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61
〈 161화 〉 가을, 신학기(4)
* * *
라니아 반 트리아스라는 마법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 벚꽃이 만개하던 봄날의 이야기다.
「트리아스 가문의 양자.」
「로셀 경의 두 번째 제자.」
그 시작부터가 여타 마법사들과 남다르다. 그녀는 이름 높은 로셀 반 트리아스의 양녀로서 세간에 제 이름을 알린다. 세간이 그녀에게 주목한다. 그녀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줄을 선다.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이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셀 반 트리아스 또한 침묵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만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헛소문과 근거 없는 추측만이 가득할 때쯤··· 그녀가 처음으로 제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아플리아 아카데미의 교수로서.
이목이 쏠린다.
그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그 관심 속에서 그 사건이 벌어졌다.
아플리아 아카데미의 교수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돼 그녀는 개인 수업을 배정받는다. 그 파격적인 대우에 무릇 수많은 마학자들이 의문을 토한다. 실적이 우선되어야 할 마학계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 아니냐며 불평을 뱉는다.
그 의문에 아론 학장이 답한다.
그는 과감히 아플리아의 문을 열어젖혔다.
「공개 강연.」
그리고, 모든 의심을 불식시킬 한 시간 남짓의 강연이 펼쳐진다. 강연이 끝났을 때, 그 누구도 그녀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의 수업은 우아했으며, 기품이 넘쳤다. 그 어떤 마법사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설령 잿빛 마법사가 온다 하더라도, 그 강연에는 기립박수를 쳐줬을 것이다. 그만한 가치를 가진 강연이었다.」
「아름다웠다. 한없이 아름다운 강연이었다.」
「마학의 극한. 깨달음의 정수.」
수많은 기사가 쏟아진다.
한 시간 남짓의 강연에 대한, 온갖 마학자들의 찬사가 신문을 장식한다. 세간에 라니아 반 트리아스라는 인물의 인상이 결정지어진 순간이었다.
우아하고, 기품 넘치며, 신비로운 여인.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수업을 선보이는 교수.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바깥’에서의 인식일 뿐이다. 그녀와 매일같이 마주하고 살았던 아플리아의 학생들의 입에선 조금 다른 이야기가 쏟아진다.
애석하게도.
그 사실을, 과장 가득한 신문만을 보며 꿈을 키웠던 이 소녀가 알 턱이 없다. 소녀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일류 연금술사가 차린 카페···.’
클로에.
오늘, 아플리아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소녀는 고개를 들어 카페 안을 살핀다. 이 또한 신문에서 보았던 카페다. 아플리아 안에 마련된 카페이며··· 그 라니아 교수가 즐기는 카페라고.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클로에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소문의 주인공이 서 있는 쪽을 흘겨보았다.
“늘 먹던 걸로, 두잔.”
“여긴 술집 같은 게 아닌데요···.”
“에이, 우리 사이에 뭘요. 음, 늘 먹던 거랑 케이크까지 부탁해요. 알렌.”
“네···.”
난처하게 웃는 점주와, 그런 점주에게 살갑게 구는 잿빛 머리칼의 교수님이 시야에 들어온다.
‘라니아 교수님.’
클로에는 라니아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신문을 읽으며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던 인물이다. 이 교수님이 자신의 교육을 담당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분.’
분명 그랬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뭐 이상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토록 고대하던 만남이 성사된 가운데, 클로에는 좀처럼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야 단순하다. 고작 며칠 사이에 그녀와 구면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움찔.
라니아가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클로에의 어깨가 떨렸다. 그 모습에 라니아가 쓰게 웃었다.
“저번 일로 아직도 그래? 그땐 착각했다니까.”
“아, 아하하···.”
그녀가 탁, 하고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곤 클로에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너스레를 떤다. 클로에는 제대로 시선도 못 마주친 채 테이블만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설마 널 패기라도 하겠니?”
그럴 것 같다. 무척이나.
농담조로 건넨 말이지만 클로에의 귀에 그것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클로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별이 절망을 노래한다.
등줄기를 타고 또르륵, 식은땀이 흐른다.
그 모습이 유난히도 눈에 띈 탓일까. 라니아가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네?”
“오늘은 그냥 이야기 나누러 온 거야. 앞으로 너를 가르쳐야 하니, 이것저것 알아두면 편할 것 같아서.”
“아···.”
부드러운 미성에 클로에의 경계가 조금이지만 누그러진다. 클로에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니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신문을 많이 읽었으면, 이 카페에 대한 것도 읽었겠네?”
“네, 라니아 교수님이 자주 들리신다구···.”
“여기 커피 맛이 진짜 좋거든. 한번 마시면 계속 생각날걸. 너도 마실래?”
라니아가 커피잔을 내밀었다.
클로에는 라니아와 눈을 마주한다. 창가 자리에 앉은 탓에 새어 들어오는 햇살이 둘 사이를 비춘다. 따스한 햇볕에 라니아의 잿빛 머리칼이 반짝인다.
