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86
그래, 비록 날붙이가 들어가진 않았더라도 이 정도 충격을 받았으면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대로 계속 협공하면···.
그렇게 희망을 가지던 이들에게 곧.
“···내 차례로군.”
헥토르의 공격이 쇄도한다.
-콰카카카카칵!!!!
헥토르는 알키비에를 발로 찬다. 파리스에게 어깨를 맞았던 그녀의 한쪽 팔이 기묘하게 뒤틀린다.
헥토르는 칼로 에반드레를 벤다. 칼날에 맞지는 않았지만 연이어 날아든 방패에 얼굴을 맞고 멀리 날아간다.
“알키비에!! 에반드레!!!!”
분노한 브레무사와 안탄드레가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달려들자 헥토르는 방패를 휘둘러 두 사람 모두의 공격과 충격량을 받아낸 뒤 유연하게 공격자세로 전환한다.
흑사자가 제 발톱을 휘두르니, 인간이 감히 막을 수 없을지라.
-카카카카칵!!!!
안탄드레가 헥토르의 검격을 받아내면서 그 충격으로 나자빠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생긴 작은 틈.
브레무사는 비명 같이 소리지르며 그 작은 틈을 향해.
칼을 찔러 넣는다.
-푸우우욱.
“···.”
“···하! 하하!!!! 너, 너 같은 괴물도 피를 흘리기는 하는군.”
헥토르는 얼굴을 한번 찡그린다. 다리를 절뚝이며 종아리에 그어진 상처를 바라본다.
고작 한 번의 찡그림.
저 한 번의 찡그림을 보기 위해 수십수백의 아마존 전사들이 죽었다.
이 한 번의 멈춰섬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 족장 4명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너··· 너희는 못 이겨···.”
곧, 여왕께서 오신다.
여왕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하나 된 아마존의 힘 아래 저들은 무릎 꿇는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이 역경과 고난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반쯤 놓아버린 이성은 부들거리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한다. 헥토르의 얼굴은 한층 더 크게 일그러진다.
“약탈자, 침략자의 무리들.”
헥토르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시 칼날을 휘두른다.
“단죄한다.”
“해보든지.”
브레무사는 휘청이며 자세를 잡았다. 나머지 세 사람의 족장이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전투 태세를 취했다.
자매들, 자랑스러운 우리 자매들.
우리는 버틸 수 있다.
언제까지?
-부우우우우.
여왕께서 오실 때까지.
그들이 뒤돌아보자 저 멀리 산가리오스 강 하구에서부터 올라오는 선단이 보인다.
이번엔 적군이 아니다.
그녀는 그곳에서부터 용맹하게 육지로 뛰어드는 무수한 자매들을 본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이들도.
나머지 여덟 족장들.
그리고.
“펜테실레이아!!!!”
“펜테실레이아아!!!!!!”
여왕.
아마존의 여왕이 당도했다.
***
“하아··· 하필 지금?”
저 멀리서 아마존의 여왕을 연호하는 외침이 들리자마자 나는 활시위를 놓고 고개를 돌렸다.
내 주위에 쌓여 있는 전사들의 시체를 무시하고 고삐를 쥐자 부케팔로스는 알아서 고지대로 가서 내게 강변의 풍경을 보여준다.
여왕이, 우리 군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며 오고 있다.
젠장.
강변에서부터 올라와 적들을 포위하려던 프리기아군과 트로이아군 2,000명이, 역으로 새로 상륙한 아마존군에게 포위당하게 생겼다.
더 중요한 건 저기, 프리기아의 왕과 왕자가 있다는 것.
그들이 죽으면 프리기아는 구심점을 잃고 나락으로 굴러떨어진다.
저들을 구하려면···.
“형님!!!!!!”
비대칭전력이 필요하다.
내 부름에 헥토르는 네 족장들의 추격을 뚫고 초인적인 속도로 내게 달려온다.
“파리스? 무슨 일이야!!!!”
“타십쇼!!”
헥토르는 더 묻지도 않고 내 등 뒤에 올라탔다. 부케팔로스가 묵직해진 무게감에 푸릉거리면서도 눈빛을 불태운다.
“힘들겠지만, 잠시 부탁한다.”
부케팔로스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기마용 말은 달리기 시작한다.
프리기아인들과 트로이아인들, 아마존인들과 그들의 동맹들을 뚫고서 마구 내달린다.
나는 활을 쏘고, 헥토르는 거침없이 벤다. 두 사람의 초인과 한 마리 신마(神馬)는, 전장의 모든 규칙을 위배하면서 적진 한가운데를 내달린다.
우리의 초월적인 권능이 그를 가능케 했다.
아군들은 우릴 보고 환호하며, 적군들은 우릴 보며 악을 쓴다. 우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아마존의 포위망을 뚫고 달렸고.
곧 미그돈 왕과 코로이보스를 보았다.
펜테실레이아의 칼 앞에 쓰러져, 막 최후의 일격을 당하려는 모습을.
“안돼!!!!”
헥토르는 포효하며 부케팔로스의 등 뒤에서 뛰어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펜테실레이아의 칼날이 마치 피할 수 없는 운석처럼 미그돈의 목을 노린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외쳤다.
