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00
몸으로 파고드는 마나의 성질.
호수가 품은 성질을 켈르할름은 분석했다. 초인적인 연산력은 한순간에 결론을 내렸다.
쏴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빗물을 맞으며 켈르할름이 호수 위로 착지했다. 출렁이는 호수는 켈르할름의 허리춤까지 차올랐으나, 켈르할름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켈르할름이 뚜둑, 하고 목을 꺾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만, 분석해낸 호수의 성질은 ‘부식’이다.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의 시간을 배속시켜, 한순간에 몇십 년의 세월을 흐르게 만드는 것. 저항에 따라 다르긴 하겠다만 이는 생명체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특성이다.
하지만, 켈르할름에겐 아니다.
켈르할름은 호수의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켈르할름은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은 인간이다. 이 영원을 저주하던 켈르할름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켈르할름은 웃음을 흘렸다.
“드디어 쓸 데가 생겼군.”
걸음을 옮기며 켈르할름이 양팔을 쫙 벌렸다.
켈르할름을 중심으로 수백의 회로가 전개됐다.
“이번에는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광인(狂人), 켈르할름.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어느 마법사는 앞을 바라보았다. 제 앞을 가로막은 것은 고대의 재앙이요, 하늘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물기둥이다. 쏟아지는 빗물이 켈르할름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치이이익, 소리를 냈다.
주어진 시간을 빼앗는 빗방울.
시간을 빼앗고, 가속시켜 모든 생명체가 맞이하게 될 끝을 앞당겨 오는 저주의 호수. 그러나 그 호수마저 켈르할름에게 죽음을 선물해주진 못했다.
“그렇겠지.”
그렇겠지, 하고 켈르할름은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며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찰박, 하고 검은 물방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켈르할름은 불로(不老)의 존재다.
정령의 핏물, 켈르할름의 광기와 증오, 구정물로 흘러내리던 학생들의 비명, 그리고 제자의 마지막 소망. 그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만들어진 저주는 백 년 전 그날, 켈르할름의 영혼을 검게 물들였다.
영원한 생명, 불로의 삶.
그날 켈르할름의 시간은 멈췄다.
멈춰버린 시간, 고장 난 시계. 그 시계를 켈르할름은 언제든지 부술 수 있었다. 제 영혼을 검게 물들인 저주는 불로(不老)이지 불사(不死)가 아니었으니까.
원한다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삶.
바란다면 언제든 해방될 수 있는 지옥.
「너희가 내게 준 불로의 삶을.」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기나긴 삶을, 오롯이 너희를 위해 살겠다.」
켈르할름은 그리하지 않았다.
「맹세를 지키기 위해 나의 삶을 바치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죽음으로 안식을 얻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광기에 물든 채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저, 하염없이.
찰박.
약속을 지켜야만 했으니까.
찰박.
아르티아의 모든 것이 바스러지고, 잿더미가 되어 사람들에게 잊히더라도··· 자신이 계속해서 투쟁한다면, 아르티아의 총학장인 자신이 계속해서 나아가길 선택한다면, 그 아이들의 삶이 끝나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었으니까.
찰박.
그리고 마침내 켈르할름은 이곳에 도달했다.
켈르할름은 걸음을 멈춘 채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이 펼쳐져 있다. 그 길의 초입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그날 지키지 못했던 제자를 닮은 소녀다. 물론, 저 소녀가 자신의 제자와는 다른 인물임을 켈르할름은 알고 있다. 외견과 재능이 우연히 일치할 뿐, 살아온 배경도, 성격도 모두 다른 아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켈르할름은 레스티 엘레노아에게서 셀레스티아 폰 아르타님의 흔적을 겹쳐 보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 아이에게 해주었던 말 들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별을 믿어라. 별은 네 앞길을 밝혀주는 길잡이다. 네 여정을 함께해줄 듬직한 동반자이겠지.」
그 말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마지막까지 별을 믿었던 아이의 말로가 어찌나 끔찍했던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켈르할름은 그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래,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법이다.
“레스티 엘레노아.”
제자를 닮은 아이.
그러나, 자신의 제자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며 켈르할름이 입을 열었다. 출렁이는 저주의 호수가 범람하는 가운데 켈르할름이 말했다.
“네 자신을 믿어라.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
켈르할름이 웃었다.
“그러기 위한 길은.”
스승이 웃음을 흘렸다.
“내가 열어주마.”
그것이 스승이자 선배의 역할일 테니.
켈르할름이 고개를 돌렸다. 찰박, 하고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범람하는 호수를 바라보며 켈르할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뚫을 수 없는 길.
저 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 길의 너머에 있다. 저 아이가 빛날 수 있는 곳 역시, 이 호수의 너머에 있으리라. 저 아이의 무대는 이곳이 아니다.
그러니.
“천칭(Balance).”
이곳은, 나의 무대다.
2.
지평선을 가득 메운 채 밀려드는 마수의 군세.
파도가 되어 덮쳐오는 마수의 앞에 라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마수. 하물며 저 모든 것이 배교자가 만들어낸 사역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밀려드는 마수만을 상대하라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문제는 저들을 지휘하는 ‘마수의 왕’의 존재다. 저 존재를 경계하며 마수들을 상대하는 건 몹시나 까다로운 일이리라.
‘게다가···.’
라크는 마수의 왕의 너머를 보았다.
그곳에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저곳에 쓰러트려야 할 적이 있거늘, 이곳에서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된다. 라크가 이를 악문 채 발을 내려찍었다.
쿠웅.
열리고 있는 하늘, 뒤흔들리는 땅.
저 너머, 신전의 중심에서 몇 차례고 울려 퍼지는 굉음.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초조해진 라크가 힘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가가가각!
