스터들을 공격하자 의아해하는 헌터들.
동시에.
[아이스 노바]
극한의 냉기가 몬스터들이 밀집된 곳에 격중했다.
쩌저저저저적-!
그야말로 산채로 냉동이 되어버린 몬스터들.
그 중심에는 철갑지네 몬스터도 있었다.
녀석 역시 아이스노바에 격중당해 얼어붙었지만, 금세 몸을 떨쳐 움직이며 얼어붙은 몸을 깨뜨려버렸다.
쿠어어어어어!
본능적으로 서리거인이 위험함을 깨달았는지 달려드는 철갑지네.
그 사이 얼음정령 암살자들 역시 투명한 몸으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착실하게 몬스터들을 암살하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고.
기척도 없고.
그야말로 속수무책.
순식간에 몬스터들이 쓸려나가는 가운데.
슈샤사사사사사삭!
본 가디언의 몸에서 총알처럼 가시들이 뿜어졌다.
그 관통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건물마저 꿰뚫어버릴 정도.
그 뼈가시들은 몬스터들을 수십 마리씩 꿰뚫고도 추진력을 잃지 않고 쭉쭉 뻗어나갔다.
압도적인 위력.
게다가 본 가디언은 한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
수십 마리가 동시에 쏟아낸 거의 수천 발은 될 법한 가시들은 그야말로 도시 전체를 관통했다.
“이크.”
다만 문제는 헌터들과 각성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점.
헌터들과 각성자들은 차마 본가디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왜냐.
본 가디언의 주변에는 그의 못지않게 무시무시해보이는 본골렘과 플레시골렘들이 지키고 있었으니까.
“뭐야, 저 괴물들은.”
“우리편이야? 아니야? 시벌 것들.”
“몰라. 일단 최대한 멀리서 공격한다!”
그렇게 헌터들이 각자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
[피하세요!]
아리아의 음성이 전장에 퍼졌다.
그와 동시에 퍼져나가는 심상치 않은 기운.
[유성추]
동시에 거대한 에너지가 도시 한가운데를 덮쳤다.
꽝!
마치 거대한 유성이 떨어지면 이러할까.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밀려왔다.
“피해!”
“배, 배리어!”
“꺄아아아아악!”
재빨리 저마다 슈트에 내장된 일회용 쉴드와 같은 방어기술을 펼쳤지만, 헌터들은 그 충격의 여파로 튕겨져나갔다.
헌터들이 이럴진대, 하물며 몬스터들이야.
도시 한가운데에 밀집해 있던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제되었다.
본가디언과 본골렘들도 튕겨져나갔고, 서리거인의 몸 역시도 일부 녹아내릴 정도였다.
그리고 타오르는 지면 속에 있는 남자.
터질 듯한 근육과 거대한 덩치.
마치 바위를 깎아 조각한 듯한 신체.
그는 레오가르도였다.
“…버러지들.”
그때 유성추의 충격 속에서 버텨낸 철갑지네가 맹렬히 레오가르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아아… 꽝!
하나, 레오가르도의 주먹 한 방에 철갑지네의 온몸이 터져나갔다.
겨우 2미터 남짓한 인간과 수 킬로미터는 될 법한 지네의 충돌이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물리법칙을 초월한 공격력.
가만히 주먹을 내리며 레오가르도가 턱끝을 치켜올렸다.
“…밟아줄 시간이다.”
벌레들아.
뒷말을 삼키며 레오가르도의 신형이 사라졌다.
쾅!
그리고.
동시에는 폭발의 향연이 펼쳐졌다.
레오가르도가 만들어낸 몬스터의 피와 살로 범벅이 된 핏빛 축제였다.
* * *
‘레오가르도 씨?’
분신의 눈을 통해 중동 쪽 전장을 살피던 상우는 놀랐다.
그의 우상 레오가르도가 있었으니까.
‘안심이다.’
그리고 그가 왔다는 사실에 상우는 안도했다.
뒤에서 몰려올 몬스터웨이브는 그가 정리할 테니까.
‘그보다는 이제 저 녀석, 아니 아버님이 문젠데….’
김준혁을 떠올리며 상우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중국 상공까지 다가온 웨어드래곤.
블레스에게 어렵게 협조 요청을 구했지만, 문제는 웨어드래곤을 죽이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틀만 버티면 되는데.’
이틀 정도면 능력치를 뻥튀기 시킬 수 있고, 역소환된 분신들도 재소환하여 웨어드래곤과 다시 한 번 겨뤄볼 수 있었다.
하나, 녀석이 날아오는 시간이 너무 빠른 게 문제.
‘시간을 벌어야 해.’
상우는 웨어드래곤을 막아서기로 결심했다.
‘근데 뭘로 막지?’
무력으로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
상대를 혹하게 할만한 무언가.
그리고 그런 카드가 있긴 했다.
‘바로 우현이.’
자신의 딸에 대해 얘기한다면 시간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상우는 웨어드래곤과 담판을 지어 시간을 끌어보기로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