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58
밀려드는 광인의 군세를 향해 달려들며, 벨노아는 여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전투 중에 좀처럼 벨노아에게 말을 거는 법이 없던 여신이시다.”
[네게 해야 할 말이 있다.]”
그런 여신께서 급박한 상황에 입을 여셨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벨노아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림자 용의 군주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초의 시대, 만신(萬神)들이 세상을 양분하던 시대에는 종종 새로운 신이 태어나곤 했다.]”
벨노아가 땅을 박차고 달리며 고개를 들었다.”
[신이 되기 위해선 소망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 하지만, 모든 신들이 소망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 그리했다면 대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고개를 들어, 보았다.”
탑을 집어삼킨 구정물을.”
[때로는 소망보다 강렬한 것.]”
그림자 용의 군주가 표정을 구겼다. 벨노아는 탑에서 요동치는 구정물에서 새어나오는 소음을 들었다. ”
[비명. 원한. 원념. 저주.]”
그것은 비명이었다.”
구정물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몇몇 신들은 그런 것들로부터 태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것들은 파멸을 갈망하지. 비명을 지르며 세상을 자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고자 한단다.]”
그렇기에 대전쟁이 벌어진 것이지.”
여신은 신음하며 말을 이었다.”
[저곳에 있는 것 또한 그런 신의 편린이다.]”
여신께서 경고하셨다.”
[아직 신격을 얻지 못했을 뿐, 저것은 신이 될 자격을 얻었다. 별의 천칭이 조금이라도 기울어진 순간, 저것은 그릇된 신이 된다.]”
“그릇 된··· 신 말씀입니까?””
그래, 하고 여신이 답했다.”
[너희가 만마의 주인, 마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하고 그림자 용의 군주가 손을 뻗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탑을 가리켰다.”
[달려라. 너희가 상대해야 할 건 과거의 잔재들이 아니야. 저것이 완성에 가까워지는 순간··· 너희는 결코 이길 수 없단다.]”
저곳에 닿을 힘은.”
[내가 빌려주도록 하마.]”
여신의 손가락이 벨노아의 팔을 움켜쥐었다.”
벨노아의 그림자가 크게 출렁였다. 출렁이는 그림자와 함께 벨노아의 몸이 한순간 가속했다. 별다른 대가를 바치지 않았음에도, 강화되는 제 육체에 벨노아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무얼.]”
그림자 용의 군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모시는 신은 이리 급한 상황에서조차 까다롭게 굴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다.]”
가불이다, 이 녀석아.”
여신의 목소리에 벨노아가 웃음을 흘렸다.”
“진짜냐, 이거···.””
밀려드는 광인의 군세를 바라보며 카리옷이 헛웃음을 흘렸다. 인류의 명운을 건 결전에서, 마주하게 된 적이 태껏 인류를 지켜온 영웅들이라니··· 참으로 웃지 못할 농담이지 않은가.”
쯧, 하고 카리옷이 혀를 찼다.”
“그래도.””
카리옷이 짊어지고 있던 관짝을 집어 던졌다. 허공으로 내던진 관짝의 뚜껑이 열리고, 무기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무기들을 바라보며 카리옷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쿵, 그리고 콱.”
걸음을 내디디며 움켜쥔 것은 붉은 십자가의 검이다. 칼자루에서 뻗어나온 덩쿨이 카리옷의 팔을 휘감았다. 숱한 전장을 거치며 불사(不死)의 저주를 보다 오래 견딜 수 있게 된 카리옷이다. ”
“일은 해야겠지.””
검을 쥔 채 카리옷은 선두에 선 영웅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이한 형태의 곡도 두 자루를 쥔 인물이다. 저 곡도를 카리옷은 알고 있었다.”
만월의 아차트.”
인류의 배반자인 변절자를 처단하던 교단의 성기사요, 본래 카리옷이 소속되어있던 이단심문관의 첫 번째 수장이었던 인물이다. 머나먼 선배님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그리 웃음 흘리며 카리옷은 땅을 박차고 뛰었다.”
스겅.”
아차트에게 접근한 순간, 그가 쥔 쌍곡도가 빠르게 움직였다. 물결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 곡도가 카리옷의 복부를 할퀴고, 검을 쥔 팔을 잘라냈다. 솟구치는 선혈. 핏물을 가르며 곡도가 카리옷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찰나의 순간 펼친 공격이요, 수많은 변절자의 심장을 터뜨려 처단한 초대 이단심문관다운 연격이다.”
그렇게 아차트가 곡도를 갈퀴 삼아 카리옷의 심장을 뽑아내려는 순간이다. 콱, 하고 카리옷의 손이 우악스럽게 아차트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분명히 잘라냈을 팔은 말끔히 붙어 있었다.”
