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푸른 대나무 집
사실 만년 이상이나 무언가를 배양한다는 것은 한립도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다. 평소 단약을 제조하면서도 기껏해야 일, 이천 년 산 영초면 충분했었다.
이후 한립은 녹색 액체로 대나무를 성장시키면서 빈번하게 천성성 시장을 드나들었다.
그가 제작할 법보인 청죽봉운검은 영기가 흐르는 나무를 주재료로 하지만 다른 진귀한 보조 재료도 갖추어야 단전의 불을 이용해 제련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벌로 된 법보였기에 보조 재료의 수량도 일반적인 범위를 훌쩍 넘어섰다. 한립이 일부는 모아두었으나 아직 한참 부족했기에 수시로 시장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난성해는 천남 지역에 비해서 생산물이 훨씬 풍부한 편이었다.
한립은 엄청난 가격의 압박 속에 거의 전 재산을 탕진해 가며 보조 재료를 사들였고 2년이 흘러서야 겨우 필요한 수량을 다 구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겨둔 요수의 요단까지 팔아서 간신히 수량을 맞춘 것이다.
텅텅 빈 저물대들을 볼 때 마다 한립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법보를 제련한다는 것은, 특히 뛰어난 법보를 제련한다는 것은 보통 산수가 하기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 * *
어느 날 한립은 기대감을 품고 약초밭으로 향했다.
며칠 전 연공하기 전 떨어뜨려둔 녹색 액체가 마침 만년 째 되는 양이었던 것이다. 이제 천뢰죽은 분명 만년 산 대나무가 되어 있어야 했다.
전설 속에서나 듣던 금뢰죽의 엄청난 위력을 떠올리니 한립은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처음에 2촌 가량 밖에 되지 않았던 대나무 조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길이가 거의 한 자에 이를 정도로 자라있었고 전신이 비취색으로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
한립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에 단검 법기를 꺼내 쏘아 보냈다. 법기가 대나무에 맞닿는 순간 금빛의 뇌전이 번뜩였다.
파칙!
단검이 초록 연기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위력에 흠칫 놀랐으나 큰 소리로 웃으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자령 선자가 천뢰죽이 금뢰죽으로 바뀐 사실을 알면 어떤 얼굴을 할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가 묘음문과 한 거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대나무를 한참동안 어루만진 한립은 대나무를 계속 성장시키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수개월간 지속해서 녹색 액체를 떨어뜨려봤지만 대나무의 색, 모양 위력 등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원래 대나무 옆에서 새로운 죽순이 솟아났다. 녹색 액체의 도움으로 어린 대나무는 점차 자라 수개월 후에는 새로운 천뢰죽이 되었다. 이 모습에 한립은 펄쩍 뛸 만큼 기뻤다.
사실 한 벌에 열두 개나 되는 청죽봉운검을 천뢰죽 한 가지로 만들기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새로운 가지를 지속해서 키워낼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되자 한립도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이왕 주재료가 넉넉해 졌으니 겨우 열두 개가 아니라 청죽봉운검의 최대 개수인 72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비록 결단 초기인 지금의 수행으로는 그 많은 법보를 모두 제련하고 구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성취를 높이며 차근차근 제련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한 벌로 된 법보이니 체내에 넣고 다닐 때는 하나로 인식되었고 구동할 때는 몇 개를 꺼내 쓰든 상관이 없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열의가 치솟았다. 한립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생각에 빠졌다.
한 벌로 된 법보를 제련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주재료가 각기 달라 성공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한립이야 동일한 뿌리에서 자라난 천뢰죽으로 만들 예정이니 아무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련가의 수준과 보조 재료였다.
보조 재료는 이미 거의 모아 놓았다. 어차피 한 번에 12개로 나누나 72개로 나누나 동일한 종류를 사용할 것이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한립 자신이 법보를 제련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법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단화를 이용해 제련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청죽봉운검은 다르다. 한 벌 중 하나를 제련하는 것도 다른 일반 법보보다 복잡했다.
게다가 한 벌로 운용을 해야 하니 필수적으로 특수한 금제를 걸어야 했고 그러자면 진법에 대한 지식도 필요했다.
한립은 심지가 굳건한 성격이었기에 생각을 정리해보곤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원하는 대로 법보를 제련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최고의 비검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거처에서 꼬박 하루를 고민하고는 향후 20여 년의 수련의 계획을 정했다.
* * *
며칠 후 천성성 시장에는 어떤 작은 점포가 새로 개설되었다. 점포 주인은 30세의 평범한 청년이었고 체구가 건장하고 눈썹이 진한 거한이 하인으로 있었다.
청년은 원래 이씨 잡화점이라 불리던 점포명을 푸른 대나무 집이란 뜻의 청죽소헌(靑竹小軒)으로 바꾸었고 처음에는 부적이나 잡다한 재료 등을 팔다가 반년 후에는 자질구레한 저계 법기 등도 판매물품에 추가했다.
특이한 것은 청년이 점포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낡은 책을 읽다가 가끔씩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으며 종종 점포 후원의 집으로 들어가 반나절 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손님을 맞이하거나 장사를 하는 것은 대부분 하인이 맡아 처리했다.
부근에 가게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천성성에서 자란 범인들로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하 노인이란 자만이 자질이 한참 떨어지는 영근이 있어 연기기 삼성에 이르렀을 뿐이다.
겨우 연기기 삼성이지만 하 노인은 다른 범인들의 극진한 대우를 받았고 하 선사라 불렸다.
