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2)
‘옐로우 눈빛이야. 내가 찾던 바로 그 옐로우!’
타란티노 감독은 결심을 굳혔다.
우혁을 옐로우 배역에 캐스팅하기로!
기무라는 옐로우의 동생.
눈치 빠른 기무라가 타란티노 감독의 표정을 읽었다.
“회장님! 이 사과 제가 가져도 되나요?”
기무라가 거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사과를 가리키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먹을 게 아니고 깨뜨릴 겁니다.”
“깨뜨린다구요?”
“격파 시범을 보여드릴까 해서요.”
“아, 그러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정원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실에서 하면 청소하시는 데 힘드실 테니까요.”
그렇게 해서 모두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 조명이 있기는 했으나 실내등처럼 밝지는 않았다.
우혁은 이 상황이 조금 머쓱했다.
유치하기도 했고.
“강! 이 사과 좀 들고 있어 줘요.”
기무라가 사과를 우혁에게 건네주며 부탁했다.
우혁은 주먹을 쥐고 주먹 위에 사과를 올려놓은 뒤 팔을 눈높이에 올렸다.
“좀 더 높이! 더 높이!”
우혁은 기무라의 요청대로 사과를 높이 들었다.
“겁먹지 마요. 사과만 정확하게 찰 테니까요.”
기무라가 우혁을 안심시켰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기무라가 자세를 취했다.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돌려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사과를 맞추지는 못했다.
“정원 바닥이 좀 미끄럽군요.”
기무라가 정원 바닥의 핑계를 댔다.
모두들 기무라에게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다시 한 번 돌려차기.
이번에는 우혁의 주먹으로 발이 날아왔다.
우혁은 주먹을 아래로 내렸다.
기무라의 발차기에 맞은 사과가 살짝 빗맞고 정원 바닥으로 떨어졌다.
“강! 손을 움직이면 안 돼요.”
기무라가 우혁에게 핀잔을 주었다.
눈이 날카로운 타란티노 감독은 우혁이 손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우혁이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기무라는 사과를 빗맞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강이 해보는 게 어때요?”
타란티노 감독이 기무라와 우혁을 번갈아보며 제안했다.
우혁은 고개를 저었고, 기무라가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주먹 위에 올려놓았다.
기무라는 자신이 당한 창피함을 우혁도 똑같이 겪게 하고 싶었다.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바닥도 미끄럽고, 조명도 어둡다.
우혁이 손을 움직이기도 했고.
장인 장모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스톤 감독과 타란티노 감독은 느긋하게 즐겼다.
우혁은 기무라 맞은편 적당한 위치 서서 사과와의 거리를 가늠한 뒤 가볍게 돌려차기를 했다.
“웁!”
기무라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사렸다.
사과는 정원 구석으로 날아갔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장인 장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수를 쳤다.
스톤 감독도 가볍게 박수를 쳤고, 타란티노 감독은 우혁에게 엄지를 세워보였다.
“사과 하나 더···.”
기무라가 장인에게 사과를 부탁할 때 타란티노 감독이 장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회장님! 오늘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다른 사람과도 악수를 나누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우혁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갑니까?”
“내일 오후에 출발합니다.”
“내일 떠난다구요? 며칠 더 머물 수는 없어요?”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요.”
“그렇군요. 전화번호 줄 수 있나요?”
우혁은 명함을 꺼내 타란티노 감독에게 건네주었다.
“곧 시나리오 볼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뭐가 그리 급한 지 서둘러 가버렸다.
“감독님! 같이 가시죠. 그럼 저도 이마 가보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기무라가 황급히 인사를 하고는 타란티노 감독을 따라나섰다.
밖으로 나왔을 때 타란티노 감독은 이미 떠나고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나면서 올리버 스톤 감독도 혼자 남아 있기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
“저도 이만 가봐야겠군요.”
스톤 감독도 돌아가겠다고 했다.
장인과 장모가 만류했지만 초대 손님이 모두 떠난 마당에 혼자 남아 있는 게 실례라고 생각한 스톤 감독은 작별을 고했다.
우혁은 스톤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가겠다고 하니 아쉬웠다.
스톤 감독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시나리오 이메일로 보낼 테니 검토하고 연락 주세요.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할게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시나리오 보내 주시면 가능한 빨리 검토한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스톤 감독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손님 치르느라 고생했어.”
스톤 감독을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가며 장인이 장모에게 말했다.
“사위가 고생했지요. 느닷없이 이소룡은 뭐고, 사과 차기는 뭐예요? 당최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장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하하! 이쪽 계통 사람들 하루 이틀 겪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
“강 서방 덕분에 까다로운 손님을 잘 치렀어요. 영어를 어쩜 그렇게 잘해요.”
“무술도 아주 잘하더구먼. 이소룡인 줄 알았어.”
“사과 차기는 또 얼마나 멋있게 했게요.”
“그러게 말이야.”
“두 감독이 우리 강 서방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거 보셨어요?”
“봤지. 하하하!”
“우리 해인이가 멋진 신랑을 얻었어요.”
장인과 장모는 오늘 파티에 흡족해했다.
우혁도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난다 해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멀게만 느껴지던 유명 감독들을 막상 만나고 보니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세 사람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으로 끌렸다.
그러나 타란티노 감독과 기무라와의 만남도 재미있었다.
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감독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할리우드 사람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거.
이미 예상은 했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그 전까지는 할리우드 진출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할리우드를 내가?
그 높은 곳을 어떻게?
그러나 이제는 그런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배우로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
세계 3대 영화제와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 수상!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적어도 불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는 가질 필요가 없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꿈조차 꾸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혹사할 생각은 없다.