검끝에서 토해져 나온 검기가 마수들을 집어삼킨다. 찢어발겨진 마수의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나, 그 핏물을 삼키며 새로운 마수들이 덮쳐온다. 끝없이 밀려드는 마수의 앞에 라크가 이를 악문 순간이다.
스겅, 하고.
날카로운 절삭음이 라크의 귓가를 스쳤다.
등 뒤에서 뻗쳐나온 일선. 라크의 옆을 스쳐 지나간 검격이 마수들을 길게 할퀴었다. 그물처럼 펼쳐진 검기(劍氣)가 마수들을 도륙 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핏물.
잘게 쪼개진 육편이 후두둑, 쏟아지는 가운데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라크의 귀에 울렸다. 힘을 빼고 걷는듯한 가벼운 걸음 소리.
“아서라, 애송아.”
귀에 울리는 것은 갈라진 목소리.
“일격 일격에 온 힘을 다하는 건 검사로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긴 하지. 하지만, 이처럼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선 미련한 짓이다.”
툭툭, 하고 누군가 라크의 어깨를 건드렸다.
“효율을 추구해라.”
라크의 어깨를 건드리며 그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라크를 스쳐 지나가, 라크의 앞에 섰다.
“검이란 결국 휘두르기 나름이니.”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휘둘러진 검 끝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채찍과도 같은 검기.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 그가 고안해낸 검술.
난검(亂劍), 검의 그물.
그물에 걸린 마수들이 쪼개졌다. 핏물이 솟구치며 피안개가 자욱해졌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들판의 위에서 그가 가벼이 검을 털었다. 촤악, 하고 핏물이 초원에 흐드러졌다.
“···당신?”
라크가 제 앞에 선 검사를 바라봤다.
검귀(劍鬼), 드라카.
계약을 통해 이성과 자아를 빼앗긴 채 인형이 되어버린 검의 초인. 그러나, 지금 저 모습은 인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야 검이 좀 가볍군.”
드라카가 길게 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알케이아에 진입한 이후로 계속해서 흔들리던 별의 속박은, 지금 이 순간 기어코 끊어졌다. 복수만을 바라는 인간의 망집을 별은 더이상 붙들어 두지 못한다.
속박에서 풀려난 것은 검의 귀신.
집념 하나로 초인의 자리에 오른 검사요, 복수만을 갈망하는 귀신이다. 그는 아직 제 갈증이 채워지지 않음을 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뚫려버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그는 검을 들었다.
검을 든 채 그는 자신이 서야 할 무대를 보았다.
그 건방진 잿빛 마법사가 마련해 놓았을 무대를.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마수의 무리, 배교자의 흔적이 가득한 신전. 저 너머에 있을 배교자. 주변을 둘러본 드라카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아.”
검귀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정말이지, 최고의 무대로군.”
3.
캉, 카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검이 일선을 그을 때마다 지면이 뒤엎어지고, 검이 그린 궤적을 따라 공기가 휘감겼다. 그리하여 폭풍이 휘몰아치는 황야에서 두 명의 검사는 검을 휘둘렀다.
검성, 쿤텔.
검성, 칼트.
갈라트릭의 검술을 이은 검사 중, 가장 고결한 이에게 주어진다는 검성(劍聖)이란 이명을 가진 두 사람이다. 그들의 검에 담긴 것은 그들 자신만의 삶이 아니다. 그들이 지금 발을 디디고 선 이곳, 검의 협곡 갈라트릭의 역사가 얹어져 있다.
···갈라트릭류.
검의 협곡을 만들어냈던 시조께서 남긴 검술.
검의 협곡에서 수행했던 검의 구도자들은 누구나 그 검술을 익힌다. 스승과 문파에 따라 그 검의 갈래가 조금씩 다르다곤 하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엔 한 명의 검사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잊혀진 검사,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
인류의 역사상 가장 긍지 높았고, 가장 고고했던 그 검사가 남기고 간 검술은 협곡의 초인들을 통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갈라트릭류. 최초의 검의 초인, 위대한 검성께서 남기신 검술이지. 그런데, 그거 알고 있냐? 칼트.」
검을 휘두르며 칼트는 떠올렸다.
언젠가 쿤텔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갈라트릭류는 지나치리만치 어렵다. 그건 수련만으로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초인이 된 지금도 나는 갈라트릭류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내가 펼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1식부터 5식까지지. 이걸 배우는 데만 해도 평생을 바쳐야만 했다.」
갈라트릭류 제 1식, 초견살.
쾌속으로 휘둘러진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카아아앙! 하는 마찰음이 길게 울려 퍼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분의 검술이다. 평범한 검사가, 하물며 검의 초인이라 해도 그분이 이루었던 경지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에도, 검의 협곡의 구도자들은 이 검술을 따라 하고 싶어했어.」
「그렇기에 연구하고 연구했지.」
제 2식, 허상검.
보이지 않는 검과 검이 허공에서 서로를 할퀴었다. 챠아악, 하고 땅이 길게 갈라졌다.
「협곡을 물려받은 2대 검성께서는 갈라트릭류의 기본을 정리했다. 그분께선 무언갈 정리하는데 재능이 있으셨거든. 초식을 정리해 구도자들에게 나누어주었지.」
제 3식, 절검.
닿는 것을 모조리 끊어버리는 검기가, 공간마저 갈라내며 맞부딪쳤다. 끼이이익, 하고 공간이 비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3대께선 그것을 구체화했고, 4대께선 가르침의 방식을 정립했으며, 5대께선 새로운 해석을···.」
제 4식, 제 5식···.