못 보던 외지인 청년이 장사를 시작하자 상인들은 바로 하 선사를 찾아가 물어보자 노인은 청년에게서 법력이 느껴지지 않는 범인이라고 일러주었다.
이렇게 되니 다른 이들도 마음을 놓았고 가끔 청죽소헌 주인에게 놀러가 한담을 나누기도 했다.
어쨌든 상당히 구석진 곳의 작은 상가들이라 하루 종일 기다려 봐야 손님도 별로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낯선 청년이 나타났으니 새로운 화제 거리도 생기고 나쁠 것이 없었다.
다만 청년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지 말수가 적었고 거의 점포 밖으로 걸음을 하지 않았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찾아가도 그저 듣기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평소에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서 다른 이들이 물어봐도 웃음으로만 답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도 점점 흥미를 잃었고 청죽소헌 청년을 귀찮게 하는 일도 적어졌다. 청년은 이런 결과에 몰래 한시름 놓았다.
청년과 하인은 바로 술법으로 용모를 바꾼 한립과 곡혼이었다. 강호를 떠도는 간단한 술법이었음에도 범인들이나 저계 수사의 눈을 속이기엔 충분했다.
한립이 이곳에서 점포를 연 것은 속세에서의 경험을 쌓고 법기 제련과 진법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
축기기 수사일 때는 결단이 시급해 신경 쓰지 못했지만 이제는 결단기 수사가 되었으니 천뢰죽들을 길러내는 동안 제련에 필요한 법기와 진법에 대한 기술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제운소가 남긴 법기 제련에 대한 과 신여음이 준 진법 관련 서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겨우 20년의 시간으로 두 사람과 같은 수준에 이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일부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간단한 진법 법기를 만들어낼 정도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기술은 그저 서책을 보고 머리로 익힌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두 손으로 직접 만들고 또 만들어 봐야 진전이 있는 분야이다.
그러다보니 연습을 통해 나온 저급한 저계 법기들을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있자니 쓸모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다양한 법기를 제작할 때마다 시장으로 나와 필요한 것을 구매해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세상으로 나온 또 한 가지 이유는 대연결 사성의 수련이 마침 속세로 나가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이 필요해서였다.
충분히 범인들의 감정을 체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련을 하며 심마(心魔)에 빠져들 위험이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것을 고려해 한립은 아예 점포를 구입해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거리는 돌아다니는 손님도 적어 법기를 제련하거나 진법을 연구하는데 방해 받을 일도 없었고 실제로 속세 사람과 어울려 살아볼 수도 있었다.
또한 재료 구매도 편리하고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도 할 수 있으니 최적의 장소였다.
가끔 저계 선사들이 가게에 들려 자신이 만든 법기를 사갈 때면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며칠에 한 번씩은 거처로 돌아가 천뢰죽과 서금충을 돌보았고 혈옥지주 두 마리를 두고 와 동굴을 지키게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첫 번째 천뢰죽이 성장을 마치고 같은 뿌리에서 자란 두 번째 천뢰죽이 오, 육천년 산이 되었을 때 갑자기 첫 번째 대나무가 뿌리에서 떨어져 나와 얼마 없던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고 대나무 대만 남게 되었다. 그것이 떨군 이파리들은 색깔이 선명한 순금색이었다.
이파리들이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을 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한립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저물대에 잘 보관해 두었다. 당연히 비취색 금뢰죽도 고옥으로 만든 함에 다시 넣어 챙겼다.
이런 식으로 천뢰죽이 예닐곱 개쯤 모이면 청죽봉운검 제련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법력을 숨긴 한립의 속세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기술을 익히며 묵묵히 주변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심경과 생활 등을 기억 속에 남겼다.
속세의 삶은 수도자 세계와는 달라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로 다채로웠다.
몇 년 동안 한립은 그간 잊어 왔던 삶의 의미나 다양한 감정 그리고 정서들을 다시금 음미할 수 있었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한립은 수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헤아려 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의 제련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진법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한립이 운영하는 청죽소헌도 해가 갈수록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저렴하지만 성능은 나쁘지 않은 법기를 판다고 알려졌고 운이 좋은 날엔 귀한 중급 부적도 가끔 구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저계 수사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법기와 부적은 당연히 한립이 직접 제련한 것이었다.
중계 법술이 담긴 부적은 오래된 영초로 만든 부적 종이만 있으면 시도해 볼 수 있으나 진귀한 요수의 가죽이나 부속을 이용하면 더욱 좋았다. 그럼 위력도 높아졌고 부적 제련의 성공률 또한 월등히 높았다. 다만 각 부적마다 필요한 요수의 가죽이 달라 아무 것이나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다행이 한립은 이런 때를 대비해 관련 재료는 남겨두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계 법술을 익히고도 부적을 만들어 보지 못했거나 또 재료를 구입해야 했을 것이다.
보통의 요수 가죽을 이용하던 한립은 일이 손에 익자 다양한 특수 부적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런 부적은 주로 공격성 법술을 담고 있었는데 1, 2개월 간격으로 한두 장을 생산해 판매했기에 먼저 사는 사람이 임자였다.
한립이야 결단기 수사이니 이 부적이 필요 없었으나 중급 부적이 필요한 연기기 혹은 축기기 수사들에겐 아주 잘 팔려서 그에게 쏠쏠한 이익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중급 부적은 제한이 많아 요수의 가죽을 이용해도 성공률이 매우 낮았다. 2, 30장을 시도하면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했다. 이런 한계만 없었다면 중급 부적을 팔아 한 재산 단단히 챙겼을 것이다.
#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