조급해할 필요도 없고.
하루하루 배우의 일을 즐기면서 걸어갈 뿐이다.
오늘 하루는 우혁의 배우 인생에서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내디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 장인 장모와 티타임을 가지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아내와 영상 통화도 하고 민서의 모습도 보았다.
장인 장모가 준비한 민서의 방을 자랑하고 싶었으나 아내가 직접 와서 볼 때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대저택의 전경도 보내지 않았다.
조만간 아내, 민서와 함께 미국에 방문할 계획이다.
우혁의 휴대전화에 민서의 사진과 동영상이 수도 없이 많다.
틈 날 때마다 보고 또 본다.
새삼 아내가 고맙다.
아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민서를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민서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았다.
미국에 와서 잠자기 전에 늘 치르는 의식 같은 거다.
민서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나서 자야 잠이 온다.
민서를 안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아내와 민서의 사진을 보고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였다.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의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타란티노 감독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메일로 시나리오 보냈어요. 이 시나리오 때문에 일찍 온 거예요. 아니었으면 밤새 거기서 놀았을 겁니다. 다음에는 밤새 놀아 보자구요. 일단 시나리오 검토해 줘요. 오래 기다릴 수 없어요. 48시간 안에 할 건지 말 건지 답장 줘요. 어차피 하게 될 거예요. 한
다고 할 때까지 조를 테니까. 지옥까지라도 따라갈 거니까 안 한다는 대답을 머릿속에서 지워요. 안 할 수가 없을 걸. 시나리오가 끝내주게 재미있거든.
-잘 읽겠습니다. 주무세요. 저는 지금 자려고 누웠습니다.
-잘 거예요? 내가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안녕히 주무세요.
-이 시간에 자는 사람은 처음 보겠네. 구석기 시대 사람이에요, 이 시간에 잠을 자게? 난 새벽 4시 전에 자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ㅎㅎ 잘 자요!
-자겠다는 거네! 침대나 무너져 버려라! 잘 자요. 대신,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봐요.
그러고 나서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타란티노 감독이 보낸 시나리오가 너무 궁금했다.
왜일까?
올리버 스톤 감독의 시나리오를 먼저 받았는데 왜 타란티노 감독의 시나리오가 더 궁금한 거지?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타란티노 감독이 보낸 이메일을 확인했다.
시나리오는 문서 파일이 아니라 소리 파일이었다.
“잘못 보낸 거 아니야?”
소리 파일을 재생했다.
타란티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 강! 오늘 반가웠어요. 시나리오 들려줄 테니까 귀 쫑긋 세워요. 듣다가 자면 당신은 백 년 동안 재수 없을 거야. 죽어서는 지옥 떨어질걸. 5천 년 동안 닭 튀기는 기름에 튀겨질 거라고. 자, 그럼 시작합니다. 제목. 아직 미정이지만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그렇게 1시간 30분 동안 시나리오를 들었다.
졸렸냐고?
단 한 순간도 졸리지 않았다.
곧바로 타란티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장! 누구야? 이 새벽에?
타란티노 감독이 잠결에 전화를 받았는지 투덜거렸다.
새벽 4시 전에는 자 본 적이 없다고 하더니···.
“아직 2시도 안 됐는데 벌써 주무시는 겁니까?”
– 강?!
“제 전화번호 입력 안 해 뒀어요?”
– 내일 통화합시다.
“시나리오 다 읽었어요. 아니 다 들었어요.”
– 어때요?
“훌륭하네요. 재미있습니다.”
– 거봐. 재미있을 거라고 했잖아!
“저한테 주려는 역할이 뭐죠?”
– 당신이 가지고 싶은 역할이 뭔데?
“옐로우!”
– 옐로우!
우혁과 타란티노 감독이 거의 동시에 ‘옐로우!’라고 말했다.
– 푸하하하하! 내일 당장 계약합시다.
“계약은 소속사하고 진행하는 게 좋겠어요. 한 달 뒤쯤에 다시 미국에 방문할 계획이에요. 계약은 그때 하면 어떨까요?”
– 당신은 잭팟을 터트린 거야. 내 영화에 출연하려고 줄을 선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내일 계약을 하자는데 한 달 뒤로 미뤄? 강! 당신 재정신이야?
“저는 6개월 동안 스케줄이 있어서 촬영이 어렵습니다.”
다음 달부터 16부작 미니시리즈 [안중근 장군> 촬영이 시작된다.
넉넉잡고 촬영 종료까지 6개월은 잡아야 한다.
– 6개월이면 딱 좋아요. 화이트와 블랙도 그때쯤 시작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나누시죠.”
– 이봐! 난 변덕스러운 사람이야. 하루에도 스물네 번씩 바뀌는 사람이라고. 날 믿지 마. 내일 아침에 어떻게 바뀔지 장담 못 해. 그런 사람한테 한 달 뒤에 계약을 하자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마음이 바뀐다면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옐로우!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꼭 하고 싶은 배역이다.
꼭 하고 싶지만 구걸까지 하면서 할 생각은 없다.
– 뭘 믿고 배짱이요?
“주무세요.”
우혁은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
– 당신 때문에 잠 다 깼다고. ···알았어요. 잘 자요.
끊으려는데.
– 잠깐만! 부탁 하나 합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화 한 통 줘요. 이게 꿈이면 말짱 꽝이잖아.
“그러겠습니다.”
우혁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 누웠다.
타란티노 감독. 귀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 또 한 번의 강렬한 끌림! 옐로우!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