「그렇게 갈라트릭류는 이어졌다.」
「수많고 수많은 초인들이 갈라트릭류에 집착했지. 이 검술을 완성시키겠노라고, 위대했던 초대 검성의 유지를 이어보겠노라고.」
「그렇게 그들은 갈라트릭류에 자신의 검술을 섞고, 자신의 깨달음을 추가해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갔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야.」
카앙.
「그렇게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가 배우는 ‘갈라트릭류’는 초대 검성께서 쓰셨던 검술과는 거리가 멀어졌을지도 몰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갈라트릭류인 것 아니겠냐?」
캉, 카앙!
「검의 협곡을 거쳐 간 수많은 검의 구도자들.」
「협곡에서 배출해낸 수많은 검의 초인들.」
「검의 협곡, 갈라트릭에서 배움을 얻은 그들의 검(劍)과 그들의 삶이 뒤섞인 검술이기에···.」
카아아아앙!
「그렇기에.」
“갈라트릭류인 것이겠지.”
칼트가 그리 중얼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갈라트릭은 더는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 이라는 한 명의 검사를 가리키지 않는다. 갈라트릭은 검의 협곡을 가리키는 단어가 됐다.
그렇기에, 갈라트릭류에는.
칼트가 휘두르는 검 위에는, 갈라트릭을 거쳐간 모든 검사들의 삶이 얹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바쳐 갈고 닦아낸 검의 길을 칼트는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는···.
“당신도 있겠죠.”
전대 검성이었던 당신 또한 있다.
검의 협곡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쿤텔이 이어둔 길의 위에 칼트는 서 있었다. 피를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칼트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 갈라트릭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발전하는 검술인 거지. 갈라트릭이 건재하는 동안은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어.」
「그래서 내가 너를, 너희를 가르치는 거지.」
쿤텔의 웃음소리가 칼트의 귀에 메아리쳤다.
「이 검술이 끊어지지 않기를.」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아름다운 검술이 다음으로, 다시 다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야.」
칼트가 검을 움켜쥐었다.
「내가 갈고닦은 검술을 너희가, 각자의 방식으로 더 발전시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칼트가 길게 숨을 뱉으며 쿤텔의 검을 흘렸다. 검을 흘리며 칼트가 자세를 바꿨는데, 그것은 쿤텔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세이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이건 당신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검이니.’
갈라트릭류, 개(改).
칼트의 검이 달빛으로 반짝였다.
검의 협곡, 갈라트릭에 발을 디디고 선 채 칼트는 검을 휘두른다. 이제껏 쿤텔이 남긴 길을 따라 걷던 칼트가, 처음으로 쿤텔을 지나쳐 한 걸음 먼곳에 발을 내디뎠다.
제 6식, 월영(月影).
칼트의 검이 달빛을 흩뿌렸다.
「갈라트릭류.」
가장 위대했던 검사가 만들어낸 검술은 수백 년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수많고 수많은 검사들의 손을 거쳐 가며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기술로 분화됐다.
그 형태를 묘사한다면 거대한 나무와도 같으리라.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나무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어느 가지에서 아름답게 꽃이 피는가 하면, 어느 꽃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길을 잘못 들어 쳐내지는 가지도 있으나, 어찌 됐든 간 가지는 하늘을 향해 계속해서 뻗어 나가리라.
「개(改).」
저마다의 형태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화한다. 분화한다. 그리하여 뻗어나간 가지가 피워낸 꽃은, 가장 처음으로 피었던 꽃과는 형태가 아주 다를지도 모른다.
「제 6식」
다른 형태, 다른 색, 다른 향기.
그것이 설령 원류(源流)에서 멀어졌을지언정···.
‘그렇기에, 갈라트릭류인 것이다.’
그 또한 갈라트릭이 피워낸 꽃이리라.
가장 높게 뻗은 가지에 맺힌 꽃. 그 꽃을 피워낸 검사는 자신의 꽃에 이름을 붙였다.
갈라트릭 류, 개(改).
제 6식 월영(月影).
칼트의 검이 달빛을 흩뿌렸다.
월광의 검기가 기이한 궤적을 그린다. 칼날이 그리는 길을 따라 그림자가 졌다. 칼날은 하늘에 떠오른 달이요, 지면은 달을 비추는 거울이다.
키잉.
검과 검이 맞부딪친 순간 쿤텔이 눈살을 찌푸렸다. 검을 쳐내거나 흘려내는 느낌이 아니었다. 칼자루를 쥔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것은 기이함, 가늘게 뜬 눈동자에 보이는 것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자신의 칼끝이다.
후웅.
칼트의 어깻죽지를 노리고 아래로 내려쳤던 쿤텔의 검은, 정신을 차려보면 애먼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검의 궤적이 뒤바뀌었다. 검로가 비틀렸다.
···어떻게?
도신을 타고 흘려낸 것이 아니다. 빗겨낸 것도 아니다. 기이함을 느끼면서도 쿤텔은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조금 더 힘을 실어서 강하게. 흔들리지 않게.
키이이이잉!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소리가 울렸다.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도, 도신을 타고 긁히는 소리도 아닌··· 마치 검기를 뽑아내는 것과도 같은 소리. 쿤텔의 미간이 조금 더 좁아졌다. 가늘어진 눈동자가 보는 것은 검과 검이 충돌한 지점.
그 지점의 공간이 비틀려 있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칼트의 검기가 출렁였다. 지면에 드리운 검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알 수 없는 검. 알 수 없는 기술. 그러나, 그럼에도 쿤텔은 즉시 대응했다.
스겅.
궤적이 비틀려 칼끝이 어디로 향하던 간, 어떠한 자세가 되던 간 쿤텔은 완벽한 일격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전처럼 아예 칼트를 압도하진 못한다. 일보전진, 일보후퇴. 두 사람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땅에 찍혔다.