흘러내린 비단결 같은 잿빛 머리칼.
호수 같은 푸르스름한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언제 보아도 시선을 끄는 외모다. 경계를 누그러트리는··· 몹시 선량해 보이는 인상이다. 흔히들 신뢰를 주는 인상이라 말하는 그것과도 같다. 클로에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자.”
클로에는 라니아가 내미는 커피잔을 받아들었다.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느껴진다.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라니아가 먼저 제 커피잔을 입가에 댄다.
우아한 손길이다. 기품있는 몸짓이다. 클로에는 그 모습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멍하니 바라봤다.
‘···엘프와 견줄 수 있는 외모.’
얼핏 신문에서 보았던 기사가 떠오른다.
실제로 마주하고, 기사에 실렸던 것들이 하나둘씩 거짓으로 밝혀지는 가운데··· 그 외모에 대한 찬사만큼은 진짜임을 클로에는 확신한다.
홀짝.
커피는 맛있었다.
그윽한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클로에는 긴장을 푼다. 그녀는 어찌 보면 자신이 선입견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도망···치지 않아도 되나?’
순수한 호의 앞에 별조차 침묵한다.
호의의 뒷면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 채··· 클로에는 커피를 홀짝였다.
“맛있지?”
“네, 네에···.”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첫인상이 최악이었을 뿐, 이렇게나 친절하지 않은가. 어쩌면 첫인상으로 모든 걸 결정지은 자신이 나빴을지도 모른다.
“자, 이것도 같이 먹어.”
눈앞에 놓인 케이크를 바라보며 클로에는 긴장을 풀고 만다.
너무나도 쉽게.
2.
‘누가 보면 진짜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네.’
나는 쓰게 웃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뭘 그렇게 겁에 질려있는지, 꼭 라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 날 만나는 사람마다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쁜 의도로 접근한 것도 아닌데 말야.’
나는 순수한 호의를 가지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접근할 뿐이다. 그것에 두려움을 느끼니··· 나로서는 제법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다.
‘이젠 깨달았으니까.’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마냥 진심을 이해해주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포장을 해야 하는 것이지.」
「네가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 보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거라. 보다 선하게 보이도록 스스로를 가꾸거라. 언어의 선택에 있어 주의하거라.」
「그것이 바로 ‘기본’이다.」
상대가 경계를 풀도록.
상대가 내 말에 귀 기울이도록.
나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아무튼, 노력하란 소리다. 라니엘.」
노력하라. 스승님께선 그리 말씀하셨다.
그 조언대로 행동하고 있자니, 꼭 사기를 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가 뭐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다 애들 잘되라고 하는 거지.’
그래서 좀 신경을 써봤다.
그 효과는 보시다시피······.
“제가 좀 긴장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네, 첫인상만 보고 좀 오해를 한 것 같기도 하구··· 뭔가 죄송하네요.”
“그럴 수 있지. 커피는 어떻니?”
“커피 정말 맛있어요! 케이크도 그렇구···.”
“그래, 천천히 먹으렴.”
꽤나 탁월했다.
나는 은은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스승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
긴장은 풀어졌다.
사냥감이 스스로 제 목덜미를 드러냈다. 그것을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손끝에 마나를 뭉쳤다.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
‘부여할 성질은··· 통제.’
예전에 스승님이 내게 써먹었던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하셨었지, 아마?’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마나를 손가락에 담았다. 그리곤 빠르게 클로에의 뒷 목을 툭, 하고 건드렸다.
“아얏!”
클로에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제 뒷덜미를 덮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주변에 무언가 있을 리가 없다. 나는 태연하게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왜 그래?”
“아뇨, 벌레에 물리기라도 했나···.”
그녀는 제 목덜미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반응을 관찰했다. 마나를 주입해 흐름을 일시적으로 막았다. 이걸로 나는 그녀의 자질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마법사로서의 재능, 자질.
그것에 대한 의견은분분하지만··· 일단 가장 기본 되는 것은 바로 마나(mana)다. 타고난 마나의 양이 얼마인가? 마나를 순환시킬 통로가 얼마나 잘 마련되어있는가?
그것을 판단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한번 억지로 틀어막아 보면 된다.
마법사의 기량 간의 차이가 어마어마할 때나 쓸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아무리 용사라 한들, 이 아이는 이제 막 마도에 발을 들이민 초짜였다.
‘초짜 하나 정도 상대 못할 건 없지.’
“으음, 으으음···.”
클로에가 침음을 흘렸다.
꼭 속이 얹힌 듯 그녀가 제 가슴팍을 꾹, 꾸욱 눌렀다.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몸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확인한다. 내가 틀어막은 부분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양상을 파악했다.
‘···이건.’
내 눈매가 조금 더 가늘어졌다.