“망치!!!!!!”
곧 거대한 금속물체가 허공을 찢는다.
-쾅!!!!!!!!
펜테실레이아의 칼이 폭발하듯 쪼개진다.
그녀가 놀라서 주위를 돌아보지만, 이미 망치는 힘을 다한 채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을 뿐이다. 아마 곧 다시 돌아오겠지.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 망설임 없이 내 쪽을 노려본다.
그녀는 짐승처럼 본능의 눈으로 알아본 게 틀림없었다.
“이 영악한! 이런 장난감을 숨겨놨구나!!”
방금의 조화가 나로 인한 것임을.
펜테실레이아가 새로 칼을 뽑아들어 미그돈 왕을 향해 내려치자, 이번에는 헥토르가 끼어들어 막는다.
-카카카카칵!!!!
“···.”
“···.”
포위된 프리기아인들과 트로이아인들, 그리고 아마존인들까지 모두가 순간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헥토르와 펜테실레이아.
지상의 두 영웅이 만났다.
***
그리고.
지상의 필멸자들은 아직 닿을 수 없을 어느 구름 위에서는···
[내 딸과 네 사도가 싸우고 있다. 아직도 망설이나? 개입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아직 모르겠군. 내 사도를 돕고는 싶지만, 그게 불멸하는 신들의 일은 아닐세.] [그렇다면 일단 지켜보자고. 일단은.]필멸자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두 신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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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니아 (3)
수많은 사람의 격동으로 휘저어지는 공기, 차오르는 습기, 눈앞의 광경을 이지러뜨리는 열기.
그 모든 요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의 대기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팽팽한 실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 것처럼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병사들도 자기들끼리 싸울지언정, 감히 이 왕과 왕자, 족장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한 채 주위를 둘러쌀 뿐이다.
“···코로이보스? 괜찮나?”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헥토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뒤돌아 보면서 코로이보스와 미그돈 왕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 아버지께서··· 다리가···.”
좋지 않았다.
미그돈 왕의 왼쪽 무릎 아래가 사라져 있었다. 왕은 여전히 칼을 놓치지 않은 채 격통에 몸을 떨고 있었지만, 이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이나,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그렇다 해서 코로이보스 역시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이미 무수한 상처들이 나 있었고, 벌써부터 파리를 비롯한 벌레들이 피냄새를 맡고는 왕자의 주위에 다가왔다.
코로이보스는 급한 대로 절뚝거리며 아버지의 상처 부위를 허겁지겁 천으로 감쌌지만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보아 상태는 좋지 않았다.
헥토르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파리스?”
“형님.”
“엄호, 부탁한다.”
그리고 헥토르의 칼날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갈랐다.
-카카카칵!!!!
기분 나쁜 마찰음이 울려퍼진다.
펜테실레이아의 검과 헥토르의 검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불꽃이 튀긴다.
그리고.
-깡!!
다시 펜테실레이아의 청동검이 부러진다.
“···하, 젠장. 그거 아이깁토스산이었는데.”
펜테실레이아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칼 하나를 꺼내든다. 그동안 헥토르의 공격이 쇄도해오자, 근처에 있던 족장 두서너 명이 동시에 칼날을 휘둘러 그를 견제했다.
이번에는, 펜테실레이아의 손에 들린 칼날이 구릿빛 대신 무색의 광택으로 빛났다.
“어쩔 수 없지. 네 녀석들에게서 얻은 강철검, 한번 이럴 때 써봐야겠지.”
그리고, 또 한번 두 사람의 검날이 춤춘다.
-캉!! 카칵!! 캉!!!! 카카카칵!!!!
올려치고, 내려베고, 횡으로 흔들리는 듯하다가 곧장 속으로 깊이 찔러든다.
두 사람의 몸은 더 이상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칼끝에 그들의 영혼과 정수가 담긴 것처럼 칼날은 섬세하게 움직였고, 온 몸의 신경이 그에 맞춰 따라가는 듯했다.
그렇게, 두 개의 검이 춤췄다.
-타타타타탁!
“달려왔다!!”
“그럼 프리기아의 왕부터 확보해!!!!”
물론 잔챙이들의 싸움도 중요했다.
곧 아까까지 헥토르를 견제하던 네 족장까지 합류해 총 12명의 족장들이 미그돈 왕과 코로이보스를 노리자, 나는 그들과 왕 사이를 말타고 가로지르며 화살 3개를 동시에 쏘았다.
-쉬시시식!!!!
하나는 족장 하나의 어깨를 스치며 갑옷의 어깨 끈을 잘랐고, 하나는 다른 족장의 방패에 맞은 뒤 부러졌다.
그리고 하나는.
“크허억···.”
“클로니에!!”
“괘, 괜찮다. 해봐야 허벅지니까···.”
옳지.
정확히 맨뒤쪽에 서 있던 클로니에라는 족장에게 맞았다.
나는 활을 내려놓은 뒤 그들의 옆을 스치고 지나며 빠르게 창을 찔렀다.
내 악력과 팔힘이 대단치는 않더라도, 부케팔로스와 함께라면.