···월영은, 쿤텔을 상대하기 위한 검.
칼트가 짧게 숨을 뱉었다.
승리로 향할 첫 단추를 끼웠다. 부릅뜬 칼트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칼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갑니다.”
보십시오, 이게 나의 검입니다.
2.
월영(月影), 달 그림자.
갈라트릭류의 제 6식을 칼트는 다룰 줄 모른다. 그야 이것은 그 누구도 재현해내지 못한 기술이니까. 그러나, 그 기술에 담긴 묘리만큼은 알고 있었다.
‘검을 흘려보내고, 빗겨내는 것에 국한된 게 아닌··· 그다음으로 나아간 검술.’
상대가 그리는 검로를 비틀어버린다.
검이 완벽한 선을 그리기 전에, 그 위력이 충분해지기 전에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예측과, 상대의 검이 그리는 궤적에 개입할 만큼의 기량이다.
‘예측할 수는 있었다, 언제나.’
추적자의 재능을 타고난 칼트다.
상대의 습관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 분야에 있어선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칼트였기에, 칼트는 언제나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부족한 건 기량.’
육체능력과 검기의 출력.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칼트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메꿀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 끝에 칼트는 답을 찾았다. 그 답은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어느 마법사에게서 단서를 얻은 것이리라.
「마법은 도구야.」
「내게 불가능한 것,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도구. 혹은 신체의 일부인 거고. 네 검기도 비슷한 거 아니겠냐? 그것도 내가 보기엔 마법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자신의 검기의 형태는 달빛.
달빛을 두른 검을 비스듬히 기울이면 땅에는 길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그림자. 그곳에서 칼트는 답을 찾았다.
‘검기(劍氣)는 도구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도구.’
얼마든지 변형해라.
월영(月影). 달의 그림자가 출렁이듯이.
콰직!
땅을 짓밟으며 칼트가 제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눈앞에서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는 쿤텔의 움직임을 칼트는 보았고, 또한 예측했다. 살아생전 쿤텔의 버릇. 기워 붙인 육체가 지닌 독특한 움직임.
관찰로 얻어내는 것은 완벽한 예측.
쿤텔의 눈에 보일 검로를, 칼트 역시 자신의 눈으로 엿보고 있었다. 쿤텔이 그리는 길에 칼트의 검이 끼어들었다. 본래대로라면 기량 차이 탓에 밀려나야 할 검이나···.
키이이잉!
그믐달 형태의 검기가 쿤텔의 검로를 휘감은 순간, 쿤텔의 검로가 뒤흔들렸다. 호수에 비춘 달의 그림자처럼 출렁이는 검기를 따라 쿤텔의 검로가 휘었다. 칼끝이 전혀 다른 곳을 향한다.
서걱.
허공을 가르는 쿤텔의 검을 보며 칼트는 할 걸음 더 파고들었다. 달의 그림자가 출렁이며 또다시 형태를 뒤바꿨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쿤텔의 검을, 칼트는 부드럽게 흘려보내며 궤도를 비틀었다.
탁.
칼트가 땅을 박차며 전진했다.
일보전진, 일보후퇴를 반복하던 싸움에서 처음으로 칼트가 두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처음으로 쿤텔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간격이 좁아진다.
지면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휘둘러진 칼트의 검이 쿤텔의 팔뚝을 할퀴었다. 처음으로 촤악, 하고 칼트의 검에 피가 묻었다.
스겅.
기세를 놓치지 않고 칼트는 쿤텔을 몰아붙인다. 검기가 번뜩일 때마다 핏물이 길게 튀었다. 온몸이 검에 스쳐 피를 흘리던 칼트 못지않게, 쿤텔 역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후두둑.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핏물이 튀었다.
검로를 비틀어버려도 쿤텔은 기어코 비틀린 길을 다시 폈다. 펴낸 길을 따라 칼트의 몸에 상처를 새겼다. 그 간극에서 발생한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른 칼트 역시, 쿤텔의 몸에 상처를 새겼다.
일격 일격이 오갈 때마다 핏물이 튀었다.
어느 것 하나 치명적이진 않으나, 어느 것 하나 가볍지도 않다. 어느새 두 사람이 내디딘 땅에는 발자국만큼의 핏물이 고여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키이이잉!
검의 궤도가 비틀리는 소리가.
후두둑.
핏물이 튀는 소리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한 번의 숨을 내뱉는 찰나의 순간에도 다섯 번의 검격이 오갔다. 카가가가강, 하고 칼날에서 불똥이 튀었다.
위에서, 좌측에서, 우측에서, 아래에서, 그리하여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격의 소나기 앞에 칼트는 이를 악물었다. 그 중 단 하나라도 놓치면 죽음으로 이어질 지금 이 순간, 칼트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더 날카롭게, 더 정교하게, 더 과감하게.
이제야 겨우 검을 맞부딪칠 수 있게 됐다.
이제야 겨우, 저 고결했던 검사와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자리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이 순간을 방심과 실수 따위로 얼룩지게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이지.
까드득.
칼트가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자신이 꺾어야만 하는 상대이자, 자신의 은인 앞에서 칼트는 제 모든 것을 내보였다. 그가 한평생 쌓아올린 것들을 스승의 앞에 전시했다.
서걱.
칼트의 검이 쿤텔의 어깨를 길게 할퀴었다.
길게 핏물이 튀었다. 튀어 오른 핏물이 칼트의 시야를 가린 순간, 뻗어나온 쿤텔의 검이 칼트의 어깨를 관통했다. 그대로 아래로 내려치려는 검을 칼트의 검이 위로 걷어냈다. 피와 피가 뒤섞였다.
···쿤텔 역시, 눈앞의 검사를 호적수로 인정한다.