붙잡힌 팔은 뒤로 빠지지 않는다.”
남은 한 손으로 아차트가 검을 휘두르려 해보나, 그보다 먼저 카리옷의 검이 아차트의 정수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튀어 오르는 핏물 사이로 카리옷이 퉷, 하고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죽다 살아나는 건 내 특기요, 선배.””
이리 후배의 특기영역을 침범하면 곤란해.”
그리 중얼거리며 카리옷이 쓰러지는 아차트의 시체를 지나쳐 앞으로 걸었다. 밀려드는 광인의 군세를 바라보며 카리옷이 길게 숨을 뱉었다.”
저들 모두가 어디선가 이름을 날린 영웅들이다.”
어중간한 상대라면 방금처럼 불사성을 활용해 허점을 찌르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을 테지만··· 저들 모두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리라. 저 중에는 초인도, 용사도, 이름을 날린 숱한 검사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
저들은 그리 단순한 상대가 아니리라.”
카리옷은 한순간 시선이 흔들림을 느꼈다. 시야가 뒤집힌다. 머리가 울린다. 정신을 헤집는 주술이 걸림을 인지한 순간, 카리옷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뽑아든 단검을 제 관자놀이에 박아넣었다.”
콱.”
강렬한 고통, 그리고 재생.”
정신을 속박한 주술들을 떨쳐내며 카리옷이 질주했다. 영웅들의 창칼을 향해 과감히 제 몸을 내던졌다. 불사(不死), 그리고 용사의 것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초재생.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를 믿고서 카리옷은 무기를 휘둘렀다.”
촤악!”
주박은 관자놀이를 꿰뚫어 떨쳐내고, 환각 마법은 제 눈동자를 터뜨려 재생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그것은 인간의 싸움법이 아니요, 차라리 언데드의 싸움법에 가까우리라.”
되살아난 영웅들 사이로 죽지 못한 이가 날뛰었다.”
무기를 놓치면 영웅들의 시체에서 무기를 노획하여, 그마저도 놓친다면 손톱과 이빨로 적을 물어뜯으며 카리옷은 밀려드는 군세에 저항했다. 그러나, 한 명의 인간으로 물결을 틀어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물며 영웅들로 이루어진 물결이라면 더더욱.”
투웅.”
활시위를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카리옷의 미간이 꿰뚫렸다. 저 멀리서 쏘아진 화살이다. 명궁 에프타의 화살. 미간이 뚫린 채 고개가 뒤로 젖혀진 카리옷을 향해 누군가 한걸음에 거리를 좁혔다.”
절단(切斷)의 베르제르.”
한 자루의 성검을 쥔 용사.”
곧장 재생한 카리옷이 고개를 숙이며 검을 찍으려는 순간, 베르제르의 검이 움직였다. 쾌속의 검이 카리옷의 검을 밀어내며 공기를 찢어발겼다.”
검을 휘두르며 그가 앞으로 질주한다. 쾌속의 검격이 카리옷의 육체를 난도질했다. 조각난 육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가운데, 베르제르가 검을 쥔 손목을 비틀었다.”
키이이이이잉!”
고막을 울리는 소음과 함께, 재생되던 카리옷의 몸이 다시 한 번 조각났다. 바닥을 나뒹굴며 일어선 카리옷은 얼굴에 묻은 핏물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쉽지 않구만.””
핏물을 쓸어내리고 앞을 바라보노라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군세들이 보였다. 벌써 몇 번이나 죽었는지 새는 것조차 어려우나···.”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카리옷은 하늘로 솟구치는 폭풍을 흘겨봤다.”
저곳에서 날뛰고 있을 후배들을 떠올리며, 카리옷은 검을 보다 강하게 움켜쥐었다.”
「끝자락의 탑으로 돌입합니다.」”
귓가에 울리는 것은 전언이다.”
전장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데스텔을 대신하여 지휘권을 잡은 것은 벨노아다. 벨노아가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다.”
「제지해야 합니다.」”
탑에서 솟구치는 저 구정물을, 하루빨리 제지해야 한다고. 광인의 군세에 발목이 잡혀있을 시간은 없다고. 길을 뚫을 테니 따라오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뚫어낸 길이 다시 막히지 않게끔··· 그들이 에워싸이지 않도록 길을 지킬 이는 누구인가. 카리옷은 쓰게 웃었다.”
“알케이아 섬멸전 때와 비슷하구만.””
「부탁드립니다.」”
“하는 데까지 해보도록 하지.””
카리옷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나 혼자 막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하늘로 솟구치는 빛 무리가 있었다.”
저 멀리 있는 명궁, 에프타가 쏘아 올린 화살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찬란한 빛을 내뿜는 화살. 그 화살이 구름에 닿은 순간 푸르른 하늘에 파문이 일었다.”
월광(月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