상상 이상이었다. 온몸에 퍼진 통로는 깔끔하다. 완벽한 형상을 띄고 있다.
‘확실히 별의 축복이 좋긴 해.’
인간의 몸에 하늘이 내린 기적이 깃들어 있다. 과연, 이 아이가 용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완벽한 예술품과 같은 통로다.
통로는 완벽하다.
남은 건, 마나의 총량이었다.
나는 통로의 한구석을 틀어막은 내 마나를 보았다. 잿빛의 마나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틱, 티딕.
잿빛이 바스러진다.
댐이 갈라지듯, 바스러지는 잿빛 사이로 백금색의 물줄기가 새어 나온다. 물줄기는 조금씩 두꺼워진다.
쩌억.
백금색의 마나가 내 마나를 집어삼킨다. 그것은 마나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별빛이다. 별빛이 이 소녀의 몸을 흐르고 있다.
“음, 으응.”
클로에가 속이 시원해졌다는 듯 짧게 숨을 내뱉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뚜둑, 하고 손가락을 꺾었다.
확실히 재능은 있다.
자질도 출중하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디까지 닿을 것인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지?
‘궁금한데.’
이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한계점을 알아야 더욱 효율적으로 굴릴··· 학습시킬 수 있을 테니까.
“쿨럭, 켁!”
“괜찮아?”
마나가 틀어막힌 클로에가 헛기침을 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두들겨 주는 척을 하며 마나를 조금 더 강하게 틀어막았다.
“너무 급하게··· 먹었나? 속이 조금···.”
“그러니까 천천히 먹으래도.”
클로에가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막힌 통로를 뚫어낸다.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걸 버텨?’
그럼 이건.
“켁, 케헥!”
···이것도 버티네?
“쿨럭, 으에에··.”
테이블 위로 클로에가 축 늘어질 때까지 나는 실험을 반복했다. 실험의 결과는 유의미했다. 과연, 이 아이의 자질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계획보다 좀 더 험하게 굴려도 된다.
나는 클로에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좀 괜찮니?”
“네에···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등 두들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복도 빠르구나.
“지금 이야기하기 힘들면 다음에 다시 할까?”
“···그래도 될까요?”
“그래, 오늘만이 날은 아니니까.”
나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니까, 괜찮아. 다음에 또 보자.”
“라니아 교수님···.”
클로에가 조금 감동한 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착각을 굳이 수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클로에를 배웅해 주었다.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였다.
무척이나.
3.
“라니아 교수님, 엄청 친절하셨어. 되게 착하시던데. 내가 아무래도 오해를 한 것 같아.”
“너 미쳤니?”
벨노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클로에를 보았다.
클로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양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쳤다니? 갑자기?”
“아니면 환각 마법이라도··· 아니, 너한테 그런 종류의 주문이 통할 리가 없는데···.”
“···갑자기 왜 그래?”
클로에가 미심쩍은 눈길로 벨노아를 흘겨봤다. 그녀로선 벨노아가 그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케이크도 사주셨단 말야. 기숙사 가서 먹으라며 빵도 몇 개 포장해 주셨구.”
“···라니아 교수님이?”
“응.”
“너 다른 사람 만난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그러네.”
클로에는 빵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소꿉친구인 벨노아는 가끔 의심이 너무 많기도 했다. 사람을 좀처럼 못 믿는 벨노아다. 벨노아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클로에는 벨노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나저나, 너 결투한다면서.”
“···그렇게 되긴 했지.”
“상대가 라크 공자님?”
“공자님이라 부르면 좀 어색하긴 한데··· 그 애 맞아.”
전투 마학과의 수석 쟁탈전.
아플리아를 뜨겁게 달군 결투다. 중앙학관의 로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몇몇 학생이 벨노아를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너 그런 거 별로 안 좋아 하지 않아?”
클로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벨노아는, 이런 형식적인 결투를 그닥 좋아 하지 않았다. 흑색 마탑주의 제자가 되었을 때도 흑색 마탑의 마법사들과 몇 번의 모의전이 있었지만··· 벨노아는 그 모의전을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실전성이라곤 하나도 없다.
형식적인 전투일 뿐이다.
이런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
그렇게 클로에의 앞에서 투덜거리던 벨노아다.
“···좋아하진 않지.”
“그런데 말야.”
그렇기에, 클로에는 지금 상황이 조금 의아했다. 그녀는 벨노아의 손을 가리켰다. 더 정확히는, 그가 아까부터 손질하고 있던 그림자 단검을.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좋아한다면서.”
“그래도, 그게 그 녀석에 대한 예의니까.”
그 대답에 클로에가 미소 지었다.
“···꽤 친한가 봐?”
“글쎄.”
“나중에 소개시켜 줄래?”
“생각해보고.”
아무래도, 이 사교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소꿉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그 사실에 클로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결투를 이틀 앞둔 밤 날의 이야기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