자신이 길러 낸 제자에 대한 감정 같은 불필요한 것은 지금의 쿤텔에게 남아있지 않다. 지금 쿤텔이 보이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드는 검사를 향한 경의다. 호적수를 향한 최대한의 찬사다.
쿤텔이 길게 숨을 뱉었다.
뿌득, 뿌드득 소리를 내며 검을 움켜쥔 쿤텔의 손가락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직후 밀려드는 것은 특대의 검기.
그 검기마저 칼트는 꺾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뒤로 크게 물러서야만 했다. 곧장 숨을 내뱉고선 쿤텔을 향해 달려들려던 칼트가 한순간 움찔, 하고 멈춰 섰다.
구웅.
공기가 떨리고 있었다.
검기가 만들어내는 흙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것은 서서히 검을 들어 올리고 있는 쿤텔의 모습이다. 그 기세가 조금 전과는 다르다.
하늘과 일직선을 그리는 한 자루의 검(劍).
그 검을 쥔 쿤텔이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의 검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였듯이, 쿤텔 역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이고자 한다. 쿤텔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칼트는 불현듯 깨달았다.
온다.
이 검투를 끝맺을 일격이, 온다.
3.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검.
하늘과 수직을 이루는 칼날이 은백색으로 빛났다. 칼날에 착 가라앉은 쿤텔의 검기가 낮은 검명(劍鳴)을 울렸다. 검의 울음에 땅 위를 굴러다니던 돌바위가, 흙 부스러기가 얕게 떨렸다.
공기가 떨린다.
공간이 삐걱거린다.
하늘을 가리키는 검을 따라 가라앉던 흙먼지가 치솟았다. 치솟은 흙먼지가 검에 휘감기며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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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다.’
쿤텔의 검을 바라보며 칼트는 쓰게 웃었다.
지금 쿤텔이 준비하는 일격이, 쿤텔이 보고 있을 검로가 칼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쿤텔이 칼트의 월영을 이해하지 못하듯, 칼트 역시 쿤텔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일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해야 할 게 변하진 않지.’
칼트가 검을 움켜쥐었다.
길게 숨을 내뱉으며 쿵, 하고 발을 내려찍었다. 땅에 드리웠던 달의 그림자가 출렁이며 차올랐다. 그믐에서 반월로, 반월에서 만월로.
칼트의 검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히 빛났다.
숨을 내뱉으며 칼트가 눈을 부릅떴다.
더는 쿤텔의 검로를 읽지 않는다. 지금 칼트가 보는 것은 오직 자신만의, 자신에게만 허락된 길이다.
···검의 길, 검로(劍路).
검의 초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칼자루를 쥐고, 베야 할 대상에게 칼끝을 겨눈 순간 검이 휘둘러져야 할 길이 보인다고.
그 길을 가리켜 누군가는 말했다. 검의 길이란 결국 초감각의 연장선이라고. 누적된 경험과 오랜 단련 속에서 발전시켜나간 검술이, 초감각과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미래시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지.’
그것이 검로의 전부는 아님을 칼트는 안다.
검사란 검으로 이야기하는 자를 일컫는다. 검사란, 검으로 살아가는 이를 가리킨다. 그러니 검이 휘둘러져야 할 길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나의 삶이어야 할 터다.’
검사의 생(生) 그 자체일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곧 검의 길이다. 그 길을 돌아보노라면, 그 시작점에는 갈라트릭류의 창시자인 위대한 검사가 서 있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뒤에는 쿤텔이 서 있었다. 둘의 사이에는 수많고 수많은 검사들이 서 있었다.
이어지고 이어진 길.
그 길을 바라보던 칼트는 이젠 앞을 보았다. 그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황야. 자신이 이어야 할 길이다. 길에서 눈을 뗀 칼트는 현재를 보았다.
그곳에 베어야 할 적이 있다.
자신의 손에는 칼자루가 쥐어져 있다.
“아아.”
칼트가 웃었다.
“보인다.”
검의 길이 보였다.
승리로 향할 단 하나의 길이.
길이 보였다. 수많고 수많은 길이.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길은 수백, 수천 갈래로 갈라져 뻗어 나갔다. 마치 거목이 가지를 뻗듯이. 그 수많은 길을 바라보며 칼트는 움직였다. 한 걸음 앞으로. 힘을 주어서.
쿵.
일보(一步). 걸음을 내디딘 순간 길의 절반이 사라졌다. 길게 숨을 뱉었다. 다시 절반이 사라졌다. 칼자루를 가벼이 쥐었다. 절반이, 절반이, 또다시 절반이 사라진 끝에 남은 것이라곤 단 하나의 길뿐이다.
칼트가 검을 낮게 끌었다.
달빛의 검기가 은은한 빛을 흩뿌렸다.
탁.
첫 걸음은 무겁게 중심을 잡는다. 두 번째 걸음은 가볍게 내디딘다. 세 번째 걸음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간다. 칼트가 검로(劍路)를 타고 달렸다.
그리고, 격돌의 순간이 다가온다.
저 드높은 하늘과 일직선을 이루던 쿤텔의 검이 떨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검. 가장 기본이 되는 검술이요, 검사가 처음으로 검을 쥐고서 배우는 동작이기도 하다.
기본(基本).
셀 수 없이 반복한 이 한 번의 휘두름이야말로 쿤텔이 가진 가장 강력한 일격이다. 검을 휘두른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투둑,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탁, 땅을 박차는 소리도. 쿵, 치솟았던 돌무더기들이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전부.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서걱, 하는 절삭음.
풍경이 절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지는 풍경과 함께 밀려드는 것은 은백색의 섬선이다. 저 섬선을, 저 기술을 칼트는 알고 있다. 벨 수 없는 것을 베고자 했던 인간의 집념이 만들어낸 기술이요, 그 이름 또한 담백하기 짝이 없다.