그 추진력을 받는다면!
-콰콰콰쾅!!!!
곧 족장 하나의 방패가 부서지면서 그녀의 흉갑이 우그러진다.
그 와중에도 족장이 빠르게 자세를 틀어 창날이 흉갑 속으로 그대로 박혀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 하나를 넘어뜨리며 시간을 버는 데는 충분했다.
“이 개자식이!! 장난질치지 말고 말에서 내려라!!!!”
“그럼 12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건 대단히 정정당당하다 생각하나 보군.”
나는 창을 휘두르며 족장들과의 거리를 벌리고는 빠르게 다시 미그돈 왕 쪽으로 후퇴했다.
“왕을 지켜라!!”
물론 나도 알았다. 자그마치 12명에게서, 왕과 왕자 두 사람을 지켜낼 수는 없다.
그렇다 해서 그들을 말에 태워 대피하기에도 두 사람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낙마라도 했다가는 더 큰 재앙이었다.
내가 노리는 건 시간을 버는 것.
헥토르를 위한 시간을.
-카카카카캉!!!!!!
“아주 훌륭하군, 왕자여!! 우리 사이에서 나올 아이가 얼마나 위대한 전사가 될지 궁금하지 않나!!!!”
“헛소리!!”
흘깃 돌아보자, 여전히 저 속에서는 누구에게도 접근을 불허하는 검의 폭풍이 불고 있었다.
둘의 기량은 압도적이었고, 이전에 엿보였던 헥토르와 펜테실레이아의 실력 차이도 이제는 없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펜테실레이아가 차즘차즘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몇 번이나 헥토르의 칼끝이 펜테실레이아의 급소 끝을 스쳐지나간다.
펜테실레이아보다 헥토르가 강한 탓일까? 어쩌면.
사자 갑옷 때문일까? 펜테실레이아가 헥토르를 제대로 찌를 수 없어서? 당연하지.
그제야 자신들의 주군이 밀리고 있음을 눈치채고 경악한 족장들이 하나둘씩 내게서 물러나 펜테실레이아에게 합세하기 시작한다.
펜테실레이아는 한번 크게 헥토르의 검을 쳐낸 뒤 뒤로 빠르게 도약한다. 그러자 여왕의 주위로 순식간에 집결한 족장들이 12개의 창칼을 꺼내어 헥토르에게 겨눈다.
마치 암술과 수술을 둘러싼 꽃잎들처럼 꼼꼼하게.
그 덩어리는 곧, 하나의 몸에 달린 12개의 머리, 24개의 팔처럼 일제히 행동을 게시한다.
펜테실레이아는 방금까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게 말했다.
“죽여라.”
짧은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곧 청동과 강철로 된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한다.
-콰콰콰콰콰쾅!!!!
곧바로 바람의 흐름 자체가 바뀐다.
경악스러운 마음에 나는 순간 근처로 다가오는 아마존 전사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부케팔로스가 투레질을 치니 겨우 알아채 그 허리를 베었을 뿐, 내 시선은 여전히 그 금속으로 된 꽃에 빼앗겨 있었다.
그것은 12명의 인간이 아니었다.
단 하나의 의지, 하나의 영혼이었다.
마치 지상에 강림한 군신(軍神)의 의지 같았다.
“마, 막아!!”
“당장 달려가라고!!”
누가 보아도 열세에 처한 헥토르를 돕기 위해 근처에 있던 일반 병사든, 불사조 근위대든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지만, 마치 믹서기에 넣은 손처럼 처참하게 상처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그 와중에 헥토르 역시 칼을 휘두르며 어떻게든 적들의 빈틈을 노려보았다.
프리기아 어느 곳의 밭뙈기나 갈다 녹슬어가는 청동창 하나 쥐고 나온 농민도.
아스카니아 근처의 상인 가문에 태어나 전신에 안탄드로스산 철갑을 두르고 나온 귀족도.
소아시아 사방을 떠돌다 파리스에게 발탁되어 철쇄대의 이름을 달게 된 옛 방랑자도.
부모 없이 자라 골목골목을 전전하다 프리아모스가 거두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근위대원도.
모두.
-서걱.
-카카카칵.
-쉬시시시싯.
-카득. 카드드득.
저 괴물의 전진에 끊어지고, 무너지고, 잘려나가고, 쓰러졌다.
그러고도 펜테실레이아와 저 족장들의 협공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앞에서 벌써 수십 명의 목숨이 흩어지고 쪼개졌는데, 살아남은 이들도 겨우 숨만 붙이고 바닥을 기는데, 헥토르 역시 흑사자 갑주가 아니었다면 이미 사지 한 짝은 포기해야 했을 정도로 고전하는데.
나는 몇 번이나 악을 쓰며 창을 던져보고, 화살을 쏘아대며, 칼까지 던져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절망했다.
이 어처구니 없는 광경은 이제 두렵지도 않았다. 무수한 창칼이 추는 춤 때문에, 모래 바람이 일어나 주위의 병사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모래의 장막 속에서, 나는 넋을 놓고서 끝없이 피고 지는 죽음의 꽃을 바라본다.