절삭(切削).
벤다라는 개념의 극한에 닿은 일격이 온다.
‘아니, 아니다.’
쿤텔의 절기를 마주한 순간 칼트가 이를 악물었다.
쿤텔이 검을 들었을 때, 칼트는 쿤텔의 검을 이해하지 못했다. 절삭이란 기술을 알고 있었음에도, 어째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쿤텔은 곧장 들려주었다.
‘일격이, 아니다.’
단두대처럼 떨어졌던 검이, 땅을 가르며 하늘로 치솟았다. 검의 길은 일격으로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칼트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쿤텔의 검이 하나의 선을 더 그어냈다.
일격이 아닌, 연격(聯擊).
수많은 섬선이 덮쳐왔다. 마치 폭풍처럼.
다가오는 죽음의 앞에서 칼트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내가 목표로 삼았던 당신이지. 어느 것 하나 예상대로 되는 법이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다.’
완벽한 당신을 꺾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칼트가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밀려드는 섬선을 향해 제 검을 휘둘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칼트가 보고 있는 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친다.
삶과 삶이 맞부딪쳤다.
2.
공기를, 공간을 끊어내며 밀려오는 섬선을 향해 칼트가 검을 휘둘렀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둘러진 검이 절삭에 닿은 순간 칼트의 손가락에서 우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느다란 검기이거늘, 너무나도 무겁다.
무거우니 쳐낼 수 없겠구나. 쳐낼 수 없으니 흘려야겠구나. 칼트는 망설임 없이 검을 당겼다. 검을 비스듬히 세우며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길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챠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물살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스듬히 기울은 절삭은 칼트가 아닌 다른 곳을 휩쓸었다. 일격을 흘려보내며 칼트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칼트가 한 걸음 내디딘 순간 쿤텔은 검을 두 번 휘둘렀다.
검격이, 섬선이, 검기가.
검격의 파도가 덮쳐온다.
범람하는 검격의 앞에서 칼트는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흔들리지 않으니, 두눈을 감지 않았으니 칼트가 보고 있는 길 역시 흔들리지 않는다.
···일찍이, 성배의 시련에서 절삭을 마주했을 때 칼트는 제 신체의 일부를 내주며 전진했다. 지금 마주한 절삭은 그보다 더 날카롭고, 더 무겁다.
‘하지만.’
칼트가 웃었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겠어.’
흘리는 것은 핏물뿐.
손가락이 삐걱였던 것도 처음뿐, 칼자루를 휘감은 손가락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꼭 검과 하나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당신은 모를 것이다.
지금과 같은 풍경을, 내가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그 경험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을. 당신의 검을 받아내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비했다는 것을.
챠아아아아아악!
또다시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칼트의 검은 달빛으로 빛났고, 칼트의 발치에 고인 핏물에는 보름달이 비추었다. 만월(滿月). 호수에 비춘 달처럼 칼트의 검기는 물결이 일듯이 출렁였다.
부드럽게. 물살이 흐르듯이. 춤을 추듯이.
쿤텔의 검로가 절도있게, 올곧게 나아가는 길이라면 칼트의 검로는 굽이치는 길이다. 칼트가 검을 휘두르며 한 걸음 내디뎠다. 쿤텔의 검이 한 번 하고 반의 궤적을 그렸다.
따라잡힌다. 서서히.
범람하는 검격의 파도 앞에 홀로 놓인 인간은 물살을 탄다. 굽이치듯이 검을 휘두른다. 검무(劍舞)를 춘다. 춤을 추듯이 다시 한 걸음. 이번에는 쿤텔도 검을 한 번밖에 휘두르지 못했다.
챠아아아아악!
칼트가 그리는 길이 파도를 가른다.
그는 나아간다. 계속해서 앞으로.
어느덧 두 사람의 속도는 같아졌다.
아니, 같지 않다. 조금씩이지만 칼트의 호흡이 쿤텔을 앞서기 시작한다. 절삭을 한 번 흘려보낼 때마다 칼트의 검은 담백해졌다.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키이이이잉!
이제는 아예 절삭을 되돌리기까지 한다.
칼트가 휘두른 검을 따라 휘어진 절삭이, 쿤텔이 쏘아낸 절삭과 충돌했다. 상쇄되는 검격 사이로 칼트가 걸음을 내디뎠다. 상황이 뒤바뀌었다.
칼트가 두 걸음 내디뎠을 때, 쿤텔이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이제는 세 걸음에 한 번. 네 걸음에 한 번··· 그것이 얼마나 반복됐을까.
기어코.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어코, 칼날과 칼날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칼트는 쿤텔의 앞에 서 있었다. 만월을 두른 검이 쿤텔의 검과 맞부딪친 순간, 검기와 검기가 충돌하며 공간이 비틀렸다.
공기가 수축하고 팽창하는 듯한 소리가 울리기를 잠시, 두 개의 검기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검기가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이라곤 두 개의 날붙이뿐이다. 초인의 특별한 검이 아닌, 한낱 인간의 검.
캉, 카앙. 캉!
쇳덩이와 쇳덩이가 맞부딪쳤다.
가장 기초적인 검격이 서로를 물어뜯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는 초감각도, 검기도, 그와 비슷한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카가가각!
두 명의 초인이 아닌, 두 명의 고집스러운 검사의 싸움.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검성들의 싸움이라기엔 지나치리만치 담백하다.
스겅.
쿤텔의 칼날이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휘둘러졌다. 노리는 것은 칼트의 어깻죽지.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허리까지 양단할 검격. 그 검격에 대응하는 것은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칼트의 검이다.
검과 검이 맞부딪친 순간, 칼트의 검이 밀렸다.
힘겨루기에선 이길 수 없다. 그 사실을 칼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이 맞닿는 순간 칼트는 몸을 비틀었다. 옆으로 내딛고 있던 발을 축으로 반회전.
반월을 그리며 쿤텔의 검을 흘렸다.
만들어진 빈틈. 놓칠 리가 없다.
반월을 그린 칼날이 호(弧)를 그리며 만월의 궤적을 그렸다. 용사의 육체니, 배교자의 걸작이니 하는 시원찮은 것들은 지금 이 순간 아무짝에도 의미가 없다.
서걱.
쿤텔의 오른쪽 옆구리에 닿은 검이, 검은 핏물과 함께 쿤텔의 왼쪽 어깻죽지를 가르며 튀어나왔다. 일도양단. 직후 검은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걸어온 길의 끝에서, 칼트는 제 스승을 넘어섰다.
3.
댕그랑.
핏물을 쏟으며 쿤텔의 몸이 기울어졌다. 쿤텔이 놓친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쿤텔이 무릎을 꿇고 쓰러진 순간 칼트 또한 커헉, 하고 막힌 숨을 토해냈다.
눈에서, 코에서,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한계를 넘어서 몸을 움직인 대가다.
당장에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간신히 넘어지지 않은 채 칼트는 숨을 가다듬었다. 길게 숨을 뱉었다.
“···후우.”
숨을 뱉으며 칼트는 제 발치를 보았다.
그곳에는 무릎 꿇은 쿤텔이 있다. 그 몸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투둑, 투두둑 하고 쿤텔의 팔이 떨어졌다. 억지로 기워 붙여둔 육체가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남은 것은 쿤텔의 육체.
가니칼트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쿤텔의 육체다.
죽음의 칼에게 양단 당했을 몸은 배교자의 덩쿨로 간신히 이어붙여져 있었다. 그 몸에는 죽음의 칼뿐만이 아닌, 칼트가 남긴 검흔도 새겨져 있었다. 쿤텔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저 몸으로 어떻게?
칼트가 이를 악물었다. 움직이지 않는 팔을 움직여 검을 휘두르려 하나, 고개를 들어 올린 쿤텔과 눈을 마주한 순간 칼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검은 구정물이 되어 흘러내린 한쪽 눈동자, 그리하여 외눈이 되어버린 초로의 노인. 그러나 그 눈동자는 재앙의 사역마 따위가 보일 눈동자가 아니다. 인간의 눈동자. 칼트가 잘 알고 있는 눈동자였다.
콱.
쿤텔이 손을 뻗어 제 몸을 옭아맨 덩쿨을 움켜쥐었다. 배교자의 덩쿨을 뜯어낸 순간, 빠른 속도로 몸이 무너졌다. 바스라지는 육체. 쿤텔이 칼트를 보았다.
“···, ······.”
그가 입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듯, 쿤텔은 쓰게 웃었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칼트의 어깨를 툭, 하고 두들겼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칼트는 입 모양으로나마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훌륭했다, 칼트.
그 말을 마지막으로 쿤텔의 몸이 바스러졌다. 가루가 되어 그 몸이 흩날렸다. 본래 맞이했어야 할 죽음을, 안식을 이제서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파스슥.
불어온 바람에 잿가루가 흩날렸다.
칼트가 고개를 돌려 흩날리는 뼛가루를 바라보았다. 검의 협곡, 갈라트릭. 이제는 검의 무덤이 되어버린 이곳에 쿤텔의 유해가 흩날렸다.
···이곳이 비록 검의 협곡을 재현해낸 풍경에 불과하다곤 하나, 쿤텔은 자신이 검(劍)을 처음으로 쥐었던 이곳에서 제대로 된 죽음을 맞이했다. 그토록 바라던 고향으로 돌아와 안식을 맞이한 것이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칼트는 바라보았다.
긴 시간 동안 칼트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칼트가 움직인 것은 풍경에 금이 간 순간이었다. 쿤텔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현해낸 검의 협곡은, 쿤텔의 죽음을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검의 협곡의 풍경을 바라보며 칼트는 마지막으로 팔을 들어 올려 검례(劍禮)를 올렸다.
···긍지 높았던 검사, 쿤텔에게.
칼트가 검을 갈무리했다.
무너지는 풍경의 너머로 칼트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무너지는 풍경을 넘어 세상의 바깥으로 칼트는 걸음을 내디뎠다. 내디딘 걸음은 가볍다. 어쩌면 힘이 없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칼트는 생각했다.
“······.”
제 스승을 해방시키고, 그를 뛰어넘겠다는 소망을 이뤘다. 그토록 바라던 비원을 이루어냈거늘, 지금의 칼트는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시원함, 짐을 덜었다는 가벼움, 그리고 목적을 이루어내고 말았다는 달성감. 그것들 사이에 스며드는 것은 조금의 공허함이었다.
···목적이란, 비원이란 원래 그런 것이리라.
칼트는 쓰게 웃었다.
길게 숨을 뱉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 그곳은 원래 칼트가 서 있던 곳이다. 신앙하지 않는 이를 위한 땅, 알케이아의 초입. 거대한 신전의 문이 놓여있는 드넓은 초원.
하늘에는 여전히 해가 떠있었고.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심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쓱 둘러보던 칼트는 무심코 숨을 헛삼켰다. 초원에는 마수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산처럼 쌓인 시쳇더미.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피비린내. 그리고 고랑을 타고 흐르는 핏물···.
핏물을 타고 시선을 옮겨보면, 그곳에는 신전의 문 앞에 걸터앉은 한 명의 성기사가 있었다.
“드디어 왔구만.”
박살난 갑옷. 피로 붉게 물든 옷. 마수가 흘린 피만큼 사방에 가득한 인간의 핏물. 그 끝에 앉아있는 것은 붉은 십자가의 검을 쥔 초인이다.
“어서 와, 형씨.”
불사(不死)의 카리옷.
그가 연초를 입에 문 채 손을 흔들었다. 칼트는 쓰게 웃으며 카리옷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찌 다 해치우셨나 봅니다.”
“사실 끈기 싸움이지. 몇 번이나 죽었더라? 두 자릿수를 넘었을 때부터 안 셌던 거 같긴 해.”
카리옷이 껄껄대며 길게 숨을 뱉었다.
치이익, 타들어 가는 연초와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
“문은 열리지 않더군.”
굳게 닫힌 신전의 문.
카리옷이 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창 싸우고 있는데, 신전이 뒤흔들리더니 문에 뭔가 걸리더라고. 싸움이 끝나고 문을 열어보려 하는데 열리지가 않아.”
“···그렇습니까.”
“뭐, 열 수 있어도 합류는 힘들 것 같지만.”
사방에 널브러진 건 부러진 무구.
카리옷의 붉은 십자가 검에 휘감긴 덩굴마저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그것들을 가리키던 카리옷이, 손가락을 빙글 돌려 칼트를 가리켰다.
“형씨도 마찬가지 같고.”
만신창이에 피 칠갑을 한 칼트다.
당장 의식을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울 지경이다. 살아있기는 한 거냐고 묻는 듯한 카리옷의 시선에 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움직일 수는 있는데, 검을 휘두르진 못 할 것 같습니다. 체력을 바닥까지 다 긁어 쓴 느낌이라.”
“그래도 사지는 멀쩡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
“······.”
잠깐의 침묵.
침묵을 깨고 카리옷이 입을 열었다.
“잘 보내드리고 왔나?”
“예, 다행히도.”
“한대 태울래? 형씨.”
“좋지요.”
치익, 탁.
“······.”
후우, 하고 칼트가 길게 숨을 뱉었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던 칼트가 문득 제 눈가를 쓸어내렸다. 카리옷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칼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잠시, 칼트가 입을 열었다.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칼트가 중얼거렸다.
누군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칼트는 독백했다. 제 스승의 마지막을 곱씹으면서.
“정말이지.”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쿤텔의 마지막 모습이다. 제 몸에 휘감긴 덩굴을 뜯어내고선,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미소 짓던 쿤텔의 모습.
「훌륭했다, 칼트.」
그 한마디를 곱씹으며 칼트는 웃었다.
···칼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배교자의 걸작, 쿤텔의 토벌이었다. 제 역할을 다한 칼트는 고개를 돌려 신전의 입구를 보았다. 자신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저들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으리라.
쿵, 쿠웅.
뒤흔들리는 신전의 내부.
저 안에서,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2.
광인(狂人), 켈르할름은 앞을 보았다.
그곳에는 범람하는 저주의 호수가 있다. 자신의 뒤에 선 아이가 나아갈 길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있었다. 옛 재앙을 바라보며 켈르할름은 독백한다.
후배가 나아갈 길을 여는 것은, 선배의 역할이리라.
그것이 스승이자 선배인 자신의 역할이었다.
저 아이의 무대는 이곳이 아니요, 자신이야말로 이 무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지금이야말로 약속을 지킬 시간이었다. 그날 지키지 못한 맹세를.
···하지만, 어떻게?
켈르할름의 이성이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몸은 예전 같지가 않다. 가진 마나는 줄어들었으며··· 전성기의 자신이 온다 한들 이 구정물을 모조리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불가능한 일. 능력의 부족. 닿지 않는 목표.
가능과 불가능함 사이에 놓인 이 거대한 간극을, 도대체 어떻게 메울 생각이냐고 이성이 질문했다. 그 질문에 켈르할름은 답하지 않았다.
“아아.”
대답 대신 웃음을 흘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으므로.
‘답은 정해져 있다.’
···닿지 않는 것에 닿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 마법사들은 언제나 거래해 왔다. 하늘 위의 별에게 대가를 지불 해 왔다.
“천칭(Balance).”
그것은 기도나 기원과는 거리가 멀다.
대가를 지불하고 힘을 손에 넣는 것.
신앙과는 거리가 멀기에, 신앙하지 않는 이를 위한 땅인 이곳에서도 별은 켈르할름의 부름에 답했다. 켈르할름의 앞에 백금색의 천칭이 떠올랐다.
금이 가고, 녹이 슨 천칭.
백여년 전에 이미 한계를 맞이한 천칭이다. 그 볼품없는 형태는 현재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켈르할름은 천칭을 움켜쥐었다.
“바친다.”
무엇을, 하고 별이 질문했다.
모든 것을, 하고 켈르할름은 답했다.
“더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돼도 좋다. 내게서 영원을 빼앗아 가도 좋다. 이거고 저거고 전부 가져가도 좋으니, 닥치고 내놔라.”
켈르할름이 이를 갈았다.
“그날의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을.”
멈춰버린 나의 시계가.
단 1초라도 좋으니 앞으로 흐를 수 있게끔.
“길을 열 힘을.”
마지막 거래를 마친 천칭이 바스러졌다.
별은 광인이 아닌 인간의 바람에 답한다.
번쩍.
별빛이 범람했다. 범람하는 별빛 아래 한순간이지만 저주의 파도가 멈춰 섰다. 켈르할름은 제 앞에 떠오른 별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와 같군.
그때도 별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백 년 전 그날 자신은 분노하며, 증오하며, 복수를 외치며 별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하지 않으리라. 켈르할름이 별을 붙잡았다.
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